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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 특성으로 최강 네크로맨서-144화 (144/415)

144화. 흑마법사 회의

옮겨진 장소는 지하였다.

연회장에서 바로 연결된 장소였는데 소리가 새어 나가지 않게 밀실의 형태를 띠었다.

그래도 집합한 흑마법사들을 모두 수용할 정도로 넓은 덕분에 모두가 들어올 수 있었다.

‘여기 있는 녀석들만 모두 죽어도 세상이 멸망할 확률이 훨씬 줄어들겠네.’

물론 말도 안 되는 생각이긴 했다.

그리고 황제도 죄악을 노리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이상,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않는다는 것도 알고 있고.

미친 황제 놈이 살아 있는 이상 여기 있는 흑마법사들이 전부 죽어도 결국 에피소드만 뒤틀릴 뿐, 내 목표에는 다다를 수 없을 거다.

‘그나저나…….’

내가 집회에 가입할 걸 예상한 건가.

의자의 개수가 딱 맞았다.

뭔가 헤이겔의 의도대로 놀아난 것 같아 불쾌했지만 지금은 머리를 숙여 주지.

어차피 미래에 대한 일과 남들은 모르는 갖가지 정보를 알고 있는 이상, 나는 천천히 집회를 잠식해 나갈 자신이 있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단 파벌이 필요한데…….’

마침 내게는 루나라는 든든한 아군이 있지.

내 시선을 느꼈는지 루나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나를 바라봤다.

“괜찮아?”

“예. 괜찮습니다.”

조금 전, 나는 집회에 가입하겠다는 서약과 함께 마나 계약을 맺었다.

이걸로 완전히 집회 소속이 된 셈이지만 어차피 각오한 일이었다.

맹세를 깨게 될 경우 막심한 페널티가 있었기에 확실한 증표인 셈이다.

어쨌든 그 일 때문인지 루나는 아까부터 나를 걱정스럽게 바라보고 있었다.

“아가야, 내 옆에 앉거라.”

모른이 내게 손짓하며 옆자리를 가리켰다.

그런 내 옆에는 자연스레 루나가 앉았다.

50명에 가까운 흑마법사들이 모두 자리에 앉았다.

근데 앉은 자리를 보면 나름의 파벌들이 눈에 들어오는 듯해서 신기했다.

‘대충 네 개인가.’

중립도 하나의 파벌로 상정한다면 총 다섯 개의 파벌.

첫 번째는 내가 위치한 모른의 파벌이었다.

모른의 제자들과 네크로맨서들을 주축으로 하는 파벌.

참고로 루나도 내 옆에 앉아서 마치 모른의 파벌인 양 위치해 있었지만 그녀는 중립에 가까웠다.

다음은 어느새 다시 돌아온 제스터와 그의 파벌.

조금 전에는 상성상 모른이 제스터보다 한 수 위인지라 물러났었지만 그도 엄연히 워록급의 흑마법사였다.

그리고 항상 집회를 관리하는 이답게 가장 많은 인원을 파벌로 형성하고 있었다.

나는 시선을 돌려 세 번째 파벌을 보았다.

‘오지 않은 건가.’

세 번째 파벌의 주인은 보이지 않았다.

‘에이카 임프.’

루나의 어머니인 이브 밀레니엄과 양대 산맥을 이뤘던 강력한 마녀.

이브가 죽은 지금은 가장 강한 마녀로 악명을 떨치는 중이다.

에이카는 이번 집회에 참석하지 않았지만 그녀의 휘하에 속한 드라간이 파벌의 구심점이 되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가면을 쓴 남자가 보였다.

마치 갑충의 껍질처럼 반들반들한 검은 가면을 쓴 남자는 연회장에서부터 아무 말 없이 조용히 있었지만 그 존재감을 숨길 수는 없었다.

‘페이드.’

게임을 해 본 나도 이름만 알뿐 성은 몰랐다.

수수께끼가 많은 인물로 어떻게 파벌을 형성했는지조차 의문 투성이인 미지의 인물.

내가 아는 건 그가 빌어먹을 정도로 강한 워록급의 흑마법사라는 것과 대륙 각지의 암흑가와 내통하고 있다는 것.

‘모른, 제스터, 에이카, 페이드.’

이 넷이 현재 집회를 가르고 있는 파벌의 주인들이었다.

그중에서 모른은 얼마 안 되는 네크로맨서들이 알아서 뭉친 거라 세력이 제일 약했기에 따지고 보면 그를 제외한 나머지 3개의 파벌이 집회를 움직인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었다.

“바쁜 와중에 모두들 모여 줘서 고맙다.”

어느 정도 분위기가 정리되자 헤이겔이 의례적인 인사말을 건넸다.

