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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 특성으로 최강 네크로맨서-342화 (342/415)

< 342화. 비극(Tragedy) >

진화한 니켈의 모습은 이전과 사뭇 달랐다.

언데드도 인간도 아닌 애매한 모습.

굳이 따지자면 인간과 가까웠으나 살가죽이 벗겨진 듯한 모습이었다. 평소에 항상 입던 도복 대신 몸을 알 수 없는 가죽으로 두르고 있었는데 저건 본인의 가죽인가?

“언데드? 괴이한 모습이군.”

니바스는 기계와 같은 표정으로 니켈을 바라봤다. 그러나 그 무표정 속에는 마법사 특유의 호기심이 서려 있었다.

[나타나엘Nathanael(??)]

-니켈 라이프힐

-사도

-?티어

-마나 : 333,333

-특성 : 자아, 극의 : 검劍, 근면, 바르톨로메오의 축복

나타나엘? 그런 언데드가 있었나?

슬로스 팬텀에서 나타나엘로 바뀐 이름도 이상했지만 등급과 티어도 물음표였다.

무엇보다도 종족이 언데드에서 사도로 바뀐 게 눈에 띄었다.

-아아······.

니켈이 목소리를 내었다.

-아아아아!

후웅!

니켈은 만변을 들고 곧바로 니바스에게 달려갔다. 만변의 모습조차 변한 상태였는데 외형은 평범한 은색의 도검이었다.

“특이한 모습이지만 고작 그 뿐. 나를 막을 수는 없······.”

콰각!

니바스의 마법이 니켈의 검에 의해 그대로 부서져 내렸다.

[바르톨로메오의 축복 : 칼을 이용해 모든 것에 간섭할 수 있다.]

[근면 : 나태의 능력들을 항시 적용한다.]

괴랄한 특성들이었다.

왠지 니켈 하나만을 소환했음에도 어마어마한 마나가 소모되고 있었는데 그 이유가 여기 있었다.

“신기하군.”

어느새 공간 이동을 한 니바스가 허공에 날아올라 우리를 내려 보았다.

“조금 전의 그것은 이치를 벗어난 힘이었다. 도대체 무엇이지?”

-주군.

니켈이 시선은 여전히 니바스에게 둔 채 나를 불렀다.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공간을 울리는 그 말에는 믿음이 담겨있었다. 자신을 향한 믿음과 상대를 이길 수 있다는 믿음.

푸른 귀기가 니켈의 눈가에 서리며 이내 니바스를 향해 움직였다.

“신기한 힘이지만 닿지 않으면 그만.”

니바스는 허공에서 내려오지 않았다.

그가 손을 휘젓자 수십 개의 마법진이 생성되며 마법이 쏟아졌다.

-닿지 않으면 그만.

니켈이 비웃듯이 니바스의 말을 따라하며 마법들을 피해냈다. 피해낸 마법들이 내게도 쏟아졌지만 루도가 거대한 몸으로 내 앞을 막았다.

“아드리아스 크롬웰.”

그 사이에 내게 다가온 오관이 침착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

“니바스의 말이 사실일까요? 정말 돌이킬 수 없는 겁니까?”

“진정해. 안 그래도 할 말이 있었다.”

오관의 말에서 어렴풋하게 느껴지는 긍정적인 기운에 나는 차분히 기다렸다.

“몸을 관조해보니 그의 말대로 이미 알 수 없는 절차가 끝나있었다. 하지만 신이라고 했었나? 아마 초월자를 말하는 것 같은데 그런 것과는 거리가 먼 것 같구나.”

“거리가 멀다는 건······?”

“나도 정확히는 모른다. 확실한 건 내가 아닌 이 아이의 어미가 알고 있겠지.”

루나의 어머니라면 이브 밀레니엄인데.

생각해보니 애초에 니바스의 계획도 이브와 연관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지금 불러오마.”

오관은 그리 말하더니 스르륵 사라졌다.

