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재벌 3세는 조용히 살고 싶다-822화 (819/1,021)

#822.

데릭 모건 이사는 최민혁에게 대응하는 게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에 안도했다. 그는 적극적으로 나서서 미국 하원이 최민혁 실장을 조사하는 일에 도움을 줬다.

최민혁 실장을 그냥 놔두면 큰일 난다는 메시지를 계속 말했다.

다만 딱 거기까지였다.

괜히 더 미국 하원 일에는 파고들지 않았다.

최민혁 실장의 블랙 리스트 사태가 시작된 것이 바로 데릭 모건 때문이었다.

덕분에 미국 하원에서도 최민혁 실장 일을 진지하게 생각했다.

미국 하원에서는 이전까지는 최민혁 실장을 굳이 주요 인물로 찍어야 하나 생각했다. 단순한 기업가 한 사람을 주의할 인물로 찍는 것은 무리수였다.

그런데 데릭 모건의 말을 들어보니, 최민혁 실장을 위험인물로 생각해야 할 듯싶었다.

최민혁 관련 이슈가 이전과는 성격이 달라진 것이었다.

데릭 모건 이사는 이 상황에 만족했다. 그는 굳이 자신이 주도적으로 나서서 일을 만들지 않았다. 괜히 이 일이 최민혁 실장의 귀에 들어가서는 곤란했다.

‘향후 협상을 해야 하는데, 괜히 내가 뒤통수 친 사실을 알면 무슨 짓을 할지 모르지.’

그가 조사한 바로 최민혁 실장 뒤끝은 장난이 아니었다.

분노한 최민혁 실장이 자신의 지분을 매각하면서 10배의 가격을 부를 수도 있다. 아니, 심지어 자신의 반대편 세력에 지분을 정리할 수도 있다.

데릭 모건 이사는 그런 병신이 되고 싶지 않았다. 그는 조심스럽게 최민혁 실장이 미국 하원과 재무부를 상대로 삽질하는 동안에 최민혁 실장의 뒤통수를 칠 생각이었다.

그가 노린 것은 최민혁 실장이 가지고 있는 주식이니까.

ARN 지분이 제일 먼저 나왔다.

그는 모건 스탠리가 원래 목표한 10% 지분이 아니라 추가로 얻은 지분 10%에서 일부 지분을 얻었다.

물론 대리인을 통해서 사들였다.

모건 스탠리조차 여전히 자신이 ARN 지분을 사들인 것을 몰랐다.

ARN 지분 일부를 가로챈 사람이 바로 그 자신이었다.

그래도 마냥 좋아할 일은 아니었다. 최민혁 실장은 결코 손해를 보는 장사를 하지 않았다.

‘하, 너무 비싸.’

최민혁 실장이 작정하고 제 기분 나는 대로 ARN 지분 가격을 부른 결과였다.

그래도 어쩔 수 없었다.

ARN 지분 매입은 잘했다고 생각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퀄컴과 MPEG-2 관련된 지분을 얻지 못한 것이었다.

시장에 나와 있는 퀄컴 지분을 얼마 되지 않았다.

퀄컴 주주 대다수는 자신이 가진 퀄컴 주식을 매각하지 않았다.

그는 다른 지인을 통해서 이리저리 알아보기는 했지만, 퀄컴 주식을 얻기가 너무 어려웠다.

데릭 모건 이사는 결국 다른 차선책을 찾아야 했다.

KM 전자가 그 대상이었다.

다행히 KM 센서도 있고 말이다.

대한민국 주식이다. 이 주식은 어떻게 해서라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는 어떻게 해서라도 이 기술과 관련이 있는 주식을 구하려고 해보았다.

하지만 결과는 좋지가 않았다.

KM 전자는 매수세가 너무 높았고, KM 센서는 도대체 주식을 얻을 방법이 없었다.

피부색이 달라서 자기 측근이 나설 수는 없다.

한국인 임직원을 사용하는 것은 보안 문제 때문에 망설였다.

데릭 모건은 이런 상황에서도 서두르지 않았다. 그는 인내심을 가진 채 두 종목을 철저히 확인했다.

그는 마음을 추스르기 위해서 모기지 채권 판매에 손을 썼다. 한국 투자자에게 이 모기지 채권 지분을 넘기려고 했다.

한국 투자자가 이 모기지 채권을 잘 모르는 점을 이용했다.

한국 내에 설치한 연합 SB를 이용한 방식이라서 먹히는 것 같았다.

다만 목표한 실적에는 미치지 못했다.

대신 은행이나 보험 회사를 이용하면 될 것 같았다.

한국 투자자에게 모은 자금을 활용한다면 얼마든지 실탄으로 사용할 수 있었다.

그런데 역시 좋은 일을 계속되지 않았다.

그가 그런 중에 인공지능 미니 드론에 관한 이야기를 보고를 받았다.

심지어 그 정보에 최민혁 실장이 의도적으로 얘기를 흘렸다는 의혹 역시 포함되었다. 다른 곳도 아닌 샐로먼 브러더스 본사 정보 팀에서 나온 얘기니 간과할 순 없었다.