의외로 헤이겔은 파벌을 만들지도 않고 중립에 속해 있었다.

그러나 나를 끌어들일 때도 그랬지만 그 검은 속내를 보면 아마 따로 노리는 게 있어서 파벌을 형성하지 않은 듯했다.

“일단 정기 안건부터 처리하고 본 안건은 마지막에 꺼내지.”

자연스럽게 회의를 주도한 헤이겔은 수하를 시켜 회의 안건을 발표했다.

그동안 모아 왔던 각지의 상황이나 이용할 수 있는 정보들, 그리고 최근에 일어났던 주요 사건들을 정리해서 보고했다.

각 파벌들에서는 서로 이런저런 의견을 내며 자신들의 이권을 위해 말을 꺼내기 시작했고, 회의는 굉장한 열기를 띠었다.

“다음 안건은 막시민 크로넬입니다.”

막시민 크로넬.

의견을 말하기 바빴던 사람들의 시선이 일순 내게로 몰려들었다.

“막시민 크로넬은 알다시피 자신의 연인인 이자벨 루시펠을 위해 방랑했었죠. 하지만 최근에 이자벨을 깨우는 데 성공했다는 소식입니다. 로들렌 아카데미를 방문하고 나서 바로 깨어났죠.”

시선의 강렬함이 점차 강도를 더해 갔다.

“이에 대해서 신입 회원, 아드리아스 크롬웰에게 발언권을 주고 싶습니다.”

보고를 끝마친 헤이겔의 수하가 자리에 앉자 모두가 내 입만 바라보기 시작했다.

제스터가 먼저 말을 꺼냈다.

“막시민 크로넬의 가장 큰 약점인 이자벨 루시펠이 깨어났다. 이는 곧 약점이 보완된 것뿐만 아니라 강력한 우군이 생긴 것과 마찬가지. 이자벨은 모두가 알다시피 직계 뱀파이어다. 게다가 그녀는 왕위 계승권에서도 가까운 축에 속하지. 막시민도 막시민이지만 이자벨도 대륙의 판도를 바꿀 만한 존재다.”

“하고 싶은 말이 뭔가.”

“우선은 그녀가 어떻게 깨어났는지부터 알고 싶다. 마침 이곳에 그녀를 깨운 당사자가 있으니…….”

제스터의 시선이 내게로 향했다.

무언의 압박처럼 느껴지는 그의 행동에 제스터 파벌 소속 흑마법사들도 전부 고개를 끄덕이며 나를 보았다.

“아드리아스 크롬웰, 발언할 텐가?”

나는 어깨를 으쓱하고는 태연하게 말했다.

“운이 좋았습니다.”

“운?”

“아실지 모르겠지만 저는 포션 제조에도 일가견이 있습니다. 막시민이 절 찾아온 건 그 때문이고, 우연찮게 그녀가 치료됐을 뿐이죠.”

“그 말을 믿으라는 거냐?”

“믿든 믿지 않든,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닙니다.”

내 말에 제스터 파벌의 흑마법사들이 눈에 불을 켰다.

그렇지만 나는 여유롭게 말을 이었다.

“지금 중요한 건 이겁니다. 결국 제가 이자벨을 치료했다는 게 사실이고, 막시민은 그런 저를 은인으로 여긴다는 거지요.”

“허허.”

내 옆에 앉아 있던 모른이 기분 좋게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그리고 이야기를 듣고만 있던 에이카 파벌의 드라간도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지금은 어떻게 치료했는지보다 치료가 되었다는 사실이 중요하지.”

분위기가 삽시간에 반전되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내가 집회 소속이 아니었던 터라 경계심이 남아 있던 사람들은 그제야 머리를 바삐 굴리기 시작했다.

막시민의 은인이라는 것은 활용할 가치가 매우 높은 타이틀.

게다가 직접 도움을 받은 이자벨도 내게 호의를 가졌을 것은 당연한 이치였다.

한 마디로 난 굉장한 가치를 지닌 인재라고 할 수 있었다.

‘이게 또 이렇게 굴러갈 줄은 몰랐지만.’

각 파벌에서 자기들끼리 의견을 나누느라 수군대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모른 파벌의 네크로맨서들이 내게 호의를 표하기 시작했다.

“이야, 아드리아스 님이 집회에 가입해서 정말 다행입니다. 안 그래도 아카데미 내에서 명성을 날리고 계시는 인재인데 설마 막시민까지 포섭하다니, 정말 대단합니다.”

“그렇습니다. 막시민이 방랑한 지 무려 40년이 넘었지요. 그런 일을 단숨에 해치워 버리다니, 역시 떡잎부터 다른 분은 확실히 다른 모양입니다.”

