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누가 누구를 때렸다고?2021.12.13.
메이아의 몸은 한 번 잠들면 잘 깨어나지 않는 대신 아침잠이 적은 편이었다. 햇살이 조금만 눈을 간지럽혀도 저절로 눈이 떠지곤 했으니까. 오늘도 마찬가지였다. 일찍 일어난 만큼 차도 한 잔 마시면서 여유롭게 아침 시간을 보내려고 했는데.
“시터님! 아가씨께서 없어졌어요!”
“푸웁!”
나도 모르게 입에 있던 찻물을 뿜고 말았다. 뭐, 뭐라고?
“헉, 괜찮으세요?”
리타의 물음에 나는 괜찮다는 듯 손을 내저었다. 이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아이샤가 없어졌다고요?”
“네! 지나가다 아가씨 방이 열려 있어서 봤는데, 빈방이었어요!”
아직 오전 7시도 채 안 되는 시간. 아직까지 어린이는 꿈나라에 있을 시간이었다.
‘시터 첫날부터 이런 일이 생긴다고?’
나는 한숨을 길게 내뱉으며, 찻잔을 내려놓았다.
“공작님께서는 알고 계세요?”
“아뇨! 어떻게 말씀드려요! 아가씨께서 예절 수업을 앞두고 사라지셨다는 걸 아신다면 저희 모두…….”
리타가 창백해진 얼굴로 몸을 떨었다. 물론 라크하를 두려워하는 마음은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그보다 내 귀에 먼저 들어온 단어가 있었다.
“예절 수업이요?”
“아, 네! 꼭 예절 수업이 있는 날 사라지셔요!”
아아, 나는 또 더 심각한 일인 줄 알았네. 이를테면, 습격을 받아서 실종됐다든가. 나는 그제야 가슴을 쓸어내렸다.
“평소에는 이렇게 사라지면 어디서 찾았나요?”
“찾은 적이 한 번도 없어요! 그래서 전에 아가씨를 봐주셨던 시터님께서 굉장히 고생하셨어요.”
이 똥강아지가, 아침마다 전쟁을 일으켰구나. 인간이란 자못 아침 컨디션에 예민한 동물이었다. 그런데 오전부터 이 사람, 저 사람 속을 썩이고 다닐 줄이야. 악동이란 명성을 괜히 얻은 게 아닌가 보다.
“델카인은요?”
“도련님께서도 아가씨를 찾고 계세요.”
“……알겠어요. 저도 한 번 찾아볼게요.”
일단 창문 좀 닫고. 일어나 창문을 닫으려는데, 조그만 뒤통수가 눈에 띄었다.
“……델카인?”
저기서 뭐 하고 있는 거지? 리타의 말대로라면, 아이샤를 찾고 있어야 했다.
“네? 뭐라고 하셨어요?”
“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나는 고개를 내저으며 창문을 닫았다.
‘말하지 않는 게 좋겠지.’
델카인이 다람쥐처럼 생긴 동물을 땅에 묻고 있었다는 걸. 누구에게 알린다고 해서 좋을 일도 아니었다.
“그럼 이제 아이샤를 한 번 찾으러 가볼까?”
“언니!!!!”
쾅! 카랑카랑한 목소리와 매너 하나 없는 행동. 이 두 가지가 부합하는 사람은 안 봐도 뻔했다.
“아, 아가씨? 대체 어디 계시다가…….”
아이샤는 자신에게 말을 거는 리타를 가뿐히 무시했다. 쿵쿵쿵쿵. 층간 소음을 방불케 하는 발걸음 소리. 화가 제법 난 듯 아이샤가 발을 크게 구르며 나에게 걸어왔다.
“아이샤, 어디 있다가 온 거야. 다들 널 찾는다고…….”
“언니라도 솔직하게 말해!”
나도 무시당했다. 시터로 일하는 동안 저 똥고집이 꺾이는 걸 보는 날이 오긴 할까.
“오빠랑 잤어?!”
“……뭐?”
무턱대고 오더니 하는 질문이 ‘잤어?’라니. 아인티아는 어쩜 매번 이렇게 직설적인 말로 나를 당황시키는지. 하지만 저게 무슨 의미로 하는 말이든, 대답은 확실했다.
“아니, 그럴 리가."
"거짓말 치지 마!"
이런 걸 보고, 전생에 있던 곳에서 흔히 듣던 '답정너'라고 하는 걸까. 걸핏하면 거짓말이라고 대뜸 소리부터 지르니 머리가 지끈거렸다.
"아이샤, 정말로 같이 안 잤어."
"그럼 저 하녀는 왜 저런 반응인데!"
아이샤가 리타를 가리키며 눈을 치켜세웠다. 리타는 두 손으로 양 뺨을 잡은 채 얼굴을 붉히고 있었다.
