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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인형 오토마톤-78화 (78/329)

오토마톤과 함께 하는 저녁식사! 78

“실례합니다.”

즐거운 시간도 잠시, 때 마침 모험가 길드에서 사람이 찾아왔다. 길드 마스터의 말을 전해들은 크랭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를 배웅하고 뒤를 돌아본 크랭크가 입을 연다.

“내일 부터는 바빠질 거다. 이번 건만 마무리 되면 좀 쉬도록 하자.”

그리고 이튿날 크랭크와 캐롯, 아리에테는 아침 일찍 모험가 길드에 들려서 마빈 길드 마스터를 만난 다음, 그와 함께 오토마톤 정비 길드로 가서 길드 마스터와 이야기를 나눴다.

“세상에! 이게 가능하다니!”

아르곤 오토마톤 정비 길드의 길드 마스터 무슈가 턱수염을 부들부들 떨면서 아리에테의 몸을 구석구석 살폈다. 그녀가 불편한 표정을 지었지만 아랑곳 하지 않았다.

“부, 부끄럽다만!”

“무슈 길드 마스터. 적당히 해주십시오.”

오토마톤 관련 잡동사니가 가득한 길드의 공방 안, 몸집이 작은 노인이 아리에테를 올려다보더니 버럭 외쳤다.

“나는 올해 70이 넘었다! 나는 자네가 부끄러워해야할 대상이 아니야!”

“노인장 또 시작이네!”

보다 못한 길드 소속 기사들이 달려들어 그를 떨어뜨려 놓았다. 자기들끼리 좀 툭탁이더니 책상의 자리에 앉은 무슈 길드 마스터가 눈에 핏발이 돋은 상태로 아리에테를 보면서 손가락을 마구 꿈틀 거렸다.

“분해해보고 싶다! 너를 분해해보고 싶어! 네 몸을 구석구석 살펴보고 싶다! 이 두 눈과 손으로 마치 핥듯이!”

“끼야아아악! 크랭크!”

기겁한 아리에테가 곁에 있는 크랭크의 팔을 붙잡고 매달렸다. 캐롯이 나섰다.

“영감님 좀 진정해요! 이러니까 정비 길드엔 이상한 사람만 있다는 소리가 나온다고요.”

“이놈아! 지금 진정이 되게 생겼느냐! 저건 인류의 보물이다! 어째서 네놈만 독점하고 있느냐! 이 발칙한 오우거 놈아! 뭘 먹고 그렇게 커진 게냐! 나에게도 좀 알려다오!”

캐롯은 힘이 빠진다는 표정을 했다가 뒤를 돌아본다. 크랭크도 비슷한 기분을 느끼고 있었다.

동행한 마빈 모험가 길드 마스터가 나섰다.

“진정하세요. 무슈 길드 마스터. 물론 저 기술을 공여드릴 겁니다. 여기 자료입니다.”

"어서 이리 내놔봐라!"

의자에서 뛰어내려 서류 봉투를 낚아챈 무슈 길드 마스터는 방구석으로 달려가 등을 돌리더니 잔뜩 충혈 된 눈으로 그것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함께 있던 기사들 중에서 젊은이 하나가 송구스럽다는 듯이 나섰다.

“죄송합니다. 요즘 나이를 드시더니 더 괴팍해지셔서요.”

“괜찮습니다. 운터.”

“끼이요오오옷!!! 인류의 진보가 시작되었도다!”

두 손으로 서류를 받쳐 올리고 길드 마스터가 괴성을 지르자 모두가 얼굴을 돌리거나 얼굴을 손으로 가리거나 고개를 숙이고 한 숨을 쉬거나 했다.

캐롯이 팔짱을 낀다.

“와, 인간들은 늙으면 다 저렇게 되는 거야? 엄청나네.”

“나는 저렇게 되고 싶지 않군.”

“나도! 무섭다! 집에 가고 싶어!”

아리에테는 여전히 크랭크에게 달라붙어있었다.

크랭크와 마빈 길드 마스터, 무슈 길드 마스터가 앞으로의 방침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기사들이 슬금슬금 캐롯에게 다가왔다.

캐롯은 정비 길드에서도 유명 오토마톤에 속했다.

“그도 그럴게, 일반인이 개조를 거듭해서 위명을 얻은 거니까 말이야.”

“전에 부품과 아저씨들도 그렇게 이야기 하던데, 직접 만지는 사람들은 별로 없나봐요?”

“있긴 한데, 간단한 것 정도지. 너희 주인님처럼 본격적으로 오버홀까지는 하는 사람은 몇 명 없어.”

