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재벌 3세는 조용히 살고 싶다-770화 (767/1,021)

#770.

워낙에 이곳 지역에 오랜 시간 살았던 사람이라서 의심하지 않은 것뿐이다.

심지어 인쇄 사업 역시 마찬가지다. 경기가 나빠서 사업을 접었다. 그런 상황에서 망한 공장을 내버려 둔 것에 불과했다.

최민혁은 갈등하는 이들을 보고는 피식 웃었다. 그는 셜록 홈스처럼 자기 추측을 말했다.

“그 인쇄 사업을 접었다고 했죠? 그 접은 시기가 5~6년쯤 전 아닙니까? 세 자매가 납치된 시기와 딱 맞는 것 같네요.”

“……!”

그제야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최민혁은 씩 웃고 말았다. 윌슨 부부의 범행이 발견된 것도 따지고 보면 허가 없는 종교 활동 때문이었다. 그런데 꼭 그런 것을 고려하지 않아도 윌슨 부부의 행동은 석연치 않았다.

몰리 존스 경위는 그제야 동영상을 꼼꼼하게 살핀 후에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일단 한번 살펴봐야 할 듯합니다.”

이에 반론을 제시한 이들은 없었다.

***

자레드 설린 경위는 지금 이 상황이 무척 마음에 들지 않았다.

윌슨 부부는 이 지역 유지로 지역 사회를 위해서 꽤 많은 활동을 했다.

그런 활동은 애정이 없으면, 절대로 할 수가 없는 일이었다.

그는 솔직히 최민혁 실장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무슨 꿍꿍이가 있어!”

제레미 베이커 경사는 그런 자레드 설린 경위의 행동에 한숨을 내쉬었다.

“최민혁 실장을 의심하는 것과 윌슨 부부 행동이 이상한 것은 전혀 다른 문제가 아닐까요?”

“이봐, 제레미, 넌 10년 넘게 잘 살아온 사람을 의심하는 게 맞는 거 같아? 갑자기 들이닥친 최민혁 실장을 이상한 눈으로 지켜봐야 하는 거 아니야?!”

“전 잘 모르겠습니다. 최민혁 실장이 무슨 다른 꿍꿍이가 있을 수는 있습니다. 기업가이니까요. 하지만 윌슨 부부 행동이 석연치 않은 것은 사실입니다.”

이들이 도착한 곳은 다름 아닌 월슨 부부의 집 바로 앞이었다.

철책으로 빙 둘러싸인 문 입구는 어지간한 장갑차로 들이박아도 꿈쩍도 하지 않을 것 같았다.

몰리 존스 경위는 이상한 점을 느꼈다. 그는 따로 자신이 조사했던 결과 일부를 말했다.

“윌슨 부부는 이미 10년 전에 성폭행, 납치로 실형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

자레드 설린 경위는 눈을 크게 뜨고 말았다. 그로서는 지역 유지가 범죄 전과가 있다는 것을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저도 조사하기 전까지는 몰랐던 사실입니다.”

“거, 거짓말이지?”

“아뇨. 사실입니다. 몇 번이나 확인한 사실입니다.”

몰리 존스 경위는 벨을 누른 후에 기다리면서 자신이 조사한 내용을 말해주었다.

“이들 부부는 가석방을 받은 후에 샌프란시스코 외곽에 쭉 살았습니다. 사실 퇴직금으로 산다고 합니다만 그걸 믿을 수도 없습니다.”

이들이 한창 대화 중에 마침 필립 월슨이 문을 열었다.

갑작스러운 지역 경찰의 방문은 그로서도 당황스럽기만 했다.

“자, 자레드 설린 경위님, 가, 갑자기 무슨 일입니까?”

자레드 설린 경위가 결국 나섰다.

“아, 죄송합니다. 신고가 들어와서 잠깐 집 안을 확인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네? 신고라뇨?”

그는 웃으면서 이번 방문이 그저 요식적인 절차라는 점을 보였다.

“이곳에서 마약을 한다는 소리가 있습니다. 그래서 형식적으로라도 확인을 해봐야 합니다.”

“아, 네.”

“그저 형식적인 조사입니다.”

필립 월슨은 갑작스러운 상황에 영장이 있느냐고 묻지도 못했다. 지금 이 상황을 도저히 이해하기 힘들어서였다.

그는 곧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런 신고는 과거에도 몇 차례 있었기 때문이다.

‘별일 아니겠지.’

***

인쇄 공장 내부는 텅텅 비어 있었다.

윌슨 부부는 처음과는 달리 경찰 분위기가 이전과는 다소 달라서 불안했다. 오늘은 사뭇 다른 행보를 보였기 때문이다. 그들은 갑자기 지역 경찰이 안으로 들이닥칠지는 몰랐다.

몰리 존스 경위는 집 안을 둘러보면서 윌슨 부부의 얼굴을 자세히 살폈다. 그는 최민혁 실장이 한 말을 그냥 한 귀로 흘리지 않았다.

