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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 특성으로 최강 네크로맨서-175화 (175/415)

175화. 4년의 위력

“늦는군.”

아침 식사를 하던 막시민이 뜬금없는 말을 꺼냈다.

그의 말에 함께 식사를 하던 이자벨과 메르쿠르는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를 바라봤다.

“갑자기 무슨 말이지?”

“아드리아스가 늦는다. 이것만 먹고 확인하러 가 봐야겠군.”

마치 마실이라도 나갔다 온다는 듯이 가볍게 말한 막시민은 마저 밥을 먹기 시작했다.

그의 말에 메르쿠르가 헛웃음을 흘렸다.

“농담이겠지?”

“막시민은 농담 안 해요.”

이자벨이 웃으며 말했다.

그 당연하다는 모습에 메르쿠르는 멍한 표정이 되었다.

“라스틸리아를 초대도 받지 않고 그냥 가겠다고? 애초에 그곳은 결계에 감싸여 있어서 아무나 출입할 수 있는 곳이 아니다.”

“밥 먹는데 소란스럽군. 환인족에게는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할 테니 걱정하지 마라.”

“그런 의미가 아니지 않나!”

“메르쿠르.”

막시민이 수저를 내려놓았다.

메르쿠르는 그런 막시민의 반응에 움찔거렸으나…….

“걱정 마라.”

막시민이 흔치 않은 미소를 보여 주며 말했다.

“이 대륙에서 날 이길 수 있는 존재는 신밖에 없다.”

* * *

콰가가가각!

서겅!

벽이 무너져 내리며 내 주위를 둘러싼 공기가 달라졌다.

이 공간에 있던 시간의 흐름이 깨진 느낌이었다.

‘검법 자체가 여기를 부수게끔 만들어졌네.’

세계수의 결을 따라 검이 휘둘러졌다.

목적 자체가 이 공간을 부수기 위한 검법이었음에도 SS급의 검법이었다.

이 검법을 만든 초월자가 만약 다른 의도로 검법을 만들었다면 어떤 위력의 물건이 나왔을지 궁금할 정도였다.

공간을 부수고 나왔음에도 결국에는 세계수 내부였기에 실감은 나지 않았다.

무려 4년 동안 갇혀 지내다 보니 함께 왔던 엘프들의 얼굴도 가물가물했다.

‘머리도 많이 길렀지.’

페널티로 인한 퀘스트를 수행 중일 때는 머리카락 따위 신경 쓸 틈이 없어서 그대로 길렀다.

그렇게 막상 기르고 나니 내가 4년 동안 겪었던 시련의 상징처럼 느껴져서 옷을 자른 천으로 묶고 다니는 중이었다.

당연한 말이지만 언데드들은 전부 소환 해제를 시킨 후였다.

이제는 이대로 뿌리를 찾아가면 될 터.

‘호이르랑 후겐은 굳이 찾지 않아도 되겠지?’

폭식의 새끼는 강했다.

그렇기에 호이르나 후겐을 끌고 가서 대신 처리하게 할 생각이었는데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지금의 나는 검술 천재에다가 초월자의 검법을 습득한 상태.

오러 마스터가 와도 비등한 싸움이 가능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였다.

문제는 뿌리까지 어떻게 가느냐인데…….

꾸드드득.

갑작스레 나는 소리에 뒤를 돌아보니 내가 부쉈던 공간이 다시 복구되기 시작했다.

“아!”

어차피 복구가 된다?

그러면 그냥 뿌리가 있는 방향으로 뚫고 지나가면 되지 않을까?

‘어차피 복구되는데 뭐 어때.’

엘프들이 들었으면 기겁할 만한 생각을 하며 곧바로 갈락슈르를 꺼냈다.

내 목표는 뿌리가 있을 지하.

나는 바닥을 향해 검을 겨누고 초월자가 남긴 검법을 떠올렸다.

‘검법의 이름도 정해야겠지?’

실없는 생각을 하며 그대로 검을 휘두르자 세계수의 결을 따라 검이 움직였다.

스르륵.

서걱!

부드럽게 베여 나간 바닥의 틈으로 그대로 몸을 던졌다.

그리고 곧바로 느껴지는 기척.

―뀨잇?

언뜻 들리는 소리가 깜찍했지만 생김새는 전혀 그렇지 않은 거대한 애벌레가 떨어져 내리는 나를 보며 반응했다.

그리고 나는 검을 들고 있던 김에 문답무용으로 애벌레를 벴다.

