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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3세는 조용히 살고 싶다-922화 (922/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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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하죠. 이미 MP3 산업 성장세를 봐서는 워크맨 산업을 곧 추월한다는 이야기가 파다합니다. 컴퓨터 통신 성장세가 더 빨라진다면 당연한 일입니다. 미국이 제일 가파른 것이 그 증거죠”

“미국 클린턴 정부가 밀어붙인다는 초고속 인터넷망 산업 말씀하시는 거군요.”

“네.”

클린턴 행정부는 최민혁 실장과 치고받고 싸우면서 최민혁 실장을 많이 연구했다. 거기에는 MP3 산업 역시 포함된다.

물론 초고속 인터넷망 사업이 빠르게 성장할수록 최민혁 실장에게 이익이기는 했다.

하지만 그 수혜자 중에는 미국 정부 역시 포함되어 있었다.

MP3 산업의 성장세를 의미하는 것 중에 대표적인 사건이 바로 MP3 자판기 이야기였다.

이제 MP3 음원 기술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다.

특히 고음질과 관련된 다양한 새로운 기술에 대한 요구 역시 나왔다.

그런데 이 원천기술을 다 보유한 곳은 역시 KM 전자였다.

다만 MP3가 아직 또 다른 벽을 넘지 못한 이유는 글로벌 음원 업체의 반발 때문이었다.

최영란 본부장은 그제야 눈살을 찌푸렸다. 상대가 생각보다는 깐깐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그녀는 피식 웃고 말았다.

자신이 지금 보여준 MP3 애니 솔루션이 그에 대한 무기였기 때문이었다.

“뭐, 길게 말할 필요가 없을 것 같네요. 여기 다 전문가만 모여 있는 것 같으니까.”

그녀가 내놓은 것은 다름 아닌 MP3 애니 모바일 솔루션이었다.

MP3에 최적화된 인공지능 애니, 이 기반이 되는 인공지능 칩, 거기에 AC9701과 같은 다양한 칩을 보여 준 것이었다.

최영란 본부장은 이 AC9701과 애니 AI 칩을 톡톡 쳤다.

“이미 이들 칩은 양산 검토가 끝났습니다. 아직은 생산 여력이 없어서 공급에 문제가 있지만 2~3개월 안이면 이런 문제도 사라집니다. 그 정도 시기라면 이 솔루션을 채용한 제품 양산이 가능할 시기죠.”

“……?”

처음에는 이게 뭔가 싶었다.

최영란 본부장이 곧 자신이 나서서 직접 개발용 킷을 꺼내서 시범을 보여주었다. 그녀 자신의 음성을 이용해서 애니 솔루션을 동작시킨 것이었다.

“……!”

그제야 다들 입을 딱 벌리고 말았다.

한병수 실장 역시 큰 충격을 받은 채 애니 솔루션의 설명서를 읽기 바빴다. 그리고 깨달았다. 이 솔루션이 어떤 가치가 있는 것인지. 또한 최민혁 실장이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말이다.

‘인공지능형 MP3라, 설마 이 시장도 최민혁 실장이 다 먹을 생각인 건가?’

그는 힐끗 옆을 쳐다보았다.

실무진 얼굴은 다들 경악으로 물들어 있었다.

[맙소사, 이렇게 자연스럽다니.]

[이게 도대체 어떻게 가능하지? 노이즈 때문에 제대로 인식하기 힘들 텐데…….]

[도대체 이 작업이 칩으로 어떻게 가능한 거지?]

그들에게 가장 큰 충격을 준 것은 다름 아닌 인공지능 칩이었다.

MP3 모바일용 애니 칩은 많은 제약이 있기는 해도 현실에서 유용하게 쓸 수 있었다.

기존에 생길 수 있는 파워나 칩 성능의 제약을 벗어나서 말이다.

딱 모바일에 필요한 인공지능 기능만 포함되어 있었다.

최영란 본부장은 쓰게 웃고 말았다.

“모바일 전용 인공지능 칩이라서 많은 한계가 있어요. 하지만 이 인공지능 애니를 게임하는 것처럼 키울 수도 있죠.”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었다.

손으로 직접 건드려서 애교를 주는 방법도 있고 말이다.

그건 제삼의 형태로 게임을 만들어서 넣기만 해도 된다.

이걸 할 수 있는 언어도 따로 있고 말이다.

베이직처럼 간단한 형태였다.

“…이건 정말 놀랍군요.”

최영란 본부장은 어깨를 으쓱했다.

“우리 KM 전자가 모든 것을 다 할 수는 없으니까요. 그래서 이왕이면 가전 분야를 꽉 잡고 있는 LC 전자와 협업하고 싶어요.”

“그건…….”

한병수 실장은 그제야 굳은 안색을 한 채 입을 다물고 말았다.

그는 하필이면 이 시기에 최영란 본부장이 나타난 이유를 금방 깨달았다.

