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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3세는 조용히 살고 싶다-904화 (904/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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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일리 로엔 박사와 같은 이들은 모두 세 명이나 있었다.

이들 대다수는 나름 그 분야에서는 실력자였으니, 인공지능 애니에 대한 자료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일이 그렇게 쉽게 진행되지는 않았다.

이지수 박사가 어느 정도 성과를 이룬 후에 인공지능 관련 사업부는 아예 다른 부서와는 차폐시켜서 핵심 당사자가 아니면, 애니 연구실 안으로 들어갈 수가 없게 하였다.

아예 허가받지 못한 인물은 통로를 통과할 때마다 철저히 감시를 당했다.

하지만 카일리 로엔 박사는 급한 마음에 이런 규정을 알지 못했다.

그는 무리수를 둬가면서 들어갈 수 없는 장소에 계속 얼씬거렸다.

록히드마틴의 제안을 검토하는 것도 있지만 기조연설과 관련해서 준비한 물건 작업이 끝났다는 연락을 받고 난 후에 KMBOOK에 도착한 최민혁 실장은 마침 그런 카일리 로엔 박사를 발견하고 말았다.

“저 친구는 누구죠?”

최민혁 실장의 방문에 맞추어서 지금이 기회라고 생각한 카일리 로엔 박사의 모습이 눈에 띈 셈이다.

이지수 박사는 최민혁 실장에게 최근 마무리된 물건을 보여주기 위해서 안내하던 중에 그의 말을 듣고는 익숙하지 않은 인물을 발견했다.

다행히 헬렌이 그 인물을 알고 있었다.

“이번에 신입으로 들어온 인물 중의 한 사람입니다. 카일리 로엔이라는 인물인데 버클리 대학을 나왔고, MIT에서 전자 공학 석사, 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물리학, 수학 석사 학위가 있습니다.”

아니, 그 정도가 아니었다.

헬렌은 수첩에 넣어둔 카일리 로엔 박사의 이력서를 슬쩍 이지수 박사에게 내밀었다.

이지수 박사는 이미 면접에서 특이한 이력 때문에 확인한 내용이었지만 여전히 놀랐다. 카일리 로엘 박사의 이력이 가볍지가 않았다. 특히 미사일 시스템에 대한 경험이 많으면서도 다양한 분야를 섭렵했다. 그중에는 로봇 공학도 있었다.

‘아, 맞아, 이 사람이었구나.’

그녀도 면접에서 깊은 인상을 받은 인물이었다.

실제로 애니 응용 사업부 쪽에 바로 배당하려고 마음먹었다.

최민혁 역시 카일리 로엔 박사의 프로필을 확인하면서 내심 감탄했다. 그가 아는 소위 천재과 인물에 속했기 때문이다.

‘이지수 박사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무시할 수준은 아니야.’

다만 그는 조금 전에 카일리 로엔 박사가 한 행동 때문에 그의 이름을 기억했다. 아니, 헬렌에게 경고를 해주었다.

“혹시 모르니, 이력을 다시 한번 살펴보세요.”

“네?”

“밀리아머 문제가 아직 끝난 것이 아닙니다. 테일러 박사 소송 때문에 거리를 두기는 했지만, 뒤에서 수작을 부리는 중일 겁니다. 어쩌면 록히드마틴이 지금 하는 행동이 밀리아머 수작일 수 있어요. 그렇다면 사소한 것도 그냥 넘겨서는 곤란해요.”

“설마요?”

최민혁은 한숨을 내쉬었다.

“밀리아머는 샐로먼 브러더스와 무관하지 않아요. 자금으로 끈끈한 관계를 유지할 겁니다. 그러니 록히드마틴 역시 서로 관련이 있을 겁니다. 록히드마틴이 갑자기 우리를 자극하는 이유겠죠. 걔들 행동이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설마 우리 내부 인원을 포섭할 수도 있다는 말인가요?”

“그게 전형적인 수법이니까요.”

최민혁 실장은 말을 끝내고 나서는 길게 나 있는 흰색 통로를 걸으면서 이력서를 한 번 더 살폈다. 하지만 그는 이력서보다 이 흰색 긴 통로가 더 궁금했다.

“굳이 이런 통로를 만들 필요가 있습니까?”

“확실하잖아요. 오간 인물에 대한 증거가 확실히 남으니까.”

“…….”

최민혁은 마치 SF 영화에나 나오는 이 기이한 통로 주변을 살폈다. 그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통로의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헬렌은 그 와중에도 턱을 내민 채 자기 자랑에 여념이 없었다.

“걱정 마세요. 사람을 토막 낼 레이저 그물 같은 덫은 없으니까.”

“…….”

이 통로는 특별한 함정 같은 것은 없었다.

오직 증거를 기록하기 위한 통로일 뿐이었다.

다만 최민혁 실장은 과연 꼭 그렇기만 할까 하는 의문을 가졌다. 다행히 통로가 영원히 계속되지는 않았다.

