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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인형 오토마톤-76화 (76/329)

오토마톤과 함께 하는 신부후보! 76

방파제 역할을 맡은 개척민 마을의 이름은 원래 아네모네라는 꽃 이름이었지만 지금은 바뀌었다.

니베라 제1차 방어선 콘크리트 방주요새 맨드라미,

판터를 중심으로 경비병들과 모험가들이 방어 병력으로 주둔하고 있으며, 피란민들도 다시 돌아와 재건에 힘썼다. 크랭크와 캐롯을 포함한 모험가들도 매일 밀려드는 몬스터들과 공성전을 벌이면서도 시간이 남으면 마을의 복구에 힘을 보탰다.

그렇게 1월 중순, 마지막 미스트 웜의 격파를 끝으로 일주일간 미스트 웜은 목격되지 않았고, 그것을 기점으로 남부 겨울 사냥은 막을 내렸다.

그 즈음 길드에서는 정산이 시작되었다. 한몫 단단히 잡은 모험가들은 마구 돈을 뿌려대기 시작했고, 니베라의 상인들과 시민들은 몹시 기뻐했다.

딸랑-!

무기점의 문이 열리고 만면에 웃음꽃을 피운 아리에테가 들어서자 근육질의 점주가 웃으며 반긴다.

“오! 아리에테!”

얼마나 자주 들렸는지 이름까지 기억하게 되어버렸다.

“점장, 우리는 이제 떠난다. 인사를 하러 왔다.”

“오! 안 돼! 나는 아직 당신들에게 팔아먹고 싶은 무기들이 많다고!”

아리에테가 웃는다. 점장도 웃었다. 그가 커다란 주먹을 들자 아리에테도 마주 주먹을 들어서 가져다 댔다.

주먹인사는 요즘 남부에서 최신 유행이 되어버렸다.

“기회가 된다면 올해도 꼭 다시 찾아오겠다.”

“그래. 최신형을 가득 쌓아놓고 기다리지.”

친절한 근육 대머리와 인사를 나누고 가게 문을 나서자 에리스가 손짓했다.

“아리에테! 빨리요! 지금 우리 정산하고 있어요!”

“이런! 어서 갑시다!”

두 사람은 모험가로 붐비는 길드로 달려갔다. 분쟁을 피하기 위해 작은 방으로 안내되어져 3명의 길드 접수원들과 마주보는 책상 앞에 캐롯을 앉히고 그 뒤에 팔짱을 낀 크랭크는 호흡곤란이 오는 것을 느꼈다.

좌측에 앉은 사무적인 인상의 남자가 서류를 넘기고 주판 계산기를 튕기고 자기들끼리 확인을 하더니 중앙의 여성 접수원이 입을 열었다.

“파티 당근 타이거즈님, 총 정산금액은 1억 700만 리즈 입니다. 해적선 토벌 의뢰와 그 현상금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셨습니다.”

솔직히 해적 토벌은 얻어 걸린 것이라고 봐도 좋았다.

정산금액을 듣고 아리에테와 에리스는 두 손으로 입을 가리거나 흐뭇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로테는 그냥 박수만 쳤다. 조용히 따라온 베누스는 하얀 천을 쓰고 목발을 짚은 채였다.

캐롯이 뒤를 돌아본다.

“크랭크?”

쓰러질 것 같은 자세로 두 손으로 가슴을 붙잡고 훅훅 거리던 크랭크가 곧 몸을 바로 세웠다. 작년에도 둘을 만났던 접수원은 푸근한 미소를 지었다.

성장하는 모험가를 지켜보는 것은 우리들의 특권이거든요.

“300만 리즈는 지금 필요합니다. 나머지 금액은 약속어음으로 부탁합니다. 아르곤에서 인출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잠시 만요.”

세 사람이 함께 서류를 작성하고 사인을 하고 공증 인증 마력석을 꺼내 두루마리에 끼운 다음 그것을 내민다.

“서류는 상관없지만 그 인증 마력석은 절대 잊어버리면 안돼요. 그 안에 돈이 들었다고 생각하시는 것이 좋아요.”

“와! 약속어음 처음 끊어 봐요.”

귀엽다는 듯이 두 손으로 캐롯의 볼을 매만져보던 접수원이 방긋 웃는다.

“그 많은 돈을 들고 다닐 수는 없으니까요. 일단 위조는 거의 불가능.”

서류와 인증 마력석을 받아든 크랭크가 약간 불만스러운 투로 말했다.

“통신만 뚫리면 우리는 한층 더 가까워 질 수 있을 텐데 말입니다.”

“바깥에 엘프 분이 있는데 말씀해 주세요.”

고개를 끄덕인 크랭크는 인사를 하고 문을 나섰다. 정말로 콘센 파티의 엘프 여성 모험가 바닐라가 파티 사람들과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음···!”

“뭐요. 왜?”

“아닙니다. 됐습니다. 당신이 무슨 잘못이 있겠습니까.”

