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재벌 3세는 조용히 살고 싶다-723화 (723/1,021)

#723.

사모펀드나 헤지펀드가 투자할 때 들어가는 자금 일부는 손실을 보고, 다른 일부는 이익을 볼 수 있다. 따라서 이것 전체를 하나로 봐야 했다.

최문경 부회장의 투자 자금 역시 마찬가지다.

이 자금이 다 쪼개져서 분산되기는 했지만, 어쨌든 이번 에플 주식 매입에 투입된 것이었다.

“다행이네요.”

조성돈 팀장도 마쿨라 이사의 자금 내역서를 넘기면서 입을 열었다.

“저기 그런데 어떻게 아신 겁니까?”

“최문경 부회장님이 끼어들 거라는 거 말인가요?”

“네. 13달러면 확실히 무리수입니다.”

“그렇죠. 지금 당장은 말도 안 되는 거품이죠. 수급이 주가를 끌어올릴 것이니까. 아마 우리 최문경 부회장님이 직접 투자했다면 밀어붙이지 않았을 겁니다.”

거기에 한 가지가 더 있었다.

바로 최용욱 회장과 최두진 사장의 에플 투자 초대박 말이다.

이 두 사람이 에플에 투자한 시점도 에플 주가가 2달러가 안 되느니 시점이었다.

그러니 이들 투자 수익 역시 최민혁 실장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최문경 부회장이 뒤늦게 이 소식을 듣고는 시기심에서 미쳐 날뛰었다.

사실 에플 공매도에 끼어든 것은 이런 질투심의 발로였다.

조성돈 팀장 역시 최민혁의 말에 그저 최문경 부회장의 시기심을 추측할 뿐이었다.

“최문경 부회장님 성격상 이런 일을 한 분이 아니라는 말씀이군요. 샐로먼 브러더스를 통한 투자이기에 이렇게 일이 진행된 것이고요.”

“하하하.”

최민혁도 목젖이 보여라 호탕하게 웃고 말았다. 그는 솔직히 이번 일로 최문경 부회장의 막대한 비자금 일부를 끌어낸 것에 만족했다.

‘쉽지 않았어.’

생각해 보면 최문경 부회장과의 싸움이 이제 시작되었다고 해야 했다.

최문경 부회장은 참으로 신중하고 집요한 인물이었다.

이제는 최문경 부회장도 에플 공매도 플랜에서 중간에 손을 뗄 수가 없을 테니 말이다.

“탐욕 때문이죠.”

“네? 물론 그건 압니다. 하지만…….”

“아뇨. 자금 규모가 크다고 해서 다르게 생각하지만, 본질은 달라지지 않습니다. 과거 우리 부회장님은 에플 주가가 폭등하면서 재미를 못 봤죠. 더욱이 제가 그 이익을 대부분 차지했습니다. 제 반대편에 선 최문경 부회장은 얼마나 질투가 나겠습니까.”

“그렇기는 하지만…….”

“최문경 부회장님 혼자였다면 무리수를 두지 않았을 겁니다. 그런데 옆에는 샐로먼 브러더스와 모건 스탠리가 있어요. 심지어 마쿨라 이사 같은 반스티븐 세력도 있고요. 그들과 힘을 합쳤는데, 질 것이라 생각하지 않을 겁니다.”

“하긴.”

조성돈 팀장도 혀를 내둘렀다. 그도 문득 반 최민혁 세력 구성원을 떠올리자 가슴 한구석이 서늘했다. 사실 어지간한 국가 경제를 송두리째 밟아버릴 만한 세력이 샐로먼 브러더스와 모건 스탠리였다. 그들 두 세력이 힘을 합쳤고, 여기에 사모펀드, 심지어 헤지펀드까지 같은 편을 먹었다.

아무리 최문경 부회장이 새가슴이라고 해도 반최민혁 세력에서 떨어져 나가기 어려웠다.

“이보다는 우리 최문경 부회장은 도박판에 판돈을 더 올릴 겁니다. 아니, 그렇게 해야겠죠. 국내 최문경 부회장 파벌도 움직일 겁니다. 자, 지금부터 해야 할 일은 스티븐에 대한 안 좋은 측면을 조금씩 부각하게 시키는 겁니다. 아직 애니의 진정한 성능은 안 밝혀졌으니, 말이죠. 애니 CF 가짜 광고를 활용하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무슨 말인지 아시죠?”

“…네.”

조성돈 팀장은 대답하면서도 한숨을 내쉬고 말았다. 그는 최민혁 실장이 한국 내에 증권 회사를 선동질해서 이번 에플 공매도 세력을 부추기라는 의미를 알아들은 것이었다.

‘다른 곳은 몰라도 한부 그룹, DL 그룹, 오성 그룹, 특히 최문경 부회장 쪽에서는 이번 일에 매달릴 거야. 제발 엄한 피해자만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 * *

박광민 사원은 평소처럼 아침 출근길에 지하철을 이용했는데, 어제 야근 때문에 지하철 안에 들어와서도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도 옆에서 들리는 소리에 귀를 쫑긋할 수밖에 없었다.

