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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3세는 조용히 살고 싶다-917화 (917/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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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최민혁 실장이 간섭한 일이 틀림없습니다.”

데니스 샐로먼 이사는 크게 당황한 데릭 모건 이사의 표정에도 놀라지 않았다. 그는 최민혁 실장을 상대한 인물은 다 저런 표정을 짓는다는 것을 잘 안다.

자신의 표정이 딱 그랬으니까. 태국으로 쫓겨나서 한동안은 스스로 자책하다가 거울을 보고 나서야 정신 차렸다.

“마, 말도 안 됩니다. 아무리 최민혁 실장이라도 어떻게 그런…….”

데니스 샐로먼 이사는 과거 무궁화 위성 발사와 관련해서 최민혁 실장이 간섭한 관련 자료를 슬쩍 보여주었다.

그 역시 해당 사고 이후 한참이나 지나서야 알게 된 정보였다.

“…이, 이건 이해할 수가 없군요. 설마 최민혁 실장이 위성 발사 시스템에도 정통하다는 말입니까?”

“모릅니다.”

“…….”

데릭 모건 이사는 허겁지겁 과거 무궁화 위성 발사와 관련해서 일어났던 사태와 관련된 보고서를 하나씩 살펴보았다.

최민혁 실장이 한 일은 당시 외부에서는 아는 사람이 그렇게 많지가 않았다.

ETRI 내부에서도 이 일을 조사한 후에 모르겠다고 결론짓고 말았다.

최민혁 실장이 도대체 어떻게 이런 사실을 사전에 알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데니스 샐로먼 이사는 진지하게 말했다.

“이번 사드 문제는 데릭 모건 이사님이 검토해야 할 일이니, 뭐라고 하지는 않겠습니다. 하지만 그 일에 최민혁 실장이 연루되어 있다는 것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전 저대로 한번 알아보겠습니다.”

“아, 네.”

데릭 모건 이사는 여전히 반쯤 정신이 나간 얼굴이었다. 그는 마치 유령에 홀린 듯한 얼굴로 멍하니 최근 자신이 경험한 일을 되돌아보는 중이었다.

‘쯧, 어렵겠군.’

하지만 데니스 샐로먼 이사는 더 그 어떤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자신이 무슨 말을 해도 데릭 모건 이사는 믿지 않을 것이다.

‘설마 카일리 로엔 박사 일이 들통이 난 것일까? 그래서 그 보복으로 손을 쓴 것일까? 하, 최민혁 실장의 능력을 너무 과소평가했어.’

데니스 샐로먼 이사는 지난 일 때문에 최민혁 실장을 높이 평가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랑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최민혁 실장은 늘 그의 기대 이상의 능력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냥 손 뗄까?’

고민이 되기는 했지만 당장 어떻게 할 수는 없었다.

지금은 그 역시 반최민혁 실장호에 승선한 상태였다.

이 배에서 최선을 다해야 했다.

* * *

최민혁 실장은 사드라는 초대형 미끼를 던져놓고 나서는 느긋하게 스티븐의 기조연설 준비 현황을 꼼꼼히 살폈다.

그는 물론 기조연설장에 굳이 가서 시선을 끌지는 않았다.

이왕이면 사드에 대한 관심이 식지 않기만을 바랐다.

그가 대안으로 선택한 방식은 바로 북한의 ICBM이었다.

북한의 사정거리 1만㎞가 넘는 ICBM 개발이 곧 완료 중이라는 가짜 뉴스를 퍼뜨렸다. 사드 개발의 필요성을 부추긴 것이었다.

그런데 이 사실은 마냥 거짓말이 아닌 미래에 정말 실현되는 일이었다.

따라서 자료만 충분하다면 그럴듯하게 포장할 수도 있었다.

진짜 같은 가짜 뉴스. 정확히는 미래에는 진짜가 되는 가짜 뉴스 말이다.

효과는 꽤 극적이었다. 미국 상원에서도 사드에 대해 부정적이었지만 그렇다고 사드 개발 중단이라는 극약 처방을 하지 않았다.

다만 그도 아직 생각지 못한 점을 발견했다.

“데니스 샐로먼 이사라…….”

데니스 샐로먼 이사는 잠깐 미국으로 갔다가 다시 국내로 돌아왔다. 그는 태국으로 다시 돌아가지 않은 채 국내에 남았다.

심지어 오피스텔 하나를 샀다.

태국으로 쫓겨났다가 다시 국내로 복귀한 것이었다.

‘안 좋은데…….’

현재까지는 데릭 모건 이사의 샐로먼 브러더스를 자기 뜻대로 움직였다.

지금의 흐름만 이어간다면 딱 좋았다.

그런데 데니스 샐로먼 이사가 중간에 훼방을 놓으면 이야기가 꼬인다.

조성돈 팀장은 최민혁 실장의 표정이 굳은 것을 보자 고개를 갸웃했다.

“겨우 데니스 샐로먼 이사 한 사람인데, 그렇게 신경을 쓸 필요가 있습니까?”