캐롯이 놀라워했다.

“오! 크랭크 말고도 있어요?”

“음, 몇 명 있지. 길드에서 주목하는 요주의 인물이.”

“오오, 대빵 신기하다. 크랭크 같은 인간이 또 있을 줄이야.”

작업하다가 말고 달려온 여성 기사가 슬쩍 끼어들었다.

“그 여신의 인형 이야기 좀 해줘. 정말로 마력엔진 최대 출력으로 증기를 뿜었어? 내부기관은 괜찮아?”

“아, 그거요?”

“흠! 비밀 엄수!”

낌새를 감지한 마빈 길드 마스터가 뒤를 돌아보더니 말을 이었다.

“다음 주에 정식으로 출간합니다. 그때 사서 읽어주세요.”

“에에에?”

“그렇게 됐어요. 히히.”

크랭크도 끼어든다.

“아직 점검 전입니다. 조만간 내부 확인 예정입니다.”

“부디 상태도 좀 알려주세요! 궁금해요!”

“알겠습니다.”

“지금 그런 잡담을 하고 있을 때가 아냐! 그래서! 이걸 우리한테 팔겠다고? 네놈 제정신이냐!?”

크랭크가 고개를 돌린다.

“물론 공짜는 아닙니다.”

“그렇겠지! 얼마 원하나?”

크랭크는 생각하고 있던 것을 입에 담기 시작했다. 비밀계좌, 향후 10년간 매달 100만 리즈,

“겨우?”

무슈 길드 마스터가 되물었다. 이번엔 크랭크가 당황했다. 무슈 길드 마스터가 서류를 살펴보며 말했다.

“솔직히 외골격은 별게 아냐. 우리도 비슷한 걸 만들어 본 적이 있지. 다만 이 신경계 연결 기술은 그야말로 신기술이야. 안하는 것인지 못하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서부의 마법사 길드에서도 아직 나오지 않은 거지.”

모험가 길드 마스터가 입을 열었다.

“그 기술을 아르곤 오토마톤 정비 길드에서 개발했다고 발표하는 겁니다. 어떻습니까? 잘만 된다면 수많은 은퇴 모험가들을 다시 불러낼 수 있습니다. 여러분들은 팔과 다리를 잃고 좌절한 그들에게 빛을 선물하는 성인이 되는 것입니다.”

젊은 기사들과 함께 무슈 길드 마스터의 얼굴이 화끈해졌다.

좌절한 용사에게 희망을 선사하는 성인,

하지만 길드 마스터라는 사람들은 이런 계약에서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그는 손가락을 세우고 말했다.

“이미 오토마톤이 상용화 되어 있는 상황이다. 자동의수가 한 개인에게 희망을 전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돈이 될지는 알 수 없어. 수효는 중요하다. 다만 이 기술자체는 마음에 든다. 전체 수익의 5%를 매달 10년간 비밀계좌로 입금시켜주지. 많이 벌면 많이 받고 적게 벌면 적게 받는 것이다.”

딱히 돈이 목적이 아니었던 크랭크는 투나의 반응을 되뇌어보고는 그래도 상관없겠다고 생각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무릎을 탁치며 고개를 든 무슈 길드 마스터가 크랭크를 보았다.

“그런데 이거 누가 만든 건가? 이건 마법사나 마도공학자의 솜씨야. 절대로 넌 아냐.”

“밝힐 수 없습니다. 비밀계좌도 그걸 위한 것입니다.”

잠시 수염을 잡아당기던 무슈 마스터가 입을 열었다.

“혹시 저번에 토벌했다는 흑마도사의 잔당인가?”

모두가 크랭크를 보았다. 크랭크는 낮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아닙니다. 그리고 출신과 출처를 따져가며 인재와 기술을 고른다면 인류의 진보는 오히려 더뎌 질 것입니다.”

“뭐, 좋다!”

가까이 다가온 무슈 길드 마스터가 그에게 손을 내밀었다. 크랭크는 허리를 숙여 그의 손을 잡았다.

대략적인 물밑 협상을 끝낸 그들은 이튿날 영주의 집무실에 다시 모였다.

보고를 받은 영주는 아리에테의 몸을 보고 놀라움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미리 이야기가 진행된 상태였기 때문에 최종적으로 영주의 승인이 필요했다.

“허가합니다. 의수 제작소를 만들면 많은 일자리와 많은 돈이 움직일 것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안겨 줄 수 있을 것입니다.”

“맞습니다. 팔과 다리를 잃고 틀어박힌 전설적인 모험가들을 다시 불러 낼 수 있습니다.”

무슈 길드 마스터가 말했다.