이내 루나가 말똥거리는 눈으로 나를 보다가 후다닥 안겨왔다.

“친구!”

“루나, 몸은 괜찮습니까?”

“생각보다 괜찮아.”

겉으로 보기에도 전혀 이상이 없어보였다.

굉장히 아파했던 것치고는 특이한 일이었다.

‘심장의 마법진도 실제로 가동했었는데 왜 이렇게 멀쩡하지?’

아무래도 이브 밀레니엄에게 들어봐야 알 것 같았는데 루나는 이브를 소환할 기미가 없었다.

“루나. 이브는 소환하지 않으실 겁니까?”

“그러려고 했는데······.”

루나가 잠시 말을 멈추며 무언가를 확인하듯 조용히 있었다. 곧이어 루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바쁘다고 하셔.”

“이브가?”

“응.”

아무래도 뭔가가 있었다.

루나가 이렇게 멀쩡한 이유도 사실은 이브와 관련이 있는 게 아닐까?

콰아아악!

니켈 쪽은 완전 난장판이 따로 없었다.

진화한 니켈은 탑에서 보여줬던 실력보다 더 강해보이는 모습으로 시종일관 니바스를 압도하고 있었다.

“······고작 언데드가······.”

니바스도 적잖이 당황한 눈치였는데 이내 날고 있던 크리브마허가 남아있던 맥스웰들을 전부 처리하고 그에게 달려들었다.

콰아아앙!

그러나 크리브마허의 공격은 니켈과 달리 마법에 막혔다.

-크리브마허. 나를 태워라.

-이 몸에게 명령하는 것이냐?

왜 또 같은 편끼리 싸우고 있냐.

나는 곧바로 크리브마허에게 니켈을 태우게 하고 니바스를 상대하게 했다.

그러자 니켈은 전설 속에 나오는 용기사와 같이 크리브마허의 머리 위에서 검을 휘둘렀다.

허공이라는 제약도 사라지자 니바스는 도망 다니기 급급해졌다. 니켈의 특성은 마법사에게는 최악의 상성을 가진 능력이었다.

-주군을 상심케 만든 죄, 똑똑히 갚아라.

콰직!

모든 마법을 부수고 견고한 방어막마저 뚫으며 결국 니켈의 검이 니바스의 어깨를 파고 들었다.

“정말 이해가 불가능하군. 이런 언데드가 존재할 수 있다고?”

콰앙!

니바스가 추락했다.

바닥에 처박힌 그는 여전히 표정 없는 얼굴을 한 채 입만 뻥긋거렸다.

“아쉽군. 내 패배다.”

얼마나 살아왔을지 모를 전설 속 대마법사가 자신의 패배를 덤덤하게 인정하는 모습이 오히려 섬뜩했다.

“새로운 세상을 만들고자 했으나 그 결과는 결국 파멸이군.”

“그게 무슨 소리지?”

나는 바닥에 박힌 니바스에게 다가가 물었다.

그러자 니바스가 슬쩍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봤다.

“내가 죽으면 1223번은 이제 주인 없는 신이 될 것이다. 그 말은 곧 제어를 할 수가 없다는 이야기지.”

정말 인간 같지 않게 느껴졌다.

천년의 계획을 세우고 그 계획을 성공하기 직전에 무산된 사람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담백한 태도.

“1223번은 세상을 멸망시키기만 하고 창조해내진 못할 거다. 창조의 몫은 내 것이었으니.”

“그건 걱정할 필요 없다.”

루나가 다가오며 말했다.

아니, 그녀는 루나가 아니었다.

“이브 밀레니엄. 오랜만이군.”

니바스가 인사를 건네자 이브가 싸늘한 얼굴로 받아주었다.

“그래, 맥스웰.”

“맥스웰이라······.”

니바스는 처음으로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러자 지금까지 보였던 무표정한 모습이 마치 거짓처럼 느껴질 만큼 그 변화가 극적이었다.

