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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 12 종막
경철과 유현을 뒤로 한채 달려가는 일행에게 말은 없었다.
비록 경철과 유현을 버린 말로 사용할 의도는 없었다고 하지만 결과적으로 그들을 내버려 두고 떠난 것은 사실이었기에.. 입 밖에 꺼내지는 않았지만 가슴속 한편에는 죄책감
이라는 감정이 들어차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죄책감에 짓눌려 있을 시간은 그들에게 없었다.
남은 시간은 촉박하고 아직 자신들의 앞길에 어떤 큰 장애가 있을지 상상조차 할 수 없
었다.
그렇기에 그들은 경철이 무사하게 그 상황에서 벗어났기를 진심으로 빌며 선행해 나갈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대규모 불 사병들이 주둔했던 그 지역 이후에는 뜨문뜨문 소수의 불사병만이 있
었기에 진행하는데 있어서 어려움 없이 진행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틀 후..
그들은 코세이의 아지트라고 생각되는 곳을 떨어진 위치에서 바로 확인할 수 있는 곳에
까지 도착할 수 있었다.
그러나 목적지를 눈으로 확인한 그들은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 했다.
7만 명의 불 사병들이 우글 걸리거나 거대한 무엇인가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저 그들의 눈에 비추어진 것은 '건축물' 뿐..
하지만 그 건축물이 일반적이라고 할 수 없었다.
사각뿔의 형태에 계단식으로 올려 쌓여진 거대한 건축물..
그것은 누가 봐도 '피라미드' 라고 밖에 입에 올릴 수 없을 정도로 이집트의 특수한 건
축물을 모방해 만든 것처럼 똑같은 형태를 하고 있었고 그 크기 역시 어림짐작으로 재
도 어마 무시한 넓이와 크기라고 알 수 있을 정도로 거대했다.
"취향 한번 고약하군."
할배는 주변의 다른 건물들과는 확연하게 다른 양식과 형태를 가진 피라미드를 가늘게
뜬 눈으로 올려다본 채 토해내듯 중얼거렸다.
적어도 평범한 취향을 가진 인간이라면 도시에 이만큼의 거대한 피라미드를 지을 생각
따위는 하지 않았을 터였기 때문이었다.
[켁! 제정신 박힌 새끼가 핵 같은 걸 쏘려고 하겠냐!]
거대한 피라미드를 할배와 함께 올려다본 자드는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낸 채 코세이에
대한 적의를 드러냈다.
"미도:"
그녀는 할배와 자드와 마찬가지로 목이 아플 정도로 높게 쌓아올려진 피라미드의 끝을
보고 있던 그의 어깨를 두드리며 이름을 부르자 자연스럽게 고개를 원래의 위치에 되돌
린 그는 조용히 뒤를 돌아봤다.
"어떻게 할 거야?"
주어가 없는 물음
하지만 지금의 상황에서 그녀가 어떠한 의미로 물어보는지에 대해서는 어렵지 않게 인식
할 수 있었다.
"아직 여유 시간이 조금 남았으니까. 조금만 더 기다려보자."
그는 자신의 시계를 확인하며 답했다.
물론.. 여유라고 할만한 시간은 없었다.
지금 당장이라도 습격을 걸어 코세이의 목을 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었지만..
아직 생사가 불명한 경철이 합류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는 없
지만 아슬아슬하게나마 기다려보기로 했다.
그렇기에 일행들은 그의 제안에 따라 코세이와의 결전 전 마지막 휴식 겸 준비에 들어갔
다.
하지만..
그들이 정한 시간이 지났음에도 결국 경철과 유현이 그들 앞에 모습을 드러내는 일은 없
었다.
"출발하자"
그는 전투에 필요한 물건만을 챙겨 경장이 된 상태로 자리에서 일어나 일행에게 말했다.
더 이상은 경철을 기다리고 있을 여유적 시간은 조금도 남아있지 않았기에 지금 당장이
라도 움직이지 않으면 안 됐다.
물론 그도 개인적 마음으로는 좀 더 기다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경철이 무사할지 걱정되기도 했고.. 안 그래도 소수인 상황에서 중요한 전력인 경철이
빠져 불안한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녀도 할배와 자드도 그와 같은 마음이었지만 현재 닥친 일의 중대성을 잘 알고 있었기
에 별다른 말은 하지 않고 그의 말에 따라 조용히 자신의 자리에서 일어나 그와 함께
피라미드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그들이 마지막 결전지인 피라미드의 입구 앞에 도착했을 때..
그들의 앞 지면에서 흙이 튀어 올랐고..
그것에 놀란 일행은 적의 습격이라고 생각하고는 재빠르게 자세를 잡아 견제했다.
