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재벌 3세는 조용히 살고 싶다-724화 (724/1,021)

#724.

정성근 대리는 이런 배종대 과장을 자극했다.

“겨우 8% 지분으로 2조 6천억이라니. 결국, 40% 지분 가치가 13조란 것이 마냥 과장된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언론이 연일 이거 가지고 씹던데, 이런 식이라니.”

이미 조성돈 팀장에게 전화를 받은 박상기 차장 역시 깊은 한숨을 내쉬고 말았다. 사실 이번 주식 블록딜은 좋은 일이었다. 아니, 레전드한 일이었다.

그가 한숨을 쉰 이유는 KM 전자 전 직원이 미친 듯이 매달려서 작년 한 해에 벌어들인 매출보다 주식 매각 대금이 더 컸기 때문이다.

“최 실장님은 진짜…….”

주식에 별로 관심이 없는 이정원 과장조차 신문을 뚫어지게 쳐다보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2조 6천억이라니. 도대체 뭘 어떻게 해야 저게 가능한 일이지?”

다들 최민혁 실장이 에플 대주주란 말에 제대로 실감하지 못했다.

에플 주가가 올라도 남의 일이다.

에플 시가 총액이 어쩌고 해도 피부에 와닿지 않는 이야기였다.

그런데 현금은 좀 달랐다.

2조 6천억은 말이다.

그나마 가장 빨리 이성을 차린 박상기 차장이 툴툴거렸다.

“너무 넋 놓고 신문만 보지 마. 이게 막상 좋은 일은 아니니까.”

배종대 과장이 슬쩍 질문했다.

“저도 이야기는 들었는데, 에플 공매도와 관련해서 뭔가 있다면서요?”

“그러지. 어쩌면 에플 주가가 조정을 받을 때 주가가 폭락할 수도 있어.”

그제야 다들 정신을 차렸다. 그들도 쉽게 반박하지 못했다.

주식을 해보지 않아도 주가가 계속 상승만 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되기 때문이다.

이번 에플 주가 폭등 사태는 여러 가지 이슈 때문에 터진 것이고, 실제로 뚜껑을 열어본 후에는 달라질 것이 뻔했다.

박상기 차장은 그제야 팀 분위기가 가라앉자 다시 입을 열었다.

“조 팀장님이 보안 때문에 자세한 것은 말하지 않았어. 그냥 대충 그렇다면 알아.”

배종대 과장이 발끈했다.

“아니, 이미 말을 하고서야 자세한 이야기를 피하는 것은 너무하지 않습니까?”

“왜? 배 과장도 에플 주식 투자나 하려고? 이미 끝난 일이야. 지금 너무 많이 올랐어. 그 이상 오르기는 힘들 거야.”

“지금 봐서는 더 오르는 분위기인데요? 오늘 에플 주가가 20달러를 넘었습니다!”

그가 실제로 보여준 것은 인터넷 웹서핑을 통한 자료였다.

비록 너무 느려서 자세한 에플 주가 차트를 확인하기는 어려웠지만 지금 에플 주가 자체만을 볼 수는 있었다.

20달러를 넘어섰다.

13달러 블록딜 거래였으니, 20달러를 넘어선 것이 이상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불과 몇 달 전의 에플 주가가 고작 1달러였다는 것을 감안하면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코스닥 작전주는 시가 총액 자체가 한계가 분명했다.

에플 시가 총액은 무려 26조가 넘어서 30조에 가까웠다.

박상기 차장도 배종대 과장의 지적을 모르지 않았다. 하지만 그도 자세한 내막까지는 몰랐다. 이번 에플 주식을 둘러싸고 일어난 일에 대해서 말이다.

“어렵게 생각할 필요가 없잖아. 지금 에플 공매도 현황을 봐. 에플 주가가 내려간다고 다들 우기고 있잖아. 그런데 그러려면 총알이 있어야지. 갑자기 총알을 마련하리니, 탈이 날 수밖에 없잖아. 최민혁 실장님은 그 사이에 재미를 본 거야.”

“코스닥 작전주라면 그렇게 하죠. 하지만 에플 주식을 그런 식으로 굴리는 것은…….”

“어렵지. 최민혁 실장님이 참 대단한 분이란 것을 검증한 거야. 그러니 다들 최민혁 실장님이 시킨 일에 집중하자.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많아. 당장 핸드폰 업체를 만나야 하잖아!”

“…네.”

다들 그제야 회의실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들은 정말 할 일이 많았다. 다만 그들도 ‘2조 6천억 블록딜’이라는 신문 기사에서 쉽게 눈을 돌리지 못했다.

그들도 최민혁 실장 행보에 대해서는 대충 짐작하는 바가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게 2조 6천억을 벌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진짜 불가사의야.’

* * *

“2조 6천억이라니.”

