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재벌 3세는 조용히 살고 싶다-905화 (905/1,021)

#

그는 결국 최문경 부회장 공략과 시선 돌리기 목적으로 투 트랙 전략을 마음먹었다. 이 정도 기술이라면 미국 정부와 협상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협박도 가능하지.’

거기에 한 걸음 더 나아가서 사드 개발 기간을 단축해서 한국에 배치할 수도 있었다.

‘뭐, 내가 애국자는 아니지만 그래도 북한 애들이 날뛰는 것은 보기 싫지.’

거기에 덤이라면 재정 경제원 일도 있다.

대충 덮어두기는 했지만, 자신에게 한 방 먹일 수단이 있다면 나쁘지 않았다.

더욱이 당장 직면한 문제는 스티븐의 기조연설이었다.

또 중간에 샐로먼 브러더스가 훼방을 놓을지 모르는 일이었다.

샐로먼 브러더스가 귀중한 인재를 첩자로 들여보낸 것 역시 그 자신의 마음과 다르지 않았다.

그들 역시 필사적이었다.

“카일리 로엔 박사부터 시작해 당장 최근에 입사한 임직원의 프로필을 지금 보고하세요.”

이지수 박사는 최민혁 지시를 듣고 나서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알겠습니다. 그런데 보고를 올렸지만, 이거 제작하는 데 무려 8,000만 달러가 넘게 들어갔습니다. 더욱이 추가로 들어갈 자금이…….”

“백지 수표를 끊어줄까요? 예산은 신경을 쓰지 말고 진행하세요.”

“네!”

이지수 박사도 쾌재를 불렀다. 그녀도 일정을 줄이기 위해서 무리수를 많이 뒀다. 그중에는 미국 나사에서 특수한 물질도 공급받았다. 이 일도 최민혁 실장의 이름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다만 그게 공짜가 아니었다.

개발비로 들어간 규모가 너무 커서 이대로 계속해야 하나 망설이는 중이었다.

이 연구를 계속 진행하기에는 수익성이 불투명했다.

어느 정도 과실을 내려면 몇 년의 추가 투자가 필요했다.

다만 이 연구 성과가 다른 사업부에는 적용할 수 있었다.

오성 전자의 지능형 아파트가 대표적이었다.

‘정말 그릇 하나는 크구나.’

* * *

미국 정부는 미사일 방어 시스템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매년 추가되는 예상은 기본적으로 100억 달러가 훌쩍 넘었다.

이런 본 예산 외에 추가 50억 달러 규모 예산이 계속 사용되었다.

[미사일 위협이 앞으로는 본토에도 더욱 증가할 것이다. 따라서 해외 파병 미군의 안정 역시 반드시 필요하다.]

이에 대응되는 불량 국가로 꼽은 나라 중의 하나가 북한이었다.

다단계 탄도 미사일에 대한 북한의 아집은 쉽게 포기될 성질이 아니었다.

최민혁 실장 역시 이걸 잘 알았다. 다만 그는 미사일 쪽은 자신의 전문 영역이 아니라서 그저 간과했을 뿐이다.

그는 카일리 로엔 박사의 프로필을 꼼꼼하게 살피는 중에 이와 관련된 전생 메시지를 발견했다.

록히드마틴의 사드 개발을 책임진 핵심 연구원으로서 말이다.

카일리 로엔 박사는 놀랍게도 사드 개발의 핵심 연구원이었다.

‘애매한데.’

다만 전생 메시지에서는 카일리 로엔 박사의 흔적이 별로 없었다.

그런데 전혀 없지는 않았다.

20년이 지난 후.

카일리 로엔 박사가 록히드마틴의 미사일 개발 전체를 총괄하는 책임자가 되면서 과거에 있었던 일을 인터뷰를 통해서 언급한 것이었다.

‘역시 록히드마틴인가.’

최민혁 실장 역시 자신의 전생 시스템이 꽤 구멍이 많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카일리 로엔 박사가 바로 그 증거였다.

그가 카일리 로엔 박사의 프로필과 이력까지 꼼꼼하게 살피지 않았다면 전생 메시지 역시 발견할 수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굳이 그걸 탓하지 않았다.

이 정도만 해도 치트키였다.

그는 이보다 카일리 로엔 박사를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고민했다.

첩자라서 버린다?

그건 최악의 한 수였다.

그가 아는 바로 사드 개발은 계속 실패하게 된다.

성공은 나중에 가서야 아슬아슬하게 이루어졌다.

사드 팀 내부에 갈등이 있었다는 것은 굳이 고민하지 않아도 알 일이었다.

성공이 가능했던 이유 중에 한 사람이 바로 카일리 로엔 박사였다.

‘이걸 단순하게 처리할 수는 없어. 그렇다면…….’

조성돈 팀장 역시 프로필이 아니라 카일리 로엔 박사의 주변을 일일이 확인한 정보를 취합한 것을 확인했다.

