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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 특성으로 최강 네크로맨서-407화 (407/415)

< 407화. 흑막 >

“서둘러야 하네.”

유령마에 올라탄 모른이 일행들의 몫까지 유령마를 소환하며 외쳤다.

키메라를 거의 다 마무리할 때쯤 클레어 자매와 에반을 만나 소식을 전해들은 모른과 막시민은 그 길로 곧장 크롬웰로 향하기 위해 움직였다.

“작정하고 움직이는군.”

막시민이 음울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그러자 에반은 지체할 시간이 없다는 표정으로 유령마를 박찼다.

“초인만 무려 서른 한 명이라니······.”

크롬웰의 전력은 현재 대부분이 외부로 나와 있는 상태였다. 비록 아드리아스가 급하게 돌아갔다고는 하지만 그 정도의 전력으로 31명이나 되는 초인을 상대하기에는 벅찼다.

그렇게 크롬웰을 향한 복귀를 서두르는 가운데 누군가의 기운을 알아챈 막시민이 인상을 굳혔다.

“어디 있나 했더니 여기 있었군.”

“무슨 말인가?”

너무나 급했던 나머지 주변을 살펴볼 기력이 없던 모른은 이내 저 멀리 길을 막고 선 한 인물을 발견하고 중얼거렸다.

“저 자는······.”

“자비에 레오날드.”

현 제국 근위기사단장이자 대륙 10인에도 이름을 올리고 있는 오러 마스터. 그런 그가 인형과 같이 무표정한 모습으로 멍하니 길을 막고 서있었다.

“찾았다.”

일행들을 발견하자 기계처럼 중얼거린 자비에가 검을 뽑아들었다. 그 모습을 본 막시민이 나직하게 말했다.

“저 녀석은 내가 맡지.”

“부탁하네.”

이내 막시민을 제외한 나머지 일행들은 살짝 방향을 틀어 자비에를 피해서 나아갔다. 막시민만은 가던 방향으로 그대로 달리다 천천히 속도를 줄이더니 이내 자비에의 근처에서 멈춰 섰다.

“오랜만이다, 막시민 크로넬.”

“황제는 어디 있지?”

유령마의 소환이 해제가 되고 바닥에 내려선 막시민이 전혀 긴장 없는 모습으로 물었다. 그러자 자비에는 고개를 꺾으며 중얼거렸다.

“너 따위가 폐하를 왜 찾지?”

“오랜만에 안부 인사나 물으려 했지.”

덤덤하게 대답하는 막시민을 보며 자비에가 자신의 검을 쓸어내렸다.

“안부는 저승에서나 묻거라.”

콰앙!

땅을 박차고 나아가는 것만으로 대기가 진동했다. 눈 깜짝할 새에 면전으로 날아온 자비에를 보며 막시민도 칼을 꺼내들었다.

“그나저나 의외로군. 황제도 나름 급했나보지?”

까앙-----!

여유롭게 자비에의 검을 막은 막시민이 말했다. 그러나 자비에는 별다른 반응 없이 그 다음 공격을 시도했다.

후웅!

콰가각!

자비에가 휘두른 검을 막시민이 슬쩍 피하자 검으로 인해 생긴 풍압만으로 땅이 갈라졌다.

“너를 보내서 우리의 합류를 막는 걸 보면 그쪽도 사정이 그리 좋지만은 않나보군.”

“너희들이 합류해도 변하는 것은 없다. 폐하의 뜻을 막을 수 있는 건 오직 폐하, 당신만의 의지 뿐.”

키잉-

심상치 않은 마나의 공명음이 울려 퍼졌다.

동시에 등 뒤에서 기척을 느낀 막시민이 재빠르게 몸을 돌려 무언가를 막아냈다.

카아앙!

“막시민 크로넬. 너의 오러 비기는 내가 잘 사용하도록 하지.”

자비에는 말을 마치며 이내 그동안의 공격은 장난이었다는 듯 폭풍과 같은 기세를 드러냈다. 그러나 그 기세는 한 방향에서만 오는 것이 아니었다.

