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재벌 3세는 조용히 살고 싶다-821화 (818/1,021)

#821.

그는 결국 조각난 정보를 하나둘씩 모았다.

드론 동작의 기본 기술이 되는 가속도 센서, 자이로스코프 센서부터 시작해서 소통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에 대한 것까지 말이다.

이런 부분은 역시 복잡한 드론에서 적용하기에는 많은 한계가 존재했다.

킬리언 시몬스 이사는 최민혁 실장 문제를 가볍게 생각할 수가 없어서 대학교 시절의 스승이나 아는 지인을 직접 찾아갔다.

“정교한 무인 드론 동작을 위해서는 신경망 알고리즘과 같은 정교한 기술이 필요해.”

단순히 센서를 받는 정도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었다.

드론 동작에 대한 정교한 알고리즘이 필요했다.

그런데 이 기술을 더 파고들어 가보면,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힌다.

당장 가속도 센서만 해도 종류가 많았고, 가격이 너무 비쌌다.

“아직 하드웨어 성능이 우리가 원하는 수준에 못 미치지.”

결국 대안은 고성능 PC를 사용한 시뮬레이션 형태로 흘러간다.

필요하다면 슈퍼컴퓨터를 이용한 대안이 오히려 현실적이었다.

간혹 이 분야를 투자하는 곳이 있기는 한데, 미국 국방성이거나 아니면 이들의 자금 지원을 받는 군수업체가 태반이다.

그런데 이들 군수업체 역시 결과가 좋은 편은 아니었다.

미국 국방성의 펀딩을 받아서 투자하는 정도에 불과했다.

사실 이들조차 미국 국방성이 자금을 들이밀지 않았다면 굳이 적극적으로 일을 할 생각이 없었다.

이런 상황에 상용화 미니 드론이라니.

이게 미니 드론에 대한 현실이었다.

여기까지는 최민혁 실장이 엮이기 전까지는 그랬다는 말이다.

역시나 최민혁 실장이 손을 댔다고 한 이후에는 상황 자체가 좀 달라졌다.

그는 캘리포니아 재무장관이 이 일에 연루되어 있다는 것을 파악했다.

‘설마 아니겠지? 정말 기술적인 한계를 극복했다는 말일까? 말이 안 돼. 최민혁이 아무리 능력이 좋아도 이건 할 수가 없는 일이야.’

이건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

만약 그랬다면 미국 국방성이 지금처럼 조용히 있지는 않을 테니까.

킬리언 시몬스 이사는 조금씩 나오는 정보를 살피고 있었기에 이번 일을 이대로 덮을 수는 없었다.

그는 일단 샐로먼 브러더스 내부에 있는 조사실의 전문 인력에 따로 부탁해서 관련 정보를 추가로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특히 최민혁 실장과 연결 고리를 엮어서 조사해. 아무리 사소한 기술이라도 그냥 넘기지 마!]

그는 일단 샐로먼 브러더스 내부에 있는 조사실의 전문 인력에 따로 부탁해서 관련 정보를 추가로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해당 지시를 받은 조사원은 킬리언 시몬스가 너무 최민혁 실장에게 집착하는 것이 아닌가 의심했다.

‘제정신이 아닌 것 같아. 아무리 최민혁 실장이 관련된 일이라도 너무 나간 것 같아.’

* * *

최민혁 실장은 한국행 비행기로 미국 샌프란시스코 내의 한 저택에 다시 복귀한 이후에 샐로먼 브러더스의 현황에 대해서 보고를 받았다.

당장은 특별한 내용이 없었다.

‘내가 너무 서둘렀나?’

시간이 남자 그는 미국에 와서 KM DVR의 미국 연방 정부 납품에 대한 사건을 벌였다.

워싱턴 포스트의 톰 피트 기자와 정식으로 인터뷰까지 했다.

[이번 KM DVR 공급은 최소한의 이익만을 볼 생각입니다. 어디까지나 미국인이 밤거리를 안전하게 걸을 수 있는 기반을 줄 생각입니다.]

[무차별 사찰에 대한 지적이 있습니다. 그 부분은 어떻게 생각합니까?]

[KM DVR은 기본적으로 인공지능이 자료를 다 처리합니다. 이후 수사기관의 요청에 따라서 필요한 자료를 넘기는 방식입니다. 따라서 범죄와 엮이지 않는다면, KM DVR이 얻은 정보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이 부분과 관련해서는 슬쩍 자세한 설명을 피했다.

이제는 개인 정보에 관한 판단 주체가 인공지능이 되어버린다.

이런 부분은 논쟁의 소지가 다분했다.

톰 피트 기자는 눈치가 빨랐다. 그는 인공지능 기술보다는 KM DVR이 가지는 장점과 활용성에 더 집중했다.

KM DVR 때문에 납치, 강간, 살인에서 벗어난 희생자들의 이야기를 다루었다.

꽤 다양한 예가 있었다.

납치 후에 강간당했고, 그다음에 토막이 날 뻔한 희생자도 있었다.