“인공지능 미니 드론? 그게 뭐죠?”

킬리언 시몬스 이사는 제임스 러너 이사의 부탁 때문에 사건을 조사하다가 데릭 모건 이사에게 호출당한 터라 그의 눈치만 봤다.

“일반적인 드론은 아닌 것 같습니다. 음성으로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형태의 드론입니다.”

그는 최민혁 실장 일에 엮이고 싶지 않아서 눈치껏 말했다. 괜히 이 일을 맡았다가 박살이 나고 싶지 않았다. 그렇다고 거짓말을 할 수는 없었다.

“일반적인 드론과는 달리 인공지능이 결합하였다는 소리가 있습니다.”

“…….”

데릭 모건 이사는 허탈하게 웃고 말았다. 만약 이 일에 최민혁 실장이 관련되지 않았다면 서류철로 상대 머리를 박살을 냈을 것이다.

그만큼 인공지능 미니 드론 이야기는 말이 되지 않았다.

그런데 최민혁 실장이 연루되어 있다는 것 한 가지 때문에 이 일을 쉽게 넘길 수가 없었다.

그는 새삼 골치가 아팠다.

최민혁 실장의 능력을 무시하지는 않았다. 아무리 그래도 인공지능 미니 드론은 기술적으로 볼 때 너무 나간 이야기였다.

“킬리언 이사, 당신의 경력은 잘 압니다. 공학적인 전문가이시죠? 그러면 전문가 아닙니까. 인공지능 미니 드론이라니. 그게 말이 되는 소리입니까?”

킬리언 시몬스 이사 역시 표정이 좋지 않았다. 그 역시 사건을 조사하면서 ‘역시 최민혁 실장’이라고 감탄만 했다.

그는 전문가였다. 아는 만큼 볼 수가 있다. 자신도 말도 안 되는 일이다라고 말하고 싶다. 하지만 불행히도 상황이 그렇게 녹록하지 않았다.

“…저도 자세한 것까지는 모릅니다. 다만 증거가 있습니다.”

데릭 모건 이사 역시 정보 출처에 대한 보고를 받았다.

“그게 뭡니까?”

“증거를 확인하는데, 시간이 좀 더 필요합니다. 그것까지 확인해서 보고하려고 했는데, 이사님이 먼저 절 찾았습니다. 내용이 간단하지 않아서 제가 직접 두 눈으로 확인해야 합니다.”

데릭 모건 이사는 킬리언 시몬스 이사를 괴롭히거나 하지 않았다. 그는 ‘최민혁 실장’이 관련된 일이라서 진지했다.

“시간이 얼마 정도가 필요합니까?”

킬리언 시몬스 이사는 자신이 예상한 것과는 전혀 다른 반응에 흠칫 놀랐다. 인공지능 미니 드론 이야기는 그만큼 황당했던 것이다.

“…일주일이면 됩니다.”

“시간을 더는 못 줍니다!”

“…네.”

데릭 모건 이사는 킬리언 시몬스 이사의 능력을 잘 알았다. 사내에서 천재라고 소문난 그조차 최민혁 실장을 부담스러워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긴, 그 정도로는 부족하지.’

그는 최근 최민혁 실장, 재무부, 미국 하원 사이에서 일어난 일을 떠올렸다. 내용 자체는 정말 황당하기 짝이 없었다.

그 자신이 뒤에서 작업한 터라 자연스럽게 만든 무대였다.

하지만 예상과는 달리 최민혁 실장은 쥐새끼처럼 잘도 빠져나갔다.

뒤늦게 내막을 알고는 허탈해서 며칠 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더 황당한 것은 그 결과였다.

자신이 기름칠을 쳐놓은 인간 중에 최민혁 실장을 옹호하는 이가 나왔다.

배신자가 나온 셈이다.

그 인간이 나서서 자신이 한 일을 최민혁 실장에게 고자질할 수도 있었다.

자신도 이제는 몸을 조심해야 했다.

‘후유, 일이 참 어렵네.’

* * *

킬리언 시몬스 이사는 데릭 모건 이사 지시를 받자 인공지능 미니 드론을 더 깊이 팠다. 그는 무려 20만 달러를 사용해서 캘리포니아 재무장관 매트 퐁 보좌진 중에 한 사람을 직접 만났다.

이 보좌진은 뜻밖에도 인공지능 미니 드론에 대해서 제법 알았다.

심지어 최민혁 실장이 의도적으로 정보를 흘렸다는 것까지 말이다.

실제로 최민혁 실장은 그에게 돈을 줬다.

“…잘 이해가 안 됩니다.”

“저만 하겠습니까. 외부에서 인공지능 드론에 대해서 어느 정도는 알아야 한다고 하면서 필요한 자료를 정리까지 했습니다.”

미니 드론 내부에 대한 간단한 요약 설명이 나왔다.

다만 진짜 중요한 내용은 없었다.