자레드 설린 경위는 웃으면서 이 일을 금방 끝내겠다고 하는 모습을 지켜만 봤다. 그는 심지어 윌슨 부부를 위안해 주었다.

그런데 답하는 윌슨 부부의 시선이 계속 자신을 의식하는 듯했다.

심지어 그들은 제레미 베이커 경사가 집 밖을 둘러보는 것을 안절부절못한 채 지켜보았다. 그들의 안색은 바위처럼 딱딱하게 굳었다. 이마에는 식은땀이 주르르 흘러내렸다. 몸이 안 좋다는 말로 변명하지만, 평소와는 많이 달랐다.

‘이상하군.’

몰리 존스 경위는 수색보다는 오히려 제레미 베이커 경사의 동선을 더 살폈다. 그는 제레미 베이커 경사에게 손짓했다.

“제레미 경사, 그쪽으로 계속 가봐!”

“이쪽으로요?”

집 측면에는 나무가 잔뜩 쌓여 있어서 들어갈 수가 없었다.

하지만 윌슨 부부는 그 모습에 화들짝 놀라서 말리려고 했다.

몰리 존스 경위는 그제야 최민혁 실장이 한 지적이 틀리지 않다는 것을 깨닫고는 큰 걸음으로 제레미 베이커 경사 쪽으로 다가가서 주변을 살폈다.

얼핏 봐서는 나무가 가득 쌓여 있어서 뒤로 들어갈 수가 없었다.

그런데 집 안으로 들어가도 집 뒤쪽으로 들어갈 수가 없었다.

뒤쪽 문도 막혀 있었다.

‘정말 이상하네.’

몰리 존스 경위는 그럼에도 쉽게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쌓여 있는 나무 장작 일부를 하나씩 빼서 살펴보았는데, 마침 성인 한 명이 허리를 숙여야 들어갈 수 있는 통로를 찾았다.

그는 힐끗 윌슨 부부의 얼굴을 살폈다. 그들 얼굴은 공황에 빠져 있었다.

‘…여기군.’

***

자레드 설린 경위는 몰리 존스 경위 행동에 어이가 없어서 소리쳤다.

“몰리 경위, 도대체 뭘 하는 거야? 정말 최민혁 실장 말을 믿는…….”

하지만 그도 입을 다물고 말았다. 장작 사이로 나 있는 길을 통해서 나왔을 때 마주한 곳이 다름 아닌 통나무집이었다.

그런데 이상한 점은 통나무집의 창문이 가려져 있었다. 소리가 외부로 나가지 않도록 밀폐되어 있었고, 입구는 쇠사슬로 막혀 있었다.

윌슨 부부는 그제야 상황을 눈치를 채고는 다급하게 막았다.

“아, 안 됩니다. 여, 영장, 그래 영장을 가져…….”

몰리 존스 경위는 이미 그 쇠사슬을 강제로 풀어버렸고, 문을 바로 차버렸다.

쾅 소리와 함께 열린 문.

그 안은 보기와는 달리 꽤 넓었다. 적어도 50평은 되어 보였으니까. 놀라운 점은 그 안에 일정한 간격으로 침대가 놓여 있었다.

그 침대 위에는 쇠사슬에 묶인 9명의 소녀가 겁을 먹은 채 그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들 앞에 놓인 것은 바로 윌슨 부부가 사 갔던 생필품이었다.

“……!!!”

몰리 존스 경위는 분노에 부들부들 떨었다. 쇠사슬에 묶여 있는 소녀 아홉 명은 마치 중세 시대 노예의 모습이랑 별반 다르지 않았다.

아홉 명의 소녀 중에 세 명은 지역 경찰 내에서도 유명한 세 자매였다. 그녀의 부모들이 매월 지역 경찰을 찾아왔기 때문이다.

“……!!!”

벌써 5년이나 지났다.

세 자매는 마치 노예처럼 비참한 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제야 난리가 났다.

자레드 설린 경위는 패닉에 빠졌다. 그가 물고 있던 담배가 바닥에 떨어져도 알아보지 못했다.

“마, 말도 안 되는…….”

제레미 베이커 경사는 윌슨 부부가 도망치는 것을 붙잡아서 쇠고랑을 채웠다.

몰리 존스 경위는 헛웃음을 터뜨리면서 지원 요청을 했다. 그 역시 최민혁 실장 말이 맞을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정말이었어. 아니, 이게 말이 되는 거야? 사전에 이런 일을 예상하지 않고서야…….’

하지만 최민혁 실장이 찾아낸 이 장소는 KM DVR 장비가 없었다면 알 수가 없는 곳이었다. 그걸 다 운이라고 할 수 있을까. 아니었다.

‘도대체가.’

***

최민혁 실장은 난리가 난 인쇄소 공장 모습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이미 인쇄소 앞에는 최민혁 실장이 흘린 정보를 들은 미국 언론이 죄다 몰려와 있었다.

그들 중에는 톰 피트 기자 역시 있었다.

그는 이미 최민혁 실장을 연락을 받아서인지 최민혁에게 먼저 접근했다.

“대단하십니다.”

“천만에요. 운이 좋았을 뿐입니다.”

