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화.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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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차가 숲으로 들어가는 길목에 멈췄다.
어떤 문양도 마차에 걸려있지 않았다.
"…으으."
제일 먼저 마차에서 내린 레디나는 길게 기지개를 켰다.
"요새 몸 쓰는 일이 없다 보니 찌뿌둥하네요."
"고작 이틀 정도였을 텐데."
카샬이 목소리를 내며 내렸다.
"네. 고작 이틀이었는데 한 달만큼이나 길게 느껴졌어요."
"나도 그랬습니다. 평화에 익숙해지기도 어렵더라고요. 잠을 자다가도 이게 꿈은 아닌가 싶어 몇 번을 깼는지 모릅니다."
페트리오가 맞장구치며 땅에 발을 디뎠다.
"어? 저도 그랬어요! 괜히 마음이 뒤숭숭해서 몰래 밖으로 나가 단검을 휘둘러보기도 했죠."
"저들이 희한한 겁니다, 도련님. 밤에는 주무셔야 하고 평화에 익숙한 게 당연한 겁니다."
혹여 하벨이 잘못된 기준에 물이 들까 카샬은 아직 마차에 앉아 있는 하벨을 쳐다보았다.
뭘 생각하는지 몰라도 멍한 표정을 하던 하벨과 눈이 맞았다.
"뭐가 됐든 찌뿌둥한 건 좋은 거지. 평화가 좋아."
하벨이 마차에서 내려오며 말했다.
"그건 그래요. 이런 느긋한 감각을 얼마 만에 느껴봤는지 모르겠네요."
레디나는 빨갛게 물든 낙엽 하나를 주워 빙그르르 돌렸다.
아라가 당장 낙엽 주변으로 가서는 눈을 살포시 감았다.
빙그르르 도는 낙엽을 따라 아라의 털이 부드럽게 흩날렸다.
"여기가 거대 정화 장치가 있는 곳 근처야?"
하벨이 묻자 페트리오가 고개를 끄덕였다.
"예. 제가 피나토 웬의 기억을 읽고 알아낸 거대 정화 장치의 외형상 모습이 이곳과 유사하다는 걸 알았습니다."
"마법으로 기억을 읽는 것까진 알겠는데 사진만 보고 그걸 어떻게 알았어요?"
레디나는 궁금증을 드러냈다.
솔직히 페트리오가 가진 마법이 엄청나다는 걸 떠나 그가 유능하다는 건 보면 볼수록 느끼는 사실이었다.
"아무리 귀족들이 썩었다고 해도 서류만큼은 제대로 작업합니다. 그 서류들이 모이는 곳은 왕실이죠."
"그걸 다 뒤졌다고요?"
레디나가 놀라자 페트리오는 책을 넘기는 듯한 흉내를 냈다.
"예. 서류는 워낙 많이 본 터라 속독할 수 있습니다. 책 한 권에 몇 분 안 걸립니다."
"…뭐야? 네가 진짜 하나하나 뒤졌던 거야?"
당연히 부하들을 시켰을 거라 생각했기에 하벨은 깜짝 놀랐다.
"예. 제 세력은 이제야 새롭게 모였으니 아직 믿을 만한 자와 아닌 자를 구분하기 이르지 않습니까?"
"혹시 그 세력에 가면단도 포함된 거야?"
하벨이 가면단이라는 말을 꺼내자 카샬이 괜히 화들짝 놀라며 반응했다.
[카샬은 꽃님이인 게 싫은가 봐. 이 몸은 너무 좋은데.]
아라가 키득거렸고, 페트리오는 카샬을 향해 비웃음을 살짝 짓다 입을 열었다.
"맞습니다, 도련님. 지금 가면단은 제 호위인 타냐에게 맡기고 있습니다. 현재 제 세력 중 유일하게 믿고 맡길 수 있는 사람입니다."
"저번에 봤어. 뭐가 됐든, 가면단을 제대로 활용만 해도 너한테 엄청난 힘이 될 거야."
귀족들을 잃어버린 뒷세계 수장들은 원래 커다란 충격에 빠져야 하지만, 가면단이라는 이름으로 흡수한 이상 이제 다른 세력이나 마찬가지였다.
가면단의 숫자, 수장들의 힘을 고스란히 흡수만 해도 페트리오의 가문이 일어나는 건 문제도 아니었다.
곧 엄청나게 성장할 테지.
'그 힘은 모조리 도련님의 힘이 될 겁니다.'
페트리오는 후련한 얼굴을 한 하벨을 보며 뒷말을 삼켰다.
티에라 가문이 크고 강한 걸 알지만, 그 힘 때문에 견제와 질투를 받아 주변에 신뢰할 수 있는 세력이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
자신이 그렇게 되리라.
페트리오는 속으로 다짐하며 미소를 지었다.