‘눈치를 챈 건가?’

자신들 역시 최민혁 실장을 견제하기 위해서 노력한 것 말이다.

이건 뒤통수치면 국물도 없다는 협박이나 마찬가지였다.

“…알겠습니다. 진지하게 검토한 후에 바로 연락하겠습니다.”

“넵!”

최영란 본부장은 기분 좋게 웃었다. 그녀는 한병수 실장과 실무진들의 표정을 보고서야 이 거래가 성사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안 그러면 경쟁에서 도태될 테니까.’

그렇다고 저 기술을 지금 당장 만들 수는 없는 일이었다.

당장 MP3 애니 솔루션에 들어간 기술이 문제가 아니었다.

현실적인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 추가한 AC9701 같은 칩이 더 문제였다.

* * *

MP3 개념이 처음에 나왔을 때는 다들 이게 뭔가 싶었다.

그다음엔 KM 전자에서 내놓은 최초의 MP3 플레이어를 보고 다들 아차 싶었다.

하지만 설마하니 최민혁 실장이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갈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MP3 플레이어 형태는 이제 어느 정도 고정이 되었으니까.

혁신적인 MP3 기술은 더 없다고 생각했다.

한병수 실장의 생각이 그랬다. 그는 그 때문에 MP3 애니 솔루션 기술을 파악하고 나서는 한동안 충격에 빠져서 아무런 말을 하지 못했다.

이틀 내내 MP3 애니 솔루션을 분석한 임명진 부장은 한숨을 내쉬었다.

“MP3 애니 솔루션을 베끼는 것 자체가 아예 불가능하다고 합니다.”

“비슷하게도 안 돼? 설마 MP3 플레이어처럼 최민혁 실장에게 우리가 번 이익을 특허료로 다 토해내야 하는 거야?”

“그것보다 더 심각합니다. 당장 AC9701이 이 칩만 봐도…….”

MP3 애니 솔루션은 단순히 인공지능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인공지능을 구현하기 위해서 밑바닥에 깔린 기술이 더 문제였다.

MP3 애니 솔루션은 이 기반 기술과 관련된 특허 천여 건을 이미 출원한 상태였다.

임명진 부장은 한 가지 사실을 더 파악했다.

“KM 전자의 차세대 MP3에 이 기술이 적용되었다고 합니다. 그러면 에플이 이전 CES 전시회에서 내놓은 아이팟에도 동일한 기능이 적용되었을 겁니다.”

“하지만 소개에는 그런 내용이 없었어.”

“스티븐이 그런 점을 노려서 이번 전시회를 부각할 수도 있습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후발 주자는 직격타를 피해 가기 어려울 겁니다.”

“그건 정말 심각한 일이군.”

한병수 실장은 한숨을 내쉬고 말았다. 그는 가능하면 최민혁 실장과 사이 좋게 지내왔다. 발톱을 드러낼 시기가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자신이 그렇게 인내하는 동안에 최민혁 실장은 한 걸음, 아니, 몇 걸음이나 훌쩍 더 나아가 버렸다.

다만 그는 곧 한 가지 점을 이상하게 생각했다.

“잠깐만. 아이팟이 초대박을 치면, 어차피 에플에 이익이 되잖아. 에플 대주주인 최민혁 실장도 그게 더 이익이 아닐까?”

“그게 꼭 그렇지 않습니다. 미국 MP3 시장만 놓고 보면 그렇겠죠. 하지만 일본, 동남아, 중동, 유럽 시장을 감안하면 이야기가 다릅니다.”

“시장이 커질 때까진 시간이 필요하다는 말인가?”

“적어도 2~3년, 때에 따라서 3~4년은 족히 필요합니다. 나라마다 MP3에 대한 관점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저작권 소송 문제도 있습니다.”

“하면 최민혁 실장은 그 기간을 최단으로 당기고 싶다는 거네?”

“네. 단기로 보면 최민혁 실장에게 손해지만 장기로 보면 최민혁 실장에게 오히려 막대한 이익을 줄 겁니다. MP3 제국을 지배하는 황제가 될 테니까요.”

“…….”

한병수 실장은 충격에 빠져서 아무런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임병진 부장이 하는 이야기는 LC 그룹 기획실 차원에서 나온 이야기였다.

최근 애니 인공지능 문제가 대두된 이후에 MP3 관련 산업도 다시 검토되었다.

바로 그 최종 보고서에 따른 이야기였다.

한병수 실장 역시 뒤늦게야 그 사실을 떠올렸다.

“…하면 MP3 모바일 솔루션을 써야 한다는 소리인가?”

“네. 문제는 가격입니다. 인공지능 솔루션도 솔루션이지만 칩까지 다 포함해서 무려 대당 5만 원을 요구했습니다.”

30~40만 원 남짓한 MP3 플레이어를 기준으로 5만 원을 요구했다.