그렇게 모두들 화기애애하게 말을 건네 오고 다른 파벌들이 한참 소란스러운 와중에 천천히 입을 열었다.

“다들 뭔가 착각하시는 것 같은데…….”

내 말에서 불길함을 느꼈던 걸까.

갑작스레 조용해졌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제가 막시민의 은인인 거지, 여러분들이 은인인 게 아닙니다. 왜 여러분들이 호들갑인지 모르겠군요.”

찬물이 쏟아졌다.

어떻게 해야 이용해 먹을 수 있을까 고민하던 사람들은 순식간에 굳은 얼굴로 나를 바라만 보았다.

“아드리아스 크롬웰.”

차갑게 식은 상황 속에서 헤이겔이 나를 불렀다.

그는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는데 이번에는 또 무슨 꿍꿍이가 있기에 나를 불렀는지 내심 긴장됐다.

“말씀하세요.”

“네 말은 지극히 옳다. 네 개인의 공은 너의 몫이 분명하지.”

헤이겔의 말을 들은 네 파벌의 흑마법사들이 전부 인상을 구겼다.

하지만 헤이겔의 말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는 너도 집회의 흑마법사. 가는 게 있으면 오는 게 있어야지. 집회에서 정보만 채 가고 아무 기여도 안 할 생각인가?”

“그럴 리가요.”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그리고 숨겨 왔던 정보를 말했다.

“막시민에 관해서는 저도 여러분께 드릴 게 없습니다. 애초에 막시민이 제 마음대로 될 인물도 아니지 않습니까?”

내 말에 막시민을 떠올려 본 사람들이 수긍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성격이나 행적은 워낙 유명하니 모를 수가 없겠지.

“대신에 집회 가입 기념으로 한 가지 정보를 풀도록 하죠.”

“자신 있어 하는 걸 보면 기대해도 되는 건가?”

헤이겔이 미소 지으며 물었다.

나도 그런 그를 향해 웃어 줬다.

누구의 미소가 더 오래갈지 궁금한데?

“살렘이 곧 돌아올 겁니다.”

“……살렘? 살렘 예디디아를 말하는 건가?”

“맞습니다.”

“구체적으로 말할 수 있나? 그가 돌아온다는 게 정확히 무슨 뜻인지 모르겠군.”

살렘의 이름이 나오자 잠시 듣고만 있던 제스터의 기세가 흉흉해졌다.

그리고 다른 이들의 표정도 썩 좋아 보이지는 않았다.

“살렘과 거래를 했습니다. 그리고 살렘은 지금쯤 자신의 몸을 고쳤을 겁니다.”

살렘의 몸이 불안정하다는 건 아마 워록급 마법사들이라면 대부분 알고 있을 거다.

자신의 몸을 희생한 대가로 강대한 힘과 지식을 얻은 살렘인 만큼 몸이 고쳐졌다는 사실은 살렘의 적에게는 악몽과 같은 말이었다.

“살렘이 곧 죽을 거라 안심했던 사람들은 이제 편히 잠을 잘 수 없겠지요.”

“아, 아드리아스 크롬웰. 말도 안 되는 거짓을 늘어놓고 있군!”

누군가가 다급히 외쳤다.

그런 그를 향해 나는 양손을 펼쳐 보였다.

“뭐, 이걸 믿는 것도 본인들의 선택입니다. 제가 굳이 거짓말을 할 필요도 없으니.”

“그 말이 사실이라면…….”

모른이 끼어들었다.

“아드리아스 크롬웰은 최강의 검사라 불리는 막시민과 악마라 불리는 살렘에게 동시에 비호를 받는 존재가 되겠군.”

“하!”

제스터가 기가 막힌다는 듯 콧소리를 내었다.

저런 생각을 심기 위해 뱉었던 정보인데 모른 덕분에 일이 편해졌다.

“하하하! 재밌다. 아주 재밌어.”

갑작스러운 헤이겔의 웃음이 회의장을 뒤덮었다.

얼굴에 있는 문신이 그의 감정에 따라 격렬하게 움직였다.

“막시민 뿐만 아니라 살렘까지 이용하다니. 정보를 푼 것은 우리를 위해서가 아니라 본인을 위해서였군.”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각자의 몫입니다. 전 그저 정보를 알려 준 것뿐이죠.”

“그래, 그래. 그렇겠지. 그런데 말이야…….”

헤이겔의 문신이 기괴할 정도로 꿈틀거렸다.

그 모습에서 어떠한 징조를 느낀 내가 슬며시 갈락슈르에 손을 얹을 때.

“아무리 생각해도 너는 위험해. 그냥 여기서 죽이는 게 낫겠어.”

헤이겔의 모습이 변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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