촤앙!

분신.

자비에와 똑같은 모습을 한 분신이 막시민을 향해 서릿발과 같은 기운을 내뿜고 있었다.

“오러 비기는 그저 도구일 뿐이다.”

막시민은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 아무렇지도 않게 기세를 받아넘기며 말했다.

“자비에 레오날드. 너와 나의 격이 얼마나 차이 나는지 보여주마.”

그는 오러 비기를 사용할 기미가 없었다.

그저 두 명의 자비에를 향해 평소에 보기 드문 미소를 지어 보일뿐.

**

데슈른이 죽인 두 명의 오러 마스터와 내가 방금 죽인 듀란 후작을 제외하면 상대는 모두가 멀쩡한 상태였다. 하지만 전투는 기세 싸움이 중요했다.

그것은 고수나 하수, 상관할 것 없이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꿀꺽.

누군가의 마른침을 삼키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려왔다. 내가 조금 전에 보인 일수는 천하의 오러 마스터조차 반응하지 못하고 수급이 베일 정도의 검.

천하의 토르조차 팔을 내어주었을 정도의 괴랄한 검술이니 할 말 다했지. 물론 100% 구현한 건 아니었지만 말이다.

“난 내 말을 증명했다. 비록 나도 죽겠지만 대부분은 저승으로 향하는 길동무로 만들어줄 수 있지.”

내가 쐐기를 박는 말을 하자 안 그래도 동요하던 초인들이 눈알을 굴리기 시작했다. 그 무엇보다 본인의 목숨들이 소중한 양반들인 만큼 일이 잘못되었음을 직감했겠지.

“우리는 이만 가보도록 하지.”

그리고 진즉에 무기를 내려놓았던 몇몇이 슬그머니 뒤로 빠지자 혼란은 가중되었다.

“하하하! 어느새 그렇게 강해진 것이냐! 이 스승을 뛰어넘었구나!”

그 와중에 데슈른이 긴장감 없는 얼굴로 나를 칭찬하기 시작했다. 솔직히 아무리 나라도 삼라만상의 사거리에 들어가면 이길 자신이 없는데 금칠이 과하시네.

“······우리도 물러나겠다.”

워록들이 먼저 발을 빼기 시작했다.

검사들보다 훨씬 삶의 애착이나 탐구적인 욕심이 강한 이들인 만큼 당연한 선택이었다.

“이대로 물러나면 우리가 무슨 낯으로 가문에 돌아간다는 말인가.”

“끝까지 싸우겠다.”

그러나 여전히 몇몇의 오러 마스터들은 결사항전의 의지를 보였다. 이렇게 될 줄 알고 워록보다 오러 마스터의 숫자를 더 줄이려고 노력한 거지만 그래도 조금 아쉽네.

“싸우겠다면 상관없습니다. 하지만 저를 상대하기 전에······.”

우두둑!

죽었던 오러 마스터 셋이 언데드가 되어 일어났다. 그 광경을 실시간으로 지켜보던 사람들이 아연실색하며 입을 벌렸다.

“저, 저, 저······.”

“이들을 먼저 상대하시죠. 아! 설마 본인들은 언데드가 되지 않을 거라 생각하신 겁니까?”

“이 사악한 네크로맨서가······!”

평범한 병사들이 언데드가 되었을 때는 당연하다는 듯 받아들였던 이들이 막상 오러 마스터를 언데드로 부활시키자 격분하기 시작했다.

생명의 무게가 같다는 말을 하려는 건 아니지만 그 이중적인 잣대가 나로서는 조금 웃길 따름이었다.

‘오히려 언데드로 만들지 않는 게 바보같은 짓인데 말이야.’

강한 시체일수록 강한 언데드가 된다. 그 당연한 이치를 저들은 잊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죽는 한이 있어도 너와 같이 사악한 종자는 죽여 없애겠다!”

“애초에 먼저 나를 죽이러 온 주제에 염병을 떠네.”

