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화. 부암동의 봄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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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화. 부암동의 봄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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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화. 부암동의 봄밤.
2022.03.31.
일찌감치 일을 마무리한 라윤 갤러리 직원들은 S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S 레스토랑은 라윤 갤러리 바로 근처에 있어서 멀리 갈 것도 없었다.
러시아 예카테리나 궁전을 콘셉트로 지어졌다는 S 레스토랑은 그 명성에 걸맞게 화려하기 그지없었다.
눈이 돌아갈 정도로 화려한 내부에 직원들은 감탄을 터뜨리며 또 참새 무리처럼 쫑알쫑알 수다를 떨기 시작했다.
“와, 말만 들었지. 너무 근사한데요.”
“정말 여기서 회식하는 거 맞아?”
“잠시만. 나 오늘 화장 안 이상하죠? SNS에 올려야지.”
저마다 감탄을 내뱉으며 서버의 안내에 따라 각자 이름이 써진 이름표 앞에 착석했다.
재희 역시 자리에 앉으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결혼 전에 무혁과 갔던 레스토랑도 근사했지만 여기 역시 그곳 못지않게 근사했다.
“세상에 가격 봐요. 이게 다 얼마야.”
“우리 관장님 통 크신 건 알고 있었지만, 오늘은 더 크신데요.”
“그러게. 회식비만 천만 원은 나오겠네.”
“그거 알아요? 내가 들었는데, 여기 관장님이 직접 예약하셨대요.”
“진짜요? 우리 관장님이?”
“네! 이번에 특별히 관장님이 직접 예약했으니까 기대하라고 비서실장님이 직접 말씀하셨어요.”
“우와. 우리 관장님. 역시 통 크신데요? 이래서 내가 라윤 갤러리 사랑한다니까.”
혜란에 대한 존경심과 칭찬으로 직원들이 웅성거리는 사이 한 비서가 마이크를 들고 단상에 섰다.
가볍게 헛기침을 하자 말소리가 뚝 끊기며 직원들의 시선이 한 비서에게 집중되었다.
“이미 시작된 5월의 연회 준비와 라윤 갤러리 50주년 특별 전시회 준비 때문에 다들 노고가 많습니다. 관장님께서 여러분들의 노고를 생각해 특별히 직접 이곳을 대관해 주셨습니다. 관장님께서 인사 말씀을 하시겠습니다.”
하늘색 파스텔톤의 우아한 원피스를 입은 혜란이 단상에 올라와 한 비서가 정중하게 건네는 마이크를 잡았다. 혜란의 귀에 걸린 화려한 귀걸이가 조명으로 인해 눈부시게 반짝거렸다.
“올해에는 큰 행사가 두 가지 있습니다. 바로 5월의 연회와 라윤 갤러리 50주년 특별 전시회입니다. 저는 이 두 가지 행사가 성공적으로 치러지길 바라고 있어요. 특히 50주년 특별 전시회는 몇 년 전부터 공들여 섭외하고 있는 프랑스 화가 미셸 작가전을 목표로 하고 있어요. 그런 만큼 앞으로도 힘들 것으로 예상합니다. 여긴 여러분들의 그동안의 노고와 앞으로의 노고를 생각해 특별히 제가 예약한 곳이에요. 가격은 생각하지 말고, 마음껏 먹고 마시고 즐기길 바랍니다.”
혜란의 말이 끝나자 여기저기서 박수 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 박수 소리에 만족한 얼굴로 혜란이 미련 없이 퇴장하자 본격적으로 회식이 시작되었다.
원래 코스 요리만을 즐길 수 있는 레스토랑이었지만, 오늘은 특별히 직원들이 원하는 대로 먹고 마실 수 있도록 준비되어 있었다.
어느 누군가는 코스 요리를 주문했고, 다른 누군가는 단품 요리를 주문하기도 했다.
명성만큼이나 맛도 좋아서 직원들의 얼굴에 만족스러운 웃음이 번졌다.
재희는 음식을 먹으며 비서실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재희 씨. 이거 마셔 봐요.”
“감사합니다.”
비서실 직원 중 한 명이 와인을 권하자 재희는 기꺼이 받아들었다.
재희는 술을 잘 마시지 못했지만, 직원의 권유를 거절하지 않았다.
한잔 마시는 것 정도는 괜찮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와인을 한 모금 마시는 순간 재희의 이마가 찌푸려졌다.
달콤한 와인만 가끔 즐겨 마시는 재희에게 직원이 건넨 와인은 맛이 너무 강했던 탓이었다.
“맛있죠?”
자신이 추천한 와인에 대한 자긍심이 가득한 직원의 표정에 재희는 억지로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맛있어요.”
