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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 특성으로 최강 네크로맨서-57화 (57/415)

57화. 복귀 그리고 대장장이 그리즈먼

벤자민은 눈앞에서 펼쳐진 비현실적인 광경에 입을 벌리고 서 있었다.

분명 조금 전까지만 해도 자신을 데리고 놀던 상대가 단 일합만에 머리 없는 시체가 되었다는 게 믿기지가 않았다.

‘그것도 저 사람이…….’

자신의 은인인 아드리아스가 검을 지니고 다니기는 했지만 큰 기대는 하지 않고 있었다.

그리고 나름 마검의 주인으로서 실력에 자신이 있었기에 이 기회에 은혜도 갚을 겸 그를 도와주기로 마음먹었건만.

‘어떻게 저렇게 강할 수가 있지?’

그 뒤로도 실성한 듯 달려드는 나머지 적들을 아드리아스는 간결한 움직임으로 처리했다.

그는 한 녀석에게 한 번 이상의 검을 휘두르지 않았다.

스윽.

“컥.”

서걱!

“푸헉.”

그 모습이 마치 적들과 합을 맞추고 춤을 추는 듯이 보여 소름이 돋았다.

자신의 싸움은 그와 비교하면 너무도 조잡하다고 느껴질 정도였다.

‘내가 저 사람처럼 강했다면…….’

마을을 구할 수 있었을까?

짧게 생각하는 사이 전투는 순식간에 끝이 났다.

그 많던 적들이 고작해야 3분 정도의 시간으로 정리가 되었다.

피가 묻은 아드리아스의 모습은 첫인상과는 다르게 절세의 검객처럼 느껴졌다.

‘나도 강해지고 싶다.’

그를 보자 강함에 대한 동경이 마른 들판에 불이 붙듯 타올랐다.

그 열망은 이내 벤자민의 품에 안긴 마검에게까지 파고 들어갔다.

우우웅.

마검이 울었으나 아드리아스를 보며 넋이 나간 벤자민은 미처 느낄 수가 없었다.

* * *

쨍그랑!

벽과 부딪혀 깨진 시약병에서 김이 올라왔다.

시약이 깨진 자리는 이내 천천히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죄송합니다. 다시 한 번 기회를 주십시오.”

녹아내리는 벽의 옆에는 무릎을 꿇은 남자가 벌벌 떨고 있었다.

시약병을 던진 주인은 다름 아닌 괴이한 모습을 한 제스터였다.

“내가 분명 중요한 일이라고 말했을 텐데 일을 그따위로 처리해?”

“제가 다시, 아니 이번에는 용병들을 고용하지 않고 제가 직접 확인하겠습니다.”

“닥쳐라! 이미 생존자도 한 명 남지 않은 데다 단서도 없는데 무슨 수로 찾으려고!”

잠시 거칠게 숨을 토해 낸 제스터가 이를 갈며 연구대를 내려쳤다.

최근 들어 일이 계속 꼬이고 있었다.

아드리아스 크롬웰에게 뜯긴 희귀 재료들과 엄청난 값어치의 시체들을 충당하려 이것저것 손을 대고 있었다.

그 와중에 최근 가장 공을 들여 위치를 알아낸 마검 확보에 실패했다.

“후우. 이놈이고 저놈이고 마음에 드는 구석이 없군.”

살렘 예디디아가 빌려 간 나태의 페이지는 아직도 돌아올 생각을 안 하고 있었다.

별 쓸데없는 핑계를 대면서 반납을 미루고 있는 살렘이 신경을 돋우는 와중에 마검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소식까지 들으니 인내심이 터져 나갔다.

물론 작전의 최종 승인을 내린 것도 자신이라 할 말은 없었다.

이번 일의 패착은 예상치 못하게 마검을 다룰 수 있는 자가 그곳에 있었다는 것.

‘설마 마검을 휘두르고도 멀쩡한 사람이 있을 줄이야. 선택받은 건가?’

문제는 그 주인의 행방이 묘연해졌다는 것이다.

용병들이 몰살을 당했으며 마검이 사라졌으니 아마 마검의 주인이 생겼다는 추측만 할 수 있었을 뿐, 어디로 사라졌는지는 알 수가 없었다.

어쩌면 마검에 취해 어디선가 죽었을 수도 있는 일이었다.

“이 개 같은……. 조사는 따로 맡기고 넌 다음 목표나 똑바로 챙겨 와!”

“알겠습니다. 제스터 님.”

* * *

광신도들을 전부 처리한 직후 곧바로 촌장의 마구간에 있는 말을 타고 메르테옹으로 향했다.

거의 한숨도 쉬지 않고 메르테옹에 도착한 나는 벤자민을 끌고 열차에 탑승했다.

좌석에 앉아 한시름 덜은 나는 사과부터 했다.

“이제 와서 하는 말이지만 나 때문에 괜한 일에 휘말리게 해서 미안하다.”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벤자민은 내가 광신도들을 처리한 이후 태도가 조금 바뀌었는데 그 모습이 마치 동경하는 위인을 보는 듯한 자세가 되어 있었다.

