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진화 특성으로 최강 네크로맨서-68화 (68/415)

68화. 시작점

……로들렌 아카데미의 제58회 춘계 아카데미 토너먼트는 이로써 막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우승자는 알븐 공작가의 영애이자 아카데미 4학년생인 디에네 알븐(21)으로 무려 12년 만에 나타난 마법학부 우승자입니다. 준우승자는 나이첼 왕국의 벨로칸 가문 출신이자 기사학부 4학년인 비비안 벨로칸(21)으로 이 학생 또한 유력 우승 후보들을 모두 제치고 올라온 이변의 주인공…….

……이번 토너먼트에 있어서 그 무엇보다도 파란을 일으켰던 인물은 그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마법학부 4학년생 아드리아스 크롬웰(22)이었습니다.

크롬웰가의 가주인 그는 작년에 에버라스트 포션을 발명하며…… 이번에는 무려 기사의 마나를 사용하며 본인이 특이체질임을 밝혔습니다. 등장부터 예사롭지 않았던 그는 모두에게 놀라움을 선사하며 강력한 검술을 펼쳤으나 우승자인 디에네 알븐에게는 역부족이었습니다. 시종일관 디에네 알븐에게 공격당한 그는 경기 후반, 강력한 수로 전세를 뒤집어 놓는데 성공. 하지만 그 직후, 부상으로 안타깝게…….

―로들렌 포스트, 잭슨 드레이크 기자.

* * *

드디어 아카데미가 개학을 맞이했다.

토너먼트가 끝난 다음 주부터 개학이었는데 덕분에 일정이 정신없이 돌아가는 것처럼 느껴졌다.

특히나 드디어 게임의 시작 시간과 같은 시간대에 들어섰다고 생각되자 나도 모르게 어깨가 무거워지는 기분이었다.

‘무거워질 수밖에 없지.’

시나리오를 이끄는 건 플레이어블이다.

아니.

정확히는 그 플레이어블을 플레이 하는 나였다.

솔직한 심정으로는 캐릭터들이 알아서 성장한 뒤 시나리오를 해결했으면 싶지만 결국 플레이어인 내 의지가 들어가지 않으면 해결이 불가능했다.

그들에게는 게임 속의 퀘스트와 같은 이정표가 없을 테니.

‘결국은 정보를 알고 있는 내가 주인공이다.’

게임 속에 들어온 내가 아드리아스 크롬웰이라는 13번째 플레이어블 캐릭터를 가지고 시나리오를 이끌어야 한다는 이야기였다.

결국 내 의지가 시나리오를 진행하는 핵심이라는 걸 확실하게 되새겼다.

‘게임과는 달리 변수도 많고 세이브 로드도 안 되지만 할 수 있는 모든 걸 해 본다.’

나는 수강 신청한 과목들을 살펴봤다.

“그렇다면 우선은.”

학기 초반의 자잘한 에피소드는 그렇다 치고 첫 번째 챕터 시나리오가 문제였다.

카일러 슈츠만.

카론과 마찬가지로 정체를 숨긴 흑마법사이자 교수인 그는 첫 번째 챕터의 보스.

그가 일으키는 시나리오가 끝나면 아카데미에 다른 흑마법사가 있다는 단서가 그의 집무실에서 흘러나온다.

‘그거 때문에 아카데미 내부의 분위기가 묘하게 흘러가지.’

따지고 보면 이 일이 시발점이 되어 내가 죽는다고 보아도 되었다.

그 단서만 아니었으면 냉철하던 카론이 급해질 이유도 없었고, 급해진 카론으로 인해 그의 무리한 심부름을 수행하다 아드리아스가 정체를 들킬 일도 없었을 것이다.

‘이것만 해결하면 내가 사망하게 되는 원인이 조금은 사라진다.’

첫 단추를 잘 꿰매기 위해서는 카일러부터 해결해야 했다.

* * *

강의를 듣기 위해 기숙사 밖을 나와 강의동으로 향하는 내내 따가운 시선들이 꽂혀 왔다.

예전에 에버라스트 포션을 처음 만들었을 때보다도 심한 느낌이었는데 그 분위기가 또 그때와는 달랐다.

조금 두려워하면서도 선망하는 분위기라 해야 하나.

어쨌든 애써 무시하며 새 학기의 첫 강의를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이번에 신청한 강의는 과목 자체보다 담당 교수를 노리고 신청했다.

‘포션의 융합과 제조, 카일러 슈츠만.’

이미 그의 정보는 대부분 알고 있었지만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로 직접 들어가야지.

아마 집회에서 일어난 일 때문에 카일러도 내 정체를 알고 있을 거다.

하지만 전혀 개의치 않았다.

애초에 나는 포션계의 신성으로 불리는 몸.

그런 내가 포션과 관련된 수업을 듣는 건 별로 특이하지 않을 거다.

“아드리아스 학생! 아드리아스 크롬웰 학생!”

