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재벌 3세는 조용히 살고 싶다-839화 (836/1,021)

#839.

두 계열사는 결과만 기준으로 놓고 봤을 때 이후 추가적인 지원이 없다면, 당장 다음 달에 파산해도 이상하지 않았다.

‘지금 이 난국을 타개할 기술만 있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도 있다는 말인데, 이게 정말 가능할까?’

그의 상식으로는 불가능이었다.

그런데 지금까지 최민혁 실장의 행보를 보면 그렇게 결론 내리기 어려웠다.

멀리 갈 필요도 없다.

단적인 예가 미래 기술이다.

이 배터리 업체는 업계 내에서도 듣보잡 수준에 불과했다.

그런데 지금은 미국 배터리 업체에서도 탐욕을 부리는 업체가 됐다.

그게 모두 다 최민혁 실장 솜씨였다.

장승일 실장은 이 점을 이상하게 생각해서 구길모 차장에게 추가 검토 지시를 내렸다.

구길모 차장 역시 최민혁 실장을 누구보다 잘 아는 이였다.

일단 ‘최민혁 실장’이 끼어 있는 사업은 최소한 20명의 전문 인력을 투입해서 살펴야 했다.

그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최민혁 실장과 관련이 있는 사업 변화를 체크했다.

그중에 역시나 특이한 변화 하나를 발견했다.

MIT가 CDMA 방식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찾아내서 발표한 것이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와 홍콩에서의 시범 서비스 결과 자체가 기대한 예상치보다 못하다고 발표했다.

[퀄컴사가 자사 기술 홍보를 위해서 서비스를 조작했다!]

특히 이 보고서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룬 것은 TDMA와 CDMA 성능 서비스 비교였다.

[CDMA 성능은 TDMA 성능에 비할 바가 아니다. 우리 미국이 이렇게 불확실한 CDMA 서비스를 채택할 수는 없다!]

가장 안 좋은 사실은 아날로그 방식과 비교한 데이터였다.

굳이 비싼 CDMA를 사용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런 주장은 말로만 하지 않았다.

통화 신호가 여러 채널을 동시에 잠식하게 되면, 간섭 현상 때문에 통화량에 영향을 준다는 점을 잡아낸 것이었다.

이는 결국 안테나 용량 문제와도 관련되는데, 이것은 곧 더 많은 자금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난다.

이 보고서는 CDMA의 근본적인 문제를 지적하는 것이었다.

더욱이 그 상대가 MIT였으니, 미국 언론도 앞다투어서 다루었다.

물론 이게 찾는 바가 아니었다.

정작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퀄컴의 대응은 빨랐다. 그들은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시범 응용하는 테스트 결과를 직접 보여주면서 반박했다.

[이 결과를 보고도 TDMA보다 낫다고 생각합니까? 채널 용량? CDMA의 본질이 뭔지나 알고 그런 소리를 합니까!]

캘리포니아 CDMA 서비스 결과는 놀랍게도 TDMA보다 더 나은 효율을 보여주었다.

심지어 관련 서버나 장비에 들어간 자금 역시 TDMA와 비교할 바가 아니었다.

이런 기사는 꽤 많아서 다행히 진실이 드러났다.

[최민혁 실장은 CDMA에 손을 썼나? 컬컴의 발표 배후에는 최민혁 실장이 있었다!]

실제로 최민혁 실장이 손을 써서 해결한 결과였다.

다만 최민혁은 관련 자료를 넘기면서도 굳이 제대로 대응을 하지 않았다.

TDMA의 지원을 받은 MIT가 나서기만을 기다렸던 것이었다.

MIT는 결국 자기주장을 철회해 버렸다.

덕분에 CDMA 서비스 가치가 한 단계 더 올라서 버렸다.

장승일 실장은 혀를 내둘렀다.

“이 일에도 최민혁 실장님이 연루되어 있다고?”

“MIT 측에서 한 주장이 틀리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최민혁 실장님은 이미 사전에 이런 문제를 다 검토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얼마 전에 관련 엔지니어를 끌고 갔지 않습니까?”

“…이건 놀랍군.”

그런데 놀라운 일은 이 한두 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TDMA 진영의 공격은 꽤 매서웠다.

하지만 CDMA 진영 쪽에서 그 공격을 철저하게 다 막아냈다.

정확히는 최민혁 실장이 배후에 있어서 일이 해결되었다는 이야기가 파다했다.

이건 단순히 미국 진영만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니었다.

“ETRI 배후에도 최민혁 실장님이 있지 않습니까? 정부 측도 이미 서울, 대전 시범 서비스에 대한 투자를 늘린 것 같습니다. 즉, 미국 정부 측에서 압박이 강해졌다고 봐야 합니다.”

“…….”

장승일 실장은 최근 CDMA 사업에 대해 대기업 진출이 더 빨라진 것을 떠올렸다. 진작 이동통신 서비스에 투자는 해왔는데, 그 투자 속도가 올라갔기 때문이다.

