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7화. 영혼 하나, 확인 한 번(2)
* * *
드르르륵.
금화를 넣었던 부분이 빙그르르 돌아가며 소리가 났다.
아라는 그대로 어깨를 굳히며 뒤로 물러났다.
[들어… 갔다.]
조금 전처럼 상자에 빛이 감돌자 아라는 고개를 돌렸다.
이제 금화가 녹는다고 생각하니 왜 이렇게 슬픈지 몰랐다.
아랫입술이 바로 올라가면서 당장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딸깍.
하지만 소리가 달랐다. 무언가 열리는 소리가 나지 않은가.
아라는 눈을 크게 뜨며 코를 벌름거렸다.
천천히 새어 나오는 냄새가 하벨에게서 나오는 것과 똑같았다.
[…어?]
"열렸어."
칼리우스의 말에 아라가 기뻐하며 하벨에게 날아가다 말고 그대로 멈췄다.
하벨이 조금 전과 다른 눈빛으로 슬픔을 드러내고 있었다.
"…미안. 미안해."
무엇이 미안하다는 건지 아라는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잠깐만 뒤를 돌아줄래? 봐봤자, 좋은 꼴이 아닐 테니까. 너희가… 상처받을 거야. 나는 그런 게 싫어."
벌써 하벨의 목소리가 먹먹하게 들려와 아라는 하벨의 등에 다가가 찰싹 붙었다.
사실 상처 받은 건 하벨일 텐데.
[이 몸은 이렇게 하고 있을게.]
이러면 보이지 않을 테니까.
하아.
하벨의 깊은 숨소리가 들려왔다.
"뒤돌고, 아무 말도 하지 않을 테니까 걱정하지 마, 도련님."
칼리우스는 하벨이 저렇게까지 슬퍼하는 모습은 처음이라 귀를 막아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했다.
"고마워……."
숨을 연거푸 내쉰 하벨은 조급함을 느꼈다.
일단 금화가 멀쩡한지 확인했다.
'다행이네. 이거라도 멀쩡해서.'
하벨은 금화를 챙기고 상자에 손을 올렸다.
여유롭게 이곳에 도착했으나, 지금은 달랐다.
이곳에 뭐가 들어 있는지 알면서도 여전히 가슴이 떨려왔다.
'류아. 널 다시 만날 수 있는 것인가.'
하벨은 우선 생각을 접고 주변에 퍼진 물을 향해 말했다.
"내가 힘을 얻어도 아무것도 하지 말아줘. 파동을 일으키지도 말고, 내게 말을 걸어오지도 말고."
말 한마디가 자신을 찌르는 것만 같았다. 하지만 이걸 들은 물의 심정은 얼마나 더 아플까.
[걱정하지 마, 대장. 물이 알았다고 그랬어.]
하벨의 등에 기댄 아라가 목소리에 힘을 빼며 알려주었다.
하벨하고 물하고 둘 다 슬퍼하고 있자 아라는 더 슬퍼졌다.
"미안해. 하지만 지금은 그래야만 해."
여기에 도착했을 때부터 하벨은 물이 설렘으로 요동치는 걸 느꼈다.
너무도 반가워했던 그들에게 가슴에 못을 박는 꼴이 아니겠는가.
"에른스트, 그자가 아직 나를 찾으면 안 되니까. 그래서 그러는 거니까, 미안해."
상자를 쥔 하벨의 손아귀에 힘이 들어갔다.
당장이라고 물을 쓰다듬어주고 싶은데 그럴 수가 없었다.
[대장. 물이 그만 미안해해도 된다고 그래. 다 이해한다고 대장한테 말하고 있어.]
아라는 하벨의 등에 기대어 웅얼거렸다.
물은 하벨을 위해 무엇이든 할 준비가 됐다는 걸 하벨도 알 텐데. 이걸로 하벨을 미워할 리가 없다는 걸 알 텐데.
"고마워."
하벨은 허공을 바라보며 말했다.
"…고마워."
