소설리스트

자동인형 오토마톤-82화 (82/329)

오토마톤과 함께 하는 요리시간! 82

고기를 뜯어먹던 마족 여자들이 힐끔힐끔 쳐다보았지만 대다수는 관심 없어했다. 인간남자도 아니고, 어차피 며칠 후면 돌아간 인형 병기들이었기 때문이다.

해지만 캐롯은 보든 말든 저 혼자서 지껄이며 이리저리 움직이기 시작했다.

“쏘세지! 간단하고 맛있어요! 바로 삶아서 먹어도 좋고, 훈제하면 꽤 오래 먹을 수 있다고요. 어서 만들어 봅시다! 아주 간단해요. 먼저 내장을 벅벅 씻어서···!”

와이번의 내장을 잘라 우물가에서 깨끗이 씻어놓은 캐롯은 이제 남은 고기와 부산물을 롱소드로 잘게 다져 고기소를 만들었다.

“말린 야채나 뭐 그런 거 없어요? 향신료나 소금도 필요한데.”

“야채? 풀? 없는데? 우린 그런 거 안 먹어.”

“당신들 대체 뭘 먹고 살아요?”

마족 여자들이 히죽 웃으며 번들거리는 입에 문 고기를 들어보였다.

“고기.”

“크흐으읏! 이 가련한 육식 동물들!”

“케케케! 듣기 좋은 말이야.”

가만히 보고 있던 마족 엄마 하나가 집에서 말린 버섯 한 자루와 웬 분홍색 돌덩어리를 가지고 나왔다.

“오, 오오와! 아, 암염이다! 그것도 핑크!”

캐롯이 두 손으로 핑크솔트를 집어 들고 감격에 겨워했다. 도시 상회에서 정기적 상단의 운용으로 소금 정도는 서민들도 쉽게 손에 넣을 수 있었지만 쓴 맛이 덜한 암염은 여전히 부엌의 귀중품 취급이었다.

암염을 보석처럼 여기는 캐롯은 말까지 좀 더듬으며 마족 엄마를 보았다.

“이, 이거 괜찮아요? 엄청 큰데?!”

“응, 어차피 보급품에 딸려오는 거니까. 뭣하면 직접 캐러 가면 될 일이야.”

캐롯의 눈이 튀어 나올 정도가 되었다.

“캐러 간다고요!?”

마왕령 안쪽으로 좀 더 들어가면 암염이 굴러다니는 산이 나온다는 말을 들은 캐롯의 두 눈이 금화 모양이 되었다.

“어쩐지 지금 돈 냄새가 마구 난다! 킁카킁카!”

“그거 다 아는 사실이야. 너만 모르는 거지.”

“엥요?!”

화들짝 놀란 캐롯이 고개를 돌리자 마족 수비대원들이 하하 웃는다.

“우리는 발에 치이는 정도인데 인간들은 좋아하더군. 용돈벌이로 몰래몰래 갖다 팔기도 하지.”

“응, 술이랑 바꾸기도 하고.”

“하지만 걸리면 가만 안 둬. 암염의 불법유출은 금기사항이다.”

앉아서 고기를 먹고 있던 푸시케가 눈을 희번득 뜨자 수비대원들이 찔끔했다. 가만히 듣고 있던 캐롯은 다시 두 손에 든 암염덩이를 들어보였다.

“이거 다 써도 돼요?!”

마족 엄마가 고개를 끄덕이자 캐롯은 바닥에 천을 깔고 팔 힘으로 그것을 으스러뜨려 가루로 만들었다. 이곳저곳에 아낌없이 소금을 뿌려대던 캐롯이 외쳤다.

“그래도 역시 야채가 부족해! 여긴 시장 없어? 뭐?! 없다고!? 걱정 마! 저쪽에는 있어! 잠깐만 기다려봐!”

혼자서 문답을 하고 몸을 돌린 캐롯은 후다닥 달려가더니 휴전선을 뿅 뛰어 넘어 건너편 인간 휴전선 마을로 가서 장을 보고는 다시 뿅 뛰어 넘어 왔다.