구길모 차장이 소리쳤다.

“이건 제 생각인데, 만약 CDMA 상용 서비스가 좀 더 빨라진다면 IP 시티폰은 강력한 경쟁자를 맞이하게 되지 않을까요?”

“하지만 두 서비스의 비용 차이가 너무 심하잖아.”

“그거야 서비스 비용을 대폭 낮추면 될 거로 생각합니다. 다양한 이벤트를 만들면 됩니다. 만약 그런 이벤트가 계속 반복된다면 IP 시티폰 서비스는 위축될 수밖에 없습니다.”

“휴우.”

장승일 실장은 한숨을 내쉬고 말았다. 그도 CDMA 서비스가 더 나을 것이라 여기긴 했다. 다만 이 상용화 자체는 늦어질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그의 기대와는 달리 CDMA 상용화 서비스는 빨라도 너무 빨랐다. 더욱이 미국에서 TDMA 서비스와 비교하면 더 낫다는 보고도 나왔고 말이다.

심지어 미국 정부의 행보도 이전과는 사뭇 다르게 빨라졌다.

인력과 자금이 CDMA 서비스 쪽에 모이는 중이었다.

‘설마 미국 재무부 측에서 최민혁 실장과 미팅을 요청한 게 이 이유일까?’

결과적으로 ARN 지분 매각 사건이 일어났다.

이게 사실 애매한 경우이기는 했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있다. 최민혁 실장이 미국 재무부 요청을 거절하지 않은 것 말이다. 원하는 것을 주지는 않았지만 그거야 추후 다시 협상을 하면 될 일이었다.

“…최 실장님은 이런 사안을 예측했을까?”

구길모 차장도 흠칫했다. 단순히 ‘네’라고 말하기에는 변수가 많아도 너무 많았다. 특히 CDMA 상용 서비스와 관련된 문제 말이다.

상용 서비스에 제동을 걸 만한 문제가 너무 빨리 해결되었다.

그리고 그 배후에는 늘 최민혁 실장이 있었고 말이다.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최민혁 실장님 쪽에 붙어야 하지 않을까요?”

“그런가.”

장승일 실장은 혀를 내둘렀다. 그는 힐끗 기획 조정실 분위기를 살폈다. 대다수는 최민혁 실장에게 투표한 것 같은 분위기였다.

그들 대다수는 이제 최민혁 실장이 큰 그림을 그린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게 모두 최민혁 실장님이 손을 쓴 것일까?’

* * *

장승일 실장은 CDMA와 IP 시티폰 관련 보고서를 정리해서 최용욱 회장의 서재를 찾아서 보고했다.

최용욱 회장은 뜻밖에도 놀라지 않았다. 그는 이미 최민혁 실장에게 구두상으로 지분 매각 계획을 승인하기는 했지만, 확인을 해야 할 일이라서 가볍게 생각하지 않았다. 다만 보고서 내용에 감탄하고 말았다.

“하.”

그는 그저 탄식만 했다.

그가 솔직히 손자 최민혁 실장의 무리수를 들어준 것도 따지고 보면, 걱정되어서였다.

그 자신이 판단하기로는 최민혁 실장의 요구는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그 자리에서 거절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장승일 실장의 보고를 받고는 그저 한숨만 내쉬었다.

‘이놈이 다른 꿍꿍이가 있구나.’

하지만 그는 최민혁 실장의 제안을 거절할 수가 없었다.

이유는 아주 간단했다.

KD 통신의 적자폭이 너무 컸다.

“하면 민혁 그놈이 지금까지 미국에 가 있었던 것은 단순히 CES 전시회나 에플 때문이 아니라 CDMA가 주 타깃이었나?”

“아마 그렇게 봐야 할 겁니다. 미국 재무부가 굳이 최민혁 실장님과 미팅한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CDMA를 밀어줘야 하는데, 아무래도 최민혁 실장님이 문제가 될 것 같았을 겁니다.”

“…그 대단한 미국 정부가 민혁이 그놈을 직접적으로 건드리지 못한 것은 기술력 때문이고?”

“네. MIT 측 주장이 마냥 억지는 아닙니다. 다만 최민혁 실장님은 사전에 그 문제를 다 인지하고 있었고, 대안을 다 마련한 것 같습니다.”

“그걸 왜 몰랐을까?”

“…….”

장승일 실장도 흠칫 입을 다물었다. 생각해 보면 이상한 것이 한둘이 아니었다. 하지만 정작 놀라운 것은 최민혁 실장의 솜씨였다.

말 없는 인내

타이밍을 기다렸다.

때가 오기만을 묵묵히 지켜보았다.

정작 중요한 것은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았다.

최용욱 회장은 솔직히 이제는 손자 최민혁 능력에 감탄하지 않았다. 그저 소름이 돋았다. KD 통신과 KD LCD 사업을 넘긴 것 말이다.