‘그렇게 감명 깊었나?’

솔직히 나는 잘 모르겠다.

상대가 방심하지 않았으면 싸움이 그렇게 쉽게 끝나지는 않았을 거다.

그저 검풍을 실전에서 써먹었다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워 나머지 조무래기들은 어떻게 쓸어버렸는지 기억도 안 난다.

자, 어쨌든 이쯤에서 벤자민을 아카데미로 꼬셔야 하는데 어떻게 할까나.

그런 내 고민을 짐작한 것처럼 벤자민이 먼저 말을 걸어왔다.

“저, 아드리아스 님.”

“음?”

“아드리아스 님은 어디로 향하시는 건지 물어봐도 될까요?”

“나는 로들렌 아카데미 재학생이라 아카데미로 가고 있지. 이제 곧 개학이거든.”

“그런가요.”

갑자기 풀이 죽은 듯 실망한 기색을 띄우는 벤자민을 보자 웃겼지만 이때가 기회라고 생각한 나는 넌지시 말했다.

“보니까 너도 검 좀 쓰더라?”

“예? 아닙니다. 아드리아스 님에 비하면 전 아무것도 아니죠.”

“아니. 지금 난 진심으로 하는 소리야. 넌 재능이 있는 것 같아.”

내 진지한 말에 벤자민이 고개를 들어 나를 보았다.

“너도 검을 좀 더 배우고 싶지 않아?”

“검을요? 어떻게…….”

“우리 아카데미 부속으로 모나스라는 아카데미가 또 있거든. 거기 다녀 볼래?”

갑작스러운 제안이었는지 그의 눈이 커지는 게 보였다.

그러나 이내 망설이는 듯한 기색으로 물었다.

“제가 다닐 수 있을까요? 전 돈도 없는데.”

“내가 후원해 줄게. 다니고 싶은지만 말해.”

“후원이요?”

벤자민의 당황스러운 듯한 표정이 귀여웠다.

조금은 어른스러워 보였는데 아직 애기구먼.

“하지만 왜 절……?”

“그냥 뭐, 인연이지. 정 부담스러우면 나중에 잘 돼서 갚으면 되고. 어떻게 할래?”

“모나스 아카데미에 가면 아드리아스 님을 계속 만날 수 있는 겁니까?”

“굳이? 뭐 가끔은 볼 수도 있겠지.”

벤자민은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절을 하기 시작했다.

갑작스러운 그의 행동에 나는 급하게 그를 막았다.

“됐어. 뭐 하는 거야.”

“감사를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그럴 필요 없어. 내가 말했지. 정 은혜를 갚고 싶으면 나중에 잘 돼서 갚으라고.”

“예. 반드시 이 은혜를 갚겠습니다.”

좋아. 생각보다 일이 쉽게 풀렸네.

이제 어떻게든 이 녀석을 입학시키면 되는데…….

‘일단 부딪혀 보고, 그래도 안 되면 다른 방법을 찾아봐야지.’

* * *

아카데미에 도착하자마자 모나스 아카데미의 입학 방법을 알아보았다.

다행히 모나스 아카데미의 입학 방법으로는 귀족의 추천서가 존재했다.

‘귀족인 걸 드디어 써먹네.’

나는 실감하지 못하고 있지만 내 작위는 오등작 중에서도 고위 귀족에 속하는 백작.

아무리 유명무실한 작위라고 해도 백작은 백작이었다.

덕분에 내가 써 주는 추천서는 무려 고위 귀족인 백작이 쓴 추천서가 되었다.

이번 학기의 입학 절차는 이미 모두 끝난 상황이었지만 내 힘은 예상외로 셌다.

“커흠. 크롬웰 각하를 뵙습니다.”

모나스 아카데미 입학 관계자가 나를 맞이했다.

원래라면 아무나 만날 수도 없는 양반이지만 앞서 말했듯, 나는 아무 귀족이 아니었다.

그런 내 옆에는 눈에 덜 띄는 천으로 바꾼 루벤스를 등에 멘 벤자민이 있었다.

“이 아이가 추천하시는 그……?”

“그래. 실력을 확인하고 싶으면 해도 된다.”

“아닙니다. 감히 제가 각하께서 데려오신 아이를 확인하다니요.”

솔직히 겉으로 보기에는 벤자민에게 재능이 있어 보이진 않았다.

15살치고는 작은 몸집과 키 그리고 비리비리한 몸은 솔직히 루벤스를 휘두르는 게 신기할 정도였으니까.

“이번 학기에는 이미 늦어서 입학하기가 조금 힘들 것 같은데, 혹시 다음 학기에 괜찮으시다면 어떻습니까?”

프리패스인 줄 알았는데 다음 학기 프리패스였냐.

어쩔 수 없지, 여기서는 내 필살기를 사용하는 수밖에.

내가 품속을 뒤지자 입학 관계자가 손을 내저었다.

“크롬웰 각하. 전 뇌물 같은 건 안 받습니다. 그런 걸 주신다고 해도…….”