“맥스웰, 미안하지만 네 계획은 이미 진즉에 망가진 지 오래였다.”

“조금 더 설명을 해줄 수 있겠나?”

“내가 왜 죽었다고 생각하지? 그리고 왜 굳이 죽어서까지 루나에게 사령당하고 있었을까.”

뭐야, 머리가 복잡해지네.

그러니까 이브의 말은 일부러 죽었다는 소리인가? 막시민에게 죽었던 것조차 모두 계획된 일이었다는 소리?

‘막시민이 루나를 보면서 죄책감이 없는 것처럼 행동한 게 그런 이유에서인가?’

막시민을 냉혈한이라 생각했는데 이러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 모든 게 계획이었다면 이브 본인이 자신을 죽여 달라고 했을 가능성이 다분했다.

“······아아, 그런 건가.”

니바스는 이브의 짧은 말만으로 이해를 했다는 듯 자조적인 미소를 보였다.

“역시 머리가 좋아서 바로 눈치 챘구나. 애초에 내가 죽은 건 모두 이 순간을 위해서였지.”

“전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루나는 무사한 겁니까?”

내가 끼어들자 이브의 시선이 잠시 내게 머물렀다.

“맥스웰은 살아있는 모든 걸 관찰할 수 있었지. 그런 그의 눈을 피하기 위해서는 내가 죽어서 루나의 곁에 남는 방법 밖에 없었단다. 죽은 내가 루나에게 뭔 짓을 하던 알 수 없을 테니까.”

저렇게 말해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

가장 근본적인 물음은 왜 자신의 목숨을 헤치면서까지 니바스의 시선을 피하려고 한 것이냐였다.

“왜 그런 거죠? 그렇게까지 한 이유가······.”

사실은 본인이 신이 되고 싶었다거나?

아직도 의아한 나를 보며 이브가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맥스웰의 계획은 나도 동의하고 진행된 내용이란다. 하지만 나도 예측하지 못한 게 중간에 있었지.”

이브가 여전히 미소를 지은 채 가슴에 손을 얹었다.

“나조차 내게 모성애라는 것이 있을 줄은 몰랐단다. 처음에는 분명 없었지만 루나, 이 아이에게 마법을 가르칠수록 숨길 수가 없더구나.”

솔직히 믿기지 않았다.

이성적으로는 분명 그러했지만······.

따지고 보면 나도 루나를 위해 죽음을 각오했던 걸 생각하면 감정적으로는 이해를 할 수 있었다. 그게 진심인지는 몰라도.

“한 가지 궁금하군. 그렇다면 우로보로스의 마력은 어디로 간 것이지.”

그때 니바스가 들을 가치가 없다는 듯 말을 끊어왔다. 이브가 나타나고서는 유독 감정적으로 보이는 그 모습이 꽤나 볼만했다.

“어디 있긴. 여기 있지.”

“······불가능하다.”

이브가 자신을 가리키며 말하자 니바스가 누운 채 고개를 저었다.

“그 강대한 마력은 신으로 거듭나기 위한 강력한 에너지원이다. 담아두려면 적어도 신이 되는 수밖에 없어.”

“그래, 네 말이 맞다.”

이브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내가 지금 소환된 거지.”

“······무슨 소리냐.”

“이미 딸을 위해서 죽었던 나다. 여기서 더한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도 없겠지.”

“이브 밀레니엄!”

콰아아아------!

마력의 파동이 폭발했다.

계획이 무너졌을 때도 보이지 않던 그의 분노가 이브의 말 몇 마디에 터져 나왔다.

니켈에게 당했을 때도 사실은 계획이 실패했다고 생각하지 않았던 건가?

“아드리아스 크롬웰.”

이브는 니켈에게 깔려 옴짝달싹 못하는 니바스가 화를 내든 말든 신경도 쓰지 않은 채 내게 말을 걸었다.

“말씀하세요.”

“앞으로도 루나를 잘 부탁하마.”

