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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 특성으로 최강 네크로맨서-160화 (160/415)

160화. 태동

“수고했소, 헤이겔 경.”

전 대륙을 오만하게 굽어보는 이가 있었다.

이 세상 누구보다도 막강한 권력을 지닌 남자.

그는 지금 황궁의 상공에 띄워진 인공 부유 섬이자 오로지 황제만을 위해 만든 별장 밖 정원에서 헤이겔을 맞이하고 있었다.

“계획했던 대로 흔적은 남겨 두었습니다. 곧 있으면 반응이 오겠죠.”

“그동안 무료했던 차였는데 잘됐소. 오랜만에 야만인들의 피를 맛볼 수 있겠군.”

황제는 자신의 허리춤에 매인 검을 건드리며 미소 지었다.

그 미소에는 짙은 혈 향이 배어 있었다.

헤이겔은 묵묵히 그 모습을 보며 잠시 황제의 감상을 기다려 준 이후 입을 열었다.

“폐하, 한 가지 아뢸 것이 있습니다.”

“말하시오.”

“이번에 분노를 데려오며 잠깐 대족장과 손을 섞어 봤습니다. 그리고 그가 오러 마스터라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호오, 야만인 주제에 오러 마스터라는 것이오?”

“그렇습니다.”

흥미롭다는 표정의 황제가 갑자기 벌떡 일어나더니 검을 뽑았다.

스릉.

보랏빛의 요염한 검신.

죄악 중의 하나인 ‘오만’이 모습을 드러냈다.

휘익!

퍼버버버벅!

황제는 마침 근처에 조금 떨어져 있는 나무로 검을 휘둘렀다.

그러자 보랏빛의 검기가 쏟아지며 노렸던 나무뿐만 아니라 그 일대를 초토화했다.

“오러 마스터…… 오러 마스터! 하하하하!”

광기가 엿보이는 황제의 모습에 헤이겔은 그저 조용히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그렇게 잠시 동안 주변에 무차별적인 칼질을 해 댄 황제는 이내 오만을 집어넣고 다시 자리에 앉았다.

“헤이겔 경.”

“예, 폐하.”

“초인이 된 기분은 어떻소? 그대도 워록이니 고견을 듣고 싶군.”

“초인의 기분…… 말씀이십니까.”

“짐은 이 검의 기운으로 이러한 힘을 낼 수 있지만 그대는 본신의 능력으로 이보다 더한 힘을 아무렇지도 않게 사용할 수 있지 않소.”

“저는 폐하보다 강하지는 않습니다. 게다가 폐하께서는 모든 이들을 굽어보는 지존이십니다. 저와 같이 초인이라는 알량한 칭호를 달고 다니는 이들도 전부 폐하의 부림을 받는 처지이지요. 결국 초인들을 부릴 수 있는 자가 가장 강한 것 아니겠습니까.”

헤이겔의 말에도 무표정한 황제의 얼굴은 미동도 없었다.

그저 당연한 말을 들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 황제는 이내 차로 목을 축이고 손을 저었다.

“알았소. 이후에는 굳이 직접 오지 않아도 되니 이만 물러나시오.”

“예, 폐하.”

헤이겔이 땅속으로 꺼지듯 사라지자 황제는 습관처럼 검을 두드리며 중얼거렸다.

“초인, 초인이라…….”

그런 그의 눈에는 오만이 요염한 빛을 뿌리며 담겨 있었다.

잠시 뒤 제국 근위 기사 단장이자 대륙 10인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자비에 레오날드가 누군가를 데리고 나타났다.

재상이자 황제의 오른팔인 헥토르 카자프였다.

“폐하를 뵙습니다.”

“갑작스럽군. 무슨 일이지?”

“죄송합니다. 너무나 급한 소식인지라 제가 직접 달려왔습니다.”

“말하게.”

“북부가 준동하는 모습이 포착되었습니다. 야만인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습니다.”

“곧바로 신호가 오는군.”

황제의 말에 헥토르가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아, 알고 계셨습니까?”

“짐이 꾸민 일이다. 걱정하지 말거라. 그보다 잘됐군. 지금부터 병력을 집결하라.”

“병력을…….”

말문을 잃은 헥토르가 당황스러운 몸짓을 보였지만 이내 싸늘하게 가라앉은 황제의 시선을 느끼고 침을 삼켰다.

“명을 받듭니다.”

“그래. 어차피 북부 원정을 할 때가 오지 않았나. 마침 적절한 시기네.”

마치 산책이라도 나가는 것처럼 가벼운 그의 말투에 헥토르는 애써 자신의 표정을 관리했다.

북부 원정은 한마디로 전쟁.

비록 타국과 일어나는 전쟁보다는 그 규모가 작을지라도 엄연한 국가의 중대사였다.

