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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 특성으로 최강 네크로맨서-343화 (343/415)

< 343화. 대혼란 >

우우웅--

“어!”

워록들이 전부 자리를 비우고 조교들만 남은 원탁에 마나가 요동쳤다.

“또 무슨 일이지?”

“맥스웰인가? 혹시 모르니 워록들을 다시 모셔와라!”

조교들 사이에서 소란이 벌어진 사이 루시아는 원탁의 위로 생성되는 환한 원형 구체를 노려보았다.

그리고 이내 구체에서 드러나는 실루엣을 보고 다급히 원탁 위로 올라갔다.

“위, 위험해! 내려와!”

사람들이 놀라 소리쳤지만 루시아는 멈추지 않았다. 마저 원탁의 중앙까지 향한 그녀는 이내 떨어지는 구체 속의 신형을 조심스레 받아들었다.

“선······배?”

루나가 마법을 사용해 사뿐히 받아 든 것은 두 명의 사람이었다. 한 명은 기절하듯 눈을 감은 루나 펜드래곤이었고 나머지 하나는 그런 루나를 자신의 몸 위에 얹은 새까만 신형.

“루나 펜드래곤? 설마 돌아온 건가!”

“저 시커멓게 그을린 건 설마······.”

후웅!

소란이 벌어진지 얼마 되지 않아 나갔었던 워록들이 금세 원탁으로 모여들었다.

“무슨 일인가?”

“아무래도 아드리아스 크롬웰과 루나 펜드래곤이 돌아온 듯합니다.”

확신이 없는 누군가의 말에 공간 이동으로 나타난 바하트가 루시아에게 향했다.

치이익--

여전히 고온을 내뿜고 있는, 숯덩이라 불러도 과언이 아닌 한 인물을 보며 바하트의 눈이 크게 뜨였다.

“도대체 무슨 일이······.”

그때 숯덩이 위에 있던 루나가 천천히 눈을 떴다. 그녀는 잠시 멍하게 주변을 둘러보더니 이내 벌떡 일어나 소리쳤다.

“엄마? 친구?”

“루나 펜드래곤,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아드리아스는 왜 이 꼴이고?”

바하트가 재촉하자 루나는 눈물을 그렁그렁 매달며 새카맣게 탄 아드리아스를 바라봤다.

“친구가······친구가 나 대신에······.”

울먹거린 루나는 이내 급하게 아공간 아티팩트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친구까지 잃을 수 없어! 부탁이야, 친구를 살려줘.”

그녀가 꺼낸 것은 잡다한 물건이 담긴 작은 가방이었다. 그리고 그걸 본 루시아는 떨리는 손으로 아드리아스를 품에 안은 채 중얼거렸다.

“포션?”

“친구가 말했어! 이걸 완성시키면 살 수 있다고!”

루나가 눈물을 뚝뚝 흘리며 외쳤다.

“쓰러지기 전에 나한테 부탁했어. 그러니까 제발 도와줘.”

“비앙테! 일단 아드리아스의 상태를 살펴봐라. 그 포션은 나한테 주거라.”

바하트는 루나에게 포션을 건네받고 곧바로 살피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며 루나는 급했던 나머지 못 다한 말을 이어서 했다.

“친구가 그건 엘릭서가 될 수 있는 포션이라고 했어! 그걸로 살려달라고······.”

“엘릭서?”

뜻밖의 이름이 등장하자 모두가 수군거렸다.

엘릭서는 이론상으로만 존재하는 전설 속의 물건이나 마찬가지였기에 모두가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루시아와 바하트는 제외였다.

그들은 아드리아스의 말을 의심해볼 생각도 없이 말했다.

“선배가 그렇게 말했다면 아마 확실할 거예요.”

“흐음, 그렇다면 이 가방 안에 든 재료들이 엘릭서를 만들 재료들이라는 소리군.”

둘의 말에 아드리아스의 상태를 살피던 비앙테가 눈살을 찌푸렸다.

“그 말을 믿는다고요?”

“믿지 못할 이유는 어디 있지?”

바하트는 짧게 자신의 의견을 말하고는 포션과 가방을 루시아에게 맡겼다.

“아드리아스를 이리 내라.”

“······호흡은 하고 있지만 이미 죽은 거나 다름없는 상태에요. 저 물건들이 진짜로 엘릭서의 재료들이라고 해도 엘릭서를 완성할 때까지 견디지 못할 겁니다.”

“그러니까 녀석을 이리로 내보라는 것 아니냐. 어이, 케슈른 비올가라고 했나?”

“예, 옙!”

“넌 지금부터 나랑 마법진을 구성한다. 그리고 패트릭 영감!”

바하트가 속전속결로 지시를 내리기 시작했다.

“애들 좀 데리고 모드리안의 솥에 가서 미리 포션 연구를 할 준비 좀 해놔 봐. 그쪽은 영감이 전문이잖아.”

“알겠네.”

패트릭이 고개를 끄덕이며 워록 몇몇과 조수들을 데리고 떠났다. 그런 패트릭의 뒤를 루시아와 루나가 재료가 담긴 가방을 지닌 채 쫓았다.