그는 드디어 이지수 박사가 만든 인공지능 애니 프로토 타입을 마주할 수가 있었다.

‘과연 어느 정도일까?’

* * *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고 했다.

이지수 박사가 내놓은 애니 프로토 타입은 정말 딱 그 수준이었다.

구멍이 숭숭 뚫려 있는 마네킹이었다.

다만 일반 마네킹과 차이가 있다면 그 안에 설치된 장비였다.

기존의 미니 드론보다 덩치가 30% 가까이 커진 물체가 가슴 한복판을 차지했다.

그 드론에는 다리와 팔이 복잡한 전선을 통해서 이어졌 있었다.

심지어 그 인공 관절은 얼굴 안면에도 쭉 이어져 있었다.

최민혁 실장은 순간 미래의 한 SF 미국 드라마를 떠올렸다.

‘정말 비슷하네. 사람 생각이란 게 다 비슷해서 그런 것일까?’

이지수 박사는 마치 자신의 자식을 보듯이 마네킹을 만졌다.

“…서, 설마 이게 일어나서 동작한다는 겁니까?”

이지수 박사는 아쉬운 듯 입맛을 다셨다.

“그건 아닙니다. 그보다는 인공지능 로직과 대응되는 물건이라고 보는 것이 좋겠네요. 조금 정교한 인형이라고 보는 게 정확할 것 같아요.”

“…….”

하지만 최민혁은 크게 당황한 눈으로 마네킹을 멍하니 살폈다. 그 내부 구조는 자신이 죽기 전에 본 미국 드라마에서 나왔던 안드로이드의 그것과 너무 흡사했다.

‘맙소사.’

이지수 박사는 자신이 로봇이 아니라고 분명히 말했지만, 최민혁 실장이 믿지 않는 것을 보자 어색하게 웃고 말았다.

그녀도 쇼를 위해서 어느 정도 뼈대가 필요했다. 다행이라면 그녀의 석박사 시절에 이와 비슷한 물건을 연구한 적이 있었다.

바로 애니의 초기 모델 몸체였다.

지금은 다 지난 일이었다.

그런데 꼭 그렇지도 않았다.

인공 관절과 관련된 부분은 시간이 날 때면 늘 연구를 계속해 왔기 때문이다.

심지어 스탠포드 대학에 있을 때도 이와 관련된 연구를 해왔다.

자금이 부족하다면 로봇 업체의 프로젝트 수주를 받아서라도 말이다.

이지수 박사의 인공지능에 대한 꿈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었다.

최민혁 실장은 전생에서 이런 이지수 박사의 모습을 보지 않아서 생소한 것이다.

최민혁 실장은 힐끗 이지수 박사를 쳐다보았다.

“저에게 보여줄 것이 뭐죠?”

“보여 드리죠.”

* * *

이지수 박사가 진정으로 원한 것은 메이런 프로젝트에서 시제품으로 만든 무인 항공기였다.

그 안에 사용된 하드웨어 기술이라면 자신이 지금까지 한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검증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인공지능 무인 드론 개발에서 모션, 영상, 음성 파트는 또 다른 도전이었다.

이지수 박사가 굳이 특허권 문제를 거론하지 않은 것도 같은 이유였다.

사실 모션 하나만을 관리하기는 쉽지가 않은 일이었다.

모션 그 하나만으로 반복을 통한 경험치 결과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지수 박사는 이런 사이드 대형 프로젝트는 외주를 줬다.

그 업체는 이것만 받아서도 헉헉거리면서 따라가기 바빴다.

그녀는 때문에 메이런 프로젝트 시제품을 통해서 감을 잡기가 무섭게 인공지능 무인 드론 수정 작업을 하면서도 집중력을 잃지 않았다.

노트북 화면에 빠르게 진행하는 수치 자체에 집착하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이런 경험치 데이터를 이용해서 판단하는 능력이니까.

이지수 박사는 이 경험치 박스를 정리하면서도 최민혁 실장이 얼마 전에 한 ‘딥러닝’이라는 말을 떠올렸다.

괜찮은 지적이었다.

각각의 기능별로 정리해서 튜닝하는 것 말이다.

인공지능의 모듈화.

덕분에 현실적인 많은 문제를 극복할 수 있었다.

중간에 좀 삽질을 하긴 해야 했지만 말이다.

그녀는 마지막 작업을 다 끝낸 후에 힐끗 인공지능 무인 드론을 쳐다보았다.

예상치 못한 물건이었다.

옆에서 모션 제어 블록 확인을 끝낸 헬렌이 입을 열었다.

“모션 오케이.”

이지수 박사는 그제야 ‘Enter'를 눌렀다.

수정한 데이터가 빠르게 인공지능 드론, 정확히는 마네킹 내부에 결합한 드론 안으로 전송되었다.

이미 동작 확인은 했지만, 솔직히 지금도 불안하기만 했다.