결국 MP3 플레이어 단가를 올려야 했다.

그 이익 태반은 최민혁 실장이 다 먹고 말이다.

“씨발.”

한병수 실장은 어이가 없어서 욕설을 내뱉고 말았다. MP3 특허료는 별개의 것이니까. 결국, 이중 삼중으로 특허료를 내야 했다.

그는 이 MP3 모바일 솔루션 때문에 제대로 잠도 자지 못했다.

그는 심지어 박용혁 전무와의 약속도 뒤로 계속 미루었다.

하지만 박용혁 전무도 집요했다. 그는 어떻게 해서라도 만나자고 요청했다. 필요하다면 자신이 집까지 찾아가겠다고 엄포했다.

한병수 실장은 박용혁 전무의 미팅 요청이 싫었다. 그는 최민혁 실장의 의도를 그제야 알았지만 일단 만나기는 해야 했다.

[…내일 우리 회사 본사에서 보죠.]

* * *

한병수 실장은 나이도 동갑인 박용혁 전무를 잘 아는 편은 아니었다.

서로 재벌 3세라서 모임이 있을 때 몇 번 만나서 이야기하는 정도에 불과했다.

다만 그렇다고 전혀 남남은 아니었다.

서로 처한 위치가 비슷했기 때문에 언제라도 도움을 주고받을 수가 있기 때문이다.

그도 처음에는 박용혁 전무가 왜 갑자기 자신을 보자고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아니, 최영란 본부장의 제안을 받고서야 그 이유를 짐작했다.

그런데 만나서 보니, 또 다른 문제도 있었다.

‘아, 낸드 메모리가 있구나. 그걸로 최민혁 실장과 엮인 건가?’

처음에는 HY 건설로 애니 아파트를 생각했으니, 일단 그쪽으로만 생각했다.

박용혁 전무 역시 최민혁 실장과는 소 닭 보듯이 거리를 뒀다.

그런데 오늘은 좀 달랐다.

“혹시 최민혁 실장에 대해서 잘 알아?”

그도 서로 동갑인 터라 말은 편하게 했다.

“모른다고 할 수는 없지. IPS LCD 특허권 소유자이니까.”

“가만, 그 이야기가 정말이었어? 최민혁 실장이 의도적으로 너희 LC 전자에게 IPS LCD 특허를 넘겨서 생산하도록 한 거.”

“그거 기사로 이미 다 나온 사실이잖아.”

“하지만 너무 터무니없잖아. LC 그룹 차원에서도 못 할 일인데.”

IPS-LCD 관련 이야기는 요즘 언론에서 자주 조명했다.

황당한 것은 이 기술 원소유권자가 일본 대기업이란 점이다.

다름 아닌 히타치 공작소였다.

그리고 지금은 그 원주인이 다름 아닌 MP3 산업의 아버지란 소리를 듣고 있는 최민혁 실장이었다.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나 일본의 원천기술을 가로챈 것이었다.

더 황당한 사실은 이걸 가지고 LC 전자와 오성 전자가 상용화에 성공했다는 점이고 말이다.

그러니 뒤늦게 이 사실을 안 메이저 언론에서 이 내용을 집중 조명했다.

그 당사자 중의 한 사람인 한병수 실장은 이 IPS-LCD 관련 내막 때문에 기자들에게 한동안 시달려야만 했다.

다만 그도 최민혁 실장과 관련된 사안은 잘 몰랐다.

“그 이야기는 그만하지.”

“그거 중요한 일이잖아?”

“중요하면 뭐 해. IPS-LCD 원천기술 소유자는 이미 최민혁 실장이야.”

“그래도 대당 수익이…….”

“IPS-LCD 양산에 필요한 비용은 생각 안 해? 거기다 양산을 위해서 투자한 자금은 생각 안 하고? 이제까지 들어간 자금 규모를 생각하면, 3~4년은 지나야 겨우 본전치기야.”

“그렇지만…….”

“정작 그동안에 최민혁 실장은 딱딱 특허료를 챙겨. 그거 얼마나 미치는 줄 아냐?”

IPS-LCD가 놀라운 기술이기는 하지만 아직 양산성 문제가 완전히 해결된 것은 아니었다.

여전히 불량률이 높았다.

반면 최민혁 실장은 손가락 하나 안 건드리고 그 이익을 챙긴다.

그걸 생각하니 IPS-LCD 시제품을 볼 때마다 피가 쏠린다.

언론사는 그런 LC 전자의 심정을 신경도 안 쓰고 계속 괴롭혔으니.

한병수 실장은 요즘 이 일 때문에 약을 안 먹으면 잠을 자지 못했다.

그도 스스로 자제하려고 노력하는데, 그때마다 마음속에서 치밀어 오른 질투심을 자제하기 쉽지 않았다.

그건 일을 하면 할수록 더 심해졌다.

그러니 한병수 실장의 마음 상태가 좋을 리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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