"여기 받아, 아라야."
낙엽을 밟으며 걷던 하벨은 예쁜 낙엽을 발견하자 잠깐 걸음을 멈춰 아라에게 건넸다.
[우오오옵!]
아라는 당장 양발에 낙엽을 쥐며 레디나처럼 빙그르르 돌려보았다.
"페트리오."
어설프게 돌아가는 낙엽을 보며 활짝 웃던 레디나는 자신의 옆을 지나가는 페트리오를 보자 자신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
"예. 말씀하세요."
"염치… 없다는 건 아는데, 혹시 나중에 저도 부탁 하나 해도 될까요?"
"급한 부탁입니까?"
"막 급한 건 아닌데, 계속 곤란하던 참이었어요."
부탁이라는 말이 너무도 어색해 레디나는 뒷덜미에 땀이 삐질삐질 흐르는 걸 느꼈다.
망가져 가는 검은 달을 막으려 애를 썼지만, 자신은 혼자였다.
사태가 꼬이고, 뒤통수를 맞아 감금되었을 때 하벨을 만났다.
어쩌다 시녀 일까지 하게 됐지만, 옆에서 하벨을 보면서 가슴 속에 잠깐 잠잠했던 불꽃이 피어올랐다.
해내려고 그렇게 애를 써도 해낼 수 없었던 일에 실마리를 얻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자신은 이제 혼자가 아니니까.
"제가 조만간 한 놈을 잡아 올 테니까요, 검은 달의 아지트 위치를 알려주세요."
레디나는 페트리오가 가진 마법이 필요했다.
"그래도 되죠, 도련님?"
레디나의 물음에 하벨은 대수롭지도 않게 대답했다.
"좀도둑이 허락한다면야 아무 상관 없지. 레디나 네 목적은 이미 알고 있었고."
레디나의 목적은 검은 달을 원래대로 되돌리는 것.
그녀를 볼 때부터 알았고, 하벨 자신은 하벨 티에라의 목을 노리는 검은 달을 막기 위해 레디나와 손을 잡았다.
그저 굳이 왜 자신한테 허락을 구하는지가 의문스러울 뿐이었다.
원한다면야 얼마든지 따로 움직여도 될 텐데.
"이상하게 도련님이 하고자 하는 일과 제가 하려는 일이 엄청 겹쳐요. 역시 제 신이라니까요."
레디나가 장난기 가득한 미소를 짓자 하벨은 당황했고, 그녀의 웃음소리가 커졌다.
"그건 처음부터 네 목적이었다고 치지만, 절대로 도련님께 해가 되는 일은 아니어야 할 거야."
카샬은 당부하며 입을 열었다.
어떤 식으로든 하벨도 검은 달하고 얽혀 있는 이상 레디나의 움직임에 민감해질 수밖에 없었다.
룬델이 정령들을 통해 검은 달을 조사하고 있지만, 아직 덜미는 붙잡지 못했다.
"물론이에요. 이건 제 일이고, 도련님께 전가할 생각도 없어요."
"그럼 뭘 할 생각인데? 이건 물어봐도 되는 문제라고 생각하는데."
카샬이 묻자 레디나는 걸음을 멈췄다.
그녀는 빙그르르 돌렸던 낙엽을 살짝 내밀며 씩 웃었다.
"검은 달의 간부가 되려고요."
"간부?"
"네, 간부요. 간부가 되면 검은 달의 아지트가 어디 있는지 알게 되거든요."
"그리고 부수게?"
넌지시 묻는 하벨의 물음에 레디나는 낙엽을 쥔 손을 내렸다.
"맞아요. 이미 엉망이 됐다면 부술 수밖에 없죠."
레디나의 미소가 길어졌지만, 어쩐지 우는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다시 세울 거예요."
"힘들 거야."
"알아요. 하지만 저는 다른 건 배워본 적 없어서 몰라요. 부수고, 죽이고. 이게 제가 가장 잘하는 거랍니다."
레디나는 손에 쥐었던 낙엽을 던졌다.
바닥에 닿자 낙엽을 발로 비틀며 평소처럼 하벨을 바라보았다.
뾰족하게 선 레디나의 눈동자에 하벨은 어쩐지 검이 생각났다.
날이 마모된 검.
"도련님께서 시키신 일에 지장이 없다면 언제든 데려와도 됩니다."
페트리오는 뒤를 돌아보며 대답했다.
레디나와 시작은 좋지 않았지만, 그건 순전히 자신의 죄 때문에 발생한 일이 아닌가.
"고마워요. 혹시 살려서 데려와야 하나요?"
"피만 있으면 됩니다. 뽑은 지 3일 이내 피 말입니다."
"어서 가지죠, 도련님. 저런 말을 듣지 마십시오."