'그쪽이 왜 부끄러워하는 건데…….'
그녀를 바라보며 나는 직감했다. 내가 무슨 소리를 해 봤자 아이샤의 오해가 풀리지 않을 거라고.
"너무해,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가 있어?"
"아이샤……."
"아직 나랑도 안 잤는데, 어떻게 오빠랑 먼저 잘 수가 있냐고!"
다행히 민망한 쪽으로 물은 질문은 아니었다. 그렇다면, 아이샤의 오해를 풀 방법이 있을지도 몰랐다.
"아이샤, 리타 씨가 저렇게 부끄러워하는 건 다른 이유 때문이야."
"내가 바보인 줄 알아? 성인 남녀 둘이서 잠자는 건 부끄러운 일이라고 들었어! 저 하녀는 이미 언니가 오빠랑 잔 거 알고 있으니까 부끄러워하고 있는 거잖아!”
오해를 풀 수 있긴 개뿔. 기를 쪽쪽 빼먹는 소모전을 할 바엔, 차라리 달래는 게 더 빠를지도 몰랐다.
"그럼 내가 아이샤랑 자면 될까?"
"그건 당연한 거지!"
"하지만 공작님이 반대하시면 어쩌지?"
"괜찮아. 내가 이겨."
아이샤가 허리에 손을 올리며 자신만만하게 단언했다. 의기양양한 자태에 리타가 활짝 웃으며 박수를 쳤다.
"어머~ 믿음직하세요! 아가씨 모습에 분명 시터님도 믿을 수밖에 없을 거예요."
"흥! 물론이지! 언니, 나 믿지?"
"……."
아이샤의 어깨가 더욱 위로 치솟았다. 하지만 이미 라크하와 아이샤 사이의 신경전을 몇 번 봐온 바.
‘못 이길 것 같은데.’
내가 대답이 늦자, 옆에 있던 리타가 팔꿈치로 내 허리를 쿡쿡 찔렀다.
"아…… 응."
다시 한번 더 옆구리를 건드리는 감각이 느껴졌다. 아, 너무 영혼 없이 얘기했구나. 나는 황급히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주억거렸다.
"믿지! 그래, 믿고말고."
엄지손가락까지 치켜세우며 호응을 해주자, 아이샤가 이젠 턱까지 치켜들었다.
이러다 뒤로 넘어가지 않을까, 걱정이 됐다. 다행히 적절한 타이밍에 아이샤의 행동을 막아준 이가 있었다.
"아가씨! 여기서 뭐 하시는 겁니까!"
"히익! 시, 시롬?"
열려 있던 방문 앞에 처음 보는 남자가 서 있었다. 그는 아이샤를 보며 험악하게 인상을 찡그렸다.
"곧 예절 수업 시간인 걸로 알고 있는데, 제가 잘못 알고 있는 건가요?"
"시롬이 잘못 알고 있는 거야."
"그럼 공작님께 말씀드려도 되겠습니까?"
아이샤의 표정이 똥이라도 씹은 듯 잔뜩 구겨졌다. 하지만 라크하에게 들키기는 싫은 건지 터덜터덜 문 앞까지 걸어갔다. 그러곤, 방문을 닫기 전 시롬을 쏘아 보았다.
"시롬! 너무 시롬!"
"제가 이름 가지고 놀리지 말라고 했을 텐데요!“
"개시롬! 엄청 시롬!”
"아가씨!"
아이샤가 혀를 쭉 내밀더니 쿵, 방문을 닫았다. '아이샤'라는 폭풍이 휩쓸고 지나간 자리엔 정적만이 흘렀다.
'와, 악동 맞네.'
내가 더 얄미울 정도였다. 시롬은 고작 몇 초 만에 폭삭 늙은 얼굴로 제 얼굴을 쓸었다.
"하……."
"그 마음 이해해요."
안타까운 마음에 시롬에게 자그만 위로를 건넸다. 그는 심호흡을 여러 번 한 뒤에야, 편안해진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감사합니다. 시터님. 아가씨 때문에 제 소개가 늦었죠? 전 아인티아 공작님의 보좌관, '시롬 이라기'입니다.”
시롬 이라기? 하필 아이샤가 놀리던 말 때문일까. 시롬 이라기, 시롬 일하기, 일하기 시롬? 문득 연상되는 단어들에 나는 웃음을 참기 위해 고개를 푹 숙여야 했다.
'슬픈 생각을 하자. 슬픈 생각.'
*** 시롬은 이미 사직서를 내고 나간 전 시터를 대신해서 내게 인수인계를 해 주었다.
"도련님과 아가씨께서 수업 중이실 때에는 따로 쉬셔도 되고, 곁에서 지켜보고 있으셔도 됩니다."
