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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인형 오토마톤-57화 (57/329)

오토마톤과 함께 하는 남부 출장! 57

공방으로 돌아가는 길, 투나는 울고 있었다.

“흑···.”

아무도 편 들어주지 않는 곳에서 눈치만 보면서 외롭게 살아온 투나의 대인 공포증은 괜히 생긴 것이 아니었다.

“와, 투나도 우네?”

“아, 아니야. 그게···.”

손등으로 눈가를 닦던 투나를 보고 아리에테가 위로했다.

“우리는 가족이다. 우리가 너를 지켜 주겠다.”

“우아앙!”

투나가 아리에테를 끌어안았다. 어리둥절한 캐롯이 크랭크를 올려다보았다.

“왜 이래?”

“슬퍼서 우는 것 같지는 않군. 그리고 이왕 나온 김에 마리아 씨네 여관에 들러서 네 전투복의 진행상황도 알아보고 가자.”

여관에 도착하자 때 마침 전투복도 완성되어 있었다. 나온 김에 식사도 해결하려고 했지만 투나의 격렬한 저항에 결국 포장을 해서 공방으로 돌아왔다.

“으하아아···! 마, 마음이 놓인다···! 우, 우리 집 최고···!”

공방에 들어서자마자 작업실의 의자에 몸을 기대고 늘어진 투나가 긴 한숨을 내쉰다.

“집순이에겐 너무 힘든 외출이었나 봐?”

“응, 어, 어지간하면, 나, 나가고 싶지 않아.”

포장해온 음식들을 테이블 위에 올리던 캐롯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

“어? 그럼 너 남부 출장은 어떻게 할 거야?”

“그, 그거 나도 꼭 가야해?”

국자로 스튜를 떠서 그릇에 나누던 크랭크가 말했다.

“애초부터 데리고 갈 생각은 없었다. 넌 남도록 해라.”

“누구누구 데려갈 거야?”

아리에테가 손을 번쩍 든다.

“나는 함께 가고 싶다! 나도 이제 아르곤의 정식 모험가다!”

“그 전에 미리 말해주고 싶군. 추운 겨울 노숙은 기본이고 몬스터와 목숨은 건 전투를 벌인다. 그걸 견딜 수 있겠나?”

아리에테가 가소롭다는 듯이 웃는다.

“나도 모험일은 잔뼈가 굵었다. 그 정도는 당연하다.”

크랭크는 스튜 그릇을 돌리며 말했다.

“샤를과 로테, 둘 중 하나는 남아서 투나의 경호를 맡아야 하는데. 누굴 데려가지?”

“로테! 로테를 데리고 가고 싶다! 그 검술은 도움이 될 거야!”

고개를 끄덕인 크랭크가 로테를 골랐다.

“샤를, 너는 남아서 투나를 경호해라.”

“알겠습니다.”

“보통 남부 출장은 2달 일정이지만 현지 상황을 봐가며 일정은 조절 될 수 있다. 그동안 투나는 뭘 하며 지내야 할지 생각해봐.”

“으음?”

스튜를 떠먹던 투나가 눈을 동그랗게 뜬다.

다들 식사를 하는 동안 캐롯은 새 전투복으로 갈아입었다. 디자인과 구성은 전과 거의 비슷했지만 약간의 차이는 있었다.

“이거 복대에 웬 주머니가 이렇게 달렸어?”

“요즘 유행이라서 추가해 봤다. 전투에 필요한 장비를 수납 할 수 있어.”

“오! 편리하네?!”

후다닥 식사를 마친 크랭크는 캐롯을 앞에 놓고 대장간에서 사온 무기도 풀어놓았다.

“접이식 도끼.”

“오우오!”

“오토마톤 전용 강철제 슬링.”

“와! 울파 덕에 이런 게 나오는 구나.”

“남은 주머니엔 각종 포션과 지도, 스크롤을 수납할 수 있다.”

“내가 포션이 왜 필요해?”

크랭크의 투구에 그림자와 광기가 서린다.

“독약이다. 몬스터에게 뿌리는 거지.”

“우효~!”

캐롯이 두 손으로 볼을 감싸며 흥분의 감탄사를 내자 스튜에 빵을 찍어 먹던 투나가 눈을 부릅떴다.

“독약! 포션!”

모두가 투나를 돌아보았다.

“그래서 겨우내 약을 만들어보겠다고?”

“으, 응. 힐링포션은 힘들지만. 두, 두통약, 감기약 같은 상비약 정도는 만들 수 있어. 야, 약은 피, 필수품이야. 어, 어디든 하, 항상 수요가 있지.”

“재주가 많군. 기특하다.”

“으헤헤.”

크랭크는 남부 출장기간 동안 생활력 빵점인 투나가 무사히 생존 할 수 있도록 필요한 물건들을 미리 준비해 놓기로 했다.

“식량에서부터 각종 생필품.”

“오우오오!”

“뭘 만들지 모르겠다만 각종 약초.”

“끼요오옷!”

“비상금.”

“우효오!”

“세탁기.”

“으허억!”