물론 휴전선 마을에도 튼튼한 성문과 경비병이 있긴했지만 암암리에 오고가는 일이 흔했기 때문에 그들은 캐롯이 쥐어주는 동전 몇닢에 간단히 매수 당했다.

마족령에서 휴전선을 뛰어 넘어온 웬 조그만 소녀가 성문 경비병에게 주먹을 쑥 내민다. 작은 손바닥 위에는 금화 몇개가 올려져 있었다. 그리고는 다 알고 있다는 듯이 히죽 웃는다.

"아저씨 나 시장 좀 보고 싶은데요."

오늘 오토마톤 3대가 휴전선을 넘어갔다는 소식은 경비인력 모두에게 전달 되었다. 그래서 이 조그만 소녀가 사실 오토마톤이라는 것도 보자마자 알았다. 눈썹을 꿈틀거리며 소녀를 내려다보던 경비병은 많은 생각을 했다. 그리고는 결국 슬쩍 옆으로 비켜섰다.

"얼굴 숨기고, 가능한 빨리 갔다와."

손수건을 머리에 뒤집어쓴 캐롯은 암살자처럼 호다닥 마을로 달려 들어갔다. 잠시후 봇짐 하나를 들고 뛰어온 캐롯에게 경비병이 가죽 주머니를 내민다.

"이게 뭐예요?"

"뭐긴 뭐야 정신병 걸린 놈들의 러브레터지. 들키면 안된다. 쿠핀이라는 이름의 마족을 찾아서 주면 된다."

러브레터어?

캐롯이 잠깐 묘한 표정으로 그를 올려다 보았다가 그가 재촉하자 얼른 가죽 주머니를 받아 품속에 넣었다.

휴전선을 향해 빠르게 뛰어가는 조그만 오토마톤의 뒷모습을 이맛살을 찌푸리며 쳐다보던 경비병은 그만 몸을 돌리더니 벽에 설치된 통신관을 몇개 열고 낮게 중얼 거렸다.

"너희들을 지하 감옥에 다 잡아 쳐넣고 싶어."

- 고마워! 오늘 저녁식사와 맥주를 살게!

- 나는 그 옆에서 노래를 불러 주겠어! 밥 다먹을 때까지!

- 그럼 저는 기타를 치면서 반주를 넣겠습니다.

통신관에서 쏟아지는 신난 목소리에 경비병 라이킨은 찌푸린 얼굴로 웃으며 그걸 닫았다. 그리고는 거창한 한숨을 내쉬었다.

여긴 사랑의 국경선이냐. 하나같이 정신병 걸린 녀석들 뿐이야.

"그래도 뭐, 3년 전 보다야 났긴하다마는."

다시 돌아온 캐롯을 보고 국경선 수비대원 마족들이 막 화를 냈다.

“야! 너 자꾸 선 넘고 다니지 말라고!”

“그런 건 당신들이 정한거지 내가 정한 게 아니야.”

그 말에 심드렁하게 고기를 뜯고 있던 몇몇 마족들의 눈이 커졌다.

우리가?

물에 불린 건조야채를 단검으로 썰어서 고기소와 섞어 구멍 뚫린 막대기에 쑤셔 넣은 캐롯은 와이번 소시지를 만들기 시작했다.

완성된 몇 개를 끓는 물에 삶아서 내놓자 관심이 생긴 마족들이 모여든다.

“호곡?!”

“맛있어! 딱 술안주야!”

“이예이! 오늘부터 마족 전통요리! 와이번 소세지입니다! 이거 훈제시켜서 말리면 꽤 오래 보관해놓고 먹을 수 있어요. 소금도 듬뿍 침!”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던 푸시케 수비대장이 말했다.

“와, 너 대단한 녀석이구나. 지금까지 많은 인형들을 봤지만 요리를 하는 건 네가 처음이야.”

“저 원래 주방보조였어요. 자! 다 같이 만들어 봅시다! 쏘세지! 배워두면 손해 볼 것 없어요! 애기들 맛있는 거 먹여야죠! 마족 엄마들!”