서걱!

―뀨잇!

세계수 내부에 서식할 정도의 몬스터는 다른 곳이었다면 고위험으로 분류되는 몬스터였다.

이 애벌레도 겉보기에는 그저 엄청난 덩치의 벌레였지만 방심할 수 없는 몬스터라는 뜻.

―끼리릿!

애벌레가 초록색의 체액을 뿌리며 숨을 거두자 어디선가 수십 마리의 검은 갑충들이 몰려왔다.

저 애벌레의 성충인가?

크라테스 산맥에서 죽였던 라녹스가 보면 좋아할 곤충들이네.

‘스트레스를 풀기에는 적당하다. 겸사겸사 채집도 하고.’

세계수 내부에 서식하는 몬스터는 나도 처음 본다.

포션의 재료로 쓸 수 있을지 한번 시험해 봐야겠군.

콰가가가각!

검을 휘젓자 순식간에 녀석들의 상‧하체가 분리되었다.

녀석들이 약한 건지 내가 강해진 건지 구별조차 가지 않을 정도로 순식간에 끝난 싸움에 나도 모르게 머리를 긁적였다.

“내가 세진 거겠지?”

뭐, 좋은 게 좋은 거지.

나는 곧바로 몬스터들의 부산물을 수거하고 계속해서 지하로 내려갔다.

* * *

“세이르 님!”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세이르가 고개를 돌리자 반다르가 급한 발걸음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무슨 일인가?”

“저 앞에 흔적이 있습니다!”

“인간의 흔적?”

“저, 그게…… 아무래도 후겐 장로나 호이르 원로의 흔적 같습니다. 카트프락의 군집이 초토화되어 있었습니다.”

“내가 가 보지.”

반다르의 안내를 받으며 곧장 찾아간 장소에는 검은 등껍질을 가진 곤충형 몬스터들과 애벌레들이 떼를 지어 학살당한 상태였다.

결코 호락호락한 몬스터들이 아니기에 도저히 아드리아스가 벌인 짓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한 세이르는 결론을 내렸다.

“아무래도 후겐이나 호이르인 것 같군. 근처에 있을 수도 있으니 조심해야겠어.”

“근데 이 흔적, 조금 이상합니다.”

“음?”

“혹시나 해서 추적을 해 보았는데 마치 땅을 파고 내려간 듯한 흔적이었습니다.”

“그건 큰일이군.”

뿌리에는 자신이 조직의 명령을 듣고 직접 뿌려 놨던 괴물의 새끼들이 세계수를 타락시키고 있었다.

그 모습이 후겐이나 호이르에게 들키면 안 되었기에 세이르는 마음이 조급해졌다.

“인간은 일단 놔두고 뿌리부터 가 봐야겠군.”

“길을 아십니까?”

“새끼들의 체취를 추적할 수 있는 아티팩트를 가지고 있다.”

그가 품속에서 자그마한 크리스털 모양의 아티팩트를 꺼내자 마나를 흡수한 크리스털이 반짝였다.

“넌 우선 다른 이들의 흔적을 찾고 될 수 있으면 합류해서 방해해라. 나는 이대로 뿌리로 가겠다.”

“알겠습니다.”

반다르가 고개를 끄덕이며 다른 이들을 찾아 나섰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세이르는 아티팩트를 보며 뿌리를 향해 뛰어가기 시작했다.

이 계획은 무려 100년 전부터 계획되었던 작전.

이제 곧 있으면 결실을 맺을 터인데 하필이면 이런 일이 생길 줄은 예상도 하지 못했었다.

‘썩어 빠진 엘프들의 사상을 드디어 깨부술 줄 알았건만 고작 인간 따위가…….’

이번 일부터 무사히 마무리 짓고 아드리아스라는 인간은 잔인하게 처리할 계획이었다.

가장 하등한 생물인 인간 따위가 조직의 원대한 계획을 비틀려 했다는 것은 도저히 용서할 수가 없었다.

‘흔적!’

아티팩트의 안내를 따라가던 세이르는 누군가가 바닥을 부수고 내려간 흔적을 발견하고 곧바로 정령술을 사용했다.

대지의 정령이 바닥에 남겨진 흔적을 훑으며 곧바로 세이르에게 정보를 건넸다.

“인간?”

설마, 그럴 리가…….

그러나 대지의 정령이 잘못 파악할 리가 없었다.

그렇다면 이전에 카트프락 군집을 학살한 것도 인간이란 뜻인가?