“그리고 샤를에게 약재상과 시장의 위치, 세탁기 사용법을 알려뒀다.”

공방에 가득 쌓인 물자들을 보면서 투나는 헤헤 웃었다.

“고, 고마워. 크랭크.”

가만히 투나를 내려다보던 크랭크가 물었다.

“이제 슬슬 그 금덩이의 출처에 대해서 알려줄 때가 되지 않았나?”

“으히히! 그, 그건 좀 더 있다가.”

다음으로 크랭크는 아리에테와 로테의 무장을 만들었다. 보관 중이던 잡동사니에서 롱소드를 전부 꺼내 날을 세우고 칼집도 말끔하게 수리했다.

“우오와···!”

아리에테와 로테는 커다란 덩치의 남자가 회전 숫돌 앞에 앉아 꼼꼼하게 날을 세우고 망가진 칼집을 수리하는 과정을 흥미롭게 지켜보았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탁자위에는 번쩍이는 롱소드가 늘어났다.

“너희들 거다. 시험 삼아 전투복의 소드 벨트에 걸어 봐라.”

녹슨 철검이 번쩍이는 롱소드로 다시 태어나는 것을 지켜보았던 아리에테와 로테는 번쩍이는 검을 받아들고 놀라워했다.

“마스터 크랭크는 마법사 같군요.”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그 고철을 이렇게 멋지게···! 그리고 이렇게나 많이···!”

각자 4자루 씩 검을 받아든 아리에테와 로테의 눈이 반짝 인다. 크랭크가 설명했다.

“스패어와, 그 스패어의 스패어와, 그 스패어의 스패어의 스패어다.”

“응응! 알았다.”

아리에테와 로테가 강아지처럼 연신 고개를 끄덕인다. 하지만 크랭크는 심각했다.

“롱소드를 4자루나 쥐어 주는 이유는 그곳에 가면 알 수 있다. 물자는 필요하다면 현지에서 조달, 노획해서 사용하자.”

“그래, 엄청나다고. 칼이 부러지면 아까워하지 말고 버려. 작년에 어땠냐면···!”

캐롯이 남부 이야기를 들려주는 동안 크랭크는 샤를도 불러서 남은 롱소드를 내밀었다.

“네 거다. 도시 내에서 들고 다니는 건 상관없지만 경비대의 허가 없이 뽑으면 위법이다. 주의해라.”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다들 검을 벨트에 걸어보도록.”

아리에테, 샤를, 로테가 전투복의 소드 벨트에 검을 걸었다. 좌우 허리에 두 자루씩 걸어 매자 꽤 그럴 듯했다.

“방패가 있으면 좋겠군.”

“저는 방패가 필요 없습니다.”

“나도.”

“입맛은 바뀌기 마련이니 이것저것 시도해봐라. 개인 무장은 이 정도면 됐다. 자잘한 것은 나와 캐롯이 준비할 거다. 그리고 받아라.”

크랭크는 투나를 제외한 모두에게 작은 주머니를 내밀었다.

“이제 뭐지?”

“비상금이다. 내가 모든 준비를 해 줄 수 있는 것이 아니야. 그러니 필요한 게 있으면 출발 전에 구매해라.”

“마스터 크랭크, 저는 오토마톤입니다.”

돈주머니를 들여다보던 캐롯이 히히 웃는다.

“그런 건 상관없어. 이 동전 한 닢으로 상인은 모두를 평등하게 대해주거든? 신보다 나을 정도지.”

크랭크가 말했다.

“가지고 있어라. 필요하면 사용해라. 돈은 힘이다. 동시에 무기가 된다. 잊지 마라.”

샤를과 로테, 그리고 아리에테와 시온, 심지어 가만히 구경하던 투나마저도 크랭크의 말을 곱씹었다.

돈은 힘이며, 무기가 된다.

캐롯이 기운차게 외쳤다.

“자! 이제 돈을 벌어들이러 가볼까!”

수일 후, 아르곤 모험가 길드에 남부 도시 연합에서 보내는 협조 공문이 떴다.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겨울, 몬스터들의 대규모 이동으로 난동이 예상되니 북부 모험가들의 지원을 요청한다.

“떴어! 드디어 떴어! 으하하하!”

“가즈아! 남부가 나를 부른다!”

이제나 저제나 기다리던 모험가들이 난리법석을 부리기 시작한다.

공문이 붙자마자 길드 직원들과 모험가들이 부산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길드에서 발행해주는 소개장을 받아든 모험가들은 준비한 자동마차로 이동을 시작했다. 그 중에는 일반 마차, 혹은 말을 타고 먼 길을 떠나는 사람들도 더러 있었다.

“이 계절에 말을 타고 가는 건 좀 어렵지. 겨울 추위는 말도 힘들어해.”

“그럼 우리는 뭘 타고 가지?”

길가에 서서 배낭을 짊어진 아리에테가 성문 앞에 길게 줄 선 사람들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돌린다.

“상단과 함께 이동할 거다.”

“일석이조라고 한데! 호위로 돈을 벌면서 가는 거지!”

“확실히 좋은 방법이다.”