마음 속 빈자리에 딱 들어맞는 말은, 굳어버린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그 몸을 일으키도록 한다. 아무생각 없이 고기를 뜯고 있던 마족들이 캐롯의 목소리를 듣고 자리를 털고 일어섰다.

배워두자.

요리교실은 성황을 이뤘고, 소시지 만드는 방법은 생각보다 간단해서 전투민족이라 살림에는 별 관심이 없는 마족 여자들도 쉽게 배울 수 있었다.

그러다가 문득 캐롯이 궁금증을 느꼈다.

“여기 남자는 없어? 그러고 보니 전부 여자들뿐이네?”

응근슬쩍 끼어서 소세지를 만들어보던 모르핀에 대답했다.

“마족은 남자가 잘 안 태어나.”

“와! 아마조네스네!”

“아마? 뭐라고?”

“신화 속의 여전사들. 신의 후예.”

순간, 정적이 생겼다. 소시지를 만들던 마족 여자들의 시선이 캐롯에게 쏟아진다. 푸시케가 물었다.

“다시, 다시 한 번 말해봐라. 너를 야단치려는 것이 아니니 겁먹지 말고.”

캐롯은 계속해서 소시지를 만들면서 낭랑하게 떠들어댔다.

“아마조네스, 신화속의 여전사들, 신의 후예.”

“그런, 그런 전설이 있어?”

“어떤 신화에 등장하는 부족이래요. 도서관에서 본 내용인데, 용사마저 저지한 신의 후예로 여자들로만 이뤄진 전사들이라고 하던데요. 딱 여러분이네.”

별 생각 없이 내 뱉은 그 한마디가 한 겨울 굳어버린 마족 여자들의 가슴을 녹여놓았다. 그리고 호감도가 급상승해버렸다.

우리는,

신의 후예,

그 용사마저 저지한,

호감도 급상승으로 살갑게 대해주는 마족 여자들과 소시지를 만들면서 이것저것 수다를 떨던 캐롯이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어억! 지오 패거리와 친하다고요?!”

“음, 그 녀석들 얼마 전까지 겨울 순찰을 하다가 날이 풀리고 아르곤으로 돌아갔다. 조만간 또 놀러오겠다고 했었지. 보기 드물게 선하고 재미있는 녀석들이었다.”

“오와! 반갑네요. 캐롯이에요! 나도 그 사람들 잘 알아요.”

캐롯은 만들다가 만 소시지를 내밀었다. 모르핀은 그걸 보고 고양이 눈매와 상어이빨을 드러내며 웃더니 그 소시지의 남은 부분을 손으로 잡고 흔들었다.

“음, 반갑다. 너도 깨끗한 영혼을 가졌구나.”

“예? 나는 오토마톤이에요. 오토마톤은 영혼이 없어요.”

잠깐 정색을 하고 캐롯을 보던 모르핀이 다시 그 고양이 눈웃음을 짓더니 부지런히 손을 놀려 소시지를 만들었다.

“이거 전부 훈제 시켜서 보존식으로 만들자. 봄에는 먹을 게 별로 없거든, 보급도 시원찮고.”

“어디나 먹고 사는 건 힘드네요. 오우! 그리고 저거 뼈도! 뼈도 안에 골수 먹을 수 있어요! 나는 잘 모르겠지만 우리 주인님이랑 그 친구들이 저걸 물고 빱디다!”

“으엉?! 뭐라고! 저건 또 어떻게 먹는 건데! 가르쳐 줘라! 캐롯아!”

뼈를 자르도록 한 캐롯은 그 안에 채워져 있는 피와 지방 덩어리를 가리키며 먹는 방법을 설명했고, 오토마톤과 견줄 정도의 신체능력과 천부적인 전투능력에 비해 생활력은 가히 빵점에 가까운 마족 여자들은 와이번과 함께 복덩이가 하늘에서 떨어졌다고 다들 즐거워했다.

봄바람이 분다.

팔짱을 낀 푸시케는 신나게 웃으며 떠들어대는 캐롯과 미숙한 손길로 소세지를 만들어 보는 동족들을 보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

베누스에게 소식을 접한 크랭크가 휴전선 마을에 도착했다. 그리고 헤리슨이 그를 잡아먹으려는 시도가 있긴 했지만 불의의 사고이므로 불문에 붙이겠다는 협상 내용을 고려해 큰 처벌은 피할 수 있었다.

