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화. 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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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화. 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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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화. 재회
2022.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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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
활기찬 목소리와 함께 동그란 공 같은 게 재희의 허리에 콩, 부딪쳤다.
순간 쏠린 무게에 재희가 순간 중심을 잡지 못하고 휘청거렸다.
곁에 있던 무혁이 얼른 팔을 잡아주지 않았다면 재희는 그대로 넘어질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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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
재희가 뒤를 돌아봤지만, 아무도 없었다.대신 대답은 아래에서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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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 엄마 말이 맞았어! 여기 오면 언니 만날 수 있다고 했는데!”
재희와 무혁의 시선이 소리가 들려온 쪽으로 향했다.
뒤에서 온몸을 던져 재희를 끌어안은 사람은 바로 프랑스에서 만난 적이 있는 도화였다.
파란색 드레스를 입고 반짝반짝 빛나는 보석 머리끈으로 야무지게 머리를 묶은 도화가 해맑게 웃으며 재희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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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화?”
프랑스에서 짧지만 강렬했던 만남을 가졌던지라 재희는 곧바로 도화를 기억해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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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도화야. 장도화. 우리 엄마가 나 가질 때 복숭아 꽃 떨어지는 꿈을 꿔서 지어준 이름.”
마치 바로 어제 만났던 것처럼 아무런 낯가림 없이 도화가 어깨를 쭉 펴며 조잘조잘거렸다.
예상치 못한 장소에서 도화를 만나자 재희의 얼굴이 반가움과 놀라움이 번졌다.
여전히 귀여운 도화의 시선에 맞춰 재희가 바로 무릎을 접으며 마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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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화야. 오랜만이야. 그동안 잘 지냈어?”
도화가 배를 쏙 내밀어 보이며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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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건강하게 밥 많이많이 먹고 잘 지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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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여기까지 왔어? 놀러 온 거야?”
재희가 도화의 양손을 꼭 잡고 물었지만, 도화는 대답 대신 자기 할 말만 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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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화가 생각한 대로 역시 언니는 공주님이었어. 너무너무 예쁘다.”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황홀해 하는 도화가 마냥 예쁜지 재희가 웃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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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화도 너무 예뻐. 마치 요정님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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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안 그래도 엄마가 오늘 아침에 도화더러 요정님 같대.”
도화가 신이 나서 조잘조잘하다가, 머리 위로 커다란 그림자가 드리우자 시선을 올렸다.
그림자의 주인공을 보자마자 도화의 얼굴에 한층 더 화색이 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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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수 아저씨! 가 아니네. 오늘은 왕자님이네.”
도화가 우와아 감탄하며 눈을 반짝였다.
몽마르트르에서 보던 모습과 다르게 멋지게 입은 무혁을 보자 놀란 듯했다.
무혁이 말없이 커다란 손으로 동그란 머리를 쓰다듬어 주자 도화가 꺄르르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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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 나 비행기 태워줘. 비행기. 응?”
몽마르트르에서 무혁이 해줬던 비행기가 퍽 재미있었는지, 도화가 졸라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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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그러나 무혁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무뚝뚝한 무혁의 반응에 도화가 볼을 잔뜩 부풀리며 고집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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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 태워주면 얘기해 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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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어디 계시는지 알려주면 해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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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알려주고 태워주면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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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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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사해. 왕자님이란 말 취소야. 아저씨는 그냥 야수야. 야수.”
그때처럼 무혁이 좀처럼 제 생각대로 움직여주지 않자 잔뜩 성이 난 도화가 툴툴거렸다.
지금처럼 똑같이 몽마르트르에서 둘이 나누었던 대화가 떠올라 재희가 말없이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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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화야!”
도화와 무혁이 실랑이하는 사이, 반대편에서 정장을 입은 세라가 케빈과 함께 걸어오고 있었다. 그제야 실랑이를 멈춘 도화가 얼른 도망치듯 무혁의 다리 뒤로 숨어버렸다.
다 보이는데도 제 딴에는 숨는다고 숨은 도화의 행동에 세라가 황당해하는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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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거기서 안 나와? 혼자서 어딜 그렇게 달려가나 했더니.”
빠른 걸음으로 가까이 다가온 세라가 재희와 무혁을 발견하곤 눈을 조금 크게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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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몽마르트르에서 뵀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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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도화 어머님 되십니까.”
무혁이 제 다리 뒤에 숨은 도화 겨드랑이 사이에 손을 끼우곤 세라에게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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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뭐 하는 짓입니까. 도화가 물건도 아닌데……!”
유창한 한국말을 구사하며 울컥 목소리를 높이던 케빈의 말꼬리가 흐려졌다.
허공에 달랑거리며 들어 올려졌는데도 도화가 재미있다는 듯 즐겁게 웃음을 터뜨렸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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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도화 엄마예요. 어떻게 된 게 항상 도화가 먼저 두 분을 만나고 있네요.”
세라가 민망한 얼굴로 얼른 도화를 안아 들었다.
재희가 무혁의 팔을 짚으며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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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마르트르에서 잠깐 만났었는데, 이렇게 다시 만나니 신기하네요. 그간 잘 지내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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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요. 그때 헤어진 뒤로 꼭 한번 다시 만나보고 싶었어요.”