“시험 삼아 한 세트 만들어보고 싶은데, 저 여기사가 수족이 없으니 실험용으로 좋을 것 같군요.”

“허가합니다. 연구비 걱정은 말고 진행하세요. 도시에 특산품이 많아지는 것은 영주로서 언제나 환영하는 바입니다.”

신경계 링크 기술을 기반으로 한 자동의수 제작은 이제 완전히 아르곤 도시 사업이 되었다. 하지만 아직 공여된 기술실증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수효도 가늠이 안 되기 때문에 크랭크는 큰 기대를 가지지 않았다.

그는 다만 판터와의 약속을 지키고 싶었을 뿐, 나머지는 이제 도시와 길드의 관련자들이 알아서 할 일이다.

“떠넘기기 성공!”

앞에서 걷고 있는 캐롯의 당찬 목소리에 뒤 따르던 크랭크가 좀 웃었다. 아리에테가 눈을 크게 떴다.

“떠넘기기라고?”

“맞아. 솔직히 떠넘기기다. 우린 할 일이 많아, 이제 저 사람들이 알아서 할 일이지.”

“욕심이 없군. 저건 신기술이지 않나? 주축이 되어 활약하면 출세도 꿈이 아니다.”

아리에테가 크랭크를 올려다보았다. 마침 고개를 돌린 그의 투구와 시선이 맞았다.

“나는 커다란 야망을 꿈꾸는 성인군자가 아니다. 그리고 내가 만든 기술도 아니고,”

그의 말뜻을 풀어보려고 고심하는 얼굴이 된 아리에테를 두고 캐롯이 뒤를 돌아본다.

“자! 이제 다음은 어디로 가지?”

“일단 베누스를 완성하고, 좀 쉬었다가 너 소프트 스킨 다시 올리고, 그 다음은 길드의 퀘스트 명판을 보면서 생각해보자.”

“올해도 바쁘겠네.”

“그렇지. 인생은 짧고 할 일은 많다.”

이야기를 하던 크랭크가 멈춰 섰다. 그리고 팔짱을 낀 채 한 손으로 턱을 바치고 생각에 빠진 아리에테를 돌아보았다.

그녀가 고개를 든다.

“음? 왜?”

“아리에테, 넌 이제 어떻게 할 거지?”

“어···?”

크랭크는 계속 말했다.

“이번 남부 출장으로 네 몸에 들인 금액은 전부 회수 했다고 해도 좋다. 거스름돈이 남을 정도지. 그래서 말인데, 네가 원한다면···.”

“우리는!”

크랭크가 하고 싶은 말을 눈치 챈 아리에테가 버럭 외쳤다. 그리고 말을 이었다.

“···가족이다. 전에 캐롯에게도 말했지만, 나는 너희들 말고는 딱히 기댈 곳이 없다.”

외로운 강아지 같은 얼굴을 한 아리에테를 내려다보던 크랭크가 투구를 좀 매만지더니 입을 열었다.

“그저 확실히 해두고 싶을 뿐이다. 너는 자유롭다. 우리는 친구고, 파티며, 원한다면 언제든 오고 갈 수 있다. 지금은 그걸로 충분하겠지?”

“음!”

팔짱을 하고 두 사람을 쳐다보던 캐롯이 씩 웃는다.

“그래서 저녁은 뭘 먹을래?”

“스튜! 팬케익!”

이틀 날부터는 본격적인 휴식과 재정비를 시작했다. 반쯤 분해되었던 베누스의 조립을 마친 크랭크는 정말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쉬거나 책을 읽거나 했다. 운동도 하지 않았다.

체력이 떨어진 상황에서 무리하게 운동하면 오히려 근손실이 온다는 알 수 없는 말만했을 뿐이다.

아리에테도 처음에는 검술 연습을 하거나 했지만 곧 투나를 끌고 다니며 함께 도시 관광을 하거나 캐롯을 따라 시립 도서관을 방문하거나 했다.

쾅쾅쾅쾅쾅-!

새로 발급한 도서관 회원증에 큼직한 도장을 연달아 찍은 여자가 고개를 든다. 안경을 끼고 머리를 틀어 올린 고지식한 얼굴의 여자였다.

“다됐어. 여러분들 회원증 챙기도록 하세요.”

“와, 사람들 목소리보다 도장 찍는 소리가 더 커요.”

“사서는 나야. 그러므로 여기서 법은 나지.”

엄지손가락으로 자신의 얼굴을 가리키며 깡패 같은 표정을 지은 루루 사서가 캐롯을 내려다보자 캐롯이 빠하하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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