지금 하는 일이 그녀의 천재성의 한계를 잘 보여주는 것이었다.

마네킹 안에 들어가 있는 하드웨어라는 그녀가 원한 것을 들어줄 것이다.

잠깐 마네킹 외부에 달린 LED가 전부 다 꺼졌다.

그리고 부팅이 다시 시작되었다.

이지수 박사는 뛰는 가슴을 진정시켰다.

다행히 화면은 정상 동작했다.

[이지수 박사님, 안녕하세요.]

목소리와 동시에 마네킹 두 눈에 LED 불이 들어왔다.

우선 손목 관절이 움직였다.

다만 SF 영화에서 보이는 그런 유연한 동작은 아니었다.

뚝뚝 끊어지는 모습이 인간적인 모습과는 많은 차이가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초기 모드 확인이 끝난 후에 점점 인간적인 모습으로 바뀌었다.

가슴에 결착된 미니 드론을 통한 신호가 관절로 보내진 결과였다.

그건 손목만이 아니었다. 무릎, 발목 관절 쪽도 조금씩 움직였다.

심지어 표정 역시 마찬가지다.

얼굴을 덮고 있는 부분이 미묘한 표정 변화를 보여주었다.

다만 그게 다였다.

더 이상의 놀라운 동작은 없었다.

“……!”

하지만 최민혁은 경악했다. 그는 화들짝 놀라서 뒤로 주춤 물러나고 말았다. 그는 자신의 전생에서도 이런 로봇은 본 적이 없었다.

‘아, 사족 보행 로봇은 있었구나.’

다만 그도 아쉬운 점을 곧 깨달았다.

관절 동작은 여전히 부자연스럽기 짝이 없었다. 특히 하체는 제대로 움직이지 못했다. 아마 걷기는 힘들어 보였다.

하지만 이지수 박사는 놀라지 않았다. 그녀는 피식 웃었다.

“설마 SF 영화의 로봇을 상상하시는 것은 아니겠죠? 그 짧은 시간을 주고. 그건 불가능해요. 하지만 이 정도는 불가능하지 않아요.”

그녀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갑자기 애니 마네킹이 날아올랐다.

가슴에 결착된 미니 드론이 움직인 것이었다.

“…….”

최민혁 실장은 허공에 10㎝쯤 떠 있는 마네킹을 멍하니 쳐다보았다. 정확히는 가슴에 결착된 미니 드론을 말이다.

그는 그제야 이지수 박사가 자신이 원한 것을 그대로 구현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마네킹의 형태는 딱 송도연과 거의 일치했기 때문이었다.

다만 부족한 부분이 존재했다.

그건 다른 대안이 있었다.

“…제임스 감독이 이걸 봤습니까?”

이지수 박사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나머지 특수 효과 작업을 위해서는 기능을 알아야 했습니다. 필요한 부분은 다 보여줬습니다.”

최민혁은 여전히 얼떨떨한 얼굴로 애니 마네킹 주변을 돌아보았다. 그는 그제야 마네킹에 사용된 재질이 보통 물질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그는 그게 구하기 힘든 초고가의 특수 금속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굳이 질문 따위는 하지 않았다. 이 분야는 이지수 박사 역시 이게 뭐라는 것 정도만 알았다.

“…안 놀라던가요?”

이지수 박사는 태연하게 말했다.

“놀라죠. 도연이는 유령이라도 본 것처럼 기절했으니까요.”

“도연이도 본 겁니까?”

“예행 연습을 하려면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알아야 하니까요.”

최민혁은 딱히 두 사람을 의심하지는 않았다. 다만 그는 굳은 얼굴을 한 채 입을 열었다.

“제가 원한 결과를 한 단계 뛰어넘어서 뭐라고 말할 수가 없네요. 그런데 이 물건에 대한 정보를 아는 사람 숫자는 모두 몇 명이죠?”

“열 명 내외입니다. 나머지 자잘한 것은 다 파트를 나누어서 진행했습니다.”

최민혁은 심각한 얼굴을 한 채 서서히 허공에서 움직이기 시작한 송도연 마네킹을 멍하니 쳐다보았다. 그는 최근 마이클 블룸버그 일을 떠올렸다. 이대로 그냥 있다가는 견제를 너무 많이 받을 것이다. 그러면 자신의 목표를 이룰 수가 없었다.

최소한의 시선을 끌어줄 만한 아이템이 필요했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이 인공지능 마네킹은 꽤 그럴듯했다.

‘정확히는 인공지능 기술인가? 무인 항공기 추락도 전용하면 얼마든지 다른 쪽으로 돌릴 수 있어. 실상 무인 항공기 덕분에 이 마네킹 드론 개발이 가능했다고 봐야 해.’

특히 마케팅 재질부터 시작해서 안에 들어간 특수한 재질은 돈이 있다고 해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물질이 아니었다.

전부 미국 방산업 라이센스가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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