최민혁 실장은 전생과 현생을 거치면서 많은 경험을 쌓았다. 그는 단 한 사람의 힘이 얼마나 대단한지 잘 알았다.

“이지수 박사님은 어때요?”

“아, 그분이야 워낙에 특출한 분이지 않습니까?”

“데니스 샐로먼 이사는 왜 안 그렇다고 생각하세요?”

“그거야…….”

“지금 상황을 한번 점검해 보죠. 북한의 ICBM은 미국 중심부를 충분히 강타할 수가 있어요.”

“하지만 아직 개발 중입니다.”

“압니다. 지금은 어렵죠. 하지만 몇 년이 지나면 상황이 달라질 겁니다.”

북한의 ICBM은 미국 입장에는 당장은 위험 소지가 없었다.

하지만 미국 CIA에서 최근 조사한 바로는 상황이 좀 달랐다.

미국 서부의 애리조나는 충분히 타격 대상이었다.

거기에 북핵도 문제였다.

이 ICBM에 핵을 탑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그래도…….”

최민혁 실장은 고개를 내저었다.

“제 말은 충분히 검토를 해볼 만한 일이라는 겁니다. 원래라면 이 흐름을 입맛대로 이용할 수가 있어요. 사람들이 여기에 대해서 잘 모르기 때문이죠. 그런데 데니스 샐로먼 이사가 끼면 이야기가 좀 달라져요.”

“설마 최 실장님의 계획을 사전에 눈치챌 수 있다는 말입니까?”

“물론이죠. 만약 데니스 샐로먼 이사가 이 정보를 이용해서 샐로먼 브러더스와 관련이 있는 밀리아머를 이용한다고 해보세요. 밀리아머는 다시 록히드마틴에도 영향을 줄 겁니다.”

“…설마 그렇게까지 될까요?”

“아닐 수 있죠. 하지만 데니스 샐로먼 이사의 능력이라면 최악의 상황을 고려해야 합니다. 이대로 그냥 둘 수는 없어요. 데니스 샐로먼 이사 이 사람은 사람을 더 붙여서 확인해 보세요.”

“…알겠습니다.”

조성돈 팀장은 고개를 갸웃하면서도 딱히 최민혁 실장의 지시에 반박하지 않았다. 그 역시 데니스 샐로먼 이사는 부담스러운 인물이었다.

‘최 실장님은 정말 철저하다니까.’

* * *

데니스 샐로먼 이사는 데릭 모건 이사의 행동에 크게 실망했다. 그는 뒤늦게야 자신이 또 중간에 배제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다만 이전과는 달랐다.

데릭 모건 이사가 자신을 껄끄럽게 생각하는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다만 그가 이 문제를 항의한다고 해서 달라질 것은 없었다.

그가 고민하다가 내린 결론 중의 하나는 직접적인 개입은 좋지 않다는 거다.

샐로먼 브러더스 자산이나 밀리아머 인력을 이용했다간 문제가 더 커질 수도 있었다.

그 자신이 경험한 바로 최민혁 실장이라면 상황을 더 극악으로 몰고 갈 수 있었다. 지금 최민혁 실장과 싸워봐야 총알만 소진할 것이다.

데니스 샐로먼 이사는 이 문제를 다시 원점에서 재검토했는데, 다행히 애니 아파트와 관련된 사안을 살피다가 흥미로운 점을 찾았다.

‘HY 건설이라……. 당연하겠네. 애니 아파트 때문에 발등에 불이 떨어졌겠어.’

한국 대기업 사이에 존재하는 미묘한 알력.

이것이라면 꽤 매력적인 공격 포인트였다.

‘최문경 부회장이 이런 일을 참 잘했는데, 요즘은 그런 날카로운 면이 없어.’

데니스 샐로먼 이사는 최문경 부회장이 지금처럼 구석에 처박힌 것도 최민혁 실장의 수작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결국 고민을 하다가 애니 아파트와 관련된 자료를 모은 뒤 연합 SB 증권사 지인을 통해서 요즘 애니 아파트에 집착하는 HY 건설에 슬쩍 흘렸다.

물론 정말 중요한 정보는 다 뺐다. 일테면 최민혁 실장이 샐로먼 브러더스, 밀리아머, 록히드마틴과 맞장을 뜨며 대립하고 있는 사실 말이다.

‘이건 상황을 봐서 처리하면 되겠어.’

이왕이면 HY 건설, 오성 물산, KM 건설이 서로 대립하기를 원했다.

이 일이 잘되면 데릭 모건 이사에게 보고할 생각이었다.

‘어차피 물리적으로 큰 타격을 받을 일은 아니니까.’

* * *

데니스 샐로먼 이사가 흘린 정보 안에는 오성 전자와 KM 전자 사이의 정보도 포함되어 있었다.

게다가 정보의 사실 여부를 판단하는 것도 어렵지 않았다.

오성 전자의 권태성 기획실장에게 확인만 하면 된다.

그런데 굳이 그럴 필요가 없었다.

오성 전자에 있다가 HY 전자로 이직한 사람이 제법 되기 때문이다.

그들의 입을 통해서 알려진 최민혁 실장의 과거는 실로 놀라운 것이었다.