“예? 이보세요! 크랭크!”

크랭크의 행동을 흥미롭게 지켜보던 접수원들이 고개를 돌리고 웃거나 피식피식 거렸다. 바닐라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이 길드를 나서는 그의 등을 돌아보다가 사람들의 부름에 서둘러 안으로 들어갔다.

준비금을 나누고 시장에서 약간의 보급을 마친 그들은 아르곤 상회 니베라 지점으로 향했다. 오늘 정오에 아르곤으로 돌아가는 상단을 미리 알아봐두었기 때문이다.

“출발합니다!”

놀랍게도 그 16호차의 기스와 카키가 다시 그들을 맞이했다.

“와! 이런 우연이! 다시 만나서 반갑네요!”

“또 만나는 군요. 반갑습니다.”

다시 모인 사람들은 이동하는 내내 창밖의 풍경을 구경하면서 그 동안의 이야기를 나눴다.

“하하하! 캐롯 이야기는 지금 아르곤에도 퍼져 있어요!”

“와! 정말요?!”

차장 기스가 말했다.

“저 놈이야, 저 수다쟁이 놈이 제일 먼저 퍼트렸어.”

“으헤헤헤! 모험가 길드 마스터께서 아주 좋아하시던 걸요? 저 용돈 받았었어요. 아마 자세한 이야기 때문에 부르실 걸요?”

“오오오!”

캐롯이 돌아보았지만 크랭크는 짧은 한 숨만 쉴 뿐이었다.

그러던 카키가 유령처럼 하얀 천을 뒤집어 쓴 오토마톤을 가리켰다.

“이건 누구에요? 사람이에요?”

“베누스. 니베라에서 구입한 오토마톤입니다. 다리가 좀 불편하니 그냥 두십시오.”

카키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다시 그들을 보면서 그동안 쌓아온 수다를 떠들어 대기 시작했다. 캐롯도 지지 않고 그와 입심을 겨뤘다.

자리에 앉아서 무심하게 창밖을 내다보는 크랭크였지만 그는 앞으로 아르곤에서 처리해야할 일 때문에 머리가 터질 지경이었다.

바로 아리에테와 시온에 대한 것이다.

일주일간의 느릿한 여행을 거쳐 다시 아르곤으로 돌아온 아리에테는 비명을 질렀다.

“으허어억?! 여긴 아직 한 겨울이야!”

“한계선을 지났으니 그렇다. 여긴 3월까지 눈이 녹지 않아. 4월에 갑자기 봄이 오지.”

“끔찍하구나. 으덜덜···!”

서부 출신의 아리에테는 추위를 많이 탔다. 에리스가 방긋 웃는다.

“익숙해지면 괜찮아요.”

“북부 토박이에겐 듣고 싶지 않은 말이군요. 에리스.”

코트 하나만 입은 에리스는 빙그레 웃기만 했다. 상단 자동화물차량에서 내려 다른 모험가들과 함께 상회 본부로 가서 임무 완료 확인을 받은 그들이 향한 곳은 집이 아니라 길드였다.

“이 몸 도착-!”

길드는 한산했다. 모험가들은 대부분 남부에 아직 남아 있는 상태거나 한창 상경 중이었고, 그래서 그들을 반긴 것은 길드 접수원들이었다.

“와-! 캐롯! 돌아왔군요!”

“오리온!”

오토마톤과 손을 잡고 춤을 추며 신나하는 접수원을 보고 크랭크가 손을 든다.

“길드 마스터는 계십니까? 아, 그전에 이걸 결제하고 싶습니다.”

크랭크는 니베아에서 챙겨온 약속어음 서류와 인증 마력석을 내밀었다. 그걸 받아와서 조회한 오리온이 놀라운 목소리로 말했다.

“와-! 1억이 넘어요? 5인 파티 평균 수입을 가볍게 넘어버렸는데요?”

“중간에 해적선도 하나 때려잡아서 그래요. 현상금이 있더라고요.”

“그래도 대단하세요. 작년과 엄청난 차이거든요? 금액은 어떻게 할까요? 하지만 지금 당장은 전부 못 드려요. 아직 현찰을 가져다 놓지 않아서.”

크랭크는 에리스를 돌아보았다. 마침 길드 안에 다른 모험가들이 없어서 크랭크는 수첩을 꺼내들고 계산 내역을 살펴보면서 말했다.

“에리스, 기부금포함해서 3천만 리즈 어떻습니까?”

에리스가 기절했다.

“어어엇?!”

아리에테가 그걸 붙잡자 크랭크는 뒤를 돌아보았다.

“3천만 리즈 현찰은 있습니까?”

“그건 가능해요.”

하지만 기절한 에리스는 쉽게 깨지 못했다. 캐롯이 되물었다.

“그게 계산 맞아?”