“재희 씨. 와인 맛 좀 아네요. 이게 무슨 와인이냐면…….”
와인의 역사를 나열하는 직원의 말을 들으며 재희는 슬쩍 잔을 옆으로 밀어두었다.
그러나 직원은 꽤 끈질겼다. 재희가 밀어둔 잔을 다시 가지고 와서 와인을 따라주었다.
아마도 자신의 말을 잘 들어주어서 신이 난 모양이었다.
“더 마셔요. 더.”
직원이 계속 와인을 권하자 연달아 몇 잔을 더 마시던 재희의 얼굴이 살짝 붉어졌다.
그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던 미경이 인상을 찌푸렸다.
평소에도 술 권유가 과해서 문제였던 직원이었다.
주는 대로 마시는 재희에게서 신경을 끄려 해도, 점점 도가 지나치자 미경은 결국 참지 못하고 톡 쏘아붙였다.
“그만 권하지 그래요? 재희 씨 얼굴이 붉어진 거 안 보여요?”
“어. 그러네. 미안해요. 내가 너무 권했나.”
혼자 신나서 와인에 대한 예찬을 늘어놓던 직원이 머쓱하게 웃었다.
겨우 직원의 말이 끊기자 재희가 어색하게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괜찮아요. 저 잠시…….”
이미 주량을 초과해 머리가 멍했다.
재희는 최대한 비틀거리지 않으려고 노력하며 화장실로 들어갔다.
찬물로 손을 씻으며 정신을 차리기 위해 노력했다.
문득 고개를 드니 거울에는 얼굴이 잔뜩 붉어진 채 눈이 살짝 풀린 여자가 있었다.
이런 적은 처음이라 재희 스스로도 낯설고 우스워서 푸스스 웃음을 흘렸다.
“바보예요?”
등 뒤에서 들린 목소리에 재희가 뒤를 돌아보았다.
미경이 화장실 입구에 서 있었다.
“권하는 대로 넙죽넙죽 받아먹는 바보가 어딨어요? 여긴 억지로 술을 강요하는 분위기가 아니니까 거절해도 괜찮아요.”
“자꾸 권하시니 거절할 타이밍을 못 잡았어요.”
“지금 힘들어 보이는데 힘들면 먼저 일어나도 상관없어요.”
그렇게 말한 미경은 대답을 듣기도 전에 나가버렸다.
화장실 문이 닫히자 재희는 저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다가 문득 웃음을 흘렸다.
“이상해. 결혼 전이나 후나 한숨을 많이 쉬네.”
술기운 때문일까.
저를 못마땅하게 보는 혜란의 눈빛과 왠지 껄끄러운 유라, 아직은 어색한 비서실 직원들.
관장실에서 혜란과 유라가 나눈 대화와 할머니의 아들을 낳으란 말이 머릿속에서 어지럽게 돌아다녔다.
마지막에는 아직까지도 속을 알 수 없는 무혁이 떠올랐다.
직설이고 듬직하며 품이 넓은 남자.
지나치게 과묵해서 가끔 낯선 내 남편.
재희는 머리를 흔들어 자꾸만 떠오르는 잡념을 떨쳐냈다.
눈앞이 빙글 돌 정도로 어지럼증이 몰려왔지만 상관없었다.
“원래부터 속을 알 수 없는 남자니까. 앞으로 천천히 알아가면 돼. 그리고 무혁 씨는 나와 결혼했으니까 초조해지지 말자. 괜찮아. 견딜 수 있어.”
재희는 스스로에게 다짐하듯 수없이 되새기며 흐려지려는 정신을 똑바로 잡았다.
* * *
밤 10시 즈음에 회식 자리는 파했다.
직원들은 각자 택시를 타고 돌아갔고, 재희는 술을 깨기 위해 조금 걷기로 했다.
이 실장에게는 회식이 끝나면 연락한다고 미리 말해뒀으니 조금 걸을 만한 시간적 여유가 있었다.
타박, 타박.
부암동의 밤거리는 한적했다.
산에서부터 훑어 내려온 풀 내음과 옅은 꽃향기를 실은 서늘한 봄바람이 볼을 간지럽혔다.
재희는 문득 뒤를 돌아봤다.
언덕 위에 위치한 라윤 갤러리.
마치 독일의 노이슈반슈타인 성을 연상케 했다.
라윤 갤러리에서 일하고 있지만, 오늘따라 저곳이 낯설고 멀게만 느껴졌다.
그런 날이 있다.
모든 게 낯설고 현실이지만 현실 같지 않은, 그런 이상한 날.
과하게 마신 와인이나 봄밤이 주는 심술일지도 모르겠다.
