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재력을 보는 은행원 059화
정령들과 함께 콜로서스를 감상하다 사우 박사의 편지와 초콜릿을 발견한 직후의 일이었다.
-지이이잉!!
예고도 없이 진동을 토해내는 전화기.
발신인은 밀라였다.
“…….”
어째서일까.
내 눈은 저절로 손에 든 콜로서스 모양의 초콜릿과 스마트폰 화면을 번갈아 보고 있었다.
-달그락
나는 초콜릿을 다시 콜로서스 레프리카가 들어 있던 박스에 설치된 기계식 비밀 서랍에 집어넣고 전화기를 들다 잠시 그대로 굳었다.
“…어?”
뭐지.
방금 나 왜 초콜릿 숨긴 거지?
“여보세요.”
어쨌든, 일단은 전화를 받았다.
<어! 지안 오빠! 저예요! 밀라!>
“그래. 전화하는 거 오랜만이네. 잘 지내고 있었―”
<내일 퇴근 후에 시간 돼요?>
얘가 갑자기 왜 이러지.
“…내일?”
솔직히 말해서 조금 당황스러웠다.
서부 포독스 지점에 있던 시절이야 가끔 주말마다 특채 입행 동기 모임이랍시고 둘이서 술도 마시고 그랬다.
다른 녀석들이 바쁘거나 귀찮다고 그래서 나랑 밀라만 모였던 거지만.
근데, 지금 내가 있는 곳은 밀라의 근무지인 본점과 가까운 포독스시가 아니다.
이곳은 그레이트후리텐 본토에서 몇 시간이나 비행기를 타야 올 수 있는 해외 영토 키키와이섬.
묘하게 목소리가 들떠 있긴 해도 술에 취한 거로 보이진 않는다.
갑자기 내 일정은 왜 물어보는 걸까.
“내일 출근 안 해. 월요일까지 쉬기로 했어.”
내 대답을 들은 밀라는 잘됐다는 둥 알 수 없는 소리를 늘어놓았다.
“근데 내 스케줄은 왜?”
<후후. 왤 거 같아요?>
“어… 혹시 지금 키키와이 와 있어?”
<아, 아닌데? 저 린딘인데 지금?>
“그럼 왜 물어봐. 놀러 오지도 않을 거면서.”
<왜냐니 갑자기, 그야 으음… 그냥 오랜만에 잘 지내는지 궁금해서―>
-피식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전화 너머에서 바람 소리가 들린다. 창문을 열어 둔 채로 택시를 타고 있는 거겠지.
바람이 그리 세지 않은 덕에 차 안에선 운전수가 라디오를 틀어 놓고 있는 게 들린다.
익숙한 BGM.
키키와이의 지역 라디오다.
이 녀석, 키키와이에 놀러 온 게 틀림없다.
아마도 이번에 홈쇼핑에서 신나게 패키지 결제했겠지.
콜로서스도 같이 구매했으려나? 밀라의 성격이니 아마 같이 샀을 것이다.
나였어도 놓치기 싫었을 기회인데 본래 여행이 취미라는 녀석에겐 참기 어려운 유혹이었을 것이다.
구매자의 숫자가 폭주하는 바람에 추첨으로 돌렸다는데 용케도 성공했군.
여행 온 김에 여기서 일하는 내게 밥 한 끼 사 달라거나 관광 안내라도 시키려는 생각이겠지.
그래, 뭐. 모처럼의 휴일인데 잠시 동기와 놀러 가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최근 들어 정신적으로 부담이 큰일만 처리했던지라 휴식이 필요해진 게 사실이다.
그리고 마침 아이작도 이쪽에 있으니 내일 저녁을 셋이서 먹는 것도 괜찮을지도.
매번 아이작이 모임에서 밥값 내게 하는 것도 미안하니까 이번엔 내가 사든지 해야겠다.
대출 이자가 인센티브에 반영되는 범위는 미미하긴 해도 이번 나노이 일로 인해 내 평가가 꽤나 치고 올라왔을 테니 세 명 어치 밥값 정도 사는 정도야 문제없다.
“내일 저녁 같이 먹자. 밀린 잠자야 해서 오전엔 못 일어나는데 오후부턴 같이 놀 수 있어.”
<진짜요?!>
“그래서 키키와이는 맘에 들어?”
<앗…!>
내가 놀리자 수화기 너머에서 앓는 소리가 들려 왔다.
<…어떻게 알았어요?>
“비밀. 래리어트 묵는 거지? 그럼 푹 쉬고 내일 보자.”
<으아아 놀래켜 주려 했는데 자존심 상했….>
“뭘 그런 것 갖고.”
적당히 밀라를 놀려먹다 전화를 끊었다.
선물도 받고, 동기도 만나고.