‘이것도 포석이었을까?’

애초에 손자 최민혁은 최용욱 회장 자신을 믿지 않았다.

그 역시 판을 움직이는 장기 말 중의 하나일 뿐이니까.

갑자기 자신을 찾아온 손자 최민혁이 제안할 때부터 의심했다.

그의 감은 틀리지 않았다.

최용욱 회장은 조심스럽게 말했다.

“내가 민혁이 말을 따르지 않으면, 어떻게 될 것 같나?”

“가정이기는 하지만 CDMA 서비스가 IP 시티폰을 찍어 누르면, 지금 적자는 적자도 아닐 겁니다. 특히 걱정되는 것은 중국 쪽입니다.”

“그쪽은 IP 시티폰 가입자가 많잖아?”

“아니, 그래서 더 문제입니다. 사용자 숫자가 늘어날수록 렉이 심해질 겁니다. 그렇게 되면 한국이나 미국 서비스 질과는 비교조차 하기 힘들어지겠죠.”

“하면 자금을 더 퍼부어서 무리수를 둬야 하는데, 적자폭 산더미처럼 늘어난다는 말인가? 그걸 중국 공산당이 모를까? 아니, 샐로먼 브러더스가 대안이 있지 않을까?”

최용욱 회장이 하는 말은 몰라서 하는 말이 아니었다.

푸념을 해보는 것이었다.

장승일 실장은 단호하게 반박했다.

“모를 겁니다.”

“정말?”

그는 한숨을 내쉬었다.

“저도 통신 서비스에 대해서 잘 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최민혁 실장님이 CDMA에서 만든 성과를 잘 보면서 그렇지 않다는 것은 알았습니다. 통신 서비스는 해보기 전까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그랬다.

TDMA, CDMA조차 아무리 이론적인 이론이 좋아도 현실은 잘 맞아 들어가지 않았다. 한국에서도 버벅거리는 상황이었다.

미국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그러니 인구가 10억이 넘는 중국의 경우 이론으로 처리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

최용욱 회장은 잠깐 번민에 잠겼다. 다만 그는 그제야 손자 최민혁이 왜 미국에서 하던 일도 팽개치고 자신을 찾아온 것인지 알 것 같았다.

‘마지막 기회를 준 건가?’

여기서 만약 자신이 똥고집을 부린다면 그럴 수 있을 것이다.

다만 그 손실은 자신이 모두 책임져야 할 일이었다.

“장 실장, 자네 생각은 어때?”

“전 최민혁 실장님 제안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빨리 지분을 매각해야 합니다. 더욱이 상대가 마침 있지 않습니까?”

“문경이 그놈이 날 죽이려고 들 거야.”

“글쎄요. 전 부회장님이 바보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혼자 다 먹지는 않을 겁니다. 그리고 차라리 샐로먼 브러더스가 지분을 사들이게 하는 게 그에게 유리합니다.”

최용욱 회장은 한동안 침묵했다. 그는 장승일 실장을 전적으로 믿기는 하지만 의존하지는 않았다. 그 역시 최민혁이 다녀간 후에 따로 확인을 해봤기 때문이다.

“…자네가 이번 일은 알아서 해보게. 다만 탈이 나지 않도록 해야 할 거야.”

“…네.”

최용욱 회장은 마음이 편한 얼굴이 아니었다. 최민혁이 왜 굳이 KD 통신 지분 일부를 최민수에게 증여하라고 한 것인지 이제는 알 것 같았다.

겉으로는 가족 흉내를 냈지만 내심은 전혀 달랐다.

KD 통신이 만약 망해 버리면 그 지분은 종이 쪼가리에 불과해진다.

계속 탐욕을 부려서 탕진했다간 그나마 있던 재산도 다 날아갈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민혁이를 딱히 탓할 수만은 없어. 아직 결과가 정해진 것은 아니잖아.’

* * *

최민혁은 국내에 머물면서 일단 최용욱 회장의 답변을 기다렸다.

그는 그런 중에도 이지수 박사의 연구 현황까지 살폈다.

그 와중에 스티븐에게서 자주 전화가 왔다. 그 역시 인공지능 무인 드론 기술에 대해서 관심을 둔 것이었다.

CES 전시회에서 어떤 식으로 역할을 할지에 대해서 말이다.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닙니다. 지금 진행하는 플랜 A에 집중하시고요, 플랜 B에 관해서는 확인이 끝나면 연락하겠습니다.]

애초에 인공지능 무인 드론의 역할만 바꾸는 것이었다.

기존 CES 전시와는 큰 차이가 없었다.

오히려 문제는 무인 드론 기술이다.

지금 인공지능 무인 드론은 이지수 박사가 연구한 무인 드론보다 더 발전된 기술이었다. 정확히는 기존 무인 드론을 업그레이드한 것이었다.

‘역시 쉽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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