다시 고개를 돌린 재희가 걸음을 막 옮겼을 때였다.
“회식 끝났습니까.”
절대 지금 이런 시간에, 이 장소에서 들을 수 없는 목소리에 재희의 눈이 크게 뜨였다.
양옆으로 갈라진 오래된 담벼락과 꽃나무 사이로 그 남자가 재희를 향해 똑바로 걸어오고 있었다.
처음 봤을 때 무서워서 절로 떨었던, 지금은 누구보다 사랑하는 남편이.
봄바람이 불어왔다.
남자의 이마 위로 짧은 머리카락이 흐트러졌다. 남자의 트렌치코트도 바람결을 따라 흔들렸다. 조금 이르게 핀 벚꽃잎이 눈처럼 흩날린다.
재희는 그 자리에서 굳은 듯 서 있었다.
눈조차 깜박이지 못했다.
한번 눈을 깜박하면 눈앞의 남자가 그대로 사라질 것 같아서.
봄밤이 부리는 심술궂은 환상일 것 같아서. 와인이 주는 꿈인 것 같아서.
저벅.
바로 지척에 남자가 섰다.
옅은 꽃향기 사이로 묵직하게 풍기는 익숙한 향기가 봄밤의 심술이 아님을, 와인이 주는 꿈이 아님을 알려주었다.
우드 향.
매일 밤, 매일 아침 맡는 남편의 체취.
재희는 그제야 눈을 느리게 한번 깜박였다.
한번 깜박였는데도 남자는 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남자는 자신의 트렌치코트를 벗어 재희의 어깨에 걸쳐 주었다.
“날이 아직 쌀쌀합니다. 왜 걷고 있습니까.”
어깨에서 느껴지는 트렌치코트의 무게가, 남자의 나지막한 목소리가 눈앞의 남자가 더더욱 환상이 아님을 알려 주었다. 재희는 마치 꿈을 꾸는 듯한 기분을 느끼며 그의 이름을 조심스럽게 입에 올렸다.
“무혁 씨.”
“네.”
“왜 여기 있어요?”
“시간이 늦어 걱정돼서 와봤습니다.”
“……일 바쁘잖아요.”
“이 정도 짬은 낼 수 있습니다.”
갑자기 무혁이 한쪽 무릎을 굽히며 재희의 발을 살폈다.
어둠 속에서도 귀신같이 재희의 발에 난 상처를 발견한 무혁의 미간이 좁혀졌다.
하필 새 구두를 신은 날이었다.
아직 구두가 발에 익지 않았는데 무시하고 걷다 보니 상처가 난 듯했다.
왠지 부끄러워진 재희가 주춤, 한걸음 물러섰다.
무혁이 재희의 팔목을 잡으며 올려다보았다.
남편의 짙은 시선에 몸을 뒤로 물리려던 재희가 그대로 굳었다.
“나에게서 멀어지지 마십시오.”
그의 기세에 긴장한 재희가 저도 모르게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재희의 대답을 들은 무혁이 등을 돌렸다.
“업히십시오.”
“네?”
“그 상태로 걷기엔 아플 거 아닙니까.”
“전 괜찮아요.”
“제가 안 괜찮습니다.”
재희가 머뭇거리며 조심스럽게 무혁의 등에 업혔다.
무혁은 재희의 엉덩이를 단단하게 받치며 저벅저벅 걸음을 옮겼다.
재희는 무혁의 목에 팔을 감고 그의 등에 가만히 고개를 기대며 눈을 감았다.
쿵쿵.
남편의 심장 고동 소리가 가만히 들려온다.
“술 많이 마셨습니까.”
그의 목소리에 따라 등이 약하게 울린다.
“아니요. 와인 몇 잔만 마셨어요.”
“술 잘 못한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은은한 옅은 꽃향기와 서늘한 봄바람.
주황빛 가로등과 낡은 담벼락 위로 가지를 뻗고 피어난 개나리.
담벼락 위에 마치 눈처럼 소복하게 쌓인 개나리가 어여쁘다.
“기분이 좋다 보니까 저도 모르게 마셨어요.”
저를 받치고 있는 남편의 커다란 손과 너른 등.
익숙한 체취, 편안한 고동 소리.
묵직한 남편의 발소리. 적당한 흔들림.
그리고
“다음부턴 적당히 마십시오.”
언제나 듣기 좋은 진중한 중저음의 목소리.
“네.”
저벅저벅.
기분 좋은 고요함, 그 고요함을 가르는 발소리.
“금요일에 갤러리에서 어머님이 모임을 연다고 하셨어요.”
“…….”
“어머님이 저한테 거기에 참석하라고 하셨어요.”