걸어가던 나를 멀리서 누군가가 부르는 게 보였다.

학생은 아니고 교직원인 것 같은데 일단은 제자리에 멈춰 서 그를 기다렸다.

“아이고. 숨 차. 아드리아스 학생 맞으시죠?”

“예. 그렇습니다.”

나를 부른 남자는 아카데미의 직원 중 하나인 모건이었다.

내가 알기로 그는 교장 직속으로 일하는 직원 중 하나였는데 내게 무슨 용무가 있는지 모르겠다.

“혹시 시간 되십니까?”

“지금 강의를 받으러 가고 있었습니다.”

“아. 제가 미처 확인을 못 하고 왔군요. 그렇다면 혹시 강의가 끝난 이후에는 시간이 되실까요?”

“예. 상관없습니다만 무슨 일이시죠?”

“데오스 교장님께서 면담을 원하십니다.”

면담?

데오스와 면담이라.

아무래도 토너먼트에서 보여 준 모습 때문인 것 같았다.

그동안은 부상으로 건드리지 않았는데 이제 슬슬 궁금증을 해결하겠다는 건가.

일단은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알겠습니다. 강의가 끝나는 대로 교장실로 가 보죠.”

“예. 감사합니다. 그럼 저는 이만.”

모건이 떠나고 나는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애초에 능력을 드러냈을 때부터 숨길 생각은 버렸다.

오히려 더욱 알려져서 내 적들이 나를 함부로 건드리지 못하게 하는 것이 목표였던 만큼 교장이 뭐라 물어보든 성실히 대답할 예정이었다.

‘애초에 흑마법과는 전혀 별개의 능력이니.’

도착한 강의실에 들어서자 데자뷔와 같이 갑작스런 정적이 내부를 휘감았다.

그리고 엄청난 시선들의 압박이 나를 향해 쏟아졌다.

“뭐.”

결국 한 마디를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전과 같이 나를 무시하지 않고 오히려 더욱 소란을 떨며 내게 관심을 주었다.

‘토너먼트가 영향이 크긴 했구나.’

애써 그 소란을 무시하고 적당한 자리를 잡아 앉으려 하자 그 주위에 있던 학생들이 내게 관심을 보내왔다.

“저, 아드리아스 선배님?”

내게 말을 거는 이는 엑스트라 캐릭터였다.

하지만 그간 게임을 해 온 짬으로 이름 정도는 외워 놨지.

근데 얘는 이런 강의를 안 들었던 걸로 아는데?

루시아를 플레이 해 봤기에 이 수업을 듣는 학생들은 대부분 알고 있었다.

“이름이 칼로스였나. 왜?”

“헉. 제 이름을 알고 계시는 겁니까?”

“어. 너 3학년이잖아.”

내 말에 칼로스는 입을 벌리며 어쩔 줄을 몰라 했다.

그뿐만 아니라 주변에 있던 학생들도 놀란 듯이 나를 바라봤다.

“아드리아스 선배가 알아봐 줬어!”

“와. 부럽다.”

주변에서 들려오는 말소리에 나는 기가 막혔다.

지금 이게 뭐 하자는 거냐.

겨우 이름이랑 학년 한 번 말했다고 이런 반응이라니?

내 생각보다 토너먼트에서 올라간 명성이 높은 모양이다.

그렇다고 주변에서 이리 호들갑을 떨 줄은 몰랐는데.

애초에 본선에서 바로 떨어지기도 했고.

“저 선배님. 혹시 뭐 좀 물어봐도 될까요?”

“뭔데.”

“선배님은 마법사이신데 어떻게 검을 사용하실 수 있죠?”

“그냥 연습하니까 되던데?”

“아…….”

호기롭게 물어본 칼로스는 내 대답이 조금 허무맹랑했는지 말문이 막힌 채 고개만 끄덕였다.

내가 생각해도 조금 무성의했지만 그래서 어쩌라고.

“그러시군요. 예. 알겠습니다. 답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래. 너도 한 번 꾸준히 수련해 봐. 나처럼 될 수 있을지 어떻게 알아.”

아카데미 내에 퍼져 있는 나의 대한 소문은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마법사인 주제에 매일 아침 새벽마다 기사만큼 운동을 하는 괴짜.

그런 내가 하는 말인 만큼 어느 정도 신빙성이 있겠지.

‘거짓말은 아니니까. 단지 내가 듀얼 코어인 걸 말하지 않았을 뿐이지.’

듀얼 코어였어도 포션을 이용한 피나는 무한 동력 수련이 아니었으면 단전을 각성하지 못했을 거다.

그러니 꾸준히 연습해서 됐다는 내 말도 틀린 말은 아니지.

내 대답 때문일까.

갑자기 묘하게 어색해진 강의실 내부의 분위기를 무시하고 교재를 꺼내 들었다.

궁핍했던 얼마 전까지는 교재를 살 돈도 생각 못 했는데 격세지감을 느낀다.