카샬은 대화가 이상하게 흐르자 칼같이 끊어내며 하벨을 재촉했다.
이 조합은 아무리 생각해도 교육상 좋지 않았다.
* * *
[이쪽이야! 이쪽!]
아라는 단풍으로 방향을 가리켰다.
"오. 이쪽인가 봐요."
레디나가 당장 아라를 안아주고 싶다는 눈동자로 허공에 둥둥 뜬 단풍을 바라보았다.
아라가 쥐고 있다는 사실 때문인지 몰라도 단풍마저 참 어여뻐 보였다.
"아라 님이 이쪽이라는데?"
이때다 싶어 카샬은 페트리오를 보며 씩 웃었다.
지도를 펼치며 걷던 페트리오가 잠깐 머뭇거렸다.
조사 결과는 이쪽이었지만, 다른 사람도 아니고 정령의 말인데.
"아라야."
하벨은 페트리오와 다른 길 선택한 아라를 부를 수밖에 없었다.
[응, 대장?]
아라는 꼬리를 흔들며 말했다.
"왜 이쪽이라는 거야?"
[여기서 마나 냄새가 나니까. 그리고 어…….]
아라는 땅으로 내려와 바닥을 가리켰다.
[땅이 알려줬어.]
"땅이 알려주다니?"
[어음. 이 몸이 말이야, 여기에 날아왔는데 갑자기 눈앞에 저벅저벅 걷는 사람의 모습이 보였어!]
'그래서 조금 전에 잠깐 아라가 멈춘 거였나?'
하벨은 아라를 쓰다듬었다.
'루룸이라도 있었으면 이게 무슨 능력인지 물어볼 텐데.'
하벨은 페트리오를 향했다.
"페트리오."
"예, 도련님."
"미안하지만, 아라를 한 번만 믿어줄래?"
아라가 피워낸 능력.
그 능력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몰라도 한번 보고 싶었다.
티에라 가문 저택 이외에 정령들과 술래잡기를 한 이후로 아라의 자신감이 많이 떨어졌으니.
"저는 괜찮습니다."
페트리오는 지도를 접었다.
"그럼 일단 위치를 표시할게요."
아라가 나선다는데, 레디나는 당장 허벅지에 찬 도구 주머니에서 동그란 구슬처럼 생긴 걸 꺼내 나무에 슬쩍 놔두었다.
[우옵! 저게 뭐야?]
"저게 뭐야?"
아라과 하벨이 동시에 물었다.
흥미가 가득한 그의 눈빛에 레디나는 하벨을 놀려먹고 싶었지만, 임무 중이니 꾹 참기로 했다.
"저만 맡을 수 있는 추적 향이 섞여 있어요. 이렇게 놓는 용도랑 부착하는 용도랑 따로 있고요."
레디나는 주머니에서 다리가 달린 구슬을 내밀며 자랑했다.
"오. 진짜 신기해!"
이게 뭐라고 신기하게 봐주는 모습에 레디나는 왠지 뿌듯했다.
하벨은 아라와 함께 냄새를 맡아 보지만, 숲으로 들어오면 맡을 수 있는 나무껍질과 흙냄새밖에 나지 않았다.
[이 몸은 모르겠어.]
"나도 모르겠는데?"
하벨과 아라는 서로를 바라보았다.
냄새를 제대로 맡으려 잠깐 숨을 멈춰보지만, 특별한 냄새는 나질 않았다.
하벨의 시선이 페트리오를 향했다.
아무래도 마법사이다 보니 뭔가 방법이 있지 않을까.
기대감이 어린 시선을 보자 페트리오는 주춤거렸다.
"…저는 원래 냄새를 잘 못 맡습니다, 도련님."
"마법사잖아?"
"이건 제 분야가 아닙니다."
"아. 잘하는 분야만 힘을 발휘하는구나."
"…예?"
페트리오가 어리둥절했고, 하벨은 중얼거리며 카샬을 바라보았다.
"살짝 다른 냄새가 납니다."
카샬은 레디나가 구슬을 내밀 때부터 다른 냄새를 인식했다.
고소한 향이 맴돌았다.
"그럴 리가요."
레디나가 놀랐고, 아라는 시무룩했다.
[이 몸은 안 나는데.]
"고소한 향기가 살짝 나는데? 이거 아니야?"
"…어?"
레디나는 잠깐 놀라다 카샬을 신기하게 바라보았다.
"사람… 맞아요?"
"예전부터 코가 예민했어. 그렇다고 다 맡을 수 있는 건 아니고. 적어도 네 추적 향은 냄새가 나네."
"다행이에요!"
레디나가 카샬에게 한 발자국 다가오자 그는 두 발자국 물러섰다.
누군가에게 이런 말을 할 줄은 몰랐지만, 레디나는 진심으로 기뻤다.