"아, 네."
"수업을 빠지지 않도록 주의시키고, 특히 사고를 치지 않도록 잘 지켜봐 주시는 게 주업무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지켜본다고 똥강아지들이 사고치는 걸 막을 수 있을까. 어쩐지 자신이 없다. 내가 심란한 표정을 짓자, 시롬이 부드럽게 웃으며 나를 타일렀다.
"그래도, 아가씨께서 시터님을 잘 따르시니 잘 해내실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잘 따르는 것 같지만, 자세히 보면 내가 끌려다니고 있는 걸 알고 있으려나 모르겠다.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 위로였다.
"……그렇군요."
“아, 그리고 아직 아가씨와 도련님 방을 모르시죠?”
"네."
"제가 안내해 드릴 테니, 잘 외우십시오."
시롬이 방문을 열더니 따라오라는 듯 눈짓했다. 나는 그의 뒤를 따라 걸었다.
"도련님과 아가씨께서 머무시는 곳은 서쪽 별관입니다. 다이닝 룸도 다 이곳에 있고요."
"공작님의 침실이 있는 곳과 같은 위치네요."
"네, 여기 회랑을 지나서 통과하면 금방 도착할 수 있으니 꼭 기억해 두세요."
회랑을 지나면 빠르다. 나는 그 정보를 머릿속에 빠르게 집어넣었다. 앞으로 동쪽과 서쪽 별관을 왕복해야 할 텐데, 지름길을 두고 빙 둘러 갈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시롬은 계속해서 저택에 대해 상냥하게 설명을 해주었다.
"본관은 주로 큰 행사가 있을 때나 업무, 또는 손님을 맞이하는 용도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대화를 하면 할수록 시롬이 선하고 올곧은 사람이라는 게 느껴졌다. 나름 인물도 나쁘지 않고.
"자, 도착했습니다."
시롬과 대화를 나누면서 저택 구경을 하다 보니 어느새 쌍둥이들의 방 앞에 도착해 있었다. 나는 내게 친절한 설명을 해 준 그에게 진심을 담아 허리를 숙였다.
"감사해요."
"아닙니다. 진작 이렇게 소개해드렸어야 했는데. 늦어서 죄송합니다."
어쩜 말도 저렇게 곱게 할까. 오래간만에 보는 친절하고 상냥한 사람에게 감동을 느끼던 찰나. 쌍둥이들의 방문이 열리더니, 풍채가 좋은 부인이 또각또각 걸어 나왔다.
'누구지?'
도도하게 째진 눈꼬리. 우아한 입술선. 사람을 억누르는 듯한 고유의 기세. 그녀는 앞에 서 있는 나를 발견하곤 한 쪽 눈썹을 치켜올렸다.
"누구신데, 예의 없게 앞을 막고 있는 거죠?"
"아, 마침 수업이 끝났나 봅니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네요. 티테스 백작부인, 이번에 새로 오신 시터님이십니다."
"새로 온 시터……?"
티테스 백작부인은 눈을 가늘게 뜬 채 나를 내려다보았다. 얼추 키가 비슷한 듯했으나, 그녀가 굽이 있는 구두를 신은 탓에 눈높이가 더 높았다. 나는 그녀를 향해 살짝 몸을 숙여 인사했다.
"반가워요, 티테스 백작부인."
“아, 네.”
성의 없는 인사에 당황한 나는 고개를 번쩍 들어 티테스 백작 부인을 쳐다보았다. 눈이 마주치자 그녀는 못 볼 걸 봤다는 듯 고개를 휙 돌렸다.
"쯧, 행동거지하고는. 누가 노예 출신 아니랄까 봐, 천박하긴."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는 것 같았으나 생생하게 들려왔다.
‘지금…… 내가 제대로 들은 게 맞나?’
순간 얼이 빠졌다. 생전 처음 보는 사람에게 무턱대고 무시를 당할 거라곤 생각도 못 했으니까. 시롬도 들은 건지 흘끔 나와 티테스 백작 부인의 눈치를 보았다.
“티테스 백작 부인. 오해가 있으신 것 같습니다만…….”
“어떤 오해가 있다고 말하고 싶은 건지요?”
“시터님께서는 노예 출신이 아니십니다.”
“아니라고요?”
날이 선 시선이 나를 위아래로 훑었다.
“그럼 어디 출신인지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궁금하네요.”
“그건…….”
시롬은 당황한 듯 말을 얼버무렸다. 그럴 만도 했다. 내가 누군지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은 라크하뿐일 테니까. 혹여나 시롬이 내 정체를 알고 있다고 해도 공개적으로 알릴 순 없을 터. 그러나 티테스 백작 부인은 다른 의미로 받아들인 모양이었다. 그녀는 천연덕스럽게 눈을 크게 떴다.