최문경 부회장은 결국 줄담배를 피우면서 오늘 조간 기사를 살폈다. 그는 오늘 발간된 모든 조간 기사를 일일이 다 살폈다.

비서실 통해서 편집된 보고서가 올라왔지만, 그냥 무시했다.

숨이 막혀서 비서실 보고를 기다릴 수가 없었다.

도저히 이 상황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자신이 비자금을 샐로먼 브러더스 에플 관련 팀에 넘긴 후에 일어난 일이었다.

혹시 자기 돈이 저 블록딜 거래에 들어갔는지 몇 차례 확인했다.

샐로먼 브러더스 대답은 아주 간단했다.

[그건 대답해 줄 수 없습니다.]

[나한테 그럴 겁니까?]

[이번 투자는 부회장님이 혼자 단독으로 하는 일이 아닙니다.]

[내 자금이 고작 일부에 불과하다는 뜻입니까?]

[네. 당장 이번에 들어간 자금만 20억 달러가 넘습니다.]

[일부 정보만 볼 수는 없겠습니까?]

[그건 우리 규정에 위반되는 일입니다. 이미 계약서에 명시되어 있습니다. 부회장님이 우리 샐로먼 브러더스의 VIP 고객인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부회장만이 VIP인 것은 아닙니다.]

실제로 샐로먼 브러더스는 세계적인 투자 회사로 미국에서 다섯손가락 안에 꼽힌다.

그들이 최문경 부회장에게만 특혜를 줄 수는 없는 일이었다.

애초에 이번 에플 공매도 작업은 여러 세력이 얽혀 있었다.

최문경 부회장의 자금도 다 쪼개져서 투자가 진행된 것이었다.

다만 최문경 부회장도 돌아가는 투자 스토리를 모르지는 않았다.

“이거 정말 괜찮겠지?”

권재홍 비서실장도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이봐, 권 실장.”

“저는 샐로먼 브러더스 투자에 대해서는 잘 모릅니다.”

“아, 그렇지.”

최문경 부회장은 그제야 아차 싶었다. 벨린 투자를 통해서 번 비자금은 자신이 직접 관리했다. 정확히는 샐로먼 브러더스를 통한 위탁으로 말이다.

그는 이런 내막을 잘 모르는 권재홍 비서실장의 표정이 평소와 다른 것을 깨달았다.

“내가 권 실장에게 꼭 그 자금을 비밀로 할 생각은 없었어. 잘 알잖아. 원래 벨린 투자에서 관리하던 자금이란 것을.”

“저도 알고 있습니다. 세금 때문에 따로 관리한 자금이라는 것을요.”

하지만 최문경 부회장 최측근이라 할 수 있는 권재홍 비서실장 처지에서 이번 일이 썩 마음에 든 것은 아니었다.

그 자신도 모르는 딴주머니를 차고 있으니 말이다.

그는 솔직히 겉으로 내색하지는 않아서 그렇지 감정이 많이 상했다.

오직 최문경 부회장을 회장으로 올리기 위해서 사력을 다했으니.

정작 최문경 부회장은 그럼에도 비자금에 대해서 자세한 것을 말하지 않았다.

최문경 부회장도 한숨을 내쉬었다.

“이번 일이 끝나면, 그 자금 관리도 자네에게 맡길 거야.”

“그렇습니까.”

그제야 권재홍 비서실장의 굳은 얼굴이 부드럽게 바뀌었다.

최문경 부회장은 혀를 차다가 다시 조간 기사를 살폈다.

그는 기사를 읽으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기사 내용을 보면 여러 가지 추측성 기사가 있었다. 이런저런 다양한 음모론을 동반한 기사 말이다.

최비어천가를 부르던 언론 중에 일부는 그제야 정신을 좀 차린 것이다. 다만 그들이 말하는 부분 역시 최민혁 실장이 원한 그림대로였다.

그러니 이런저런 이상한 음모론도 많이 나왔다.

하지만 이번 KM 전자 자금 출처는 완벽하게 공개가 된 것이었다.

국세청도 이미 사전에 알고 있는 내용이니까.

다만 에플 초기 투자 자금 1조의 8%, 즉 800억으로 무려 2조 6천억까지 불렸다. 그것도 한국이 아니라 미국에서 말이다.

더욱이 이것도 최민혁 실장이 에플에 직접 손을 써서 이렇게 한 것이다.

운이라고는 단 한 톨도 없었다.

‘진짜 대단한 놈이다.’

이렇게 명확한 일 처리였으니, 국내 국세청 같은 조직에서도 최민혁에게 태클을 걸기 어려울 것이다.

‘배가 많이 아플 거야.’

최문경 부회장은 물론 지금 국세청에게 공감을 할 타이밍은 아니었다. 그는 권재홍 비서실장이 계속 침묵하자 자리에서 일어났다.

“장 실장, 자리에 있지?”