최민혁은 쾌재를 불렀다. 그는 이번 사태와 자신을 엮어서 언론플레이에 집중했다.

이런 노력은 헛된 것만은 아니었다.

미국 재무부 측에서 지난 미팅과 관련해서 사과해 온 것이었다.

잘못된 제보 때문에 실수가 있었다고 스스로 본인들의 잘못을 시인한 것이었다.

[지난 미팅과 관련해서 선을 넘어선 행위를 진심으로 사과합니다!]

최민혁은 쿨하게 사과를 받아줬다. 어차피 재무부 직원은 아무런 힘이 없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었다.

그는 덕분에 이제 마음 편하게 자신이 얻은 모든 인력과 기관을 총동원해서 샐로먼 브러더스의 움직임을 꼼꼼하게 살폈다.

앞으로 이번 일과 관련되는 자금 규모 자체가 어마한 수준으로 커질 것이라 확신했다.

그의 예상은 틀리지 않았다.

조성돈 팀장이 그 점을 지적했다.

“드디어 샐로먼 브러더스 측에서 움직였습니다. 기존 가용 잉여 자원을 총동원했을 뿐 아니라 따로 전문 기관에 용역까지 줬습니다.”

전문 기관은 일종의 홍신소와 비슷한데, 규모가 좀 달랐다.

주로 전직 기관에서 일하는 사람이 뭉쳐 만든 기관이었다.

다행스러운 일이라면 김명준 과장이 그들에 대해서 제법 알았다.

KM 시큐리티를 신설하면서 그쪽 자원을 꽤 빼 왔기 때문이다.

그 자원들은 기꺼이 KM 시큐리티를 위해서 미주알고주알 정보를 다 털어놓았다.

공짜는 물론 아니었다.

인센티브를 제법 줬으니까.

최민혁은 그 결과에 꽤 만족했다.

“좋네요. 캘리포니아 주지사인 매트 퐁 재무장관은 어때요?”

“아무래도 저희 쪽 눈치를 보는 것 같습니다. 미팅 자리에서 보안과 관련된 서류를 작성했는데, 괜한 문제를 만들고 싶지 않아 하는 눈치입니다.”

“이미 아는 사람은 다 아는데, 새삼스러운 이야기를 하는군요.”

“하지만 정말 중요한 자료는 넘기지 않았습니다. 당시 회의실을 찍은 사진 같은 경우 말입니다.”

“다들 너무 소심해요. 그 정도는 돈 받고 팔아먹어도 되는 정보인데.”

최민혁은 어차피 인공지능 미니 드론 정보를 흘릴 생각이라서 사진에 대해서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런데 매트 퐁 재무장관은 생각이 좀 다른 것 같았다.

“그 사진 말인데요. 필요하다면 외부에 흘리라고 말하세요.”

“우리 측에서 말입니까?”

최민혁은 피식 웃었다.

“아니, 공식적으로는 곤란하죠. 비공식적으로 괜찮으니, 정보를 흘리라고 하세요.”

“…그건 잘 알겠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잘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최민혁 실장님은 인공지능 미니 드론을 외부에 알리고 싶으신 겁니까? 아니면 그 반대인 겁니까?”

김명준 과장조차 귀를 쫑긋한 채 조성돈 팀장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최민혁은 어깨를 으쓱했다.

“제가 원하는 것은 샐로먼 브러더스가 이 인공지능 미니 드론 기술을 믿지 않았으면 해요. 하지만 쉽게 이런 결론을 내려서도 곤란합니다.”

“그게 가능할까요? 그쪽도 바보는 아닐 텐데?”

“다른 기술이라면 어렵죠. 하지만 인공지능 미니 드론 기술은 현시점에서는 상용화가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지금 동작하고 있는…….”

“동작만 하죠. 그 내부를 들여다봤습니까?”

최민혁 실장은 의문에 가득한 두 사람을 위해서 최근 이지수 박사에게 받은 인공지능 미니 드론 설계도를 보여주었다.

설계도는 정말 복잡했다.

그물처럼 얼기설기 되어 있어서 도저히 알아볼 수가 없었다.

이전에 조창호 차장이 주먹구구식으로 만든 것을 정리한 것이었다.

그래서 더 복잡했다.

정교하게 다시 그려야 할 내용이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이지수 박사가 프로젝트를 수정하면 도면도 바꾸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해가 됩니까?”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저도 KM 전자 TV 설계 도면을 자주 봤지만 이런 것은 처음 봅니다.”

최민혁은 피식 웃었다. 이지수 박사의 천재성을 2번이나 경험하는 자신도 잘 모른다. 이지수 박사는 엄밀히 말해서 그의 스승이었음에도 그렇다는 말이다.

“이게 문제가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OS와 인공지능이니까요. 이건 어떻게 감당할 겁니까? 지금 낸드 플래시 용량으로 무리가 따릅니다.”

정확히는 무선랜과 K투스를 통해서 서버와 소통하는 방식이다.