"끼히히히히히!! 서프라이즈으으으! 안녕! 안녀어엉! 안녀어어어엉! 친구들! 코세이의
집에 온 걸 환영해에에에에 끼히히히히히히히힛!!"
튀어 오른 흙에서 기괴한 웃음소리와 젊은 남성의 광기 서린 음성이 흘러나왔고.. 그
직후 튀어 올라온 흙은 생물체와 같이 꿈틀 거리며 하나의 덩어리로 합쳐지며 이내 사람
의 형태로 변화했다.
"코세이...!"
흙으로 만들어진 인간의 모습은 그와 쏙 빼닮은 모습을 향해 그는 얼굴을 험악하게 일그
러트린 채 분노가 가득 담긴 낮은 목소리를 토해냈다.
"그래! 내가 바로 코세이! 너희들이 죽이고 싶을 정도로 매력 발산하는 그 코세이다!"
코세이를 모방한듯한 모습의 흙인형은 여전히 망가진 어조를 토해낸 채 자신의 양팔을
하늘 위로 번쩍 들어 올렸다.
"입 닥쳐! 쓰레기!"
그런 코세이의 행동과 목소리에 참을 수 없었던 그녀는 자신의 철골을 흙인형을 향해 내
던졌고 흙인형은 산산조각 나 사방에 흩뿌려졌다.
"영계라 그런가! 힘이 좋네! 끼히히히히힛!!"
그러나 흩어졌던 흙인형의 잔해는 바닥을 스멀스멀 기어 한점에 모였고.. 이내 원래의
형태로 복구됐다.
"오?오? 그러고 보니 배가 홀쭉해졌네? 낳았나? 낳은 건가? 낳아버린 건가! 축하해!
그런데 곧 죽게 생겼네? 끼히히히히히히!"
"빌어먹을 새끼..!"
귀를 따갑게 할 정도의 울리는 코세이의 목소리에 잔뜩 불쾌해진 그녀는 얼굴을 험악하
게 일그러트리며 흙인형을 노려본 채 당장이라도 달려들 것 같은 모습이었다.
"무슨 용무야..?"
그런 그녀의 앞을 막아서듯 나온 그가 차가운 목소리로 흙인형(코세이)에게 물었다.
"오오오오! 그 비수같이 차갑고 날카로운 눈빛으로 보지 말아 줘! 발기할 것 같으니
까! 끼히히히히!"
자신의 가랑이를 붙잡으며 천한 말을 내뱉은 코세이었지만 그런 코세이의 머리에 보기에
도 묵직해 보이는 중식칼의 둔한 칼날이 흙으로 만들어진 그 머리를 반으로 쪼갠 채 날
아갔다.
"부부는 닮는다더니 그 말대로 네!"
머리가 갈라진 흙인형은 아까와 다를 바 없이 복구됐다.
"뭐.. 성질 급한 두 사람을 위해 바로 본론으로 넘어가볼까! 라고는 해도 단순한 안내
지만! 끼히히히히! 내 본체는 이 피라미드의 꼭대기 층에 있으니까! 죽이고 싶으면 후
딱 와서 죽여봐! 물론! 날아와서 외벽을 부수고 침입하거나 하는 반칙 플레이는 안돼!
만약 그러면..."
코세이는 흙으로 만들어진 얼굴을 추악하게 일그러트리며 피라미드의 꼭대기를 가리켰
다.
"너희들이 절대로 원하지 않는 물건이 발사될 테니까 말이야! 끼히히히히!"
"개자식..!"
"우와! 너무 심하네! 이래 봬도 쏘고 싶어서 죽을 것 같던걸 여기까지 참아냈는데! 너
무하네! 정말 너무하네! 너무하네에에에에에에! 뭐.. 내가 개새끼인 건 사실이지만! 끼
히히히히히히히히히!!! 왈왈왈왕왕왈왈왈왈!!"
시끄러운 목소리를 흩뿌린 흙인형은 코세이의 모습에서 큰 개의 형상으로 모습을 바꾼
채 웃기지도 않는 어설픈 개 흉내를 내며 그들을 향해 웃음기 섞인 목소리로 짖었다.
[미친 새끼]
조용히 귀를 연채 코세이와 그의 대화를 듣고 있던 자드는 더 이상 참지 못하겠다는
듯 어두운 목소리를 흘리며 거대한 입을 벌린 상태에서 흙인형을 단숨에 입안에 처넣었
다.
[퉷! 흙이라 별로 맛있진 않네]
"허허허! 이제야 좀 살겠군! 미친 개소리 때문에 귀가 따가울 지경이었는데 말이야."
흙인형의 잔해라고 생각되는 한 움큼 정도의 흙을 내뱉어낸 자드와 자신의 귓구멍을 새
끼손가락으로 긁어낸 할배는 시원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이 개새끼가 뭐라고 지껄이든 간...]