곧 입술을 깨물다 다시 고개를 숙여 상자를 바라보았다.
입안이 바짝 말라 몇 번이나 마른침을 삼켰는지 몰랐다.
쿵쿵.
격렬하게 뛰는 심장 소리를 들으며 하벨은 상자를 열었다.
안에 든 걸 보는 순간, 눈시울이 금세 뜨거워져 일그러지는 얼굴을 막을 수가 없었다.
상자 속 주먹을 꽉 쥔 손이 보이자 가슴이 으깨지는 것만 같았다.
'내… 왼쪽 팔이다.'
여기저기 지워지지 않은 흉터가 가득해 마음이 미어졌다.
이 손으로 자신은 많은 것들을 했고, 평생을 함께했던 손이지 않은가.
'…젠장.'
잠깐 입술을 세게 깨물며 하벨은 입술을 부들부들 떨었다.
밀려오는 이 감정이 자꾸만 눈가를 건드렸기에 하벨은 삼키고, 또 삼켜야만 했다.
만지는 순간 영혼이 자신에게 바로 스며들 걸 알았기에 아직 자신의 팔을 만지지 않았다.
에른스트 모르게, 물이 요동치지 않게, 그래야만 하기에 하벨은 그저 가까이 손을 댔다.
손끝에 서늘한 감각이 쓸어왔다.
그 속에 담겼던 영혼이 얇은 실처럼 자신에게 붙은 느낌이 들어 하벨은 기다렸다.
쿵.
심장이 뛰는 소리가 저 팔에서부터 들려오는 것만 같았다.
쿵.
하벨은 눈을 질끈 감았다.
메말라버린 사막에 물방울이 스며들 듯 부족했던 영혼이 채워지자 강한 갈증이 들었지만, 하벨은 계속 일정량을 유지하며 영혼을 흡수했다.
점점 충만함이 느껴지는 것과 별개로 비참함이 스며들었다.
처음에 잘린 머리를 봤을 때 느꼈던 충격과 비교해도 거의 달라지지 않았다.
그냥 그때처럼 저 팔을 끌어안고 울고 싶었다.
'…앞으로 네 개가 남은 건가.'
하벨은 자신을 구렁텅이로 밀고 가려는 비참함에서 벗어나려 생각하고 생각했다.
레놀드 왕국.
헤스트리아 왕국.
바닷속.
그리고 아직은 알 수 없는 한 곳.
하벨은 잠깐 천장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동자가 파랗게 빛이 나고, 갑자기 일어나는 바람에 머리카락이 휘날렸다.
하지만 주변은 고요했다.
하벨 주변을 맴돌던 그 모든 물이 그가 바란 대로 아무도 말을 하지 않았다.
마치 그곳에 하벨이 없는 것처럼.
눈물이 가득 고인 하벨의 눈이 차차 감기며 눈동자에 어렸던 빛이 사라졌다.
그제야 하벨은 자신의 잘린 팔을 만졌다.
차갑고, 서늘한 감각이 가슴을 찔러왔다. 손끝에 닿는 오돌토돌한 새살과 움푹 팬 흉터에 하벨은 얼굴을 일그러트렸다.
'…너를 어쩌면 좋을까.'
팔을 쓰다듬는 하벨의 손가락 끝에 눈물이 떨어져 찬찬히 번져갔다.
'너를.'
하벨은 숨을 삼키고, 아라는 흠칫 놀랐다.
'…이상해.'
아라는 하벨의 품에 기댔기에 그에게서 흘러나오는 좋은 냄새가 짙어졌다는 걸 알았다.
하지만 동시에 알 수 없는 힘이 강해진 게 느껴졌다.
아주 기분 나쁜 힘이었기에 아라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이걸 뭐라고 해야 하는지 모르겠지만, 하벨의 몸에 흐르는 물을 틀어막고 있었다.
쩌어억.
하벨은 순간 들리는 소리에 흠칫 놀라며 고개를 들었다.