그런데 이런 통신 역시 주먹구구식으로 만든 것이 문제였다.

“…이게 동작하는 겁니까?”

최민혁 실장은 두 사람의 황당한 표정을 보고는 피식 웃고 말았다.

“우리 일반인은 알 수가 없는 영역이죠. 아직은 시행착오가 많이 필요합니다. 단적인 예로 인공지능 애니만 해도 이미 10년 넘게 걸린 프로젝트입니다. 하지만 아직도 완성되지 않았습니다. 이지수 박사가 참여했음에도 말입니다. 이걸 상용화할 수 있겠습니까?”

“…하지만 이미 결과가 나와…….”

“압니다. 결과가 나온 거 말입니다. 그래도 안 되는 것은 안 됩니다.”

최민혁이 단언할 수 있는 이유는 전생을 아주 잘 기억하기 때문이다.

그가 보기에 인공지능 미니 드론을 양산화하기 위해서는 더욱 발전된 양산 설비와 저렴한 부품이 필요하다고 확신했다.

‘차라리 스마트폰이 더 빠르지.’

“하면 최 실장님이 원하시는 것은…….”

“정보를 적당히 가공하는 거죠. 굳이 진실을 다 말할 필요는 없습니다. 가공된 정보 일부는 진실일 것이고, 아닌 정보 일부는 거짓일 겁니다. 샐로먼 브러더스가 그걸 알아서 받아들이도록만 하면 됩니다. 제가 어설픈 인공지능 기술을 가지고 적당히 쇼 한다고 생각하게 하는 거죠.”

최민혁이 굳이 이런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있다.

“사실 모건 스탠리가 태도를 바꾼 것 때문에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이들이 그랬다면 샐로먼 브러더스 역시 그럴 수 있어요.”

그나마 다행인 점은 모건 스탠리가 샐로먼 브러더스에게 진실을 말하지 않은 점이다. 그들 역시 최민혁 실장에 대해서 잘 모르면서도 슬쩍 발을 뺀 셈이다.

최민혁은 이런 점을 걱정했다.

“이놈들은 도저히 믿을 수가 없어요.”

그로서는 이번 계획을 그냥 지켜만 볼 수가 없었다.

조성돈 팀장은 그제야 탄식하고 말았다. 샐로먼 브러더스 같은 세계적인 투자 은행이 자기 입맛대로 움직일 리가 없다.

그들이 원한 대로 만들기 위해서는 이쪽에서도 그만한 미끼를 내놓아야 했다.

‘하긴 지금까지 한 일이 다 그 방향이었으니. 아니, 수확을 위한 마무리 작업인가?’

“결국 샐로먼 브러더스는 투자에 무리수를 두겠군요. 다른 투자자가 손을 떼도 샐로먼 브러더스는 끝까지 붙어 있도록 해야 한다는 말씀이군요.”

“그렇죠. 샐로먼 브러더스는 만만한 투자 회사가 아닙니다. 끝날 때까지 계속 지켜봐야 합니다.”

두 사람은 최민혁 실장의 꿍꿍이를 그나마 짐작했다.

“…그러니 인공지능 미니 드론을 증명할 만한 자료를 샐로먼 브러더스 측에 흘리세요. 대신 그들이 이 일을 이상하게 생각해야 합니다. 일테면 우리 측에서 일부러 정보를 흘리도록 했다는 흔적을 발견하도록 말이죠.”

“…알겠습니다.”

* * *

킬리언 시몬스는 일을 진행하면서 몇 가지 이상한 점을 느꼈다.

인공지능 미니 드론과 관련된 정보를 얻는 것이 생각보다는 쉬웠다.

그는 이 점을 더 파악하려고 할 때 데릭 모건 이사에게 호출을 받았다.

[잠깐 내 사무실로 와보게.]

[…알겠습니다.]

그로서는 거절하기 힘든 지시였다.

같은 직급이라고 해도 킬리언 시몬스 자신과 데릭 모건은 격이 좀 달랐다.

데릭 모건은 앞으로 샐로먼 브러더스를 이끌어갈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왠지 이번 일이 ‘최민혁 실장’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했다.

‘괜한 짓을 한 것일까?’

샐로먼 브러더스의 데릭 모건 이사는 MPEG-2와 CDMA 때문에 한동안 골머리를 앓았다. 파면 팔수록 놀라운 결과를 발견했다.

당장 눈에 보이는 이익이 중요하지 않았다.

정작 더 신경을 써야 하는 것은 앞으로 10년, 그다음 10년이었다.

이 기술이 세상에 뿌리를 내리게 되면 가지게 될 영향력이 어마어마했다.

그는 결국 혼자 이 일을 파지 않았다. 필요하다면 미국 하원이나 상원 쪽 담당자를 만나 넌지시 이야기도 해보았다.

그런데 그들도 바보는 아니었다.

자신이 최민혁 실장을 언급하자 뒤늦게 그의 정보를 파악한 것이었다.

‘다행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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