대화는 끝이었다. 어차피 지금 당장 말빨이나 기세로 할 수 있는 건 모두 다 한 상황.

갈락슈르가 날카롭게 울었다.

‘앞으로 3번.’

천마의 검을 구현할 수 있는 횟수였다. 마나도 마나지만 현재로서는 몸의 무리가 상당히 많이 갔기에 3번 정도 사용하고 나면 제대로 서있지도 못할 거다.

후우웅-

드미트리의 환수가 허공에 모습을 드러내며 존재감을 밝혔다. 주변으로는 엘프들과 정령, 그리고 내가 소환한 언데드까지 수적 우위만 따지면 압도적으로 우리가 유리한 상황.

“후우.”

마지막까지 남은 상대는 12명의 오러 마스터였다. 웃긴 건 단 한 명의 예외도 없이 워록들은 전부 도망쳤다는 사실이었다.

어느 정도 이해는 가는 게 오러 마스터와 달리 워록은 노려지기 쉬운 데다 상성상 보호받는 전투가 아니면 화력을 내기가 힘들었다.

‘모두가 네임드 캐릭터처럼 싸울 수는 없는 법이지.’

오리지널 마법만 있다뿐이지 대인전투능력까지 좋은 워록은 드물었다.

“안 와? 내가 먼저 가지.”

이 정도 숫자면 어느 정도 할 만하겠는데.

후웅!

검은 날개가 펄럭였다.

이제는 대체 무슨 능력치들이 붙은 건지 모를 일곱 장의 날개가 파멸적인 힘을 내게 불어넣었다.

“얕보지 마라!”

오러 마스터 하나가 검에서 얇은 오러를 실처럼 뽑아내며 주변을 감쌌다. 저게 오러 비기인 모양인데 별로 유명하지 않은 이유가 있군.

콰작!

“뭣?!”

나를 막아보겠다고 나름 오러 비기를 사용한 듯했는데 그의 실과 같은 오러는 내 검짓 한 번에 박살났다.

“얕본 건 너지.”

제왕검형.

남궁세가의 무공이 상대를 짓눌렀다.

콰아앙-------!

검에 당한 것이 아니라 마치 무거운 뭔가에 압사된 것처럼 상대가 찌부러져버렸다. 하지만 적들도 나름 오러 마스타라고 동료의 죽음에도 당황한 기색 없이 대처했다.

퍼엉!

오러의 소나기가 퍼부어졌다. 동시에 사방에서 해일처럼 타도치는 오러가 나를 향해 쏟아졌다.

그 순간 나는 쫓아오는 오러의 물결을 끌며 데슈른에게로 피난했다.

“하하, 영악하구나.”

데슈른은 웃으며 내 모습을 지켜보았고, 이내 삼라만상의 사거리에 들어온 모든 오러를 무효화시켰다.

“아니 저게 무슨······!”

사기적인 데슈른의 오러 비기에 오러 마스터들이 당황했지만 이내 대충 그의 능력을 눈치 채고 거리를 두었다. 역시 그냥 오러 마스터가 된 건 아닌 모양이네.

하지만 우리의 전력은 이게 전부가 아니었다.

“뭐냐, 네놈은!”

화안금정을 킨 루이스가 무려 세 명의 오러 마스터를 상대로도 버티고 있었다. 주변에는 루시아가 사용한 듯한 알 수 없는 마법이 끊임없이 돌아다니며 적들을 교란했고 드미트리의 환수도 활동을 시작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크억!”

“이런 말도 안 되는! 어떻게 언데드 따위가!”

분노를 사용하지 않은 티무르는 홀로 오러 마스터를 상대하기에는 힘겨웠다. 하지만 사도가 된 니켈은 나태를 사용하지 않았음에도 오히려 오러 마스터를 능가하고 있었다.

새로 언데드가 된 오러 마스터 셋도 여기저기 부서져가며 끈질기게 적들을 괴롭혔고 얼마 안 가 적들을 위기로 내몰았다.

“크흡!”