키키와이에 와서 처음으로 제대로 된 휴식을 누리는 이 사흘의 시간은 나름 알차게 흘러가는 중이었다.
화요일에 업무 복귀하면 어떤 아수라장이 기다리고 있을지 걱정이 되지만, 지금은 이 순간을 즐기는 게 옳겠지.
“…어째 포독스 시절부터 이상한 업무만 맡고 있는 거 같은데, 기분 탓인가.”
불륜 현장을 포착하거나, 엘프들의 포X몬 배틀 비스무리한 무언가에 휘말리거나, 전파 납치범을 퇴치하고 태양계를 멸망에서 구해내거나.
여태껏 맡았던 일들은 전부 내가 알던 은행원의 업무와는 거리가 있었다.
“이러다 다음엔 디딤돌 대출 명목으로 사랑의 도피를 시도하는 신혼부부를 돕는 거 아닌가.”
아니. 그럴 리가 없지.
“…….”
오랜만에 휴식을 취했더니 머리의 나사가 한두 개 빠졌나 보다. 무슨 바보 같은 생각을.
쓸데없는 상상력은 독이다.
모처럼 쉬고 있는데 일 생각이라니. 절대 안 되지.
“아, 배고파.”
저녁은 산책 겸 나가서 해물 덮밥이나 먹어 볼까.
* * *
금요일 저녁 플루토의 집을 찾아온 오커스는 한동안 동생과 함께 그동안 쌓인 이야기를 나누었다.
가족과 은행, 그리고 자신의 눈에 관한 이야기.
미개척 차원으로 분류된 3-1차원 지구 출신인 김지안에게 그녀가 무엇을 기대하고 있는지도.
“언닌 너무 일 얘기를 많이 해서 탈이야. 쉬는 날인데 그냥 놀면 되지, 왜 집에서까지 은행 얘길 하는지 몰라.”
“그래?”
딴엔 나름 가족에 관한 이야기나 다른 화제도 이것저것 꺼내 보려 노력했다고 생각했던 오커스는 놀란 토끼처럼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오커스는 맨날 이랬다.
은행에서 벗어나면 묘하게 나사 빠진 사람처럼 구는데, 동생인 플루토가 보기엔 가끔 답답할 때가 있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일이 취미가 되어 버린 케이스.
누가 뭐라 해도 전형적인 워커홀릭 그 자체였다.
가족과 함께 있을 때에도 저런 식으로 은행 얘기만 할 정도다.
누가 될진 몰라도 언젠가 언니와 결혼하게 될 남자는 집에서도 계속 은행 내부 정치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야만 할 것이다.
“쉴 땐 제대로 쉬어야 효율이 나지.”
“…평소엔 그러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럼 왜 여기선 그렇게 못 하는 건데.”
“편하게 있으라고 해도 이런 곳에선 좀….”
“…….”
대놓고 여동생의 집을 비하하는 듯한 발언을 하는 언니를 보며 플루토는 착잡한 표정을 지었다.
분명 악의는 없을 것이다.
그저, 반사적으로 12차원의 본가나 자신이 현재 거주 중인 집과 비교했을 뿐일 테니까.
“…벌써 세 시간 넘게 떠들어 버렸네.”
플루토는 노골적으로 화제를 돌렸다.
시간은 벌써 8시 반.
평소였으면 요리와 식사를 모두 마쳤을 시간대지만 오커스가 찾아온 탓에 아무것도 먹지 않고 여태껏 같이 떠들었다.
혈당치가 낮아지니 기분도 다운되기 시작했다.
배고픈 걸 자각하자마자 조금씩 몰려오는 짜증.
“언니, 나 밥 사 줘. 맛있는 거 먹고 싶어.”
플루토는 동생답게 어리광을 부리기로 했다.
“음…. 이 시간대에 괜찮은 가게를 예약하는 건 조금 힘들 테고….”
“그냥 아무 데서나 먹어도 되는데?”
“숙소로 갈까. 룸서비스가 나쁘지 않을 거야.”
“여기 묵는 거 아니었어?”
오커스는 정색한 얼굴로 손사래를 쳤고, 플루토는 다시 한번 상처받았다.
“준비 마치고 따라와.”
“어딜?”
“래리어트 더 키키와이.”
“언니도 패키지 사서 놀러 온 거야?”
“그럴 리가.”
오커스는 이상한 질문이라도 들은 것처럼 큼지막한 눈을 깜빡이며 마저 대답했다.
“할인가로 가면 미안하잖아. 가뜩이나 10% 가격으로 패키지 팔았던데. 나중에 사내 여행용으로 몇 대 사서 하나 타고 왔어. 래리어트도 정가로 결제했고.”
“어어… 그랬구나.”
예상을 아득히 뛰어넘는 오커스의 씀씀이에 플루토가 질린 표정으로 답했다.
