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재벌 3세는 조용히 살고 싶다-354화 (354/1,021)

#354.

[네? KMP-01을 더 보내달라고요?]

[KMP-01 이거 대박입니다. 오늘 반나절 만에 1,300대가 다 나갔습니다. 추가로 1,000대 아니 2,000대를 더 주세요.]

[아, 그건 제가 공장 쪽에 재고를 알아보고 연락하겠습니다.]

[바로 연락해 주세요. 아, 정 그쪽에서 바쁘면 제가 공장 쪽으로 직접 가겠습니다. 공장 쪽에 연락 좀 해주십시오.]

[…바로 알아보고 연락하겠습니다.]

하지만 그건 시작에 불과했다.

영업 팀 내의 전화기가 동시에 울리기 시작한 것이었다.

양산 때문에 급작스럽게 찍어놓은 초도 물량 2만 대가 불과 반나절 만에 다 팔린 것이었다.

김부영 영업 팀장도 KMP-01이 파격적인 물건이라는 것을 잘 알았다. 다만 홍보나 영업을 전혀 하지 않았음에도 다 팔려 나간 상황이 어이가 없었다.

‘하, 뭐, 이런 경우가 다 있냐. 역시 최 실장님인가. 콜린스에 이은 또 다른 대박이겠지. 확실히 저작권 의식이 없는 국내 시장은 외국과는 다르구나.’

* * *

최민혁도 KMP-01이 얼마나 혁신적인 제품인지 잘 알았다. 따라서 제품 판매 성적 자체는 나쁘지 않다고 보았다.

‘낸드 메모리 64MB를 대량으로 사들이면서 부품 가격을 떨어뜨린 것이 가장 컸어.’

다만 회사 자체적으로 마케팅 자체를 하지 않았기에 초대박 칠 것으로 생각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전국에 KM 전자 대리점 400곳에 제품을 뿌리기만 했는데, 불과 반나절도 지나지 않아서 전량 다 팔린 것에 혀를 내둘렀다.

“이건 놀랍네요.”

조성돈 팀장 역시 흥분을 감추지 못했지만 뒤늦게야 기획실 통해서 그 원인을 다 파악했다.

“콜린스 덕분에 회사 브랜드 인지도가 올라간 것이 큽니다. 특히 콜린스 AS에서 완벽한 서비스 보장을 해준 것이 큽니다.”

“회사 인지도가 많이 좋아졌나 보군요.”

“네. 이 모든 것이 실장님이 예측한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그랬다.

과거 KM 전자는 고만고만한 제품을 백화점식으로 만들어 파는 업체였다. 오디오를 비롯한 이것저것 안 파는 것이 없었다.

심지어 일본 제품을 들여와서 물량을 오히려 더 늘리기 했다.

고만고만한 물건은 제대로 팔리지도 않았다.

이보다는 대형 TV와 오디오 분야 인지도만 쌓았다.

특히 오디오 경우에는 그럭저럭 이름은 들어봤지만, 꽤 괜찮은 제품을 만들어서 판다는 명성은 있었다.

그런데 콜린스 이후로 회사 인지도가 완전히 달라졌다.

대형 TV에 선택과 집중을 하면서 브랜드 파워가 급격히 늘어났다.

고객도 이제는 KM 전자하면, 대기업 못지않은 제품을 만든다는 것을 알았다.

그러니 KM 전자에서 나온 신제품에도 예민하게 반응했다.

여기에 PC 통신에서 일어난 MP3 파일 삭제 소동도 한 원인이다. MP3 저작권 문제가 물 위로 떠오르면서 공짜로 MP3를 들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었다.

그런데 이건 어디까지나 PC 통신에 한하는 것이다.

모바일 시장에서는 MP3를 들을 방법 자체가 없었다.

이런 시기에 갑툭튀로 튀어나온 MP3 플레이어는 꽤 매력적이었다.

최민혁은 기획 팀이 올린 MP3 초도 물량 판매 현황을 살피면서 혀를 내둘렀다. 그가 예상하지 못한 현상이 생각보다는 많이 있었다.

“하, 이거 정말 놀랍네요.”

경험 많은 조성돈 팀장이 슬그머니 최민혁 실장을 추켜세웠다.

“실장님이 지금까지 MP3 판매를 차분하게 준비하지 않았습니까. 그런 부분도 제품 완성도를 끌어 올리는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뭐 그런 칭찬을 할 필요는 없습니다. 저도 이런 상황을 예측한 것은 아니니까.”

그가 놀란 것은 바로 4대 PC 통신에서 MP3 파일을 공개 자료실에서 다 지운 사실이다. 시점으로 본다면 일어날 수가 없는 일이었다.

“그런데 4대 PC 통신이 이렇게 극단적인 조치를 할 줄은 몰랐습니다.”

“제가 확인한 바로는 음반 업체에서 손을 쓴 것으로 확인했습니다. 아무래도 음원 문제가 소송까지 비화하면, 큰 타격을 받을 겁니다.”