또 한 명의 오러 마스터가 쓰러졌다. 이제 남은 건 고작해야 9명 남짓. 남은 9명도 상태가 좋지 않았다.

“대체 어떻게 이런 전력을 가질 수 있는 거지? 이게 고작 백작가 하나가 가질 수 있는 힘이란 말인가?”

도저히 믿기지 않았는지 오러 마스터 한 명이 몸을 떨며 중얼거렸다.

“지금이라도 항복하면 살려주마. 물론 인질로 붙잡혀있겠지만.”

“헛소리 하지마라.”

“헛소리? 저걸 보고도 그런 말이 나오냐?”

내가 한쪽을 가리키자 모두의 시선이 그쪽을 향했다. 그곳에는 추가로 죽었던 3명의 오러 마스터가 언데드로 부활하고 있었다.

“아아······.”

“죽어서 저렇게 되고 싶은 거냐?”

그 무엇보다 무서운 협박이었다. 죽어서조차 편할 수 없을 거라는 강렬한 위협.

“이대로 항복하지 않고 저항하면 반드시 죽여서 언데드로 만들어주지. 그리고 그렇게 언데드가 된 녀석들은 자기들 손으로 직접 자신의 영지를 공격하게 만들겠다.”

“······.”

너무 악당 같은 말이었나. 하지만 효과는 좋았던 것 같으니 다행이다.

“항복하겠다.”

“멜테인 경!”

누군가가 검을 내던지며 양손을 들었다. 그의 행동에 함께 버티던 나머지 적들이 놀라서 외쳤다.

“난 죽어서까지 저자의 하수인이 되긴 싫다.”

“명예를 저버릴 셈인가!”

“언데드가 되어 자신의 가문에 검을 겨누는 것이 더 명예롭지 못한 일이다.”

멜테인이라 불린 기사의 말에 모두 할 말을 잃었다. 다들 내심 맞다고 생각하겠지.

“잘 생각하셨습니다. 대신 처음에 그냥 보내주었던 분들과 달리 우리 가문의 인질이 돼주셔야합니다.”

“알겠소.”

한 명이 시작을 끊자 그 이후로는 일사천리였다. 눈치를 살피던 아홉 명의 오러 마스터는 이내 차례대로 검을 내려놓았다.

“인질이라고는 하나 명예롭게 대해주시오.”

“알겠습니다.”

입에 발린 말이야 뭐든 못하리.

사실 죽여서 언데드로 만드는 게 더 도움이 될 수도 있었지만 아무리 유리한 상황이라고 해도 9명의 오러 마스터와 싸우는 건 변수가 많았다.

자칫 우리 애들이라도 다치거나 죽으면 그게 더 손해지.

그렇게 오러 마스터들의 항복을 받아내고 무사히 일이 끝마쳐지려는 순간.

“정말······.”

흠칫!

갑자기 들려온 말소리는 기척도 없었다.

“당신은 대단합니다, 아드리아스 크롬웰.”

고개를 들자 허공에 자리를 잡고 앉아 있는 베리얼 카스테로가 보였다.

“하지만 제가 보고 싶은 결말은 이게 아닙니다.”

“여기에는 또 무슨 일로 오신 겁니까.”

“말했잖아요. 이건 제가 보고 싶은 결말이 아니라고.”

도대체 뭔 말을······.

우우웅-----!

사방을 점유하는 끈적한 기운이 베리얼에게로부터 뿜어져 나왔다. 곧이어 허공에 마법진이 소환되더니 무언가가 공간 이동을 하기 시작했다.

“흡!”

나는 검을 휘둘러 검기를 날렸지만 그건 어느 손바닥에 의해 막혔다.

“저건 뭐지?”

“와아!”

데슈른과 루나가 마법진에서 나타난 손을 보며 고개를 갸웃거릴 때, 나만은 알아볼 수 있었다.

“저걸 왜 베리얼, 네가······.”

나타난 손은 네브로, 아니 마왕의 팔이었다.

< 407화. 흑막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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