사람이 혼자서 사는 것도 한계가 있다. 교류, 교역은 어느 세계나, 어느 민족이나, 어느 종족이나 매우 중요하게 생각했다. 그것은 도시도 마찬가지라서 각 방주 도시에서는 상회와 상단을 조직하고 특산품과 공산품을 거래했다.

“경제라는 게 그렇게 흘러가는 거지.”

아르곤 상회 조합으로 가는 길, 씩씩하게 앞장선 캐롯이 낭랑하게 말했다. 눈을 동그랗게 뜨고 캐롯을 내려다보던 아리에테가 크랭크를 올려다본다.

그의 투구는 먼 곳을 바라본 채로 목소리만 흘러나왔다.

“칼질만 해서는 살 수가 없다. 상식은 중요하지. 너도 책을 읽어라.”

“음, 알았다.”

“하하하! 출장에서 돌아오면 다 같이 도서관에 등록하러 가자고!”

고개를 돌린 크랭크는 뒤에서 배낭을 메고 얌전히 따라오는 로테를 보았다.

“너와 샤를도 도서관 회원으로 등록시켜주마. 어떤 방법으로든 지식을 쌓아라. 너를 포함해 네 주위사람들에게 큰 도움이 된다.”

가만히 듣고 있던 아리에테가 입을 벌렸다.

“오토마톤도 등록 시킬 수 있나?”

“그럼! 나도 회원인 걸? 아르곤 시립 도서관 사서는 지식을 쌓는데 사람이고 오토마톤이고 그런 건 상관없다고 여기는 별난 사람이거든, 말하는 중에 상회 조합에 도착! 여러분!!!”

조그만 몸으로 우렁차게 외치자 대형 창고에서 자동화물차량에 짐을 실어 올리던 인부들이 고개를 돌린다.

양 볼에 손가락을 댄 캐롯이 귀엽게 몸을 기울였다.

“안녕?”

인부들이 피식피식 웃으면서 다시 몸을 움직인다.

“캐롯 왔냐.”

“땅콩 오랜만이네.”

“오, 광견병 걸린 햄스터가 아니냐.”

캐롯이 버럭 외쳤다.

“광견병 걸린 햄스터라니! 그게 대체 언제 적 이야기야!”

크랭크와 인사를 하던 인부 하나가 팔을 들어 가리켰다.

“저쪽 사무실로 가시면 됩니다. 곧 출발 할 겁니다.”

상단 사무실 앞에는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모여 웅성거리고 있었다. 그 중에는 아는 얼굴도 몇 있었다.

“캐롯.”

“크랭크.”

“반갑습니다.”

“이얏호우! 안녕하세요! 밀턴 아재도 왔네?”

안면 있는 모험가들과 인사치레를 하던 크랭크가 모두에게 소개했다.

“제 파티입니다. 아리에테와 로테,”

아리에테와 로테가 고개를 까딱였다. 모두들 크게 반가워했다. 캐롯이 멀리서 또 아는 사람을 발견하고 손을 들어 올리며 깡총깡총 뛰었다.

“플루이드! 플루이드! 여기야!”

모험가들 사이에서 서류를 들고 다니며 정신없어 하던 플루이드가 캐롯의 목소리를 듣고 놀라서 고개를 돌린다.

“캐롯?”

이윽고 사람들의 틈새에서 크랭크의 목마를 탄 캐롯이 쑥하고 올라왔다.

“안녕! 이제 좀 잘 보이네. 바쁜가봐?”

둘의 모습을 보고 플루이드가 그만 웃어버렸다. 주변 모험가들도 푸근한 표정을 지었다.

“너희들도 남부 출장 가는 거야?”

“그렇지. 바짝 벌어놔야지. 인생은 한 철이거든?”

“요즘 돈이 없어. 이 녀석 수리비로 거의 다 써버렸거든.”

플루이드는 빙그레 웃더니 캐롯에게 서류 한 장을 건 낸다.

“방금 왔지? 이거 읽어보고 저기 가서 등록해.”

웃음기를 감춘 캐롯이 진지하게 말했다.

“그런데 너 얼굴이 전이랑 좀 달라 보이는데?”

“어, 그래? 어떤데?”

“뭐랄까, 좀 어른스러워졌어. 그 어른이 뭔지 나는 아직도 잘 모르겠지만.”

플루이드가 빙그레 웃었다. 크랭크도 한 마디 거들었다.

“훨씬 보기 좋구나.”

“고마워.”

씩 웃은 캐롯이 크랭크의 투구 위에서 안내서를 펴들고 읽더니 외쳤다.

“언제나와 같은 동의서야! 가자! 크랭크! 접수다!”

“음!”

크랭크가 휘적휘적 걸어서 상단 접수처로 향했다. 그 모습을 돌아보던 플루이드는 고개를 돌렸다가 아리에테와 로테를 보고는 서류를 내밀었다.

“등록 하셨나요?”

“아, 우리들은 크랭크의 파티 멤버입니다.”

플루이드의 눈이 커졌다.

“크랭크의 파티 멤버요?”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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