“그래요? 하지만 뜻밖이군요.”

“아마 미국 냅스트 때문일 겁니다. 미국 내에서는 여러 가지 문제 때문에 급격하게 퍼지지는 않지만, 한국은 좀 다릅니다. 냅스트에서 내려받은 파일을 한국 PC 통신 사용자가 마구잡이로 올리고 있습니다.”

“호.”

최민혁도 자신이 예상한 큰 시나리오대로 흘러가지 않아서 불편했다. 그런데 드디어 냅스트가 이번에 큰 역할을 했다는 것에 미소를 지었다.

냅스트 소스가 되는 기반 파일을 흘린 장본인이 바로 그 자신이니까.

‘설마 돌고 돌아서 결국 한국 PC 통신에 영향을 주리라고는 생각을 못 했어. 결국, MP3 시장이 한국에서 가장 먼저 성숙한 것도 저작권 의식과도 관련이 있었구나.’

생각할수록 어이가 없는 일이었다.

그리고 이런 부분은 인생 1회차에서도 드러나지 않은 사실이었다.

조성돈 팀장은 입꼬리가 쓱 올라가는 최민혁 얼굴을 보자 넌지시 질문했다.

“…혹시 냅스트에 대해서는 잘 아십니까?”

“아, 잘 몰라요.”

‘아무래도 이현탁 과장에게 입을 조심하라고 한마디 해줄 필요가 있어.’

최민혁은 1차 판매 현황을 보다가 2차 생산 물량에 대해서 질문했다.

“2차 양산 수량이 8만 대라고 했죠? 낸드 메모리 확보는 문제가 없는 거죠?”

“이미 오성 전자에서 다음 주까지 50만 대 물량 공급은 문제가 없다고 했습니다. 다만 추가 물량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 정도면 충분하죠. 시장 반응이 이렇게 좋다면, 굳이 머뭇거릴 이유는 없죠. 일단 KMP-01 타입으로 우선 갑시다. 아마 우리 첫째 큰아버지도 이 물건을 보면 미칠 겁니다. 그때 나머지 타입 진행도 바로 가는 걸로 하고요.”

“사전에 준비해 두겠습니다.”

“음원 업체에 대해서 작업하는 것도 생각해 보시고요. 필요하다면 벨린 소프트 측과도 조율해 보세요. 그 친구들은 생각보다 더 뛰어난 인재입니다.”

“알겠습니다.”

“수고해요. 아, 그리고 이번 결정은 잘하셨습니다. 저도 갈팡질팡할 때가 있어요. 그런 때는 조 팀장님이 늘 힘이 됩니다.”

“천만에요.”

조성돈 팀장은 일어나면서도 별다른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어차피 MP3 관련 일은 모두 최민혁 실장이 처음부터 구상한 일이었다.

심지어 차기 MP3 모델과 관련된 것도 이미 병행해서 진행되는 중이다.

각 제품마다 가지는 영향력을 생각한다면 MP3 판매 물량은 빠르게 늘어날 것이다.

‘다만 한계는 있어. 그 부분을 극복하는 것이 관건이야.’

* * *

1회차에서 디지털 압축 파일을 CD 수준 고음질으로 들을 수 있는 제품이 국내에 출시된 것은 정확히 3년 후의 일이었다.

무게 65g, 두께 16.5mm 초소형 제품은 주머니 속에 넣고 다녀도 될 만큼 획기적이었다.

PC가 아니라 모바일로 전철 안에서 음악을 들을 수 있게 된 셈이다.

그런데 당시 출시된 MP3 낸드 메모리는 고작 16MB에 불과했다. MP3 기준으로 본다면, 넣을 수 있는 MP3 파일 숫자도 고작 5곡에 불과해서 한계가 많았다.

딱 이 정도 제품 출시에도 불과하고, 전국 각지에서 문의 전화가 쇄도했다.

심지어 미국, 일본 업체도 이 제품에 관심을 기울였다.

판매 단가는 25만 원 안팎이다.

그런데 무려 64MB 용량을 가진 MP3 플레이어를 30만 원에 판매했으니, 소비자 반응이 폭발적인 것은 당연한 일이다.

최문경 부회장은 당연히 이 MP3 제품에 대해서 전혀 몰랐다. 그는 이보다 최민혁이 미국에 하는 일이 더 궁금했다.

그는 심지어 미국 실리콘밸리에 비서실 직원을 보냈다.

결과는 썩 좋은 편이 아니었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 벨린 소프트 본사는 보안 면에서 오히려 KM 그룹보다 나았다.

차량 안에 있던 최문경 부회장은 돌아가는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는 옆자리에 앉은 권재홍 비서실장 이야기를 제대로 듣지 않았다.

덕분에 KM 그룹 본사에서 가까운 KM 전자 대리점을 볼 수 있었다.