“여러 가지 집안 사정 문제가 있습니다. 특히 가족이 난치병이 걸린 일부터 시작해서…….”

여동생 문제였다.

부모는 교통사고로 죽었고 말이다.

“어쩔 수 없다고 말씀하시는 건가요?”

“아뇨. 카일리 로엔 박사를 비난할 생각은 없습니다. 하지만 그의 재능은 진짜입니다. 우리 기업에 큰 도움이 될 겁니다.”

조성돈 박사의 주장은 헬렌과 이지수 박사에게 직접 들은 것이었다. 그는 이미 이지수 박사의 천재성을 잘 알았다.

한 사람의 천재가 십만 명, 아니, 백만 명을 먹여 살린다는 평범한 진리를 새삼 깨달은 것이었다.

“…그렇겠죠.”

“이건 정말입니다. 제가 직접 확인한 바로는 카일리 박사 이 사람은 진짜 천재입니다. 이지수 박사 못지않습니다!”

조성돈 팀장은 입에 거품까지 물면서 카일리 로엔 박사를 아까워했다.

최민혁 실장도 순순히 수긍했다. 그는 오히려 샐로먼 브러더스를 비웃었다.

“샐로먼 애들도 정신이 나갔어요. 아무리 정보가 중요하다지만 이런 인재를 첩자로 밀어 넣다니. 입안에 들어온 아이스크림을 삼켜야 할까요? 뱉어야 할까요?!”

김명준 과장이 불쑥 나섰다.

“삼켜야 합니다!”

“하하하.”

최민혁 실장은 저도 모르게 웃고 말았다. 샐로먼 브러더스의 뜻은 잘 알겠다. 하지만 그들이 착각한 것이 한 가지가 있었다.

그는 보통 사람과는 많이 다르다는 점이다. 얼핏 봐서는 카일리 로엔 박사가 첩자 역할을 해서 믿을 수 없는 인물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미래가 그게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니까.’

단순히 첩자 수준의 재목이었다면 사드 시스템 개발에 있어서 록히드마틴의 미사일 시스템 총괄이 될 수가 없었다.

“…카일리 박사를 한번 호출해 봐요. 아, 아니다. 이왕이면 분위기 좋은 곳으로 가서 조용히 얘길 합시다. 맞네요. 우영민 부장이 요트 하나 들였다고 이야기하던데, 잘되었습니다. 미국에 왔는데, 호화 보트나 한번 타보죠.”

“네!”

조성돈 팀장은 화끈하게 대답했다. 최민혁 실장이 뭘 원하는지 이제는 모를 수가 없었다.

* * *

KM 전자는 임직원 복지를 위한 정책을 끊임없이 이어왔다. 한국 내에 요트 몇 척을 사들인 것이 바로 그 증거였다.

다만 한국은 보수적인 사회라서 너무 지나친 사회 복지는 어려웠다.

아무래도 주변 눈치를 봐야 했다.

그런데 미국은 좀 상황이 다르다.

특히 KM 전자가 지분을 가진 회사가 여기에 해당한다.

이들은 지나친 복지도 오히려 축하하는 분위기였다.

이런 분위기 덕분에 벨린 투자는 2억 달러 가격의 초호환 요트 하나를 선물로 받았다.

7개의 갑판으로 이루어진 이 요트는 안에 수영장, 헬리콥터 착륙장, 스파 시설을 비롯한 모든 것이 다 갖추어져 있었다.

무려 90명의 선원이 이 요트를 운영한다.

배 천장에는 큰 창이 달려서 수평선의 햇빛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탁 트인 발코니 풍경은 그야말로 환상 그 자체였다.

카일리 로엔 박사는 헬기에서 내리기 전에 이 초호화 요트의 모습에 질려서 입을 딱 벌리고 말았다. 그가 비록 미국인이고, 영화 속에서 많이 본 초호화 요트지만 직접 자신이 경험하는 건 또 달랐다.

“…….”

그는 영문을 몰라서 얼떨떨하기만 했다. 오히려 불안한 눈으로 이지수 박사와 헬렌을 힐끗 쳐다보았다.

하지만 두 사람은 아무런 말이 없었다. 둘 다 꽤 놀란 얼굴이었다. 그들 역시 최민혁 실장이 벨린 투자에서 사들인 요트를 소개한다는 소리를 듣기는 했다.

그런데 그 물건이 이 정도인지는 몰랐다.

이게 물론 다 공짜는 아니었다.

동행한 벨린 투자의 우영민 부장이 슬그머니 말해주었다.

“중동 쪽의 투자를 받으면서 그쪽에서 선물로 받았습니다.”

카일리 로엔 박사가 허탈하게 소리쳤다.

“2억 달러 요트가 선물이라고요?!”

“믿기 어려운 일이지만 사실입니다. 다만 완전히 공짜는 아닙니다.”