‘최악의 경우에는 호이르나 후겐, 둘 중 하나가 인간과 함께하고 있을 수도 있겠군. 그런데 바닥을 부쉈다고? 호이르나 후겐이?’

만약 후겐이 인간과 함께한다면 무력으로는 막을 자신이 없었다.

그는 명실상부 엘프 최강의 검사.

그러나 호이르라면 방심을 통한 기습으로 어느 정도 자신이 있었다.

세계수를 상처 냈다는 점에서 의문이 들었지만 우선은 빨리 내려가야만 했다.

적어도 뿌리에서 새끼들만 발견하지 못했다면 아직 막아설 가능성이 있었다.

자신에게는 아티팩트가 있었기에 누구보다 빨리 갈 자신까지 있으니 서두르기로 했다.

그렇게 바람의 정령까지 부리며 엄청난 속도로 목표를 향해 나아갈 때.

지직!

“으음?”

아티팩트가 이상 신호를 보내왔다.

그리고 그걸 확인한 세이르의 동공이 커졌다.

“죽었다고……?”

괴물의 새끼들을 관리하기 위한 아티팩트인 만큼 개체 수와 생사의 유무 또한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런데 방금 막 10마리에서 9마리로 줄어들었다.

“안 돼……. 안 돼!”

벌써 도착한 것은 둘째 치고 새끼들을 발견하고 죽이고 있다니!

이대로라면 100년이나 공들인 세계수 타락의 임무도 실패하고 조직에서의 입지도 떨어질 것이다.

그것의 의미는 곧 죽음.

“어떤 버러지 같은 놈이…….”

분노로 인해 귀가 새빨개진 세이르가 바닥을 노려봤다.

역시 상대는 바닥을 부수며 내려간 모양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이 속도가 말이 되지 않았다.

‘이대로 뛰어가도 하루는 꼬박 걸린다. 아까 (전에) 봤던 흔적도 그렇고…… 바닥을 뚫고 내려가고 있군.’

그렇다면 나도 가만있을 수는 없지.

세이르의 검에 광폭한 바람의 기운이 깃들었다.

오러 비기의 발현이었다.

“흐읍!”

콰가가가각!

폭력적인 바람의 기운이 바닥을 뚫기 시작했다.

엄청난 저항이 느껴졌으나 곧 바닥이 뚫리고 아래가 보이기 시작했다.

세이르는 분노로 인해 상대가 무슨 방법으로 바닥을 뚫고 지하로 내려갔는지조차 생각하지 못했다.

그저 사용한 오러 비기로 계속해서 지하로 내려갈 뿐이었다.

콰앙!

그렇게 순식간에 뿌리가 있는 장소까지 내려온 세이르가 눈에 불을 켜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찾았다.”

섬뜩한 목소리로 말하는 그의 눈에 드디어 찾고 있던 인물이 눈에 들어왔다.

세계수의 뿌리에 달라붙은 거대한 살덩이와 같은 무언가에 검을 들이밀고 있는 모습.

집채만 한 살덩이 모양의 괴물이 입을 벌리며 저항했지만 인간은 엄청난 속도로 검을 휘둘러 공격했다.

―꾸에엑!

푸슉!

한 번 휘두른 검이 자연스럽게 연계가 되어 선을 그렸다.

선들은 새끼 괴물의 결을 따라 그대로 분해시켰다.

‘저 검술은 도대체……. 인간이 저렇게 강했단 말인가?’

그때 아드리아스가 고개를 돌렸다.

“이제야 왔나. 늦었군.”

내려올 때까지만 해도 제정신이 아니었던 세이르는 차갑고 냉정한 아드리아스의 모습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뭐지?’

검술도 검술이지만 저것은 폭식의 새끼.

그 사실을 알고 있는 자신은 저것이 평범한 몬스터가 아님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 저 인간은 마치 주머니에 넣어 둔 물건을 꺼내듯 폭식의 새끼를 죽였다.

“이 하루 사이에 무슨 일이 있던 거지?”

모습도 달라졌다.

그가 알던 아드리아스 크롬웰은 저런 모습이 아니었다.

이전과 달리 머리카락이 거의 허리춤에 닿을 듯 길었고 딱 봐도 체형이 변했다.

마치 검을 다루는 데 최적화된 듯한 몸의 형태.

“글쎄.”

인간은 검에 묻은 피를 털어 내고 천천히 다가왔다.