“그런데 너 약학에도 관심이 있었어?”

“예?”

“저쪽에서 네가 만든 수면제를 원해. 밀가루 자루로 3자루. 그걸로 퉁쳐 주겠다는 군.”

잠깐 입을 다문 크랭크는 투나의 무용담에서 그 이야기를 들은 것 같았다.

“저는 그럼 잠시 몸값을 준비하러 다녀오겠습니다.”

“그래라.”

다시 마차를 몰아 공방으로 돌아간 크랭크는 이 소식을 투나에게 전했다. 연구실에서 뭔가를 삶고 있던 투나가 으헤헤 웃었다.

“히히히, 자, 잘 팔리네. 내 약.”

“수면제가 있었던가?”

“아, 아리에테가 잠을 못자서. 먹이려고 만든 거였지. 그, 그래서 얼마나 필요한데?”

“밀가루 자루로 3자루.”

투나가 안경을 밀어 올리더니 히히 웃으며 메모장에 약재를 적어서 내밀었다.

“재료가 더 필요해. 좀 사, 사다줘.”

“음.”

크랭크가 재료를 구해오자 밤새도록 굽고 튀기고 삶던 투나는 다음날 알약 다섯 자루를 완성했다.

“3자루라고 했는데.”

“2자루는 서비스야. 아, 아니면 캐롯의 몸값은 겨우 그 정도야?”

“그건 아니지. 알겠다. 고맙다.”

“나도 따라가고 싶은데···!”

아리에테가 침대에 누워서 고개를 들었지만 시온이 반쯤 분해된 상태로 매달려 있는지라 그건 어려웠다.

그리고 오토마톤을 전부 다 내보낸 건 실수였다. 아리에테와 투나를 돌볼? 인력은 상시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는 것을 그는 이번에 깨달았다.

투나의 배웅을 받으며 마차를 출발 시킨 크랭크가 작게 중얼거렸다.

“예비 외골격도 필요해. 손이 많이 가는 군.”

잠시 후 휴전선 마을에 도착한 크랭크가 약 자루를 가지고 헤리슨을 찾자 그녀가 놀라워했다.

“다섯 자루를 하루만에?!”

“비전의 술법입니다.”

헤리슨이 눈을 가늘게 뜨고 크랭크를 바라보았지만 크랭크는 곧 투구를 다른 곳으로 돌려버리고 딴청을 피웠다. 어쨌든 사태수습이 먼저였기 때문에 바로 그와 함께 휴전선으로 나갔다.

잠시 기다리자 연락을 받은 마족들이 오토마톤을 데리고 왔다.

“우왕! 주인님아!”

“쯧!”

반가워하는 캐롯을 보고 혀를 좀 찬 헤리슨이 크랭크를 가리켰다.

"부탁한 물건···.”

말끝을 흐린 헤리슨의 시선이 마족들에게 고정되었다. 하나같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맞은편의 크랭크를 올려다보고 있던 그녀들은 다들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리고 분명 저 입가에 흐르는 것은 침처럼 보인다.

“킬리! 침요! 침!”

“오워오! 츄릅!”

캐롯의 지적에 화들짝 놀란 마족 하나가 손등으로 입가를 슥슥 닦았다. 바닥에 약 자루를 쌓아올린 크랭크가 입을 열었다.

“이제 오토마톤들을 돌려받겠습니다.”

“어, 음, 그래.”

얼굴이 확 달아올라 있던 푸시케 수비대장이 용기를 내어 투구를 쓴 커다란 인간남자에게 말을 걸었다.

“너 이름이 뭐냐?”

“크랭크입니다.”

“어, 흠, 그래. 이 약은 네가 만든 건가?”

“그건 아닙니다. 사실 아는 사람에게 소개 받은 겁니다.”

그러면 그렇지 라는 표정으로 헤리슨이 고개를 끄덕인다.