"우리가 할 일은 하나라 이 말이지!"
할배와 자드는 그렇게 말하며 피라미드의 입구 앞으로 성큼성큼 다가간 뒤..
굳게 닫쳐져 있는 그 문을 거친 동작으로 박살 냈다.
[좋아! 가자! 가서 그 빌이 먹을 새끼 대가리를...]
부서진 문 안으로 들어간 자드가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말한 순간..
할배와 자드의 모습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우와아아아앗!? 뭐,뭐야 이건!?]
"초장부터 함정인가아아아!!"
두 사람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지만 그런 비명과도 같은 소리가 들려왔고.. 그와 그녀
는 서둘러 입구를 향해 달려갔다.
거기서 그들이 본 것은 바닥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깊은 구멍이었다.
"할배! 자드!"
그는 두 사람이 떨어진 새까만 구멍을 향해 소리쳤다.
그 직후 쾅! 하는 굉음과 함께 두 사람이 낙하했다고 생각되는 소리가 들려왔고 동시
에 뻥 뚫려있던 바닥이 움직이며 원래의 바닥으로 되돌아가 구멍의 존재는 완벽하게 사
라졌다.
그녀는 구멍이 있던 부분을 두드리기 위해 강하게 쥔 주먹을 하늘 높이 들어 올린 뒤
그대로 바닥을 내리쳐 산산조각이 날 정도로 박살 냈지만 할배와 자드가 빠진 구멍 같
은 공간은 드러나지 않았다.
있는 것은 그저 자갈과 흙뿐..
혹시 몰라 한번 더 두드려 구멍을 찾아봤지만 여전히 구멍은 발견할 수 없었다.
"끼히히히히! 그렇게 두드려봐도 무의미하다고!"
당혹감을 드러내는 두 사람의 귀에 잡음이 섞인 코세이의 소리가 울려 퍼졌고 두 사람
은 소리의 진원지로 시선을 돌렸다.
소리의 진원지는 다름 아닌 천장..
정확하게 말하면 천장에 달려있는 사각 형태의 스피커였다.
"그 늙은이랑 악어한테 볼일이 있는 할망구 한 명이 있어서 그쪽으로 보내버렸으니까!
알아두라고! 아마 그 늙은이랑 악어도 우리 쪽 할망구한테 여러 가지 쌓인 게 많은 거
같으니까! 늙은 것들은 그쪽에서 재밌게 놀게 내버려 두고...! 이쪽은 이쪽대로 재밌
게 놀아보자고오오오오!! 스테이지 1 시자아아아아아아악!"
스피커에서 흘러나온 코세이의 목소리가 귀를 아프게 할 정도로 울려 퍼졌다.
그러자 바닥을 뒤흔들 정도의 강한 진동과 난잡한 발자국의 소리가 그와 그녀가 있는 양
옆 복도에 부분에서 들려오기 시작했다.
그것이 적어도 자신들에게 호의를 품은 무리가 아닐 것이라는 것은 당연하게 예상할 수
있었던 그와 그녀는 서로의 등을 맞댄 상태에서 각자의 정면을 날카롭게 노려봤다.
그리고.. 잠시 후
그들의 눈에 수십 명의 인간들.. 아니 크고 작은 여러 상처를 몸에 달고 있는 불사병들
이 달려오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하! 이제 와서 불사병? 우리를 너무 우습게 보는 거 아니냐?"
수천 마리의 부을 사병을 전멸시킨 자신들에게 있어서 이 정도 숫자의 불사병을 보낸 코
세이를 어리석다고 밖에 생각할 수 없었던 그녀는 흉포해 보이는 불사병들을 바라보며
비웃었다.
"끼히히히히히히! 우습게 본 적은 없다고? 힘을 잃은 미도라면 모를까... 흡혈귀의 힘
을 가진 영계한테 평범한 불사병 따위를 보낼 리가 없잖아? 그 녀석들은 말이지..."
그 순간.. 선두에 선 불사병이 떨어져 있는 그녀를 향해 양손을 뻗었고..
뻗어진 그 양손에서는 사람의 머리보다 더 큰 불덩어리가 뿜어져 나왔다.
"그 녀석들 전원 '영웅' 이라고! 끼히히히히히히힛!!"
기괴한 웃음소리와 함께 코세이는 위협적인 현실의 칼날을 두 사람에게 들이밀었다.
불사병보다 강한 육체능력과 불사병보다 뛰어난 재생력과 불사병에게는 없는 특수한 능력을 가진 인외의 존재들을 내세운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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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크리스마스 잘보내세요!
p.s
어제가 이브인지도 까먹고 있다가 와이프가 알려줘서 알았네요..
으어어어어..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