권재홍 비서실장 역시 장승일 실장을 찾아가서 이번 사태를 확인했다.

“네, 제가 10분 전에 확인했을 때는 자리에 있었습니다.”

그는 말없이 부회장실을 나섰다.

권재홍 비서실장은 최문경 부회장의 뒤를 따랐다. 그의 안색 역시 평소와는 달리 좋지는 않았다. 이번 일은 그만큼 그에게도 충격적이었다.

‘2조 6천억이라니.’

* * *

최문경 부회장의 영향력은 KM 그룹 내에서 날이 갈수록 줄어들었다.

단순히 최민혁 실장 때문이 아니라 최영란 본부장 때문이다.

최영란 본부장은 KM 그룹 구조조정 후에 계속 자신의 영향력을 키웠다. 그는 비메모리를 중심으로 해서 KM 산업에도 자기 측근 수를 늘렸다.

KM 그룹 임직원들이라면 이 사실을 잘 안다. 그들은 특히 최영란 본부장의 배후에 최민혁 실장이 있다는 것도 알았다.

그들은 특히 최민혁 실장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도 들었다.

주식 투자의 신이라든지 이런 것 말이다.

다만 말만 돌았을 뿐이다.

실제로 최민혁 실장의 성과에 대해서는 몰랐다.

최민혁 실장을 내사한 국세청 직원이거나 아니면 이 정보를 얻은 이들만이 최민혁 실장의 구체적인 능력을 알았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이번 에플 주식 블록딜 거래는 투명한 성과이자 최민혁 실장의 능력에 대한 증거였다.

KM 그룹 본사를 오가는 임직원들의 입에서는 탄식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우리 최 실장님 능력은 정말 놀랍다는 말로도 부족한 것 같아.]

[왜? 일전에 주식은 팔아서 통장에 들어와야 진짜라면서?]

[그래서 하는 말이잖아. 지금 통장에 들어왔으니까. 그것도 2조 6천억 말이야.]

[네가 고집을 꺾다니, 우리 최 실장님이 대단한 것 같다.]

[이건 고집을 피운다고 될 일이 아니잖아. 백억, 이백억은 그럴 수 있어. 그런데 천억 넘어가면 이야기가 많이 달라. 이 정도 자금으로 투자 수익을 벌기가 정말 어려워.]

500억 정도 투자라면 전체 시가 총액 중에 일부라서 들어갈 때와 나갈 때는 큰 부담이 없다.

그런데 투자 규모가 3천억, 5천억, 1조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시가 총액 일부를 차지하니까.

만약 이 자금을 갑자기 빼 버리면 우물 자체가 망가진다.

그렇다고 자금을 쪼개서 투자하는 것은 더 어려운 일이었다.

[그렇지. 2조 6천억이라. 이 정도 대규모 자금은 정말 그렇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최문경 부회장도 무시할 수는 없어.]

[그건 무슨 소리야? 설마 최문경 부회장도 투자 대박을 냈다는 거야?]

[벨린 투자 통해서 꽤 투자 대금을 벌었다는 소리가 있어.]

[그건 처음 듣는 소리인데?]

[나도 얼마 전에 들었어. 그리고 생각해 봐. 부회장님이 조용하잖아. 그건 그만큼 믿을 것이 있다는 소리니까.]

[아니, 그런 게 있으면 왜 사전에 말하지 않는 거야?]

[해외 비자금이란 소리가 있으니까.]

[왜 그런 이야기가 갑자기 나와?]

[최근 부회장님 능력에 대한 말이 나왔잖아. 아무래도 그걸 어느 정도 무마하려고 일부 정보를 흘린 것이 아닐까. 지금도 봐. 2조 6천억 수익 때문에 난리잖아. 안 그래도 최 부회장이 계속 최민혁 실장님에게 밀린다는 소리가 나오니까.]

[아하.]

두 사람은 서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최문경 부회장을 발견하자 쪼르르 비상구로 도망쳤다. 괜히 눈에 띄어서 좋을 것이 없다고 생각한 것이었다.

“…….”

최문경 부회장은 잠깐 섰다가 이를 갈았다. 그는 자기 꼴이 참 우습다고 생각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이미 샐로먼 브러더스를 통해서 투자해 뒀다는 점이다.

다만 그는 지금 자신의 처지가 참으로 한심스럽기만 했다.

‘그나마 늦게라도 투자를 해서 다행이다.’

그로서는 아직도 자신의 처지를 전혀 이해하지 못해 있었다.

결국 자신이 토해낸 비자금의 일부가 결국 최민혁 실장의 수작이란 것을 말이다.

* * *

최문경 부회장은 사전에 통보도 없이 전략 기획실 안으로 들어갔다.

그가 들어서기 전에는 기획 조정실 내에 이런저런 소리가 나왔는데, 지금은 침묵만이 감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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