잠시 무혁의 걸음이 뚝 멈췄다.
그러나 이내 아무 일 없다는 듯이 다시 걸음을 옮긴다.
“그렇습니까. 참석할 겁니까.”
“네.”
“…….”
“무혁 씨도 참석한 적 있다면서요. 어때요?”
“그냥 평범한 모임입니다.”
“그렇구나. 평범한 모임…….”
재희는 사실 묻고 싶은 것도, 말하고 싶은 것도 많았다.
어머님이 한유라를 당신의 결혼 상대로 생각하고 있으셨다는 걸 알고 있는지.
한유라는 저보다 집안도 좋은데, 저와 결혼한 것을 후회하지 않는지.
그리고, 그리고 이렇게 눈물이 나도록 무혁이 좋은데, 무혁도 저와 같은 생각인지.
좀처럼 속을 알 수 없는 그 마음 티끌만큼이라도 좋으니 알고 싶었다.
재희는 끝내 말을 꺼내지 못했다.
아마도 지금 이 순간이 너무나도 편안하고 소중하기에, 깨뜨리고 싶지 않은 욕심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산을 넘어온 바람이 불어온다.
“혹시라도 그곳에서 부당한 일을 겪는다면 참지 말고 나오십시오.”
“…….”
“참지 않아도 됩니다.”
“알겠어요.”
뺨을 스치는 바람을 느끼며 재희는 눈을 감았다.
어쩐지 눈물이 날 것 같은 부암동의 봄밤이었다.
* * *
“에구머니.”
현관 잠금장치가 풀리는 소리에 경자는 재희가 귀가했나 싶어 마중 나오다가 화들짝 놀랐다.
항상 홀로 새벽에 퇴근하던 무혁이 재희를 업고 귀가한 탓이었다.
무혁이 입술 위로 검지를 대자 경자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리를 비켜주었다.
무혁은 재희의 구두를 벗긴 다음 침대에 조심스럽게 눕혔다.
“…….”
무혁은 잠든 재희의 얼굴을 물끄러미 내려다보았다.
사실 무혁은 재희가 라윤 갤러리에 출근하는 걸 원치 않았다.
제 사람이다 싶으면 한없이 관대하지만, 마음에 들지 않으면 냉정한 어머니의 성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재희가 원한다고 하여 강하게 반대하지 않았다.
그동안 그 집에서 줄곧 억눌려 살았던 재희니까 원하는 대로 하길 바랐다.
그래도 마음을 놓을 수 없었던 무혁은 늘 재희의 근황에 신경이 곤두서있었다.
특히 오늘처럼 재희에게 어떠한 일이 생긴다면 없는 시간을 쪼개 이렇게 데리러 왔다.
아무리 일이 많이 쌓여 있어도 이 일만큼은 포기할 수 없었다.
오래되어 멋스러운 담벼락과 어우러져 이르게 피어난 소담한 꽃이 무척 아름다운 봄밤이었다.
그 거리를 홀로 걷는 재희의 모습이 무혁의 눈동자에 박혔다.
봄바람이 불었다.
가볍게 묶은 재희의 갈색 머리카락이 실비단처럼 흩날린다.
한적한 부암동의 봄밤이 재희와 어우러져 마치 한편의 명화 같다는 착각마저 들었다.
무혁은 그 모습을 넋을 놓고 바라보았다.
재희가 멈춰 서며 뒤를 돌아보았다.
그녀의 시선이 닿은 곳은 라윤 갤러리가 있는 곳이었다.
이윽고 다시 걷는 재희가 마치 봄밤이 부리는 심술궂지만 아름다운 환상처럼 느껴졌다.
순간 무혁은 심장이 떨어지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숨이 막힐 정도로 지독한 봄밤이 주는 설렘.
아마 무혁은 오늘 보았던 재희의 모습을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재희의 볼에서 머리카락을 걷어주며 무혁이 가만히 입을 맞추었다.
무혁은 구급상자를 챙겨와 상처 난 발에 손수 소독을 하고 연고를 꼼꼼하게 발라준 뒤 밴드를 붙여주었다. 하얀 발에 난 상처에 무혁의 미간이 절로 좁혀졌다.
이윽고 시간을 확인한 무혁이 자리에서 일어나 방문을 닫고 나왔다.
“사장님. 저녁은 어떻게…….”
무혁은 벽에 걸린 시계의 시간을 확인한 뒤 고개를 저었다.
“곧바로 나가봐야 합니다. 내일 아침에 재희가 숙취가 있을지도 모르니 적당한 거로 준비해 주십시오.”
그렇게 말을 마친 무혁은 다시 집을 나섰다.
부암동의 봄밤은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