전쟁인 만큼 각 귀족가로부터 병력의 차출과 할당된 세금을 걷게 될 것이고 이는 곧 재상인 헥토르의 몫이었다.

머리 아픈 일 이전에 극심한 반발이 예상되었다.

‘그리고 지금은 국제 정세가 좋지 않아. 그렇다고 폐하를 막을 수도 없으니…….’

안 그래도 주변 국가에서 여러모로 잡음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이러한 군사적 움직임을 보인다면 어떻게 번질지 알 수 없었다.

‘설마 폐하께서 계획하셨을 줄이야.’

솔직히 반발이나 국제 정세는 상관없었다.

로들렌 제국 황제의 권력이라면 네 개의 공작가를 제외하고는 모두 굽힐 수 있었으니.

그보다 충격적인 건 이러한 사실을 자신이 미리 알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내게 미리 언질을 해 주시지 않았다.’

언젠가 팽 당했던 크롬웰 백작가가 떠올랐다.

물론 자신은 공작이자 황제의 오른팔이었지만 크롬웰이 떠오르는 걸 막을 수는 없었다.

‘폐하께서는…… 뭘 꾸미고 계신 거지?’

십몇 년 전의 그날부터 돌이킬 수 없는 흐름이었다.

그렇게 새로운 시대의 바람이 대륙을 덮어 가고 있었다.

* * *

웰튼 영지에 있는 사과나무 저택은 그 어느 때보다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이제는 그저 단순한 저택이라기보다 상단의 본점과 같은 분위기를 내고 있는 저택 부지에는 거래를 위해 방문한 다른 상단의 일꾼들이 있었고, 타 상단에서 온 대리인들이 응접실에서 기다리며 수다를 떨고 있었다.

“아직 규모가 작지만 짧은 시간 안에 폭발적인 성장이군요.”

“상단 부지를 살 돈이 없어서 살고 있는 저택을 직접 이용했다는 말에는 깜짝 놀랐습니다. 행동력은 물론이고 결단과 과감성이 대단해요.”

“제가 듣기로 아직 스무 살밖에 안 되었다 들었습니다. 어린 나이치고는 간이 배 밖으로 나온 듯한 배짱이지요. 물론 칭찬입니다. 하하.”

그들이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아버지의 집무실을 어느새 본인이 사용하고 있던 에이미가 마주한 상대를 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만족스러운 거래였습니다.”

“저희야말로 좋은 거래였습니다. 앞으로도 자주 연락하겠습니다.”

“네. 자주 뵈어요.”

악수를 나눈 후 상단의 관계자가 방 밖으로 나가자 새로 비서로 들인 마리아가 조용히 말했다.

“조금 휴식을 취하시지요.”

“아니에요. 아직 손님들이 계시는데 쉴 수는 없죠. 다 끝내고 쉴게요.”

“너무 무리하시면 오히려 효율이 좋지 않습니다. 그러지 마시고 차 한잔만 하세요.”

부드럽지만 강하게 말한 마리아는 곧바로 차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그런 그녀의 행동에 에이미는 어렴풋이 미소를 지었다.

“고마워요, 마리아 언니.”

“일은 대부분 사장님께서 하시는데 오히려 죄송할 따름입니다. 빨리 업무를 배우고 일을 덜어 드리겠습니다.”

“이미 충분히 도움이 되고 있어요. 말만으로도 고마워요.”

향긋한 모하임 향이 피어났다.

모하임 꽃으로 만든 모하임 차는 재료의 수급은 쉬웠지만 관리가 어렵고 제조 방법은 오로지 모하임 공작가만의 기밀로 부쳐졌기에 서민들은 마시기 어려운 고급 차였다.

에이미도 사치를 부리는 성격은 아니라 직접 산 건 아니었다.

그것은 얼마 전 모하임 공작가로부터 갑자기 날아온 선물이었다.

‘선물하고 함께 온 서신에는 곧 사람을 보낸다고 했었지.’

이유는 정확히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서신의 뉘앙스는 굉장히 호의적이었기에 대충 짐작만 할 뿐이었다.

“오빠는 도대체 무슨 일을 하고 다니길래 무려 공작가랑 안면을 튼 거야. 아카데미만으로도 바쁘지 않나?”

틀림없이 아드리아스와 관련이 있다고 생각한 에이미는 차로 입술을 적셨다.

따듯한 차가 들어가자 몸이 나른해지며 날카로웠던 신경이 조금은 느슨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순조롭게 성장하고 있어. 이대로 15년 정도만 바짝 벌면 크롬웰 영지를 다시…….’

똑똑.

그때 집무실의 문을 누군가가 두드렸다.

“누구십니까.”