어차피 자신이 적이라는 것을 모르고 있을 테니 세이르는 오러 비기를 준비하며 태연하게 말을 걸었다.

“저 괴물은 뭐냐? 세계수에 저런 괴물이 있다는 건 들어 보지 못했군.”

“다른 엘프들은?”

“나밖에 없다. 여기로 흔적이 이어져서 내가 먼저 왔지. 그것보다 대답은?”

“그래?”

아드리아스가 씨익 미소 지었다.

“잘됐네.”

“인간?”

쓰캉!

콰드드드드득―――!

갑작스러운 아드리아스의 공격에 바람이 깃든 세이르의 검이 부서져 나갈 듯 흔들렸다.

당황한 세이르가 뭐라고 말을 꺼내기도 전에 아드리아스의 공격이 물 흐르듯 이어져 나갔다.

하지만 세이르도 오러 비기를 사용하고 있던 상황이라 그리 쉽게 밀리지는 않았다.

“뭐 하는 짓이냐!”

세이르가 애써 소리쳤지만 아드리아스는 대답조차 하지 않으며 계속해서 검을 휘둘렀다.

아드리아스의 검술은 세이르가 느끼기에 전혀 평범하지 않았다.

한 번 시작된 공격이 연계가 되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단순한 연속 공격이면 상관없었지만 문제는 위력.

카가가가가강!

상대의 검이 자신의 빈틈을 훑었다.

“인간! 너도 대전사였던 것이냐!”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이 비록 대전사가 된 지 얼마 되지 않은 검사라지만 엄연히 대전사.

평범한 검사가 자신을 이 정도로 몰아붙일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쿠구구구궁!

일단은 대지의 정령을 이용해 땅을 일으켜 세웠다.

이대로라면 끌려다니기만 할 테니 맥을 끊어야만 했다.

그렇게 거리를 벌리려 할 때.

푸욱!

“큭!”

일으켜 세운 땅에서 흙으로 빚어진 송곳들이 튀어나와 전신을 찔러 왔다.

송곳들을 다급히 막아 냈지만 급소를 보호하기 위해 결국 팔 한쪽을 내주고 말았다.

“마법?”

그것은 분명 마법이었다.

이해가 가지 않는 상황에 혼란스러울 때 아드리아스가 천천히 다가오며 물었다.

“너, 오러 마스터 맞아?”

“이익! 도대체 내게 왜 이러는 거냐!”

“왜 그러냐니. 네가 폭식을 풀었잖아.”

어떻게 그걸?

의문이 계속해서 머리를 때렸다.

그리고 설마 하는 마음으로 물었다.

“조직에서 보낸 거냐?”

“조직? 아! 씬(sin)을 말하는 건가?”

“역시 조직에서 보낸 거군. 도대체 왜 날 핍박하는 거냐? 지금까지 맡겨진 임무를 잘 수행해 왔다고!”

세이르는 한쪽 팔을 지혈하며 애써 아드리아스와 거리를 벌리려 했다.

도대체 무슨 수를 썼는지는 모르겠지만 자신과 비등한 힘을 보이는 인간을 상대로 부상을 입은 채 싸울 수는 없었다.

우선은 이번 위기를 넘기고 다음을 기약해야 했다.

“자꾸 낙관적으로 생각하는데 왜 씬을 알고 있다는 것만으로 조직원이라고 생각하는 거야?”

“뭐?”

“오히려 적이어서 알고 있을 수도 있잖아? 내가 왜 굳이 폭식의 새끼들을 죽이고 있었겠어.”

“안 돼…….”

아드리아스가 결정을 짓기 위해 검을 고쳐 잡았다.

그 모습을 본 세이르가 창백해진 얼굴로 검을 들었다.

‘방심만 하지 않았으면…….’

상대가 자신의 정체를 안다고 생각하지 못했기에 벌어진 참사였다.

이대로 간다면 세계수 타락 계획과 자신의 목숨, 둘 다 부지하기 어려웠다.

콰앙!

“아!”

그렇게 절망이 드리울 때 세이르가 뚫어 놓은 구멍에서 무언가가 내려오더니 순식간에 아드리아스의 앞을 막았다.

갑작스러운 인물의 등장에 세이르의 표정이 환해졌다.

“후겐 장로님!”

“흔적이 있길래 따라와 봤더니…….”

반짝이는 대머리가 유독 눈에 띄었다.

“개판이군.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이지?”

후겐이 아드리아스와 세이르를 살피며 쌍검을 뽑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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