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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 특성으로 최강 네크로맨서-39화 (39/415)

39화. 실력 발휘

아공간에서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는 니켈과 티무르는 누가 보더라도 평범한 언데드가 아니었다.

특히 진화를 한 번 해서 나태의 힘을 각성한 니켈의 경우, 함부로 다가서기 힘든 나른한 위엄을 풍기고 있었다.

“언데드?”

“흑마법사!”

글라우와 만토스가 차례로 외쳤다.

뒤늦게 내 정체를 알아차린 걸 보면 정말 아무것도 모르고 왔나 보군.

무슨 이유로 왔는지는 모르겠지만 결코 좋은 의도로 보이지는 않으니 나는 곧바로 티무르에게 명령을 내렸다.

“반쯤 살려 놔라. 적어도 뭐가 목적이었고 의뢰주가 누군지는 알아야 하니까.”

내 명령에 낮은 울음소리를 낸 티무르가 매끈한 꼬리를 흔들며 앞으로 나섰다.

“고작해야 언데드 두 마리 가지고 기고만장하군.”

“어차피 술사를 죽이면 그만!”

만토스가 티무르의 앞으로 나와 섰고 그만으로도 내 언데드들은 충분하다고 생각했는지 글라우는 나를 직접 노렸다.

만토스가 등에 멘 쌍도끼를 꺼내 들었다.

그러자 두 주먹을 불끈 움켜쥔 티무르가 포효를 내지르며 달려 나갔다.

크허엉!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자 어디선가 손도끼가 날아들었다.

내가 고개를 옆으로 살짝 기울여 피해 내자 옆에 있는 나무에 박혔다.

“어쭈? 반사 신경 좋은데?”

“나도 궁금하군. 네 반사 신경이 어느 정도인지.”

나는 옆에 꽂힌 도끼를 그대로 뽑아 마나를 순환시켰다.

마나의 힘이 신체를 활성화시키고 보통의 인간으로서는 범접할 수 없는 괴력이 잠시 팔에 머물렀다.

휘리릭.

파앗!

“어헉!”

글라우는 내가 하는 꼴을 우습게 지켜보고만 있다가 다급하게 몸을 피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속도로 날아든 손도끼는 글라우의 귀 끝을 잘라 내고 뒤쪽에 있는 나무로 박혔다.

“너, 넌 대체 뭐냐!”

쿵!

크헝!

글라우의 놀란 물음과 동시에 만토스가 허공을 날았다.

비록 마나는 얼마 없기에 지속력이 길지는 않지만 마나가 있는 동안에는 괴물 같은 실력을 발휘하는 티무르가 만토스를 가지고 놀고 있었다.

“이게 대체…….”

나는 글라우가 망연히 그 모습을 지켜보게 놔두고 앞으로 걸어 나가며 니켈에게 손을 건넸다.

그러자 니켈은 자연스레 자신의 검을 내 손에 넘겼다.

“넌 내 연습 상대나 좀 돼 줘야겠다.”

검을 들고 다가오는 나를 본 글라우는 도저히 이 모든 일들이 이해가 안 되는지 얼굴을 매만지며 주변을 둘러보고 있었다.

“꿈인가?”

“꿈이 아니다. 고블린.”

나는 검을 앞으로 들며 말했다.

“날 실망시키지 말고 어서 네 실력을 보여라.”

* * *

디에네는 최대한 학생들을 살리려 했지만 처음에 당한 학생은 구할 수가 없었다.

양손이 피범벅에 온몸이 피로 물들을 정도의 노력도 소용없었다.

그래도 한 명은 살릴 수 있었기에 그녀는 그의 곁에 앉아 구조가 와 주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디에네 님.”

“말하지 마. 곧 누가 도와주러 올 거니까 무리하지 말고 버텨.”

“테일러는, 죽었나요.”

“……살아 있을 거야. 걱정하지 마.”

디에네는 끌려간 학생도 학생이지만 아드리아스 크롬웰도 걱정이 되었다.

절대 좋은 의도로 습격한 게 아닌 것 같은 자들.

‘도대체 누가, 왜 아드리아스를 노리는 거지?’

차라리 자신을 노렸으면 노렸지.

그때 주위에서 인기척이 들려왔다.

“왔나 보다. 조금만 더 힘내.”

그러나 그녀의 그런 희망찬 외침과는 다르게 등장한 자들은 검은 로브를 입은 칙칙한 분위기를 풍기는 자들이었다.

“디에네 알븐, 발견했다.”

“어서 키드웰 님께 보고해라.”

그들의 대화를 듣고 있던 디에네는 조심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누구냐.”

“네가 알 것 없다, 디에네 알븐.”

“방금 그자들과 한패냐?”

“그자들?”

잠시 디에네의 말에 반문한 로브의 인물 중 하나는 이내 알겠다는 듯이 말했다.

“꼴을 보아하니 잡종들이 먼저 왔다 간 모양이군. 도대체 어떻게 살아 있는 거지?”

“목적이 뭐냐. 정체를 밝혀라.”

“정체? 그건 저세상에서 네 아버지에게 물어봐라.”

역시 나를 노리고 온 건가?