마리아가 나서서 묻자 건너편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존입니다. 방금 막 크롬웰 각하께서 저택에 도착하셨습니다.”

상단에서 일하는 직원의 말에 에이미가 놀랐다.

“오빠가? 일단 들어오세요.”

문이 열리자 존의 모습이 보였다.

그는 굳이 집무실에 들어오지 않고 손을 저었다.

“아, 전 그저 크롬웰 각하께서 오셨다는 말만 전하려 한 거라…….”

“그런가요? 알겠습니다. 오빠는 지금 어디 있죠?”

“아마 지금쯤 여기로 오고 계시지 않을까…… 아!”

존이 복도 쪽으로 시선을 돌리며 허리를 숙였다.

그러자 또각거리는 구두 소리와 함께 아드리아스가 나타났다.

“오빠!”

“오랜만이야.”

아드리아스는 웃으며 에이미를 반기고 존의 어깨를 잡아 일으켜 세웠다.

“앞으로도 제 동생을 잘 부탁드립니다.”

“예? 예! 예에, 예…….”

처음 보게 된 크롬웰 백작가의 가주가 자신에게 존대를 하자 당황한 존이 말을 더듬으며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열렬히 끄덕였다.

“그, 그럼 이만 일을 하러 가 보겠습니다.”

“네. 수고해요, 존!”

에이미의 인사와 함께 이내 아드리아스가 집무실로 들어가며 문이 닫히자 존은 멍하니 서서 뺨을 당겼다.

“허어…….”

꿈일 리가 없었다.

그저 조금 특이한 귀족 남매라고 생각하며 그는 다시 하던 일을 하러 돌아갔다.

방으로 들어온 아드리아스는 곧바로 방 안을 둘러보며 물었다.

“이 방은 쓰지 말라고 했는데…….”

“오히려 내가 항상 있으니까 더 안심되지 않아?”

에이미의 뻔뻔한 말에 살짝 웃음을 터트린 아드리아스는 딱딱하게 굳은 채 서 있는 마리아를 향해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아, 안녕하십니까. 사장님의 비서인 마리아 프란츠라고 합니다. 인사가 늦어서 죄송합니다, 각하.”

마리아 프란츠.

아드리아스는 의외의 인물에 등장에 내심 놀랐지만 표정 변화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에이미의 맞은편에 앉았다.

에이미는 곧바로 자신의 오빠를 향해 물었다.

“그나저나 갑자기 무슨 일이야?”

“무슨 일이긴. 방학이라고 편지까지 보냈었잖아.”

“어? 아!”

에이미는 배시시 웃으며 머리를 긁었다.

“맞다. 마리아 언니도 말해 줬었는데 깜빡했네.”

“요즘 사업으로 바쁘셔서 그랬던 것 같습니다. 제가 한 번 더 언질을 해 주었어야 했는데…….”

서로 자책하려는 기색이 보이자 말이 길어질 것 같음을 짐작한 아드리아스가 손을 내저었다.

“상관없어. 잠깐 쉬러 온 거니까. 그것보다 사업은 어때?”

“드륜 님이 도와주신 덕분에 엄청 바빠. 여기저기서 연락이 오네.”

살렘의 이번 가명은 드륜 호센이었다.

그는 지금 몰락한 가문의 방계 귀족이라는 신분으로 아드리아스 휘하의 가신으로 정식 등록되어 있었다.

“내가 혹시 도와줄 일 있으면 말해. 며칠은 있다가 갈 것 같으니까.”

“알겠어.”

에이미는 고개를 끄덕이며 차를 마셨다.

마침 다시 차를 내린 마리아가 아드리아스에게 대접하자 그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모하임 차? 쉽게 구할 수 없었을 텐데.”

“아! 모하임 공작가에서 갑자기 서신 한 통 하고 이 차를 선물로 보냈어. 근데 나는 공작가는 물론이고 후작가에도 연줄이 없거든? 오빠랑 관련 있는 거지?”

“모하임? 관련이 없지는 않지.”

아드리아스가 태연하게 고개를 끄덕이자 에이미와 마리아는 묘한 감정을 느꼈다.

다른 가문도 아닌 무려 공작가다.

그것도 대륙의 지배자라는 칭호를 가진 로들렌 제국의 네 개뿐인 공작가.

그런 공작가와 인연이 있다는 걸 아무렇지도 않게 말할 수 있는 인물이 이 세상에 몇이나 있겠는가.

아드리아스의 반응은 그에 비해 너무나 담백했다.

“정말로 모하임 공작가랑 연관이 있다고?”

“어. 뭘 그렇게 놀라. 좀 알 수도 있는 거 가지고.”

아드리아스는 오히려 놀란 표정의 에이미를 희한하다는 듯 바라봤다.