“아니, 대충 때려보았다. 우린 에리스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그리고 운도 따랐다. 선심을  이럴 때 쓰는 거다. 신관들에게 잘 보여서 나쁠 것은 없지 않겠냐?”

에리스를 추스르던 아리에테는 기가 차버렸다.

“신관들에게 잘 보이고 싶다고? 전에 인류의 박애 따위 엿이나 먹으라고 하지 않았나?”

“생각보다 머리가 좋군. 그걸 기억하고 있다니.”

“너무 하는 군! 이래보여도 나는 기사학교 졸업생이다!”

“그건 됐고.”

“아니! 되지 않았다! 나를 봐라!”

아리에테가 두 팔을 들어 올리고 소리를 꽥 질렀지만 크랭크는 무시했다. 에리스가 깰 때까지 그는 모험가 길드 마스터와 면담을 요청했다.

2층의 길드장실로 올라가자 항상 정장을 입고 출근하는 길드 마스터가 두 팔을 벌리며 그들을 맞이했다.

“어서 오십시오! 크랭크! 그리고 귀염둥이 캐롯! 여신의 인형!”

“우헤헤헤~!”

캐롯이 좋아한다. 마주 서서 그와 이야기를 하던 크랭크가 팔짱을 끼었다.

“그래서, 아리에테의 의수 때문에 남부 유명 모험가 판터가 기술지원을 요청했습니다.”

“세상에! 크랭크! 내가 안보는 사이에 무슨 짓을 하고 다니는 거요! 이렇게 좋은 이야기 거리를!”

크랭크는 머리가 아파오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길드 마스터는 의외로 제정신이었다. 그는 재빠르게 말을 돌렸다.

“큰 건수로군요. 그 건에 대해서는 오토마톤 정비 길드와 영주님, 그리고 상회 조합장과 협의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당장 합니까?”

“3~4일 내에 연락드리겠습니다. 그 동안 자료를 준비해놓으세요.”

“알겠습니다.”

고개를 꾸벅인 크랭크가 몸을 돌리려는데 길드 마스터가 붙잡았다.

“그 여신의 인형 이야기 자세히 좀 듣고 싶군요. 지금 수도에서 직접 연락이 오고 있는 상황이라서,”

“그럼 내일 아침에 캐롯을 보내드리겠습니다.”

“오! 고맙구려!”

1층으로 내려가자 의자에 앉은 에리스가 찬물을 마시고 있었다.

“3000만 부족하겠습니까?”

“푸흡!”

물을 뿜어놓은 입이 벙긋거리기 시작했다. 캐롯이 나섰다.

“자, 진정해. 심호흡해, 후하! 후하!”

진정한 에리스가 겨우 입을 뗐다.

“계, 계산이 맞아요?”

“대충.”

“대충은 안돼요!”

“부족합니까?”

“그렇지 않아요!”

“그럼 됐군요. 오리온, 3000만 리즈 현찰로 부탁합니다.”

깜짝 놀란 에리스가 두 팔을 휘저었다.

“아뇨! 일단! 처, 천만 리즈만! 부탁드려요.”

결국 에리스는 1천만 리즈의 현찰 주머니를 받아들었다. 25살까지 수련생으로 지내다 뒤늦게 신력이 발휘되어 신관이 된 에리스는 단 3개월 만에 신전의 은혜를 갚게 되었다.

“사실 이건 내 실력이 아니에요. 그저 파티를 잘 만난 덕택이에요.”

“맞아. 뭐? 불만이야?”

“그건 아니지만, 알 수 없는 죄책감이 든 달까요?”

아리에테가 그녀의 어깨를 짚었다.

“운도 실력이라더군. 가슴을 펴시오. 신관 에리스.”

에리스는 인생이 꽃피는 것을 느꼈다.

“저 부탁이 있어요.”

“뭡니까?”

“바쁘지 않으시면 잠깐만 신전에 같이 가주세요.”

길드를 나선 모두는 이제 신전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신관장을 만났다. 좀 떨어진 곳에서 한참 이야기를 나누던 두 사람은 결국 에리스가 큼직한 주머니를 신관장의 품에 안겨주는 것으로 이야기를 마쳤다.

친구들에게 돌아온 에리스는 펑펑 울고 있었다.

“드디어 보답을 드렸어요! 나, 나는 이제 자유 신관이에요!”

“그래 축하해. 애썼어. 고생했어. 이제 꽃길만 걷자. 네 인생은 이제 시작이야. 할 수 있어. 할 수 있고말고. 네가 최고야.”

“이제 결혼도 할 수 있어요!”

“그렇군요. 축하합니다.”

에리스 눈물을 훔치며 크랭크를 올려다보더니 외쳤다.

“당신의 신부로 입후보 하고 싶어요!”

캐롯과 아리에테이 눈이 튀어 나올 정도가 되었다.

그 와중에 눈치 없는 로테가 박수를 치기 시작한다.

짝짝짝-!

“아냐! 안 돼! 나는 결단코 반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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