[어엇!]
"도, 도련님!"
아라와 칼리우스가 깜짝 놀랐다.
이 소리는 틈의 세계가 아닌가.
"용용아. 뭐든 막아줘. 밖으로 이 힘이 새어나가지 않게 막아줘, 제발."
간절함이 묻어난 하벨의 목소리에 눈물이 가득 섞여 있었다.
사실 조금 전부터 하벨이 울고 있다는 걸 알았기에 계속 귀에 들어와 뒤를 돌아보고 싶었다.
아마 아라도 마찬가지일 테지.
칼리우스는 주먹에 힘을 꽉 주고 대답보다 마법을 사용했다. 틈의 세계를 막을 만큼 커다란 마법을.
쩌어억.
틈의 세계가 열리는 소리와 함께 마나가 빨려 들어가는 소리가 들렸다.
'이것 때문에. 틈의 세계가 마나를 흡수해서 주변에서 알아차리는 거야.'
칼리우스는 눈에 힘을 주었다.
"멈춰."
자신은 용이었다.
이 세상, 유일하게 마나의 축복을 받은 자.
무수히 많은 작은 알갱이가 눈에 보였다. 저게 마나였다.
열린 틈의 세계로 빨려가는 마나가 칼리우스의 말에 멈췄다.
칼리우스는 자신이 가진 마나를 손아귀에 퍼트리며 오히려 자신 쪽으로 당겼다.
[하지만 틈의 세계가 열렸잖아!]
아라는 하벨에게 느껴지는 일은 잠깐 뒤로 미루고 틈의 세계를 바라보았다.
"괜찮아. 내 가족이니까, 괜찮아. 그러니까 뒤돌아보지 않아도 돼."
하벨은 눈물을 닦고는 잘린 자신의 팔을 들었다.
이 모습을 아라와 칼리우스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얼마나 꼴사나울까.
"류아야."
하벨은 틈의 세계에 나온 류아를 바라보았다.
류아는 하벨처럼 얼굴을 일그러트리고 있었고, 얼굴에 못 보던 상처가 나 있었다.
"…예, 용왕님."
"이번에도 얼른 가야 해?"
"예. 이 틈의 세계에는 주인이 있습니다. 전 일단 그 주인의 적이라……."
"틈의 세계의 주인이 혹시 유렌이야?"
하벨의 물음에 류아는 쓰게 웃었다.
"유렌을……."
말을 하다 말고 류아는 말을 삼켰다.
무얼 하려고 하는지 몰라도 이걸 말해도 될지 망설이는 것처럼 보였다.
"여기서는 에르티안 왕국처럼 오래 열 수 없습니다. 에르티안 왕국처럼 최소한의 힘을 두지 않은 것도 있지만, 이유는 이제 아시죠?"
"에른스트. 그놈 때문이겠지."
"예. 틈의 세계는 현재 그자 밑에 있습니다."
자신의 팔을 받으며 류아는 정보를 주려고 노력했다.
"용왕님께 설명하고 싶은 게 많습니다. 하지만 짧게 설명할 수가 없습니다. 도중에 끊는다면 오해가, 너무도 큰 오해가 생길 게 분명합니다."
류아의 시선이 등을 돌린 칼리우스를 향했다.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에 안도하며 류아는 팔을 소중히 안았다.
"하벨 티에라를 구한 건 너였지?"
하벨이 물었다.
"예. 저였습니다."
"왜 하벨 티에라를 구했지?"
"세계가 합쳐지면서 두 존재가 있을 수 없게 됐습니다. 그래서 저는 선택을……."
말을 이으려다 말고 류아는 다급히 뒤를 돌아보았다.
하벨 역시 틈의 세계 안쪽을 바라보았다. 마냥 어둡다고 생각하던 그곳에서 무언가 출렁거리는 게 보였다.
'저게 뭐지?'
"죄송합니다!"
다급한 소리와 함께 틈의 세계가 닫혔다.