상대가 의외로 경계심을 가지지 않고 예의 바른 것이 마음에 든 푸시케가 한 걸음 더 다가갔다. 눈높이가 같은 인간 남자를 처음 본 그녀의 얼굴은 좀 위험해 보일 지경이었다.

“너, 너 괜찮다면 나랑 잠깐···.”

낌새를 눈치 챈 마족 수비대원들이 왁왁 거린다.

“대장 안돼! 상대는 인간이라고! 그러니까 내가 먼저다!”

“아무렴 어때! 이렇게 큰 인간은 처음 본다! 나는 킬리! 네 몸에 관심이 있다!”

“나도! 나는 티티! 와! 너 가슴 엄청 크구나! 아호 침이 자꾸···! 츄릅···!”

갑작스러운 추파와 구애에 크랭크가 당황했다. 지끈거리는 머리를 싸매고 있던 헤리슨이 손짓하자 곁에 있던 부관이 누군가를 불렀다.

쿵···! 쿵···! 쿵···!

그들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성문 안쪽에서 대기하고 있던 흉기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망토를 흔들거리며 다가온 하드스킨 오토마톤이 헤리슨의 등 뒤에 자리를 잡더니 그 마스터와 같은 모양으로 팔짱을 하면서 마족 수비대원들을 내려다보았다.

일전 흑마도사 길드 토벌 전에 경비대와 함께 활약했던 바로 그들이었다.

“제발, 부디, 쫌! 진정해줘.”

“어, 음, 알았다.”

푸시케 수비대장은 자중하는 듯했지만 다른 마족 수비대원들은 그렇지 못했다. 위협적이고 강제적인 무력이 동원되자 기분이 상해 반발심을 느낀 그들이 이빨을 드러내며 외쳤다.

“왜 항상 너희들만 젊고 건강한 수컷들을 독점하는 것이냐! 이건 차별이다!”

“맞아! 우리에게도 필요해! 나눠줘!”

기가 찬 헤리슨이 외쳤다.

“아니! 아니! 차별이고 뭐고! 여기는 휴전선이야! 우리는 적대세력이고! 어쨌든 협상은 끝이야! 너희들은 빨리 이쪽으로 와!”

명령을 받은 캐롯과 샤를, 로테가 휴전선을 넘어갔다. 마족 쪽에서는 그나마 제정신인 모르핀이 잠시 넘어와서 자루를 한 번에 들어 옮겼다.

하지만 아직 그들의 분노는 풀리지 않았다.

단순히 커다란 인간 남자를 보고 흥분한 마족 수비대원들의 얼굴에 이제 울분이 서리기 시작했다.

“나, 나도···! 우리도···! 갖고 싶단 말이야···!”

“달라는 게 아니잖아! 잠깐만 빌려주면 된다고···! 잠깐만···!”

점점 상태가 심해지고 있다. 미묘한 열등감을 발현을 느낀 크랭크가 나섰다.

“진정하십시오.”

그의 목소리를 듣고 고개를 든 마족 여자들이 핏대가 선 얼굴로 웃기 시작했다.

“너, 너라면! 너라면 진정할 수 있겠냐! 온통 여자뿐인 곳에서 살아가는 우리 마음을 너희들이 이해 알 수 있겠어!”

“우리도 인간 여자들처럼 크고 강한 수컷을 하나씩 갖고 싶단 말이야!”

“팔랑스, 보포스, 시르카.”

위협을 감지한 헤리슨의 말에 뒤에 도열한 하드스킨 오토마톤들이 팔짱을 풀고 커다란 검의 손잡이를 잡았다.

전투상태가 된 마족들은 눈이 붉게 변하고 머리카락이 곤두서는 등 외모에 변화가 생겼다. 사태가 심상치 않음에 모두가 긴장했다.

이대로 두면 공격당한다. 일반 오토마톤으로는 저들을 제압 할 수 없다. 하드 스킨은 강력하지만 수는 저쪽이 더 많다. 난전 중에 희생자가 생기면 사태는 걷잡을 수 없어진다.

여기까지 생각한 크랭크는 결국 투구에 손을 가져갔다.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