그 말은 마치 이별을 고하는 것 같았다.

그런 생각이 든 순간 나는 이브의 계획을 눈치 챌 수 있었다.

“이브, 설마······.”

“짐작은 했겠지만 나는 곧 소멸된단다. 그래도 조금이나마 마음을 놓을 수 있는 건 그대가 좋은 후견인을 루나의 곁에 두어준 덕분이지.”

······이렇게까지 희생을 한다고?

자신의 죽음으로 딸을 지켰던 마녀는 영혼의 소멸까지 감내하며 내게 작별인사를 고했다.

“부디 행복하게 살 거라.”

“이성적으로 판단해라, 이브 밀레니엄! 신이 될 수 있는 마력이다! 그걸 허무하게 자신의 소멸로 감당하려는 것이냐!”

니바스의 외침에도 이브는 대답 없이 눈을 감았다. 그러자 니바스의 얼굴에 초조함이 깃들었다.

“정말이구나······이 미친 마녀가!”

마력이 소용돌이쳤다.

이브의 말대로 곧 루나의 몸에서 믿기지 않을 만큼 순수한 마력이 공간을 가득 메우기 시작했다.

“······이미 다 끝난 일이라면······.”

그때 니바스가 불길하게 중얼거렸다.

“모두 이곳에서 죽여주마. 행복? 웃기지 마라!”

니바스의 가슴이 기괴할 정도로 부풀어 올랐다.

“니켈.”

푸욱!

명령이 채 떨어지기도 전에 니켈이 먼저 이상을 감지하고 니바스에게 검을 찔러 넣었다. 그러나 니바스는 그런 우리를 비웃었다.

“나만 끝날 수는 없지. 모두 죽는 거다.”

우우웅-------!

우리가 있는 공간이 다시 한 번 마법진을 발동시켰다. 그리고 그 마법진의 정체는 전과 달리 파악하기 쉬웠다.

‘폭발.’

자폭이군.

너무나 거대한 규모의 마법진이라 막을 방법이 없었다.

루나는 여전히 눈을 감은 채 마력을 분해시키고 있었다. 그런 그녀를 지키기 위해서 난 결정을 내려야만 했다.

“티무르.”

-크릉.

티무르가 냉큼 달려왔다.

그리고 내 의지를 읽은 티무르가 신호를 보내왔다.

[퓨리 레버넌트(전설)가 분노를 사용하고자 합니다.]

[퓨리 레버넌트(전설)와 분노의 쿨타임을 공유하게 됩니다.]

[수락하시겠습니까?]

‘수락한다.’

화르륵--

티무르의 몸에서 순간 검은 불꽃이 피어오르더니 이내 사그라들었다.

“오러 비기.”

티무르의 오러 비기, 금강불괴.

그 어떤 공격도 뚫을 수 없는, 그를 역사에 이름을 남기게 한 압도적인 오러 비기.

이런 상황에서 쓸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는데 말이야.

“엄마?”

이브의 강림이 풀린 루나가 몽롱한 표정으로 휘청거렸다. 나는 그런 루나를 티무르에게 감싸게 했다.

“조금만 주무시고 계시면 금방 끝날 겁니다.”

“친구?”

루나가 불안한 듯 나를 바라봤다.

그녀도 대충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지 짐작을 하는 거겠지.

하지만 그녀에게 걱정을 끼치고 싶지는 않았다.

“아무 일도 없을 거예요.”

“친구우!”

아쉽지만 티무르가 나까지 감쌀 정도로 크지는 않았다. 만약 아슬아슬하게 가능하다고 했더라도 최대한 빈틈이 없어야하니 나는 포기했을 거다.

‘그래도 난······죽지 않는다.’

꾸우우웅----

시작됐다.

이내 거대한 폭발이 소리보다 먼저 들이닥치며 내 시야를 하얗게 물들였다.

쿠와아아앙------------!

< 342화. 비극(Tragedy)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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