“도대체가…….”

“혹시 20만 달러를 다시 돌려달라고 하지는 않겠지요?”

“그럴 일은 없을 겁니다. 대신 자세한 설명을 좀 해주세요.”

“뭐, 별것 없습니다. 최민혁 실장은 이 정보가 좀 더 많은 이들 귀에 들어가기를 원하는 것 같았습니다. 정말 중요한 정보는 빼고 말이죠.”

* * *

킬리언 시몬스 이사는 최민혁 실장이 이번에도 수작을 부렸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태국으로 좌천되어 가 있는 데니스 샐로먼 이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도대체 의도를 모르겠어.]

데니스 샐로먼 이사는 다른 사람과는 달랐다. 그는 이번 일을 원점에서 재해석했다.

[최민혁 실장이 의도한 거야. 아무래도 인공지능 미니 드론 기술을 알리고 싶은 것 같아. 이유는 나도 잘 모르겠어. 그거 꽤 중요한 기술 같으니까.]

[…그런 기술이 실제로 가능할까?]

[나도 이번 일을 확신할 수는 없어. 하지만 인공지능 미니 드론은 현대 기술로는 좀 어렵잖아. 그럼에도 최민혁 실장이 자꾸 이런 점을 부각시키는 걸 보니 인공지능 미니 드론 기술 상업화가 가능한 점을 내세우고 싶은 것 같아.]

[…그렇게 해서 무슨 이익이 난다고 그러는 거야?]

[이익이 크지. 당장 에플 신제품에 그 기술을 적용할 수도 있잖아.]

[그런 이야기는 없었어.]

실제로 이번 CES에서 에플 제품과 관련된 부분은 인공지능 기술이 아니었다. 최민혁 실장이 이제까지 꾸준하게 만들어 온 기술이다.

MP3, K투스, 무선랜을 비롯한 다양한 기술 말이다.

샐로먼 브러더스는 딱 이 정도로 알았다.

다만 모건 스탠리는 어느 정도 인공지능 기술에 대한 진실을 알았지만 샐로먼 브러더스 측에 이를 흘리지는 않았다.

아니, 추후 정보를 알리려고 했다.

그런데 그 시점에서는 모건 스탠리가 이미 기차를 갈아타고 난 이후였다.

킬리언 시몬스 이사도 데니스 샐로먼 이사의 말에 솔깃할 수밖에 없었다.

[…알았어. 그쪽을 한번 확인해 볼게.]

[이번 일은 신중하게 해야 할 거야. 최민혁 실장이 일을 이렇게 복잡하게 만들 때는 노림수가 따로 있는 것 같으니까.]

[정확히 무슨 목표?]

[그걸 알 수가 없어. 그래서 최민혁 실장이 하는 일을 끝까지 지켜보라고 한 거야. 뻔한 수작을 부리는 것은 아닐 테니까.]

데니스 샐로먼 이사는 나름 자신의 경험을 기반으로 한 조언이었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는 오히려 하지 않은 것만 못한 경우였다.

[…어.]

킬리언 시몬스 이사는 갑자기 소름이 돋았다. 최민혁 실장의 능력을 고려할 때 지금 하는 행동을 봐서는 뭔가 일을 꾸미는 것이 분명했다.

‘분명히 뭔가 있어. 아무래도 인원을 더 충원하고, 다시 검토를 해봐야겠어.’

* * *

최민혁 실장 역시 CES 전시회를 이용한 막판 작업이라서 이번 일에 집중했다. 그는 샐로먼 브러더스의 움직임이 이전과는 사뭇 다르다는 것을 보고받았다. 그는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샐로먼 브러더스가 진행하는 일을 일일이 확인해야 했다.

‘진짜 만만한 놈들이 아니야.’

킬리언 시몬스 이사의 움직임은 이전의 샐로먼 브러더스와는 많이 달랐다.

수상한 바위는 다 쪼개서 일일이 분석까지 하면서 일을 진행했다.

최민혁 자신이 원한 그림대로 상대가 움직이지 않았던 것이다.

조성돈 팀장 역시 난감했다.

“일 진행이 우리가 만든 계획대로 움직이지 않습니다. 킬리언 시몬스 이사는 자신이 직접 확인한 후에야 일을 진행합니다.”

킬리언 시몬스 이사는 다른 사람과는 달리 논리적인 비약이 단 한 줄이라도 나오면 일 진행을 멈추어서 확인까지 했다.

시간이 모자라면 인력을 더 늘렸다.

장비가 부족하면 자금을 퍼부었다.

이것저것 다 안 되면, 관련 전문가를 불러서 일일이 다 확인했다.

당연히 일의 진척 속도는 느려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보면 이걸 꼭 이렇게 보기 힘듭니다. 인공지능 미니 드론과 관련해서도 필요한 기술을 일이 다 확인하고, 가능성을 찾습니다.”

만약 부족한 부분이 생기면 그 부분은 다시 병행 처리한다.

그 과정을 전체적으로 정리해서 철저하게 확인해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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