“하지만 제가 지역 경찰에 들은 내용과는 많이 다르더군요. 모든 일이 최민혁 실장님 덕분에 진행된 일이었어요. KM DVR 설치부터 시작해서 동영상 파일 검토까지 말입니다. 심지어 윌슨 부부 집에 대한 추적은 그저 놀랍다는 말로도 부족합니다.”

“부인하지 않겠습니다.”

그는 톰 피트 기자에게 상세한 내용을 하나씩 설명해 주었다.

굳이 다른 언론사에 앞서서 톰 피트 기자에게 기회를 준 것은 객관적인 시각 때문이다.

자신이 원하는 바를 그대로 전할 필요가 있었다.

“으음, 다시 말하지만, 이번 일은 우리 KM 센서에도 큰 도움이 될 뿐 아니라 벨린 투자에도 좋은 영향을 줍니다. 그러니 가능하면 기술적인 부분에 더 집중해 주세요. 특히 MPEG-2의 미래 가치에 대해서 말이죠.”

“…알겠습니다.”

괜히 다른 미국 언론사가 수작을 부릴 수도 있으니까.

그는 힐끗, 차량에서 내린 중년 여인이 허겁지겁 뛰어오는 것을 발견했다.

톰 피트 기자의 카메라가 바로 작동해서 그녀의 모습을 찍었다.

그녀는 구출된 세 자매의 비참한 목소리에 넋을 놓고 울었고, 그나마 늦게라도 세 자매를 찾게 된 것에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몰려온 기자들 역시 이 황당한 사건과 그 결과에 매우 놀랐다.

당시 세 자매가 실종된 후에 지역 경찰과 FBI가 총동원해서 주변을 찾아다녔는데, 결국 찾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특히 뒤늦게 연락을 받고 나타난 FBI는 얼굴을 들지 못했다.

그리고 이 사건으로 가장 주목을 받은 것은 역시 벨린 센서의 디지털 CCTV였다.

최민혁은 뜨거운 미국 언론의 관심사를 보면서 히죽 웃었다.

아니, 그는 자신이 입은 양복을 다시 한번 확인하고는 천천히 걸었다.

그 모습을 발견한 기자들은 그제야 최민혁 실장이 누구인지 파악했다.

[마, 맙소사 최, 최민혁 실장이다!]

한창 세 자매와 다른 여섯 명의 소녀 취재에 정신이 없던 기자들이 앞다투어서 최민혁 실장 앞으로 몰려왔다.

최민혁은 우선 세 자매 부모에게 감사의 인사를 받았다.

세 자매 부부는 눈이 퉁퉁 부을 정도로 눈물을 흘리면서 감사 인사를 전했다.

세 자매와 포옹은 덤이었다.

그는 헐리우드 명배우가 울고 갈 정도의 연기에 집중했다.

나름의 효과는 있었다.

그다음에 세 자매 구출에 대한 감동의 눈물 한 방울 정도 흘린 후에 임시로 만들어진 기자 회견장 앞에서 목소리를 천천히 울렸다.

[이번 일은 KM 센서에서 만든 DVR 장비로 말미암은 성과입니다. 물론 이곳 지역 경찰이 많은 도움을 줬습니다. 그 덕분에 납치된 아홉 명의 소녀를 구할 수가 있었습니다.]

정말 충격적인 일은 아홉 명의 소녀 중에 여섯 명의 건강 상태가 극히 좋지 않았다는 것이다. 발견이 조금만 늦었더라면 몇 달 안에 몇 명이 죽었을 수도 있었다.

‘정확히는 여섯 명 다 죽겠지. 아니, 어쩌면 사망자가 더 있었을 수도!’

그런 결과는 미래에도 밝혀지지 않았다.

윌슨 부부가 그 범죄까지 토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굳이 그가 이런 주장을 할 필요는 없었다.

기자들이 알아서 최민혁 실장의 추리를 기사로 내보낼 테니 말이다.

최민혁은 뜨거운 미국 언론의 관심에 자연스럽게 하나씩 대답하기 시작했다.

[네, 솔직히 이번 일은 제가 오로지 미국 사회를 위하는 마음으로 이번 사업을 서둘렀습니다. 손해도 많이 봤습니다. 하지만 제 마음은 딱 하나였습니다. 제가 번 수익을 사회에 다시 돌려주자는 그 각오였습니다. 이번엔 그저 운이 좋았던 것 같습니다. 이번 일을 통해서 미국 사회에 더 많은 기여를 할 생각입니다!]

악어의 눈물이라고 할까.

최민혁의 속내를 잘 모르는 이들은 그저 최민혁의 인터뷰 모습에 감동할 뿐이었다.

“…….”

그들 중에는 지역 경찰도 있었다. 그들은 그제야 최민혁 실장이 왜 샌프란시스코의 외곽에 있는 지역 경찰을 찾아와서 이런 일을 벌였는지 뒤늦게 깨달은 것이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의아했다. 도대체 윌슨 부부의 납치 사건을 어떻게 알았는지 말이다.

‘정말 알 수가 없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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