“어머, 어쩌면 항간에 떠돌던 소문이 맞을지도 모르겠네요.”
“어떤 소문 말입니까?”
“최근에 아인티아 공작가에서 노예시장에 들렀다는 게 밝혀져 화제가 됐더군요. 제가 듣기론 그 이유가 아무도 시터를 지원하지 않아서라던데.”
그 소문 때문에 내가 노예출신이라고 확신하고 있었던 거구나. 하지만 이성과 달리 내 감정은 울컥거렸다.
‘그래도 소문일 뿐인데 처음부터 노골적으로 무시하는 게 말이 돼?’
티테스 백작 부인은 뒤에 닫힌 방문을 흘겨보더니 목소리를 낮췄다.
“아인티아 공녀와 공자가 일전에 있던 시터에게 조금 거칠긴 했잖아요?”
“……새 시터를 구하기 위해 잠시 들리긴 했습니다만, 그곳에서 데려온 분은 아니십니다.”
“호호, 출신을 말씀해주시지 않으니 혹시나 했죠.”
티테스 백작 부인이 들고 있던 부채로 제 입을 가리며 슬쩍 눈웃음을 쳤다.
“어쨌든 보좌관님, 출신이 확실하지 않은 사람에게 너무 마음 주지 마세요. 어떻게 데려온 건지는 모르겠지만, 이번에도 금방 쫓겨날 테니까.”
“티테스 백작 부인.”
시롬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이러다 시롬과 티테스 백작 부인의 사이가 틀어질지도 몰랐다. 나는 시롬을 잡아 말렸다.
“저는 괜찮아요. 보좌관님.”
나로 인해 일어난 일 때문에 시롬을 곤란하게 하고 싶진 않았다. 그리고 이런 곳에서 소란을 일으켜봤자 좋을 건 없었다. 나는 애써 들끓는 속을 달랜 뒤 티테스 백작 부인을 보며 웃었다.
“바쁘신 것 같은데 얼른 가보셔야 하지 않겠어요? 다음에 또 봬요.”
마음에도 없는 소리였다. 내 분에 못 참아 성질이 나오기 전에 이 상황을 넘기기 위한. 하지만, 기어코 티테스 백작 부인은 내 성질을 건들고 말았다. 그녀는 한쪽 입꼬리를 당기며 웃었다.
“과연 다음이 있을까요? 아쉽게도 그럴 일은 없을 것 같은데.”
“…….”
“농담이에요, 왜 그렇게 무서운 표정을 지으신담.”
내가 가장 싫어하는 부류였다. 어떻게든 참고 넘어가려고 해도, 끝까지 싸움을 거는 부류. 의식할 새도 없이 입술 사이로 헛웃음이 터져 나왔다.
“하.”
“하? 지금, 비웃으신 건가요?”
"죄송해요, 별별 억측을 다 하시는 게 신기해서 그만 웃음이 나와버렸네요."
"뭐, 뭐라고요?"
티테스 백작부인의 얼굴이 분노로 붉게 달아올랐다. 저보다 한참 신분이 낮다고 생각되는 사람에게 욕을 먹은 수치감이 굉장히 큰 듯했다.
“농담이에요. 농담을 좋아하시는 분인 줄 알았는데, 제가 착각했나 봐요.”
한 번 제어가 풀린 입은 제멋대로 움직였다. 아득, 이를 꽉 깨문 티테스 백작 부인이 손을 위로 치켜올렸다. 그때였다. 끼이익. 문이 열리더니 델카인이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
“시끄러워서 뭔가 했는데. 지금, 우리 형수님을 때리려고 하는 거야?”
"뭐? 내 언니를 때리려고 한다고?"
그게 신호였다는 듯이 곧바로 아이샤가 따라나왔다.
“그럴 리가요. 그저 잘 부탁한다고 독려하려고 했던 것뿐인걸요.”
티테스 백작 부인이 내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
‘와, 이 뻔뻔함은 뭐람.’
내가 어이없다는 눈으로 바라보든 말든 그녀는 한결같았다. 하지만 쌍둥이들은 강적이었다.
“지금 형수님 어깨를 때린 거야?”
“맞아. 때렸네, 때렸어!”
이게 이렇게 된다고? 쌍둥이들의 반응에 나까지 당황스럽던 찰나,
"누가, 누구를 때렸다고?"
복도에 울리는 낮은 목소리에 나는 굳어버리고 말았다. 저 목소리의 주인이 누군지 내가 모를 리가 없었다. 젠장, 잠시 잊고 있었다. 서쪽 별관이 라크하의 서식지라는 사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