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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 특성으로 최강 네크로맨서-184화 (184/415)

< 184화. 또 다른 전조 >

시간이 참 빨랐다.

어느새 1학년 트리오가 2학년이 돼서 선배 역할을 하고 있다니.

‘새로운 애들 중에는 플레이어블이 없어서 신경을 안 쓰고 있었네.’

플레이어블은 없지만 꽤 비중 있는 조연들이 몇몇 있었기에 생각은 해둬야겠다.

위이이잉-

어떻게 하면 세레나에게 자연스럽게 검법을 알려줄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일단 무작정 찾아갔었는데 루이스가 함께 있을 줄은 몰랐다.

지금은 바빠 보여 내일 만나기로 하고 다시 기숙사를 향해 돌아가는데 태블릿에서 진동이 울렸다.

‘행정부.’

도착한 문자는 행정부에서 보낸 문자였다.

용무가 있으니 교장실로 와줄 수 있냐는 내용.

굳이 나한테 무슨 용무가 있다는 건지 짐작이 없었지만 마침 원래 계획했던 세레나와의 만남이 무산되어 시간이 남았다.

곧바로 걸음을 돌려 교장실로 직행하자 오랜만에 보는 데오스가 나를 반겼다.

“방학은 잘 보내셨습니까?”

“예. 그럭저럭.”

길게 길렀던 머리는 다시 잘랐기에 이전과 다를 게 없다고 생각하지만······.

아무래도 4년 동안이나 시간이 흘렀으니 외모가 늙었을 수도 있겠다.

“음······.”

데오스는 뭔가 의문이 깃든 눈으로 나를 살피다 입을 열었다.

“다름이 아니라 내일부터 있을 토너먼트에 타 왕국의 아카데미 학생들을 초대했습니다.”

다른 아카데미의 학생들을?

이건 게임에서도 없던 전개였다.

그래도 크게 문제가 되는 비틀림은 아니라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말입니다만 아드리아스 학생, 이번 토너먼트는 어떻게 하실지 궁금해서 불렀습니다.”

“어떻게 하다니요?”

“우승, 하실 겁니까?”

데오스의 진지한 눈빛이 느껴졌다.

“로들렌 아카데미의 교장으로서 이번 토너먼트에서 부디 우리 아카데미의 위상을 드높여주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마치 제가 우승하고 싶지 않아서 안 한 것처럼 말씀하시는군요.”

“작년 토너먼트는 운이 나빴다고 봅니다. 하지만 이번 토너먼트에서는 이변이 없는 한 아드리아스 학생이 우승할 것 같군요. 제 개인적인 견해입니다. 허허.”

“실력을 숨기지 말라는 말처럼 들리는데, 맞습니까?”

“그래주실 수 있습니까?”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애초에 저번 토너먼트도 일부러 진 게 아니라 진짜 실력으로 진 거다.

디에네의 실력이 그렇게나 급성장할 줄은 그땐 예상하지 못했으니까.

아무래도 그때 이후로 모드라스의 탑에서 보여준 모습 때문에 내가 실력을 숨긴 줄 알았나보다.

그냥 진화빨로 남들보다 훨씬 빠르게 강해졌을 뿐인데.

“알겠습니다. 애초에 이길 생각이기도 했고.”

“좋습니다. 기대하도록 하죠. 그나저나 아드리아스 학생.”

“예. 말씀하세요.

“혹시 신창의 아들을 아십니까?”

“타르밀 아카데미의 로베르토라면 알고는 있습니다.”

“그 학생도 이번에 온다고 합니다.”

대륙은 넓고 강자는 많았다.

그 중에서도 레지온 왕국의 공작인 신창 드레드는 대륙 10인에 속하는 강자였다.

물론 대륙 10인이라는 게 각 신문사의 호사가들이 만든 내용이라 정확하지는 않지만 적어도 그 명성만큼은 진짜인 오러 마스터였다.

그런 신창의 아들은 레지온 왕국의 타르밀 아카데미를 재학 중이었는데 원래였으면 몇 년 뒤에나 볼 수 있는 NPC였으나 뜻하지 않게 일찍 보게 되네.

그 신창의 아들인 로베르토도 이미 꽤 명성을 떨치는 기재였다.

로들렌 아카데미에 혼자서 라이벌 의식을 불태우는 귀찮은 녀석이기도 하고.

“솔직하게 말하자면 아드리아스 학생의 실력은 이미 학생의 범주를 넘어선 지 오래라고 생각됩니다. 이번 기회에 격의 차이를 보여주었으면 좋겠군요.”

“노력해보겠습니다.”

그 뒤로 소소한 이야기를 나눈 뒤 기숙사로 돌아왔다.

뭔가 변한 내 모습에서 의문을 느낀 듯하지만 딱히 말을 꺼내지 않은 걸 보면 나를 나름 배려한 모양이었다.