디에네의 머리가 맹렬히 돌아갔다.

그녀는 곧장 얼음으로 된 가시 방벽을 세우며 주변을 통제했다.

곧이어 거대한 마력의 폭풍이 디에네의 주위로 휘몰아쳤다.

“역시 바하트 알븐의 딸. 괴물의 자식은 괴물이다, 이건가?”

상대가 학생들이 아닌 이상 힘 조절이 필요 없었다.

아직 누군가를 해쳐 본 적은 없지만 자신의 목숨을 노리는 적을 상대로 자비를 내보일 그녀가 아니었다.

콰아아아.

디에네의 마력은 범인으로서는 범접할 수 없는 거대한 흐름이었다.

하필 눈이 내린 설산이어서일까.

그녀의 마나와 술식이 만들어 낸 흐름은 거대한 눈의 폭풍이 되었다.

“분명 강하다. 하지만 아직 어리군.”

마력의 낭비, 남자는 그렇게 생각했다.

차라리 그 마나로 자잘한 전투 마법을 사용했어야 했다.

로브의 인원들이 달려들었다.

몇 명은 제자리에 남아 마법을 전개했는데 별 볼 일 없는 자잘한 공격 마법이었다.

‘하필이면…….’

디에네는 남아 있는 학생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자리를 벗어날 수 없었다.

곧이어 적들의 마법이 눈보라를 뚫고 방벽을 두드렸다.

위력이 약해진 마법이 방벽을 부수지는 못했지만 경험이 부족한 디에네의 마음은 충분히 흔들 수 있었다.

‘이대로는 안 돼.’

그녀는 심장을 가열시켰다.

그리고 미칠 듯한 통증을 버티며 머리의 부하를 견뎌 냈다.

그러자 날카로운 얼음 조각들이 사방에서 꽃이 피듯 피어났다.

“더블 캐스팅?”

뒤에서 명령을 내리던 로브의 남자는 그 광경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 정도 대단위 마법을 사용하는 동시에 더블 캐스팅이라니?

정녕 갓 20대가 된 여인이 맞다는 말인가?

허공에 뜬 얼음 조각들이 다가오는 적들을 향해 쏟아져 내렸다.

그 속도와 위력은 상대를 꿰뚫고도 남아 바닥에 꽂힐 정도였다.

퍼억! 푹.

원래라면 막아 냈을 공격이었지만 거센 눈보라 속에서는 무리였다.

눈보라 속을 헤치며 다가가던 10명이 넘었던 로브인들 중 절반이 그 한 방에 사지를 잃거나 목숨을 잃었다.

하지만 무리를 했던 건지 디에네는 코피를 흘리며 후속 공격을 이어 나가지 못했다.

“하아, 하아…….”

무릎을 꿇은 그녀를 향해 살아남은 다섯의 로브인이 다가섰다.

그중 하나가 검을 쥔 채 먼저 방벽을 넘었다.

“정말 기회를 잘 잡았군. 조금만 더 성장하거나 경험이 있었으면 당하는 건 오히려 우리였겠어.”

“누가 사주했는지는 몰라도 네놈들도 멀쩡하진 못할 거다.”

“하하. 우리 걱정을 하는 건가? 지금 아가씨가 그걸 걱정해야 할 처지…….”

휘익― 탁.

푸슉!

말을 하던 로브인의 위에서 누군가가 날아와 어깨를 밟더니 그대로 밟은 상대의 머리에 구멍을 만들고 바닥으로 내려왔다.

머리에서 피를 뿜어낸 로브인은 절명한 채 바닥에 쓰러졌다.

“당신은……?”

갑자기 나타나 디에네를 구한 자는 가면을 쓴 검사였다.

그는 디에네를 한 번 돌아보더니 그대로 앞으로 나아가 다가오는 적들을 상대했다.

“누, 누구냐!”

“일단 죽여!”

로브인들이 합공을 하려 했지만 눈보라를 헤치며 다가온 이들은 가면의 검사에게 당해 내질 못했다.

가면의 검사는 마치 상대의 움직임을 예측하듯 움직이며 속전속결로 급소를 찌르거나 베었다.

서걱.

“끄아아아!”

순식간에 다섯을 죽인 가면의 검사는 멀리 떨어진 로브의 마법사들을 응시했다.

마침 그를 보고 있던 로브의 마법사들은 당황하여 어찌하지도 못한 채 있었다.

“저, 저건 대체 누구냐? 기사학부 조교들은 분명 발을 묶어 놨을 텐데?”

“키드웰 님! 키드웰 님은 대체 언제 오시는 거야!”

그때 누군가가 로브인들의 뒤에서 피가 뚝뚝 떨어지는 수급을 들고 다가왔다.

“키드웰? 이 녀석을 말하는 거냐?”

아이비 클레어가 미소를 지으며 다가왔다.

* * *

원래는 나서지 않으려 했지만 디에네의 위기를 보자 나설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세상의 멸망을 막을 수도 있는 씨앗 중 하나.

이런 곳에서 죽게 둘 수는 없었다.

‘나만 노린 게 아니었군. 애초에 그녀를 노린 건가?’