“케슈른, 지금부터 넌 나랑 공간 분리와 시간 연장 마법진을 설계할 거다.”

“아! 이해했습니다. 공간을 따로 분리해서 그 공간 안의 시간만 느리게 만들 생각이시군요!”

“그래.”

무뚝뚝하게 대답한 바하트는 곧바로 원탁에 박힌 마석을 마법으로 뽑아내 가루를 내기 시작했다.

파스슥!

“이걸로 마법진을 그려라. 우선 포이엠의 공식하고 니큐러스 16망성, 우드렐 방정식을 베이스로 해. 세부적인 건 내가 그리지.”

“알겠습니다.”

곧바로 작업이 시작되고 그 모습을 지켜보던 다른 마법사들도 부랴부랴 움직이기 시작했다.

“우리가 아무리 이기적인 마법사들이라지만 생명의 은인을 못 본 척할 수는 없지!”

“어이! 심층부 5층 6호가 내 방이다. 거기서 디큐러스의 상자를 가지고 와! 아니다, 같이 가서 있는 건 다 가지고 오자.”

“나도 지금까지 꿍쳐둔 물건들을 꺼내야겠군.”

20명 남짓한 마법사들이 하나의 목표를 위해 왁자지껄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중 절반은 무려 워록들인 만큼 평소에는 절대 볼 수 없는 광경이었다.

“비앙테, 아드리아스의 상태를 2분마다 보고해라.”

“알겠어요. 마법진은 얼마나 남았죠?”

“생각보다 빨리 만들어질 것 같군.”

바하트는 우로보로스의 공간에서 유독 마법진에 자신 있어 하기에 불렀던 케슈른을 곁눈질했다. 케슈른은 그의 예상을 아득히 넘어선 마법진의 귀재였다.

‘이 녀석도 괴물 같은 재능이구나. 아드리아스, 넌 대체 어떻게 미리 알고 친해진 거지?’

애초에 아드리아스의 곁에 있는 자들을 생각하면 케슈른이 딱히 놀라울 건 없었다.

바하트가 궁금한 것은 어떻게 이런 이들하고만 인연을 맺을 수 있었냐는 문제였다.

“생각해보면 나도 있었군.”

“예?”

“혼잣말이다. 빨리 작업이나 해.”

작업을 하는 와중에도 디바우러들이 찾아와 온갖 마석과 귀한 마법시약을 가져다주었다.

덕분에 엄청난 속도로 마법진을 완성해나간 바하트는 이내 마무리를 지을 수 있었다.

“완성이다.”

아드리아스를 중심으로 복잡한 형태의 마법진이 만들어졌다. 그 모습을 본 비앙테가 뒤로 물러나며 한숨을 내쉬었다.

“부디 버텨야할 텐데······.”

“흥, 넌 저 녀석을 몰라서 하는 말이겠지만 고작 이 정도에 죽을 놈이 아니다. 걱정할 시간에 어서 포션 제작이나 가서 도와라.”

“당신은 이제 뭘 할 거죠?”

“마법진은 내가 있어야만 유지될 수 있다. 나는 이 자리를 못 떠나.”

바하트가 자신의 발밑에도 그려진 마법진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제 마법진을 가동하겠다. 나도 느려진 시간 속에 갇히게 될 거니 빨리 포션을 만들어내라. 천하의 디바우러들과 콧대 높은 워록들이 사람 하나 살릴 약도 못 만들지는 않겠지?”

“바하트!”

우웅-

비앙테가 굳은 표정으로 그를 불렀지만 이미 마법진이 가동된 뒤였다. 그녀는 뒤늦게 바하트가 서있던 바닥에 그려진 마법진을 보며 그 정체를 짐작할 수 있었다.

‘본인의 시간을 소모해서 상대의 시간을 늘리는 마법진.’

아무리 대륙 10인의 마법사여도 만능은 아니었다. 게다가 급조한 마법진인 만큼 아무리 좋은 재료를 사용했다고 해도 완벽할 수는 없었다.

“······어째서 그렇게까지 하는 걸까요.”

아드리아스가 흑마법사라는 사실을 숨기기 위해 사용한 맹세의 마법도 결코 평범한 마법이 아니었다. 시전자 본인에게도 큰 부담을 주는 기술로 여태껏 바하트가 사용했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었다.

“비앙테 님, 가실까요?”

“하아, 그래요.”

케슈른의 목소리에 상념에서 깨어난 비앙테가 고개를 끄덕였다.

바하트의 생각 따위는 아무래도 좋았다.

지금은 다른 것보다 아드리아스를 살려내는 것이 급선무였다.

**

우아아아---!

전장을 울리는 거대한 함성 소리가 병사들의 피를 뜨겁게 달궜다. 북소리와 나팔소리가 이내 함께 섞여 나오며 곧 있으면 일어날 핏빛 수라장을 예견했다.

“후욱, 후욱.”

“긴장 하지 마. 긴장 하면 안 돼.”

애써 스스로를 다독이는 병사들을 보며 루이스가 표정을 굳혔다.