몽마르트르에서 만났던 때와 달리 세라가 유달리 반가워하자 재희가 어리둥절한 얼굴을 했다. 재희가 뭔가 알고 있는지 무혁을 올려다봤지만, 그 역시 고개를 저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세라가 흐뭇한 얼굴로 둘을 보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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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정식으로 소개해야죠. 다시 만나서 반가워요. 이쪽은 케빈. 미셸이 소속된 에이전시에서 일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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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빈이라고 합니다. 미셸의 매니저이기도 합니다.”
입이 댓 발 튀어나왔지만, 케빈이 마지못해 명함을 내밀며 자기소개를 했다.
미셸의 에이전시 관계자란 말에 재희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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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셸의 에이전시라면.”
세라가 빙긋 웃으며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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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아요. 우린 미셸의 에이전시 자격으로 이번에 참석했어요.”
5월의 연회에서 미셸과 그 에이전시를 만날 예정이었고 긴장된 마음까지 다잡았었다.
그런데 이렇게 갑자기 중요 관계자를 만나게 되자 이런 일에 익숙하지 않은 재희는 어떻게 반응을 해야 할지 몰라 혼란에 빠진 사이 무혁이 명함을 내밀며 성큼 나섰다.
그런 재희에게 잠시 시선을 둔 무혁이 먼저 명함을 내밀며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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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무혁입니다. 그리고 제 옆에 있는 사람은 신재희, 이번 5월의 연회를 기획한 담당자입니다.”
재희가 무혁의 목소리에 정신을 차리고 인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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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희라고 합니다. 먼 길이었을 텐데도 이렇게 5월의 연회에 참석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잠시 서로 명함을 주고받으며 통성명을 한 뒤, 세라가 새삼스러운 눈으로 재희의 명함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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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나도 명하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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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화도 명함 갖고 싶어? 언니 명함 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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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구경하던 도화가 팔을 뻗으며 칭얼대자 재희가 얼른 명함을 주었다.
명함 한 장에 세상 다 가진 것처럼 함박웃음 짓는 도화를 재희가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낡은 동화책 한 권에 행복해하며 병원 생활을 하던 도화였다.
그런 도화가 지금은 건강한 모습으로 가장 좋아하는 그림을 그린 일러스트레이터와 웃고 있는 모습에 세라는 가슴이 시큰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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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모습을 감격에 젖은 눈으로 보던 세라가 주변을 둘러보더니 아무도 없음을 확인하곤 재희에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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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미셸이 찾는 일러스트레이터, 미리 누군지 알 수 있을까요?”
세라는 이미 재희가 그 일러스트레이터인 걸 알고 있었지만, 확인차 물어보았다.
혜란에게서 일러스트레이터를 찾았다는 소식은 들었지만, 이름까지 알려주지는 않았다. 어떻게든 미셸을 5월의 연회에 참석하게 하여 전시회 관련으로 직접 논의할 혜란의 속마음이 훤히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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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그러니까.”
미셸 본인이 나타나지 않았는데 말해줘도 될까, 재희는 잠시 고민했다.
관장인 혜란이 소개하기도 전에 자신이 대답하는 건 부적절하다고 판단을 내린 재희가 고개를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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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미리 말씀드릴 사안은 아닌 것 같아요. 관장님에게 들으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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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요. 그럼.”
세라는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안으로 안내하는 재희의 뒤를 따라가며 케빈이 세라의 옆구리를 쿡 찔렀다.
세라가 돌아보자 케빈이 도화를 달라는 듯 팔을 내밀었다.
세라가 도화를 넘겨주자 케빈이 도화의 등을 토닥이며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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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저 여성분이 네가 찾던 그 일러스트레이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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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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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왜 미셸이라고 바로 안 밝혔어. 그렇게 만나고 싶어 했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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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주인은 김혜란 관장님이잖아. 재희 씨 말대로 관장님을 통해 정식으로 소개받는 게 맞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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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틀린 말은 아니지만.”
케빈이 뭐라뭐라 꿍얼거렸지만, 세라는 즐거운 표정으로 재희 뒤를 따라갔다.
중간에 무혁이 잠깐 돌아봤지만, 둘은 눈치채지 못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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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 와요. 기다리고 있었어요. 라윤 갤러리의 관장인 김혜란이라고 해요.”
재희에게서 세라와 케빈을 소개받은 혜란이 반가운 얼굴로 활짝 웃어 보였다.
부부싸움은 끝났는지 아까보다 분위기가 퍽 나아 보였다.
처음부터 끝까지 부부싸움의 현장을 지켜봤던 강우진은 얼마나 웃음을 참았는지 얼굴에 고인 붉은 기가 가시지 않은 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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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이날을 고대했는지요. 이렇게 5월의 연회에 참석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한차례 인사가 오고 간 뒤 세라를 힐끗 본 케빈이 곧바로 운을 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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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셸이 찾던 일러스트레이터를 먼저 소개받고 싶습니다만.”