그러자 에이미는 자신이 이상한 건가 싶어 옆에 있던 마리아를 보았지만, 마침 그녀도 같은 생각이었는지 서로의 시선이 마주쳤다.

“마리아 언니. 제가 이상한 게 아니죠?”

“예에……. 공작가와 친분이 있다는 건 아무래도 평범한 일은 아니지 않을까요.”

둘의 반응에 아드리아스는 고개를 저었다.

“뭐가 그렇게 대단한 거라고. 얼굴 좀 마주쳤을 수도 있지. 그렇게 따지면 작위 강등을 당하지 않게 해 준 알븐 공작가나 클로슈 공작가는 대단한 인연인가.”

“뭐?”

“뭐야, 몰랐어? 작년 논공행상에서 우리 가문 작위가 떨어질 뻔한 걸 알븐이랑 클로슈가 도와줘서 유지하고 있었어. 내가 말하지 않았었나?”

“말한 적 없어! 오빠는 그렇게 중요한 얘기를 왜……!”

답답한지 말도 제대로 못하는 에이미를 보며 아드리아스가 관자놀이를 긁었다.

그에게 있어서 작위와 같은 일은 크게 중요한 일이 아니었기에 소홀했던 느낌이 있었다.

얼굴이 붉어진 에이미가 답답한 듯 가슴을 치자 아드리아스는 금세 화제를 전환했다.

“아, 그, 마리아씨?”

“예, 각하.”

“잠깐 단둘이서 할 이야기가 있는데 잠시만 자리를 비켜 주시겠습니까?”

“알겠습니다.”

마리아가 나가자 에이미가 드디어 폭발했다.

“오빠!”

“귀 아파.”

“지금 그게 문제야?”

“그것보다 에이미, 나 지금 이 지하로 내려가 봐야 되거든?”

“지하? 아버지가 숨겨 둔 장소?”

아드리아스가 고개를 끄덕이자 한숨을 한 번 내쉰 에이미가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일단 뒷이야기는 지하에 갔다 와서 계속해.”

“그래.”

“전부 캐물을 거니까!”

“그래, 그래.”

곧이어 피를 통해 지하로 내려가는 문을 소환한 아드리아스는 곧바로 문을 열고 내려갔다.

그가 사라지자 문은 다시 천천히 사라지며 자취를 감췄다.

“하아, 정말 무슨 생각을 하면서 사는 건지.”

그렇게 아드리아스에 대한 생각을 하던 찰나 문에서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사장님, 마리아입니다.”

“무슨 일이에요?”

“급보입니다. 모하임 공작가에서 손님이 오고 있다고 합니다.”

“네?”

오늘따라 놀랄 일이 많은 에이미였다.

* * *

굳이 집까지 올 필요는 없었다.

그래도 가족인 에이미가 있고, 살렘도 있는 만큼 마음 편한 곳일 수밖에 없었다.

‘여기는 아직 괜찮네.’

지하로 내려가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시간이 꽤 흘렀기에 요정의 꽃이 조금은 시들지 않았을까 싶었는데 대기 중의 마나는 여전히 넘쳐 났다.

계단을 내려가며 다시 한 번 요정의 꽃가루가 발광해 유영하는 장관을 보고 드디어 바닥에 도착하자 곧바로 니켈을 소환했다.

딱! 딱!

“이제야 확인하네.”

니켈이 손에 든 상자를 머리 위로 번쩍 들어 올리며 이를 부딪쳤다.

모네의 미로를 탈출하고 나서도 한동안 정신이 없었기에 카오스 미믹이 남긴 상자를 확인할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짬을 내서 함부로 살펴보자니 네임드급 아이템이 들어 있으면 고유의 파동 때문에 곤란해지기에 꺼내지도 못했다.

‘상자를 확인하기에는 여기가 제격이지.’

어차피 집에 올 생각이었기에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

“줘 봐. 뭐가 있는지 좀 보자.”

카오스 미믹은 조금 신기한 녀석이었다.

게임에서도 그렇게 많이 잡아 본 건 아니었지만 단 한 번도 아이템이 중복된 적은 없었다.

아마 속에 든 것 중에 무작위로 몇 개만 나오는 형식이었던 것 같다.

‘전부 다 가질 수 없는 게 아쉽지.’

고대 시대 때부터 모아 온 것 치고는 양이 적다 싶었는데 아무래도 그 이유밖에는 없어 보였다. 나머지 물건들은 어찌 되는지 알 수 없었지만 최대 5개의 아이템까지 꺼낸 적이 있었고 대체로 2개에서 3개만 나왔다.

“‘운빨망겜’인가.”

없는 것보다는 낫지.

애초에 기대도 안 했던 물건이다.

그렇게 니켈이 지켜보는 가운데, 나는 상자 안으로 팔을 집어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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