권태성 기획실장도 창피스러워서 외부에 알리지 않은 정보였다.

그 정보 안에는 최민혁 실장이 얼마나 지독한지가 잘 나와 있었다.

HY 건설의 김광현 사장도 이 정보를 얻고 나서는 크게 당황했다. 그도 HY 증권사 지인을 통해서 이 비밀스러운 정보를 얻었다.

그도 처음에는 비웃었지만, 정보 출처가 연합 SB라는 사실을 알자 그럴 수가 없었다.

[이건 진짜입니다. 최민혁 실장에 관한 이야기는 많았습니다. 오성 전자와 관계를 둘러싸고 도는 이야기도 있었고요.]

이 정보는 오성 물산, KM 건설 미래 가치와도 관련이 있었다.

그는 솔직히 애니 아파트 일이 쉽게 풀리지 않아서 필요하다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으려고 했다. 그런데 이제는 그럴 수가 없었다.

최민혁 실장이 이제까지 저지른 일 때문이었다.

“…이거 진짜야?”

김춘림 비서실장 역시 굳은 얼굴을 한 채 오성 전자와 관련된 보고서를 확인했다.

“사실 맞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황당한 내용이라서 의심했는데, 3차례에 걸친 크로스 체크 결과로 확인했습니다.”

“믿을 수가 없네. 오성 그룹이 결국 최민혁 실장에게 놀아났다는 이야기잖아?”

“찌라시를 통해서 꽤 알려진 사실입니다. 다만 다들 쉬쉬했을 뿐입니다. 설마 오성 그룹이 최민혁 실장에게 고개를 숙일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습니다.”

“…….”

김광현 사장은 마른침을 삼키고 말았다. 그는 중동 건설에서 한 것처럼 최민혁 실장을 들이박았더다면 개작살이 나는 것은 자신이었을 거라는 것을 깨달았다.

“어쩌지? 이번 일은 일단 무조건 성과를 내야 해!”

“…압니다.”

김춘림 비서실장 역시 크게 당황했다. 그는 김광현 사장의 측근으로 지금까지 잘 살아남았다. 덕분에 이 상황이 위기라는 것을 깨달았다.

아차 실수하는 경우에 정말 치킨집을 운영해야 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는 고민 중에 문득 오성 전자에서 얻은 정보 중의 하나 사실을 확인했다.

‘가만, 박용혁 전무가 있었구나.’

“박용혁 전무님이 MP3 플레이어에 들어가는 낸드 메모리 때문에 최민혁 실장과 협상한 적이 있는 것 같습니다. 차라리 박용혁 전무님에게 도움을 청하는 것이 어떨까요?”

최민혁 실장은 과거 낸드 메모리 수급 때문에 오성 전자와 HY 전자 측과 협상한 적이 있었다.

그 당시에 이 일을 주도한 사람이 바로 박용혁 전무였고 말이다.

불과 얼마 되지 않은 일이었고, HY 건설에는 그다지 중요한 일이 아니었다.

그런데 지금은 상황이 달랐다.

그만큼 최민혁 실장의 영향력이 압도적으로 커졌기 때문이었다.

“박 전무?”

“네. 오성 그룹도 따지고 보면, 오성 전자가 먼저 시작했습니다. 그들이 오성 물산을 끌어들여서 한 일이 애니 미래 아파트입니다.”

“그렇지. 맞아. 그거야 이번 일은 나 혼자 결정할 수 없잖아.”

김광현 사장은 쾌재를 불렀다. 그는 곧바로 HY 전자의 박용혁 전무에게 도움을 청했다.

* * *

HY 전자의 박용혁 전무는 과거 낸드 메모리 때문에 최민혁 실장과 협상한 적이 있었다. 다만 그는 굳이 이 일을 외부에 잘 피력하지 않았다.

최민혁 실장을 둘러싼 이유가 너무 과해서 괜한 주목을 끌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김광현 사장이 갑자기 자신에게 연락해서 도움을 청하자 난감했다.

처음에는 여전히 버티기 전략에 들어갔다.

그런데 아버지 HY 전자의 박의진 사장이 이번 일에 대해서 연락을 해왔다.

[김광현 사장 일을 도와. 이건 회장님이 직접 지시한 일이다.]

[아버지, 저 정말 바쁩니다.]

[정 자신이 없으면 그 자리에서 내려와.]

[…진심입니까?]

[할아버지가 이 일 때문에 열을 단단히 받았다. 아무래도 오성 그룹과의 경쟁 때문에 자존심이 크게 상한 것 같아. 그래서 결과를 내기를 원하셔.]

[…알겠습니다.]

박용혁 전무는 결국 어쩔 수 없이 이 협상에 총대를 메야 했다.

그는 애초에 반도체 사업부 쪽에 있었는데, HY 건설 일에 손을 써야 하는 사정이 내키지는 않았다.

다만 이번 일을 잘 해결하면 HY 전자뿐만 아니라 HY 건설에도 영향력을 넓힐 수가 있다고 좋게 생각했다.

물론 이 일이 가능한 것은 HY 전자 박의진 사장의 장남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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