한 가지 의문이라면 게임 속에서는 전혀 들어 보지 못했던 이벤트라는 점이다.

이 정도 규모의 일이라면 게임 시작 지점에서도 어느 정도 언급이 있어야 할 텐데.

‘내가 미래를 바꾼 건가.’

그렇다면 내가 치워야겠지.

근처의 숲에서 지켜보던 나는 예전에 블러디 댄에게서 입수했던 가면과 검을 니켈에게서 건네받고 그를 역소환시켰다.

그리고 가면을 쓴 뒤 마나를 흘리자 내 외형이 변했다.

크게 변화는 못 시켰지만 충분히 정체를 짐작할 수 없게끔 변화시킨 나는 곧바로 숲에서 나와 눈보라를 뚫고 달렸다.

마나를 활성화하자 안 그래도 뛰어난 운동 능력으로 인해 순식간에 디에네가 만든 얼음 방벽을 뛰어넘어 그녀를 해하려는 사내의 머리 위로 떨어졌다.

떨어져 내리며 가볍게 상대의 머리에 구멍을 내 준 후 디에네의 상태를 살폈다.

‘더블 캐스팅을 사용했나?’

언젠가 그녀는 더블뿐만이 아니라 트리플, 쿼드러플 캐스팅도 해내는 괴물이 된다.

하지만 내 기억 속 그녀가 더블 캐스팅을 해내는 건 적어도 내년이나 되어서였다.

과연 이 성장이 좋은 일인지 불행인지는 제쳐 두고 다가오는 적들부터 상대했다.

쇄애액.

운동 재능도 운동 재능이었지만 느껴 본 바로는 전투 재능이 사기급 재능이었다.

운동이 A급이라면 전투는 S급이라고 해야 할까.

휘익!

상대의 검이 털끝 차이로 내 가면을 스치고 지나갔다.

곧이어 상대의 각도와 속도, 호흡을 계산한 나는 미리 예측한 듯 연이은 공격을 막아 내고 적의 손목을 잘랐다.

서걱.

“끄아아악!”

비명을 지르는 그의 목을 베어 버리고 검에 묻은 피를 털었다.

다섯 명을 전부 죽인 나는 가끔씩 멀리서 공격 마법을 날리던 로브의 마법사들을 보았다.

저 녀석들도 다 처리해야겠다 생각한 순간.

‘아이비 클레어.’

곧 그들 뒤에서 나타나는 아이비를 보며 나는 뒤를 돌았다.

할 만큼 했으니 이제 정체가 들키기 전에 숨어야지.

어차피 남은 녀석들은 아이비가 처리해 줄 거다.

“잠깐만요!”

다시 숲으로 돌아가려는 나를 디에네가 급하게 불렀다.

내가 괜히 정체를 숨긴 줄 아나.

정체가 들키면 내 가면과 검이 어디서 났는지는 물론 여러 가지로 귀찮아진다.

그렇기에 난 그녀의 외침을 무시하고 지나쳐 갔다.

“이름! 이름만이라도 알려 주세요! 우리 가문에서 보상을 해 드리겠습니다!”

“필요 없다. 몸 간수나 해라.”

다행히 목소리도 변조돼서 나오네.

나는 그대로 숲으로 숨어들었다.

* * *

아이비는 남은 로브인들을 모두 죽이고 2명 정도만 증거를 위해 살려 두었다.

‘예전 같았으면 모두 죽였겠지만…….’

아드리아스 크롬웰.

당시 흑마법사에 대한 증오로 인해 살기를 뿜어내는 자신 앞에서도 당당히 막아섰던 발칙한 마법사 새끼.

녀석 덕분에 증인도 필요하다는 걸 깨우쳤다.

“괜찮냐.”

“예. 감사해요.”

코에서 나오는 피가 어느덧 멈춘 디에네를 향해 아이비가 다가섰다.

그러나 디에네는 바닥에 쓰러진 학생을 먼저 가리켰다.

“저보다 이 학생이 더 급합니다. 지혈은 했지만 워낙 출혈이 많아서…….”

“그래. 확인해 볼게.”

아이비는 쓰러진 학생의 상태를 살피면서도 자신이 나타났을 즘 사라졌던 정체불명의 검사에 대해 물었다.

“방금 그자는 누구지?”

“저도 모릅니다. 보상을 주겠다고 이름을 물어봤지만 대답하지 않으셨어요.”

“뭔가 수상하군.”

“수상하다니요!”

디에네가 고개를 저었다.

그녀의 눈은 지친 몸과 달리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절대 수상한 분이 아니에요. 절 구해 주셨는걸요?”

“정체를 모른다는 게 수상하다는 거야. 일단 슬슬 다른 곳에서도 구조가 올 거니까 좀 쉬고 있어라.”

아이비의 말에도 디에네는 인정할 수 없었다.

그리고 다시 가면의 검사가 등장했을 때를 회상했다.

‘가면을 쓴…… 검사.’

자신이 동경하던 동화에서나 등장할 법한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

그녀는 다시 한 번 그가 사라진 숲을 돌아보며 들뜬 한숨을 뱉어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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