다른 아카데미에서의 방문은 이미 저번에 겪어본 적이 있기 때문에 조금 익숙했지만 그저 다른 변수가 일어나지 않기를 원할 뿐이었다.

[현재 보유한 포인트 : 14,890pt]

방에 들어와서 오랜만에 포인트를 확인했다.

시간이 남으니 여유가 생겨서일까.

‘능력치, 뽑기······. 뭐에 쓰는 게 좋지?’

참고로 업적으로 얻은 보상은 이미 확인한 지 오래였다.

이번 방학동안 2개의 업적을 달성했는데 그동안 너무 운이 좋았던 건지 이번 2개의 특성은 잡특성이 나왔다.

[버티기]

-노멀

-입는 피해가 5% 경감됩니다.

[스턴 저항]

-노멀

-기절 내성이 올라갑니다.

없는 것보다는 낫지만 아무래도 조금은 아쉬운 보상들.

그러니 포인트에 눈을 돌리게 되는 건 당연했다.

일단 1주일마다 사용할 수 있는 편의기능은 매번 사용해주고 있었다.

마치 내 상황을 안다는 듯 매번 최선의 기능을 보여주니 비싸도 구입하게 된다.

애초에 포인트를 쓸 수 있는 곳 자체가 한정적이니 별로 아깝다는 생각도 들지 않고.

[힘 구입 : 1600pt]

능력치는 구입할 때마다 100포인트씩 가격이 올라 엄청난 인플레이션을 자랑했다.

편의기능에 써야할 포인트와 혹시나 싶은 마음으로 10,000포인트가 넘게 저축하고 있지만 이제 슬슬 뽑기에도 한 번 질러볼까 싶던 참이었다.

[뽑기]

[1회에 1,000pt가 소모됩니다.]

[뽑기 1회를 사용합니다.]

[1,000pt 차감.]

-두구두구두구······.

미묘한 효과음과 함께 룰렛과 같은 게 눈앞에서 나타나 돌아가기 시작했다.

급한 상황에서는 써먹지 못하겠다는 분석을 하며 잠시 기다리자 이내 룰렛은 세 개의 그림이 다 엇나가며 결과가 나왔다.

[꽝!]

[씨 서펜트의 비늘이 나왔습니다.]

“오오?”

무작위 잡템을 준 모양인데 꽤 희귀한 물건이 나왔다.

씨 서펜트는 대해에서만 서식하는 거대 몬스터였기에 잡기도 힘들 뿐더러 만나기도 힘든데 이렇게 비늘을 얻을 줄이야.

물론 비늘 하나로는 아무것도 만들지 못한다.

1,000포인트치고는 아까운 게 맞지만 뭔가 가능성이 엿보였다고 해야 하나.

“터지면 뭐가 나오려나.”

근데 이 똥망겜은 확률을 제공하지 않았다.

잭팟이 궁금했지만 확률이 소수점 단위라면 괜히 포인트만 낭비하는 느낌이라 영 찝찝했다.

‘그래도······.’

현재 포인트는 13,000.

3,000포인트만 더 써볼까?

-두구두구두구······.

[꽝!]

[꽝!]

[꽝!]

[100pt가 나왔습니다.]

[구름꽃이 나왔습니다.]

[정체모를 도자기 조각이 나왔습니다.]

개같이 멸망.

내 3,000포인트 쓰레기로 대체됐다.

그래도 왠지 모르게 또 손이 갔다.

이게 도박의 위험성인가.

‘잭팟이 문을 두드리고 있다.’

내 감이 그리 말해주고 있었다.

이제 한 번만 더 뽑으면 잭팟이······.

[꽝!]

[페어리의 날개가루가 나왔습니다.]

······당분간 뽑기는 봉인이다.

**

“아드리아스가 왔었다고······?”

“네. 선배님.”

늦은 밤, 수련을 끝내고 돌아가는 길에 우연히 세레나를 만난 비비안은 멍하니 그녀의 말을 되뇌었다.

그러다 문득 처음 보는 인물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누구?”

“처음 뵙겠습니다, 비비안 선배님. 기사학부 1학년 피오네 아르디라고 합니다.”

“너도 아드리아스 봤어?”

“예? 예. 봤습니다.”

“어땠어?”

“예?”

예상치 못한 질문세례에 자꾸 반문하던 피오네는 이내 선배에 대한 실례라는 것을 깨닫고 어쩔 줄 몰라 하며 대답했다.

“그, 굉장히 무서워보였습니다!”

“아드리아스가 무서워?”

“아, 그게 아니라 함부로 다가갈 수 없는 분위기가 풍겼다고 해야 할까······.”

당황한 피오네가 손을 휘저었다.

그 모습을 고개를 갸웃거리며 바라본 비비안은 세레나에게 물었다.

“아드리아스가 왜 왔던 거야?”

“그건 못 들었어요. 제가 신입생들을 안내하는 역할을 맡아서 조금 바쁘다고 하니까 내일 다시 보자면서 바로 가버리셔서······.”