그래도 일단은 옛날처럼 언니와 같이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다 잠들 수 있겠다는 생각에, 찝찝한 마음을 뒤로하고 집을 나섰다.
“어서 오십시오.”
플루토가 외박 준비를 마치는 동안 다시 정장으로 갈아입은 오커스가 래리어트의 픽업 리무진에서 내리자 지배인이 직접 정문까지 마중을 나왔다.
키키와이에 오는 건 본래 예정에 없던 일인지라 프레지덴탈 스위트가 아닌, 한 층 아래에 묵게 되었지만 오커스는 딱히 개의치 않는 모양이었다.
그리고 그건 플루토 역시 마찬가지였다.
실은 아까 오커스가 계속 동생의 키키와이 생활보다 직접 만난 적도 없는 김지안에 관해 궁금해하길래 기분이 상했다.
하지만, 옛날처럼 자매가 한 방에서 같이 잘 수 있게 된 지금.
그런 언니의 사소한 실수 따윈 딱히 신경 쓰이지 않았다.
하지만 막상 문을 열고 들어가려던 그때.
“헤헤. 언니랑 같이 자는 거 몇 년 만이지?”
“그게 무슨 소리야.”
오커스의 입에서 예상치도 못한 말이 튀어나왔다.
“룸서비스 다 먹으면 따로 잘 건데.”
“왜?”
“내 방은 여기. 네 방은 저기.”
친언니는 복도 반대쪽에 위치한 다른 방을 가리키며 말했다.
“…….”
“혈액 순환에 좋대서 요즘 안 입고 자거든. 아무리 자매라 해도 맨살 보이는 건 좀 그래.”
“아… 한 층 통째로 빌린 거야?”
“응.”
“…….”
잠시 후, 플루토는 룸서비스 메뉴에 적힌 모든 것을 주문했다.
언니의 두둑한 지갑에, 조금의 타격도 가지 않을 거란 사실을 뻔히 알고 있으면서도.
“짜증 나….”
별다른 감정이 없던 김지안이 미워졌고, 오커스도 아주 조금이지만 미웠다.
괜히, 나쁜 장난이라도 쳐 주고 싶은 그런 기분이 들 정도로.
“자꾸 이러면 나, 언니가 그렇게 아끼는 대리님 놀려 주고 싶어지잖아….”
-펑!
플루토는 조용히 분신을 만들어 아래층으로 내려보냈다.
독신 행원 숙소의 위치는 대충 머릿속에 들어 있다.
이틀 정도 분신을 시켜 감시하면 분명 기회가 있을 것이다.
김지안을 골려줄 생각에 들떠서 잠이 오지 않았지만, 플루토는 애써 웃음을 참으며 눈을 감았다.
처음엔 작디작은 질투심에 시작한 일이었지만 김지안의 당황하는 표정을 볼 수 있다고 생각하니 설레서 잠이 오지 않았다.
* * *
밀라와의 약속을 하루 앞둔 일요일 저녁, 나는 키키와이 명물 해물 덮밥을 먹으러 시내로 나왔다.
어제는 하루 종일 집에서 쉬느라 다른 걸 배달 시켜먹었지만 역시 뭐든 직접 가게에 가서 먹는 게 최고인 법.
한국에서 먹던 회덮밥과 전혀 다르지만 내 입맛은 진즉에 6-2차원에 적응했기 때문에 문제없이 즐길 수 있다.
비록 주말 포함 사흘 꼴랑이라 해도 모처럼의 휴식이다.
맛있는 것도 먹고, 못 본 책도 챙겨 읽고 영화도 보고, 그동안 바빠서 누리지 못했던 걸 전부 하려면 3일은 너무나도 부족한 시간.
앞으로 이틀은 더 쉴 수 있다고 생각하니 행복감이 물밀 듯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다만, 신경 쓰이는 게 딱 하나 있었는데….
“어째 좀 싸한데.”
산책 겸 저녁 먹으러 집을 나온 이후로부터 계속 누군가의 시선이 느껴진다.
처음엔 피해망상이나 착각인 줄 알았는데, 스마트폰 화면에 달린 카메라를 켜 보니 확실히 누군가가 계속 쫓아오고 있었다.
설마, 오미나이 의원이 사람을 시켜 보복에 나선 걸까.
골목길을 걷다가 따라오던 괴한에게 뒤통수를 맞아 기절하고, 그대로 달려온 선팅된 밴에 실린 채 어딘지 모르는 장소로 납치되는 미래가 눈앞에 아른거리는데 기분 탓인가.
어째, 전파 납치범들이 비슈티 과장에게 당했던 것과 비슷한 일이 내게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걱정에 자꾸 등 뒤를 돌아보게 되었다.
남자면 자기 몸은 알아서 지켜야 하는 건 맞지만, 나는 비슈티 과장이 아닌 평범한 은행원이다.