최민혁 실장의 이름이 나왔기 때문이다.

[이 뉴스, 정말일까?]

[CNN이 가짜 뉴스를 내보낼 리는 없잖아.]

[하지만 너무 황당해서 하는 소리잖아. 에플이라면 불과 작년에만 망해간다는 소문이 자자한 회사였잖아. 그런 회사 주가가 13달러를 넘은 것도 황당한데, 블록딜이라니.]

[그게 아니었나 보지. 최근에 에플 주가가 계속 올랐으니.]

[그래도 그렇지. 불과 1달러에 불과했던 주가가 어떻게 18달러까지 넘어가. 아니, 그건 그렇다고 하자. 블록딜로 8% 지분을 거래하다니, 이게 말이나 되는 소리야?!]

[하긴.]

두 사람이 떠드는 이야기에 앞에 서 있는 이들조차 신문 너머로 쳐다보았다.

신문 1면에는 ‘최민혁 실장, 선 마이크로시스템에 에플 지분 8%를 2조 6천억에 매각하다!’라고 나와 있기 때문이다.

원래는 KM 전자가 가진 에플 주식을 선 마이크로시스템에 매각했다가 정확했다.

언론사는 이 내용을 자극적인 문구로 바꾸었다.

그걸 탓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다들 최민혁 실장 이름을 떠올릴 뿐이다.

[와, 이게 정말입니까?!!!]

한 사람만 놀란 것이 아니었다. 옆자리에 있는 이들도 화들짝 놀랐다. 그들 역시 최민혁 실장에 대해서 들어봤기 때문이다.

국내 스폰남(?)이라는 악명도 있지만, 그보다 더한 악명도 있었다.

작년에 에플 지분 40%를 매집하면서 대한민국 최고, 아니, 전 세계 최고의 호구란 소리도 들었기 때문이다.

다행이라면 에플 주가가 계속 올라가면서 국내 최고의 호구에서 다시 투자의 신이라는 소리를 듣고는 있지만 말이다.

다만 이건 어디까지나 에플 주식 가치가 올라서였다.

실제로 에플 주식이 아직 현금으로 바뀌지 않았으니 말이다.

더욱이 최민혁은 에플 대주주인 터라 에플 주식을 매각하기도 쉽지 않았다.

당시 최민혁을 미친놈이라고 취급했던 이들은 이 지하철 안에도 가득했다.

“…….”

그들은 충격과 패닉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했다. 당시 최민혁이 투자한 1조 중에 고작 8%만 이익 실현을 했는데, 그 금액이 무려 2조 6천억이었다.

천문학적인 금액이라서 현실성을 느끼지 못한 것이었다.

[맙소사. 하면 최민혁 실장이 이런 미래를 이미 알고 있었다는 말이야?]

[그건 아니지. 최민혁 실장이 스티븐을 다시 CEO에 맡긴 후에 꾸준한 구조조정을 밀어붙였잖아. 에플 분위기도 결국 바뀌었고.]

[아, 맞다. 그랬지. 결국, 망해가는 에플을 인수해서 회사 체질을 바꾼 후에 주식 일부를 매각해서 대박을 쳤다는 거야?]

[정확히는 8%지. 그거 산 값이 1조 기준으로 보면, 800억 정도인가. 하, 생각하니, 황당하네. 800억 투자해서 2조 6천억을 벌다니. 씨발, 이걸 믿어야 하는 거야?]

에플 주가가 4달러, 8달러, 13달러일 때는 그들도 체감하지 못했다.

그런데 8% 지분을 매각하니, 이제야 투자 가치를 깨달은 것이었다.

[와!!]

감탄사와 탄사가 절로 나왔다.

[생각해 보면, 너 당시 최민혁 실장이 미친놈이라고 했지?]

[내, 내가 언제 그랬다고 그래!]

[야, 거짓말할 것을 해라. 다 아는 사실이니까.]

결국 말하는 이도, 옆에서 듣는 이도 창피스러워서 곧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당시 최민혁 실장의 에플 인수를 미친 짓이라고 취급했으니 말이다.

한국 모든 언론사가 최민혁 실장을 공격했다.

[그런데 지금은 아니야. 완전 최비어천가를 부르고 있네. 아무래도 그런 사실이 다시 밝혀지는 것을 막고 싶은가 봐. 이러니 기레기 소리를 듣지.]

[…….]

실제로 기차 안에 있는 태반이 아무런 말을 하지 못했다.

기레기나 그들이나 별반 차이가 없었으니 말이다.

실제로 당시 최민혁은 국민적 반감에도 신경 쓰지 않았다. 그는 오직 자신이 생각한 대로 밀어붙였다. 결국 그 결과가 지금 나온 셈이다.

[최민혁 실장은 정말 대단한 분이구나!]

민망한 이들은 차마 최민혁 실장의 이름을 언급하지 못했다.

“…….”