혜란이 대답 대신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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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셸도 참석하는 거로 아는데, 본인은 아직 도착하지 않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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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셸은 이미 와 있습니다.”
케빈의 대답에 혜란의 안색이 밝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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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이따 5월의 연회가 시작한 뒤에 미셸과 우리가 찾은 일러스트레이터를 소개시켜 주는 건 어떨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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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라면?”
세라의 물음에 혜란이 빙긋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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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셸이 처음으로 한국에 방문했는데, 그 어느 날보다 특별해야 하지 않겠어요?”
재미있다는 듯 세라의 입가가 올라갔다.
세라가 무혁과 함께 서 있는 재희를 힐끗 보며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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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하고 있겠습니다.”
* * *
시간이 되자 라윤 갤러리 입구엔 고급 차량이 속속 들어차기 시작했다.
5월의 연회가 열리는 정원에 도착한 인사들은 올해도 눈이 즐거운 풍경에 감탄했다.
연주단의 부드러운 음악이 흐르고 곳곳에 배치된 직원들은 손님들을 응대했다.
인사들은 각기 친분을 쌓고 미술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자랑하기도 했다.
5월의 연회는 화기애애하게 순조롭게 흐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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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이에요. 김 관장님. 이번에도 멋지네요.”
혜란은 재희를 옆에 두고 손님들과 인사를 나누다 다가오는 중년 여성에게 반가운 얼굴로 웃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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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 오세요. 이렇게 자리를 빛내기 위해 참석해 주시니 기쁘기 그지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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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와야지요. 그나저나 올해엔 미셸도 참여한다고 했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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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아직 얼굴은 보지 못했지만, 저 역시 기대 중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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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김 관장님의 꿈이 이루어지겠네요. 그런데 곁에 계신 분은 김 관장님 며느리 맞으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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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하시네요. 재희야. 인사드리렴.”
예의 미소를 머금은 채 혜란 곁에 서 있던 재희가 가볍게 고개를 숙여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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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전에 모임에서 한번 뵀었는데, 이렇게 다시 인사드립니다. 신재희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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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쩜. 그때도 어여뻤는데 오늘은 한층 더 빛이 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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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자주 보게 될 거예요. 우리 며느리, 잘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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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 김 관장님. 며느리 사랑 정말 못 말리겠네요.”
매년 열리는 5월의 연회엔 무혁이나 우진, 둘 중 한 명만 혜란과 함께 자리에 참석했었다.
그런데 올해는 강진은 물론 두 아들과 큰며느리까지 참석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손님들의 이목이 집중되었다.
특히 결혼적령기의 딸을 둔 인사들은 아직 미혼인 우진에게 관심이 많았다.
결혼 시장에서 무혁은 1등 신랑감으로 모두 탐냈었지만, 지금은 결혼을 했으니 자연스럽게 우진에게 관심이 집중되었다.
그리고 사업상 무혁과 끈을 만들고 싶었던 인사들은 자연스럽게 강진과 무혁의 근처로 모여들었다.
어느 정도 인사치레가 끝나자 혜란이 재희에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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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셸 에이전시 사람들은 아직 휴게실에서 안 나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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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처럼 달래기가 쉽지 않은가 봐요.”
연회가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 도화가 버드나무에 달린 샹들리에가 예쁘다며 하나 떼달라고 떼를 쓰기 시작했다. 달래주던 세라는 도화가 고집을 꺾지 않자 급기야 아이를 데리고 휴게실로 가버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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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 행사가 끝나면 그 아이에게 적당한 것 하나 떼서 주렴.”
꽤 고가품으로 특별 주문한 샹들리에였지만, 혜란은 전혀 아까워하는 기색이 없었다.
재희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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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그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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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저나 거기 사람들과 친한가 보구나. 어떻게 알게 된 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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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혼여행 갔을 때 잠깐 만난 적이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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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이지, 정말 재희 넌 내 복덩이라니까. 어쩜 이렇게 좋은 일만 가지고 오는지.”
혜란이 흐뭇한 얼굴로 재희의 등을 토닥여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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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저 왔어요.”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이곳에 있을 리가 없는 목소리가 들렸다.
혜란과 재희가 조금 굳은 얼굴로 돌아보자, 그곳엔 짙푸른 드레스를 입은 유라가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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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의 연회, 축하드려요. 올해도 아주 멋져요.”
일전의 일은 완전히 잊어버린 듯 뻔뻔하게 진한 웃음을 지은 채 인사하는 유라를 보던 혜란의 미간이 좁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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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엄마랑 아빠랑 같이 왔어요. 제가 특별히 부탁했거든요.”
유라가 어느 한쪽으로 시선을 두자, 그 끝에 유라의 부모님이 다른 이들과 악수를 하며 인사를 나누는 것이 보였다.
분명 5월에 연회에 참석하는 건 허락하지 않겠다고 말했는데도, 자신의 말을 무시한 유라에게 혜란은 화가 난 얼굴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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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라야. 너 내가 저번에 분명히!”
유라가 말을 끊으며 친근하게 혜란의 손을 꼭 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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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의 연회, 무척이나 기대돼요. 어머니.”
유라의 입가에 한층 더 진하게 웃음이 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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