대리점 입구에는 의외로 많은 사람이 쭉 줄을 서 있었다.

그 숫자가 대략 300명이 넘었다.

‘저게 뭐지?’

최문경 부회장은 차량 운전사에게 말해서 차량을 대리점 도로가에 세웠다.

권재홍 비서실장도 자신의 보고를 씹는 최문경 부회장이 마음에 들지 않은 얼굴이었지만 차량에서 최문경 부회장이 갑자기 내리자 뒤따라 차에서 내렸다.

“부회장님…….”

하지만 그도 가끔 본사에 출근할 때면 보는 대리점에 나타난 일이 신기해서 입을 다물었다.

최문경 부회장은 대리점 안에서 정신없는 점주를 볼 수 있었다.

대리점 점주는 한창 제품을 정리한다고 정신이 없었다.

입구 안에까지 대기한 손님은 들뜬 태도를 감추지 않았다.

심지어 마음이 급한 손님은 초조한 얼굴로 소리쳤다.

“사장님, KMP-01 재고 있죠? 저기 가서 줄 서면 살 수 있습니까?”

“아, 잘 모르겠습니다.”

“아니, 그게 말이 되나요? 제가 전화로 확인까지 했잖습니까?”

“죄송합니다. 워낙에 물량이 없어서 어쩔 수가 없습니다.”

결국 몇 번이나 항의하던 이는 줄 제일 끝에 가서 썼다.

그 앞에는 무려 300명이 넘는 인원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

최문경 부회장은 KM 전자 대리점에 일어난 이 독특한 현상에 고개를 갸웃하다가 쭉 쌓아놓은 제품 상자를 확인했다.

“KMP-01?”

‘가만 이거 KM 전자에서 만든 물건이잖아?’

당혹스러운 일이었다.

대리점 사장은 누구인지 확인도 안 하고 소리치다가 깜짝 놀랐다. 가끔 KM 전자 반응을 보려고 안면을 익혔기 때문이다.

“아, 그 물건 내려놓으세요. 물건 사려면 저기 뒤에 가서, 어? 부회장님?”

“오랜만입니다.”

“죄, 죄송합니다. 제가 지금 정신이 없어서 부회장님을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괜찮습니다. 그런데 이 물건은 뭡니까?”

“아, KM 전자에서 나온 신제품입니다.”

“신제품? 그런 이야기는 처음 듣습니다.”

대리점 사장은 당황한 얼굴로 툴툴거렸다.

“말도 마십시오. KM 전자 영업 팀이 갑자기 와서 툭 던져 놓은 물건입니다. 처음에는 우리 대리점을 물로 보나 싶었는데…….”

그는 아직도 믿기지 않은 얼굴로 줄을 죽 서 있는 이들을 쳐다보았다.

초도 물량도 금방 나갔다. 그때만 해도 반응이 저렇지 않았다. 그런데 구입한 손님이 입소문을 내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KMP-01이 가지는 완성도와 제품 특징 때문이다.

세계 최초 MP3 플레이어란 사실도 손님을 통해서 들었다.

제품을 만든 KM 전자는 입을 다물고 있는데, 제품을 구입한 손님이 더 난리였다.

입소문이 퍼지고 퍼지다 보니, 자연스럽게 손님이 물건을 찾기 시작했다.

그는 이 황당한 상황이 아직도 잘 믿기지 않은 얼굴로 최문경 부회장에게 말했다.

“이 물건을 찾으려고 난리입니다. 세계 최초 MP3라고 하던데, 정작 이걸 만든 KM 전자는 입을 꾹 다물고 있어요. 도대체 영문을 모르겠습니다.”

“…….”

최문경 부회장은 입을 꽉 다물고 있다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이거 한 대만 가져가도 되겠습니까?”

“아, 그게……. 뭐 알겠습니다.”

그도 따가운 손님 눈총을 받았지만, KM 그룹 부회장에게 안 된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 다만 영문을 몰라서 고개를 갸웃했다.

‘아니, 부회장이 계열사 신제품 현황도 모른다는 말인가?’

묻고는 싶었지만 무시무시한 얼굴의 최문경 부회장 표정을 보자 도저히 입을 열 수가 없었다.

‘KM 전자면 KM 그룹 계열사가 아닌가? 아니, 부회장이 계열사 제품이 뭔지를 대리점 통해서 아는 건가?’

정말 그렇다면 황당한 일이었다.

실상 KM 전자 대리점 영업 팀 분위기는 그 이상이었다. 이 인간들이 정말 제대로 영업하는지도 의심스러웠다.

하지만 아쉬운 것은 자신이었다. 줄을 서 있는 고객들 때문이다.

그들 중에는 콜린스 제품을 뒤늦게 알고 관심을 둔 이도 있었다.

‘심지어 오늘 3대나 팔아치웠잖아. 하, 정말 잘되는 집은 뭘 해도 잘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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