박광민 사원은 지하철 소란 때문에 결국 깨어난 채 눈동자만 굴렸다. 그 역시 신문을 넌지시 살폈다. 처음에는 놀람과 경악이. 하지만 그는 곧 어깨에 힘을 팍 줬다.

그 자신이 바로 최민혁 실장 밑에서 일하는 직원이기 때문이다.

‘역시 우리 최 실장님!’

* * *

최민혁은 국내 모든 언론이 다시 자신을 집중 조명한다는 기사를 봤다. 그로서는 웃음만이 나올 만한 일이었다.

“하, 애들은 창피하지도 않나.”

불과 몇 달 전에 있었던 일.

심지어 자신이 부추긴 일이기는 하지만 국민 스폰남이라고 싸잡아서 비난했다.

송도연과 엮어서 말이다.

지금도 찌라시는 여전히 최민혁 스폰남 사건을 언급 중이었다.

그런데 그사이에 안면 몰수 하고 최비어천가를 부르고 있으니.

조성돈 팀장 역시 혀를 찼다.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 않습니까?”

“그래도 이건 아니죠. 뭐 사과라도 한마디하든가.”

하지만 과거 기사에 대한 정정 보도를 한 언론사는 단 한 곳도 없었다. 그들은 지난 일을 지우기 위해서라도 더 최민혁 실장의 이번 에플 주식 매각을 집중적으로 보도했다.

사실 언론사뿐만 아니라 공영 방송 9시 뉴스 역시 다르지 않았다.

그들 역시 충격 그 자체인 이번 거래를 집중 조명 하기 바빴다.

“혹시나 해서 하는 말인데, KM 전자 분위기가 너무 과열되어도 곤란합니다.”

“좀 그런 면이 있지만 그렇게 오래가지는 않을 겁니다. 당장 우리 기획 팀의 박상기 차장이 알아서 할 테니까요.”

“아 박상기 차장님.”

최민혁은 그제야 피식 웃었다. 확실히 KM 전자에는 인재가 많았다. 그들이라면 자기가 한 일에 들떠서 엉뚱한 사고를 치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모르니, 각 팀의 팀장에게 전화해서 문제가 없도록 해주세요.”

“…알겠습니다.”

조성돈 팀장은 지시를 받고도 혀를 내둘렀다. 그 역시 아직 심장이 두 근 반 세 근 반 하니 말이다.

‘회식하면 무조건 최민혁 실장님 이름만 나오겠어.’

* * *

원래 최민혁이 보유한 에플 주식은 KM 전자 법인과 벨린 투자를 통해 매입되었다.

이번에 최민혁이 매각한 에플 주식은 KM 전자 법인 소유였다.

이번 기회를 통해서 배임과 같은 괜한 문제를 없애기 위해서 KM 전자 법인이 보유한 에플 주식을 대거 정리한 것이다.

무려 2조 6천억 규모였다.

황당한 일이지만 KM 전자 지난 매출보다 몇 배나 더 큰 이익이었다.

더욱이 이 금액은 주식이 아니라 현금이었다.

실제로 정산된 금액 말이다.

최민혁 실장 처지에서야 에플 공매도 세력을 끌어들이기 위해서 한 일이다.

하지만 국내에서 바라보는 이번 일에 대한 시각은 좀 달랐다.

충격과 공포 그 자체였다.

과거 에플 주식을 매입할 때만 해도 미친 짓이라고 다들 최민혁을 비웃었다.

하지만 결과는 그렇지가 않았다.

당시 매입한 에플 주식 40%가 아니라 고작 8%를 팔았는데, 무려 2조 6천억을 챙겼다.

오늘자 한국 조간지 1면은 모두 이 에플 주식 블록딜 뉴스로 가득했다.

[단독] 최민혁 실장의 신의 한 수!

[단독] 최민혁 실장 에플 지분 8%로 2조 6천을 먹다!

[단독] 최민혁 실장의 과거 투자 이력!

[단독] 신의 투자자 최민혁 실장!

박광민 사원은 휘파람을 불면서 자신이 들고 온 조간신문을 팀원이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회의실 테이블 위에 올려다 두었다.

그도 꽤 흥분했다.

오늘 KM 전자 주가는 조정을 자꾸 되풀이하면서 45만 원까지 떨어졌다. 아무래도 에플 주가 거품이 반영된 것이다.

그런데 블록딜 소식이 전해진 후에 +10%로 폭등하면서 결국 50만 원을 돌파했다.

+13%에서 주춤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매수세가 더 강력했다.

지금 분위기 봐서는 60만 원 돌파도 며칠 안에 이루어질 것 같았다.

아니, 어쩌면 70만 원 역시 어려울 것 같지가 않았다.

한 주식에 투자하는 배종대 과장은 오늘따라 출근과 동시에 박광민 사원이 펼쳐 놓은 조간신문 하나를 든 채 묵묵히 기사만 살폈다. 그는 지난주에 작전주에 끼어들었다가 1억 원 가까이 날렸기 때문이다.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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