남부 왕국 연합과의 전쟁이 벌어진지도 벌써 3년. 전쟁의 광기는 제국을 비롯해 온 대륙으로 퍼져나가 이제는 다투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였다.

“루이스 경! 루이스 경, 어디 있나!”

“여기 있습니다.”

자신을 다급히 찾는 말에 루이스가 고개를 돌렸다. 언덕 위에 자리를 잡고 곧 있을 격돌을 대비하고 있는 상황에서 급작스런 부름이었다.

“예리치 각하께서 급히 찾고 계시네.”

“예리치 각하께서는 서부 전장에 계시는 것 아니었습니까?”

“통신구로 연락을 해왔어. 어서 가보게.”

불길한 예감이 루이스를 스치고 지나갔다.

그러나 일단은 참모의 말대로 진지에 돌아왔다.

“돌격!”

진지에 돌아오자 원래 위치했던 언덕에서 돌격 명령이 떨어졌다. 그 모습을 어깨 너머로 본 루이스는 입술을 깨물었다.

‘난 어째서 이러고 있는 거지.’

지난 3년간 많은 일들이 있었다.

마법사들의 도시 포트리온의 차원 분리로 수많은 마법사들이 실종됐으며 그 안에는 알븐 공작가의 가주인 바하트 알븐부터 저명한 워록들이 있었다.

‘아드리아스 선배님.’

그리고 루이스의 우상인 아드리아스 또한 실종 명단에 포함되어 있었다.

역대급 사건으로 대륙이 충격에 휩싸여 있을 때 전쟁은 갑자기 시작되었다. 마치 포트리온의 사고를 기다렸다는 듯 어수선한 틈을 타 남부 왕국 연합이 제국에게 기습적인 공격을 감행했다.

“충성!”

“충성.”

루이스는 진지 경계병의 인사를 대충 받으며 막사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그곳에는 아직까지도 열띤 토론을 펼치고 있는 귀족들이 보였다.

“충성. 루이스 아트만, 부름에 응답했습니다.”

“응? 아, 검룡이군. 예리치 각하의 통신이 왔네. 저기로 가서 받게나.”

루이스는 애써 표정을 관리하며 고개를 숙인 채 전술용 탁자를 지나갔다. 저들이 싸우는 이유가 병사들을 위함이 아닌 본인들의 이득 때문이라는 것을 전쟁에 참가한 지난 1년간 뼈저리게 느꼈기 때문이었다.

‘······지긋지긋하군.’

전쟁에 참가한 것은 루이스의 의지가 아니었다. 전쟁으로 인해 임시 휴교를 하게 된 아카데미를 나와 그를 대신 가르쳤던 막시민의 의지였다.

‘전쟁은 좋은 자양분이지. 네가 나한테 배울 건 더 이상 없다. 가서 직접 경험해라.’

아드리아스와의 인연 덕분에 계속해서 막시민과 연이 닿은 사인방은 2년 동안 그에게 검을 배울 수 있었다.

막시민은 가르침을 주면서도 아무 대가도 없이 그저 베풀기만 했다.

‘왜 저희에게 이렇게까지 해주시는 겁니까?’

‘그게 아드리아스가 원했던 일이기 때문이다.’

잠시 지난날의 대화를 떠올린 루이스는 이내 자신의 친구들을 떠올렸다. 가문에 속한 둘은 각자의 영지에 있었고 벤자민은······.

“루이스 경, 여기 입니다.”

생각에 잠겨 걷던 루이스는 통신 아티팩트를 받아들었다.

“충성, 루이스 아트만입니다.”

-그래, 루이스 경. 잘 지내고 있나? 전선은 좀 어떤가?

“여전합니다. 각하께서는 괜찮습니까?”

-그게 말일세. 실은 이쪽의 상황이 좀 여의치가 않아.

루이스는 한숨을 내쉬려던 것을 참았다.

분명 전쟁에 참가하며 남부 왕국 연합과의 전장에만 서겠다고 했었는데 상대의 말투를 보아하니 그른 것 같았다.

-······해서 말일세. 루이스 경을 이쪽으로 부르게 되었네.

“각하, 외람된 말씀이오나 전 같은 제국민을 상대하지 않는다고······.”

-어허! 어찌 저들이 같은 제국민이란 말인가! 반란을 일으킨 역도들은 남부 연합보다 악한 놈들일세!

제국의 전세가 정신없는 이유는 단순히 남부 연합 때문만이 아니었다.

서부 귀족 연합의 내란이 동시에 들이닥치고 조용히 있던 동부의 왕국들도 슬그머니 이빨을 드러내고 있는 상황이었다.

특히 동부 왕국 중 종교적 우두머리인 성국의 움직임이 묘했다.

-이미 이쪽으로 발령을 내렸으니 자네는 5일 안에 이곳까지 와야 하네.

“······알겠습니다.”

툭!

신경질적으로 끊긴 통신기를 뒤로 하며 루이스가 밖으로 나왔다.

“서부라······.”

서부 반란군은 모하임 가문을 주축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그러나 루이스에게는 그보다 중요한 사실이 존재했다.

“크롬웰.”

크롬웰 가문이 그곳에 있었다.

< 343화. 대혼란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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