우영민 부장은 이미 최민혁 실장에게 카일리 로엔 박사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심지어 그가 이 자리에 있는 것도 최민혁 실장의 지시 때문이었다.

‘그만큼 인재라는 것일까? 최 실장님이 이렇게 공을 들이는 사람은 처음이네.’

물론 이지수 박사는 예외적이었다.

그는 신기한 눈으로 카일리 로엔 박사의 프로필을 떠올렸다. 자신이 보기에는 제법 뛰어난 인물이기는 하지만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나 싶었다.

하지만 그의 생각과는 별개로 자신의 입은 이 요트에 대한 설명을 계속했다.

“740펀드라고 아실지 모르겠지만, 이 지역에 사는 이들에게 투자를 받은 펀드입니다. 그런데 지난달에 이익 일부를 공유했는데, 대략 240%를 넘겼습니다.”

그리고 투자자 중에는 중동 자산가도 있었다.

“그분들 중에는 추가 투자를 원하는 분이 많습니다. 심지어 투자 한도를 풀어달라고 요구하는 분도 꽤 있습니다.”

740 펀드는 일종의 커뮤니티를 통한 펀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이 펀드에는 본인이 들어가고 싶다고 해도 들어가지 못한다.

들어가려면 파크 애비뉴 740번지에 있는 초호화 펜트하우스를 매각해야만 했다.

우영민 부장은 새삼 이 일 때문에 골치가 아팠다. 초반에는 매각하려는 건물주가 없어서 문제였다. 그런데 지금은 너무 많은 이들이 서로 팔려고 해서 난리였다.

결국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서 계속 물건을 사들이는 처지였다.

최민혁 실장이 이렇게 지시를 했기 때문이다.

결국 740번지 펜트하우스는 벨린 투자와의 연결 고리를 만들기 위한 절대적인 명제였다.

헬렌은 허탈하게 웃고 말았다.

“설마 투자로 재미를 본 중동 투자자가 선물로 이 초화 요트를 넘겼다는 말이에요?”

“맞습니다. 정확히는 공짜가 아니고, 비용을 일부 지급해야 했습니다.”

이지수 박사도 이 이야기에 허탈해서 반문했다.

“얼마죠?”

“천만 달러.”

“…….”

다들 입을 딱 벌린 채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다만 그들은 새삼 벨린 투자의 역량에 혀를 내두르다가 한 가지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

그들 자신 역시 벨린 투자의 수혜자 중의 한 사람이었다.

바로 KMBOOK 대주주들이었으니까.

‘하긴.’

처음에는 2억 달러 선물이 과하다고 생각했는데, 장기적으로 보면 그게 또 아니었다.

‘하긴, 최민혁 실장은 5억, 아니, 10억 달러 이익도 안겨줄 사람이니까.’

* * *

“…….”

카일리 로엔 박사는 입을 꾹 다문 채 묵묵히 우영민 부장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그는 전혀 다른 차원의 이야기에 빠져나올 수가 없었다.

자신의 삶이 부정당하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그는 이야기 중에 이지수 박사가 KMBOOK 대주주라는 사실을 뒤늦게 들었다. AOL에서 KMBOOK 매입에 들인 투자금이 무려 10억 달러가 넘었다는 것을 가정하면 천문학적인 재산이었다.

카일리 로엔 박사는 심각한 번민에 빠지고 말았다. 그는 애초에 샐로먼 브러더스의 압박 따위에 휘둘릴 사람이 아니었다.

굳이 그럴 이유가 없었다.

자신의 재능으로 시간만 있다면 얼마든지 억만장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는 때문에 수영복을 입은 채 발코니에 앉아 있는 최민혁 실장을 보자 샐로먼 브러더스가 자신의 머릿속에 만들어둔 장벽이 와르르 무너지는 것을 느꼈다.

최민혁 실장은 그 모습을 보자 피식 웃고 말았다. 그는 최문경 부회장, 최훈열 전무를 상대하면서 얻은 경험 때문에 승리를 확신했다.

‘시작이 좋군.’

‘“카일리 박사님을 이렇게 따로 이곳으로 초청한 것은 조용히 할 말이 있기 때문입니다.”

“네.”

카일리 로엔 박사는 최민혁 실장의 눈치를 보면서 섣불리 입을 열지 않았다.

그는 이지수 박사와 헬렌이 벌써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난 후에 수영장으로 뛰어드는 모습을 힐끗 쳐다보았다.

특히 헬렌은 딱 자기 이상형이었다.

눈부시다는 말로도 부족했다.

승무원이 슬그머니 두 사람에게 포도주를 권하는 모습도 그림 같았다.

최민혁 실장은 카일리 로엔에게 포도주 한 잔을 따라주면서 피식 웃더니 조성돈 팀장에게서 받은 사진을 테이블 위에 던져놓았다.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