하벨은 틈의 세계가 있던 그곳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같은 존재가 있을 수가 없다는 건 진짜였다.'
하지만 대체 왜 하벨 티에라와 똑같았던 그 아이가 죽었어야 했던 걸까.
하벨은 그게 이해가 되질 않았다.
* * *
원래는 자신을 맞이할 연회가 열려야 하지만, 갑작스러운 비 소식에 취소가 되었고, 왕실에 머무르게 되었다.
[…대장.]
아라는 칼리우스와 색칠 놀이를 하다 저 멀리서 비가 내리는 모습을 가만히 보고 있던 하벨을 불렀다.
하벨이 영혼을 찾고, 류아라는 사람을 만난 뒤로 더 슬퍼 보였다.
"응? 왜 그래 아라야?"
하벨은 잠깐 정신을 차린 뒤에 아라를 바라보았다.
칼리우스까지 힐끔 시선을 옮겨 하벨에게 두었다.
[있잖아. 이 몸이 봤는데.]
"응."
막상 대답은 했지만, 하벨은 입술이 바짝 말라가는 느낌을 받았다.
[대장 몸에 어, 나쁜 게 있어.]
"그게 저주야, 아라야."
칼리우스가 말을 꺼냈다.
[이게 저주였어?]
"맞아. 내가 억눌렀어. 도련님이 가진 힘을 쓰면 막 도련님을 잡아먹으러 올라와. 지금 계속 저걸 어떻게 하면 없앨 수 있는지 방법을 찾고 있어."
[있지, 이 몸이 보기에 저 저주를 어음, 어떻게든 할 수 있을 것 같아.]
"그게 무슨 말이야, 아라야?"
[어어, 그러니까아.]
아라는 생각하려 용을 쓰다가 입을 열었다.
[지금 말이야, 이 몸이 보기에 저주라는 게 두 개가 있어.]
"두… 개?"
칼리우스가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
자신도 내내 이상하다고 생각했던 부분이 아니던가.
[응응! 어, 아주 깊은 곳에 하나랑 겉에 하나랑.]
"그걸 어떻게 알았어?"
하벨이 묻자 아라가 앞발로 쥔 색연필을 놓고는 하벨에게 다가가 꼭 붙었다.
[아까 이렇게 대장하고 가까이, 가만히 있으니까 대장 내부에 있는 물길이 들리던데?]
하벨은 아라를 빤히 바라보았다.
'…시도하지 않은 건 아니었다.'
차라리 자신의 힘으로 저 저주를 없애려 시도했지만, 오히려 저주는 자신의 물을 먹고 몸집을 키우려는 게 보여 그만뒀다.
하여 어떤 구조인지, 어떻게 된 건지 아예 파악할 수가 없었다.
그냥 자신의 힘에만 반응하는 저주라 영혼을 완전히 되찾게 된다면 그때 다시 시도하려고 했다.
그런데 아라가 그 구조를 파악할 수 있게 됐다니.
'아라가 이안에게 힘을 받았기 때문인가?'
정령들이 가진 근원은 자신의 물이었으나, 세계가 합쳐져 변형되었다.
즉, 저주가 반응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말이었다.
"아라야. 혹시……."
"두, 두 개였어! 아라 네 말대로 진짜 두 개였어! 계속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두 개였어! 이러면 더 빨리 저주를 해제하는 법을 찾을지도 몰라!"
칼리우스가 자신도 모르게 흥분해서는 언성을 높였다.
[이 몸이… 이 몸이 뭔가 해낸 거야?]
"응응!"
[우, 우와아아!]
뭔지 모르겠지만, 아라도 덩달아 신이 나서는 제자리에서 방방 뛰었다.
"아라야."
[응응!]
아라가 힘차게 대답하며 하벨을 쳐다보았다.
"혹시… 어떻게 보여?"
[으음. 물길을 막고 있는 것처럼 보여! 막, 계속 예쁘게 흘러야 하는데 뭐가 막고 있어. 이 몸 눈에는 그렇게 보여.]