“안녕. 선배. 선배도 이 수업 듣는구나.”

언제 오나 했다.

여전히 다른 수업들은 빼먹어도 약초나 제조학과 관련된 수업은 빠뜨리지 않는 루시아가 내게 인사를 하며 옆자리에 앉았다.

그런데 어째 말이 좀 짧아진 것 같다?

“루시아.”

“왜요?”

“……아니다.”

굳이 뭐라 하는 것도 귀찮으니 그냥 놔두기로 했다.

오히려 평온한 일상으로 돌아온 느낌이라 썩 나쁘지 않았다.

그때 루시아가 내 몸을 찌르며 말했다.

“아파요?”

“아니.”

“그래도 다 나은 건 아니죠?”

“그렇지. 아마 다 나으면 붕대를 풀 거야.”

그래도 재생이랑 회복 포션 덕분에 이렇게 빨리 나은 거다.

아마 다른 인물이었으면 아직도 치료소에서 입원 신세였겠지.

“근데 선배.”

“왜.”

“어쩌다 이렇게 다쳐서 오신 거예요?”

루시아의 질문에 나는 머쓱하게 고개를 돌렸다.

변명거리는 미리 생각해 두었지만 막상 말로 하려니 조금 그렇네.

“본선 대비한다고 수련을 하다가 조금 다쳤어.”

“너무 열심히 하신 거 아니에요? 수련 한번 더 했다가는 시체가 되시겠네요.”

그래.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안 그래도 호산을 이기고 나서 한 생각이 그거였는데 어쩜 나랑 그리 똑같은 생각을 하냐.

다행히 루시아가 의아하게 여기지는 않은 것 같아서 대충 고개를 끄덕였다.

“앞으로는 조심해야지.”

“아쉽지 않으세요?”

루시아가 조금은 가라앉은 표정으로 물었다.

그 모습이 마치 나보다 그녀가 더 아쉬워하는 것 같아 살짝 놀랍기도 하고 고맙기도 했다.

이런 성격의 캐릭터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어느새 나랑 많이 친해졌구나.

“실제 전투였으면 난 죽었을 거야. 토너먼트였던 걸 감사히 여겨야지.”

“그건 너무 비약이 심한 거 아닌가요. 어쨌든 그 부상만 아니었으면 선배가 우승한 거나 마찬가지였을 텐데.”

“아쉽지 않으면 거짓말이겠지만 만약이라는 건 없으니까 그러려니 해야지.”

내가 애써 어쩔 수 없다는 투로 말하자 루시아는 마치 자신에게 동조해 주지 않아 속상하다는 듯 그 졸린 눈을 더욱 게슴츠레하게 뜨며 나를 쳐다보았다.

그렇게 보면 뭐. 어쩔 건데.

“그것보다 선배. 그렇게 검도 휘두를 수 있는데 포션이나 만들게요?”

“나 이번에 약초학도 수강 신청했는데.”

“으. 재능 낭비 같아요.”

……네가 할 말이냐?

그 누구보다 재능이 넘치지만 게으른 루시아에게 한 소리 듣고 있을 때쯤 조교수가 강의실에 들어와 세팅하기 시작했다.

‘저 녀석도 흑마법사지. 알렉산더 티번.’

작년까지 졸업반 학생이었던 녀석인데 올해 카일러의 조교수로 들어간 모양이다.

애초에 게임 시나리오도 그랬고.

저 녀석도 나중에는 카일러를 소탕할 때 싸우게 될 적이었다.

‘지금은 일단 지켜본다.’

중요한 건 타이밍.

카일러가 벌일 일을 사전에 막을 수는 없다.

아니, 정확히는 막아서는 안 됐다.

두 가지 이유가 있었는데, 하나는 막으려고 해 봤자 막을 수 있는 사건이 아니라는 것.

또 하나는 카일러를 처리하려면 그가 흑마법사라는 확실한 증거가 필요하기에 오히려 사건이 발생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어차피 막을 수 없는 사건이고 사건이 발생하면 카일러는 흑마법사인 것을 들킨다.

‘사건이 발생하고 카일러가 범인으로 지목되기 전까지는 약간의 시간이 있다. 그 틈새를 이용해 내가 먼저 처리한다.’

그래야만 또 다른 흑마법사가 아카데미 내부에 또 존재한다는 단서를 내가 먼저 확보하거나 없앨 수 있었다.

벌컥.

드디어 카일러가 강의실에 들어왔다.

밝은 밤색 머리와 서글서글한 눈매.

그는 카론과는 다르게 밝은 인상의 남자였는데 실제 성격도 그리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첫 게임 플레이 때는 그가 흑마법사인 걸 알고 놀랄 정도였지.

“반갑습니다. 여러분. 포션의 융합과 제조를 담당하게 된 카일러 슈츠만입니다.”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건네는 카일러의 눈이 나를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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