“흐으응.”

묘한 콧소리를 내며 두 눈을 게슴츠레 뜬 비비안이 세레나에게 다가갔다.

그러자 세레나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저, 절대 아드리아스 선배님이랑 따로 약속을 잡은 게 아니라······. 아! 루이스! 루이스도 같이 보기로 했어요! 저만 따로 보려는 게 아니니까 비비안 선배님도 그 자리에 같이 하시는 게 어때요?”

“나도? 그래도 돼?”

“물론이죠!”

“그래. 좋아.”

표정이 환해진 비비안이 고개를 끄덕이자 한숨을 내쉬며 안도한 세레나가 어색하게 웃었다.

“그럼 내일 뵙겠습니다, 선배님.”

“응.”

이내 비비안이 사라지자 피오네가 진땀을 흘리는 세레나에게 슬쩍 말을 걸어왔다.

“저 분이 그분이시죠? 작년 토너먼트 준우승.”

“어, 맞아. 비비안 벨로칸 선배님. 귀신같은 실력자시지.”

“제가 생각했던 모습이랑은 조금, 다르시네요.”

“응. 좀 유별나셔. 그래도 실력만은 진짜니까 아무도 무시 못해.”

피오네는 곰곰이 생각하다 다시 물었다.

“사천왕이라 불리는 선배님들보다 강한가요?”

“그걸 말이라고? 하늘과 땅차이지. 너도 아침에 봐서 대충은 눈치 챘을 거 아니야.”

“눈치를 채다니요?”

“모르는 척 하지마. 너 정도 실력이면 오늘 봤던 루이스랑 자말 선배님의 대련에서 뭔가 느꼈을 텐데?”

세레나의 말에 잠시 입을 다문 피오네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솔직하게 말했다.

“조금 실망했어요. 로들렌 아카데미는 대륙에서 내로라하는 기재들이 모였다기에 제 기대치가 높았나 봐요.”

“단편적인 부분만 보고 벌써부터 판단하면 안 돼.”

“예. 그래도 방심은 안 해요. 아직은 제가 더 약하니까.”

그러다 문득 잠깐 동안 눈이 마주쳤지만 강렬한 인상이 남은 한 남자가 떠올랐다.

조금 실망스러웠던 아카데미의 첫인상을 조금은 바꾸게 해준 인물.

“아드리아스 선배님은 얼마나 강하죠?”

“그야 물론, 이 아카데미에서 제일 강하겠지.”

“궁금하네요. 직접 보고 싶어요. 혹시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내일 저도 따라가도 될까요?”

“으응? 글쎄······.”

조금 애매하게 대답한 세레나는 조금 곤란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피오네는 물러설 생각이 없는지 다시 한 번 부탁했다.

“저, 꼭 확인하고 싶어요. 아드리아스 선배님이 정말 그렇게 강하신 분인지.”

그 불타오르는 눈빛에 차마 거절하지 못한 세레나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하아. 일단 물어는 볼게. 괜찮다고 하면 그때 얘기하자.”

“예. 감사합니다, 선배님.”

피오네는 해맑게 웃으며 고개를 숙이고 이내 문득 떠오른 비비안에 대해 물었다.

“저, 선배님. 아까 비비안 선배님이요.”

“어. 왜?”

“혹시 비비안 선배님, 아드리아스 선배님이랑 사귀는 사이에요?”

“음······글쎄. 그건 아닌 거 같은데.”

“그러면 아까 왜 그런 반응을 하셨는지······.”

“사귀는 건 아니어도 비비안 선배님이 아드리아스 선배님을 좋아하는 건 다 아는 사실이니까. 본인도 알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 역시 강한 남자는 인기가 많은 법이네요.”

“그건······모르겠네. 아드리아스 선배님은 뭐랄까, 동경하는 애들은 많은데 조금 다가가기 힘든 분위기여서 이성으로 보는 여자애들은 없어 보였는데. 애초에 마법학부 선배님이라 그쪽 분위기는 잘 모르겠네.”

“전 강한 사람이 좋아요.”

피오네의 말에 세레나가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래, 그래. 네가 누굴 좋아하던 그건 네 마음이지. 그래도 만약 아드리아스 선배님이 좋아지게 되면 비비안 선배님이라는 큰 벽이 있는 건 명심하고.”

“그건 두고 봐야죠. 그리고······.”

“그리고?”

“아니에요. 이제 기숙사로 돌아가요, 선배님.”

이야기를 마무리 짓고 세레나에게 자연스레 달라붙은 피오네는 속으로 조용히 생각했다.

아드리아스 크롬웰.

크롬웰 가문의 가주.

······그리고 원죄를 소유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인물.

‘얼마나 강한지 볼까. 그래봤자겠지만.’

그녀의 눈동자에 짙은 음영이 드리워졌다.

< 184화. 또 다른 전조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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