"그럼 혹시 물길을 바꿀 수 있겠어?"
[물길을… 바꿔?]
아라의 고개가 갸웃거려졌다.
그 말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물길을 바꾼다는 게 무슨 말일까.
"아라야. 내가 물이라는 말을 기억해?"
[응! 대장은 모든 바다와 물의 지배자잖아!]
아라는 흐뭇함을 드러내며 말했다.
"내 내부에 흐르는 물이 느껴져?"
[응. 이 몸이 봤던 바다보다 더 깊어 보여. 되게 신기해. 대장 몸은 이만한데, 대장 몸에 흐르는 물은 이 몸이 봤던 호수만큼 커!]
"아라야. 분명히 내 내부에 자연스러운 흐름을 막는 무언가가 있을 거야. 그게 네가 본 물길을 막고 있는 무언가일 테고. 하지만 나는 그걸 확인할 수 없어. 놈이 건 이 저주가 내 힘을 먹고 계속 자라나거든."
아라는 자신에게 쏠리는 시선을 받으며 눈에 힘을 줬다.
[이 몸이 다시 확인해볼게! 이 몸도 왕이니까!]
분명 아라 자신이 부른 물로는 에른스트가 하벨의 배를 뚫으며 일으킨 검은 빛을 꺼트릴 수가 없었다.
하지만 이안은 달랐다.
너무 갑작스러워도 이안의 눈동자가 파랗게 변하고 하벨처럼 그 힘을 없앨 수 있다는 걸 보지 않았던가.
자신도 이제는 조금이지만, 이안이 넘긴 정령왕의 힘을 받았다.
지금이라면 많은 것들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느낌이 마구마구 들었다.
아라는 둥둥 떠올라 하벨의 가슴팍에 앞발을 올렸다.
아라의 표정이 살짝 일그러지자 하벨이 놀라며 물었다.
"왜 그래? 뭔가… 아파서 그래?"
[아니. 대장한테서 너무도 그리운 감정이 전해져. 그게 엄청 또렷해져서 그래.]
하벨이 원래도 좋았지만, 지금은 너무 좋아서 무엇이든 해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아라는 하벨의 내부에 흐르는 물을 느꼈다.
달콤한 향기가 가득했고, 따뜻한 그 흐름을 즐겁게 따라가니 모든 물이 모이는 장소에 무언가 박혀 있었다.
말뚝 같아 보이기도 했고, 못 같아 보이기도 했다.
'이, 이 몸은 하나도 안 무서워.'
까맣게 된 액체가 질질 흘러 살짝 놀랐지만, 그 주변으로 칼리우스가 하벨에게 걸어두었던 마법이 보여 든든했다.
말뚝인지 못인지 모를 저주를 예쁜 보라색 빛이 튼튼하게 둘려 물을 보호하고 있었으니까.
저 저주가 어디까지 이어져 있는지 몰라도 물의 흐름을 이미 방해하고 있었다.
'이곳보다 더 깊은 물이 저기, 안쪽에서 느껴졌는데.'
저주가 막은 물의 흐름, 그 속에서 더 짙고 아름다운 물을 느꼈기에 아라는 좀 더 확인하고 싶었다.
[…대장.]
"응?"
[있잖아. 힘을 써줄 수 있어? 이 몸은 지금 상태로 확실히 모르겠어. 대장이 아픈 건 싫은데, 대장이 이대로 계속 더 아픈 건 싫어.]
"괜찮아, 아라야. 애초에 부탁한 건 나니까."
하벨은 아라를 쓰다듬고, 칼리우스를 바라보았다.
"용용아. 너도 잘 봐봐."
사실 저주가 두 개였다는 걸 알아챈 칼리우스에게도 분명 도움이 될 테지.
"응응. 눈도 안 감을 거야."
하벨이 칼리우스의 대답을 듣고 용왕의 힘을 끌어왔다.
하벨 내부에 돌던 물이 변하자 아라가 입을 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