무기 든 괴한들이 몰려오면 속절없이 당하고 말 터.
불안한 상상에 급 식은땀이 나기 시작했다.
가뜩이나 골목이 많은 동네인데, 빨리 큰길로 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밖에서 정령들을 데리고 다닐 수도 없는 일이니까.
이럴 줄 알았으면 호신용 무기라도 한두 개 사 두는 거였는데.
-스슥
방금 잠깐 뒤를 돌아봤는데 누군가가 길에 불법 주차된 차 뒤로 숨는 게 보였다.
‘확실히 누군가 있어.’
눈치 보다가 잽싸게 도망칠까. 엘라마 소장에게 연락하는 것도 고려해야겠다.
“스읍-”
티 나지 않게 심호흡을 마친 다음 천천히 코너를 돌았다.
상대의 시야가 담벼락에 가려진 순간, 질주를 개시.
-타탓!
나는 복잡한 골목길을 주파해 키키와이 시내 중심가로 달렸다.
어두운 번화가, 인파 사이에 섞여들었지만 여전히 누군가의 시선이 느껴진다.
따라붙은 건 체구가 작고 모자를 쓴 인물.
헐렁한 옷을 입고 있어 성별은 모르겠다.
아까부터 계속 시선이 느껴지는 게 미행 중인 건 한 놈이 아닌 듯하다.
따돌리려면 택시라도 타야겠다.
그런 생각에 도로변으로 나선 순간, 뜻밖의 인물과 마주쳤다.
“플루토… 씨?”
횡단보도 앞에서 마주친 건 창구 상담사 플루토와 처음 보는 단발머리의 여자였다.
그리고 둘과 마주친 직후, 어느샌가 날 따라오던 이들은 자취를 감추고 사라져 있었다.
“기분 탓인가….”
뭐지, 착각이었나. 그럴 리는 없는데.
“대리님 여기서 뭐 해?”
생글생글 웃으며 반말로 질문을 던지면 플루토의 얼굴을 본 순간, 나는 비일상에서 빠져나온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으, 그냥. 주말이라 외식이라도 할까 싶어서….”
동행이 있긴 하지만 플루토가 평소처럼 냅다 반말로 말을 걸길래 나도 똑같이 반말로 대답하고 말았다.
아, 불편해.
“혼자서? 대리님 애인 없어?”
“그런 걸 직장 동료분께 물어보면 실례지 않니, 플루토.”
잠시 표정 관리가 안 될 뻔했는데, 옆에 있던 여자가 플루토를 나무라 주었다.
쓰리피스 슈트에 정장 바지, 그리고 가죽 장갑까지 착용하고 있지만 틀림없는 여성.
그것도 누가 봐도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의 미인.
“동생이 실례가 많았습니다.”
“괜찮습니다. 저희 맨날 이러고 놀아서.”
친언니로 보이는 여인이 정중히 내게 사과를 건넸지만, 당사자인 플루토는 무엇이 즐거운지 그저 웃고만 있었다.
“대리님 혼밥 불쌍해. 우리 언니랑 같이 셋이서 같이 먹자. 콜?”
“어어… 괜찮겠어?”
슬쩍 언니라는 사람의 표정을 살폈는데 작게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평소였다면 절대 하지 않았을 짓이지만, 상황이 상황인 만큼 달리 방법이 없다.
“밖에서 마주치는 거 흔치 않은 일인데 오늘은 내가 살게. 플루토 씨 언니 되시는 분이시죠? 못 먹는 거 있어요?”
그래, 미행하던 놈들 따돌리려면 이쪽이 안전할 테니까.
설마 사람들 다 보는 앞에서 날 노리진 않겠지.
* * *
밀라는 래리어트 호텔에서 체크인을 마치고 곧바로 키키와이 시내로 향했다.
목적지는 그레이트 후리텐의 2대 고급 초콜릿 브랜드의 플래그십 스토어가 네모난 스트리트를 사이에 두고 마주 보고 있는 시내 중심부.
경쟁 관계에 있는 두 브랜드가 최고의 성수기인 성 팔란티니의 날을 위해 준비한 한정판 세트가 아직 남아 있다고 하니, 둘 중 하나를 골라 줄을 설 생각이었다.
그런데.
택시에서 내려 신나게 가게로 뛰어가던 와중, 밀라는 보았다.
본점에서 일하며 몇 번인가 본 적 있는 얼굴이, 그곳에 있었다.
“왜 저 사람이 여기에….”
횡단보도 앞에 서 있는 건 오커스 디스파테르 은행장이었다.
그리고 그녀와 담소를 나누고 있는 건 다름 아닌 김지안.
“뭐야… 어떻게 된 거야….”
당황한 밀라의 손에서 차원금융지주의 로고가 박힌 신용 카드가 소리 없이 미끄러져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