이내 내 품속에서 나온 포션을 확인한 그는 말을 끊고 침을 삼켰다.

아마 이 녀석도 내가 아드리아스 크롬웰이라는 걸 들었을 때부터 기대하던 눈치였다.

“이건 뇌물이 아니다. 그냥 힘들 것 같아서 내가 포션이나 챙겨 주려는 거지. 혹시 들어 봤나? 에버라스트 포션이라고.”

“에, 에버라스트 포션! 그럼요!”

“아, 그리고 이거는 내가 최근에 새로 발명해 낸 포션인데 각각 재생과 회복 포션이다. 이것도 로들렌 마탑주님께서 직접 확인한 거니 부작용은 걱정할 건 없다.”

내가 내미는 3종 포션에 눈이 돌아간 상대는 침을 삼키면서 일단 품속에 포션들을 집어넣고 봤다.

벤자민은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인가 하며 지켜보고 있었다.

“흐흠. 이거 사실 안 되는 거지만…….”

그는 곧바로 책상에서 종이를 꺼내 끄적거리더니 내게 건넸다.

“여기 입학 확인서입니다.”

“하하. 말이 잘 통해서 좋군. 학비 지불은 언제 하면 되지?"

"지금 여기서 하시면 됩니다."

나는 카드를 긁고 그의 손을 붙잡으며 악수했다.

"고맙네. 내가 이 일은 꼭 기억해 두지.”

“아닙니다. 각하. 그저 재능 있는 친구가 하루라도 빨리 성장했으면 좋겠다는 작은 바람으로 도운 것뿐입니다.”

“알았네. 그럼 이만 가 보지.”

“예. 들어가십시오.”

순식간에 진행되는 일에 벤자민은 뭐가 어떻게 된 건지 모르는 모양이었다.

이 형이 다 알아서 해 주마.

넌 그냥 누워서 떡이나 먹어라.

입학은 무사히 해냈으니 이제는 벤자민의 검이나 맞춰 주기로 했다.

아카데미에서 루벤스를 사용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 평범한 검을 구해야지.

‘그나저나 저건 어떻게 숨기냐.’

눈에 띌 수밖에 없는 루벤스를 보자 골머리가 아파 왔다.

일단 벤자민도 루벤스의 위험성을 알기에 되도록 숨기고 싶어 하는 눈치였지만 그와는 별개로 몸에서 떼어 놓기도 싫은 모양이었다.

저번에 방문했던 ‘내 망치질은 세계 제일’에 오자 나를 알아본 카운터 조수가 묘한 눈초리로 나를 훑었다.

어허. 그게 손님을 대하는 자세냐?

물론 저런 표정을 지어도 검은 여기서 살 거지만.

“너무 많은 걸 받는 것 같습니다.”

벤자민이 더 이상 이 호의를 버틸 수 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형만 믿으라니까. 거참.

“잔말 말고 빨리 골라. 아니면 그거 쓸 거야? 쓸데없이 길고 불편해 보이는데?”

내가 루벤스를 가리키자 그가 살짝 긴장한 기색으로 고개를 흔들었다.

벤자민은 아직도 내가 검의 정체를 모른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결국 벤자민은 다시 한 번 폭풍 감사 세례를 내게 박으며 검들을 훑어보았다.

솔직히 주문 제작을 맡기고 싶었지만 입학 날짜가 당장 이틀 뒤라 어쩔 수 없었다.

검을 하나씩 들어 보고 있는 도중에 의외의 사람이 안쪽에서 나왔다.

‘오오. 오랜만인데?’

이곳의 주인이자 대장장이인 그리즈먼이었다.

잠시 쉬러 나온 듯 수건으로 땀을 닦으며 등장했는데 우리를 보더니 호탕하게 말했다.

“손님인가!”

검을 고르는 벤자민을 대신해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예. 이곳의 주인이십니까.”

“그래! 내가 바로 세계 제일의 망치질을 하는 대장장이, 그리즈먼이다!”

에고가 강한 사람인 건 알고 있었는데 실제로 목소리를 들으니까 화통을 삶아 먹은 것처럼 쩌렁쩌렁했다.

그는 뚜벅뚜벅 걸어오더니 검을 고르는 벤자민을 보았다.

“손을 내밀어 봐라.”

갑작스러운 타인의 접근에 벤자민이 경계를 하려 했지만 내가 옆에서 어깨를 두드렸다.

“뭘 그렇게 쫄아. 주인장 말대로 손이나 내밀어 봐.”

“예.”

나도 그리즈먼의 돌발 행동이 신기했지만 해를 끼치지 않을 건 확실했다.

벤자민이 손을 내밀자 그리즈먼은 벤자민의 손을 잡더니 이러저리 만져 보았다.

“이건…….”

혼잣말을 중얼거린 그리즈먼이 허리를 낮춰 벤자민과 시야를 맞췄다.

그리고 이해할 수 없다는 기색으로 중얼거렸다.

“너 도대체 뭐 하는 녀석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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