"다행이라니?"
카샬이 당황하며 물었다.
"혹시나 제가 정말 급해서 추적 향만 뿌려놓고 갈 수 있잖아요? 이런 경우에 어떻게 하나 생각을 한 적이 있어요. 카샬이 있어 이제 안심이네요."
혼자가 아니라 함께였기에 레디나는 난생처음 새로운 고민을 해보았다.
"그럼 이제 제가 길을 잃거나 따로 떨어졌어도 카샬이 도련님 옆에 있으면 이제 안심이에요."
레디나는 그제야 물러서서는 아라가 가리켰던 방향을 보며 즐겁게 외쳤다.
"아라 님, 어서 출발하세요."
[응응! 출발!]
아라는 단풍을 흔들며 신나게 앞장섰다.
단풍이 눈에 띄었기에 하벨이 굳이 방향을 알려주지 않아도 충분했다.
[왼쪽!]
아라가 단풍으로 방향을 가리키자 하벨을 포함한 레디나, 카샬, 페트리오가 줄지어 자신을 따라왔다.
아라는 으쓱거렸다.
[오른쪽!]
누군가 앞에 서는 게 이렇게 재미있을 줄이야.
킁킁.
아라는 마나 냄새와 땅이 보여주는 1초 남짓한 흔적을 신나게 따라가다 말고 갑자기 멈췄다.
[…어?]
아라가 허둥지둥하다 단풍마저 떨어트리고는 당장 하벨에게 매달렸다.
"왜……."
오싹.
하벨 역시 말을 멈췄다.
익숙한 감각이 몰려왔고.
화르륵.
랜턴에 검은 불꽃이 타올랐다.
'…어디에서 느껴봤더라.'
최근에 느껴봤던 감각이었다.
시선을 돌리자 바로 앞 허공에서 균열이 일어났다.
불쑥 튀어나오는 커다란 손아귀.
하벨의 얼굴에 그림자가 졌다.
"도련님…!"
레디나가 재빨리 하벨을 뒤로 잡아당기며 소리쳤지만, 괴물의 손은 이미 하벨을 움켜쥐었다.
"…큭!"
하벨은 신음을 냈다.
다급히 만들어낸 물이 땅으로 흘러내렸다.
[대장을 놔줘…!]
아라가 바로 식물을 일으켰고, 괴물의 손이 흔들리는 틈을 타 카샬이 단숨에 검을 빼 휘둘렀다.
스윽!
반쯤 끊어지는 손과 함께 하벨이 풀려났다.
카샬은 하벨의 옷자락을 잡고 레디나에게 던졌고, 레디나는 바로 페트리오에게 밀었다.
페트리오가 하벨을 안전하게 붙잡자 레디나는 바로 입을 뗐다.
"달릴 수 있죠?"
"물론입니다."
"멀리 도망치세요! 멀리요!"
레디나의 다급한 재촉에 페트리오는 당장 하벨을 업으려 했다.
"피해!"
하지만 소리가 하벨에게서 터져 나왔다.
그는 자신을 보고 있는 그들을 밀치며 앞을 보았다.
소리도 없이 다가온 가시가 보였다.
하벨은 떨어졌던 물을 포함해 자신이 모을 수 있는 만큼 물을 모았다.
시간이 없기에 그저 날카롭게 날만 세워 휘둘렀다.
휘익!
[대장!]
아라가 다급히 정령수를 밀어넣었기에 하벨은 추가된 물로 기존 물을 강화했다.
쉬이이익.
물살이 이는 소리가 작게 들려오며 물이 가시를 스치자 우수수 땅으로 떨어졌다.
"…하."
하벨은 깊은숨을 토해내며 코에서 흐르는 피를 닦아냈다.
"미안해요, 도련님."
하벨의 피를 보자 레디나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당장 단검을 움켜쥐었다.
"누군가를 지키는 건 처음이라서요. 도망치는 생각밖에 못 했어요."
레디나가 연기에 휩싸이며 틈의 세계에서 나오는 새로운 괴물의 팔 앞에 나타났다.
타탓.
무언가 켜지는 소리와 함께 바람이 불어왔다.
레디나가 쥔 단검 끝에서.
검이 움직였다.
한 번.
자상이 만들어졌다.
두 번.
살이 벌어지고.
세 번.
뼈가 드러났다.
네 번.
완전히 팔이 잘려나갔다.
모두 눈 깜짝할 사이에 벌어진 일이었다.
괴물의 팔이 바닥에 떨어지자 바람이 일어났다.
짙은 하늘을 닮은 레디나의 남청색 머리카락이 살짝 흔들리며 아직 마르지 않은 연기가 휘날렸다.
"그런데 이제 알겠어요. 지키는 것도 결국, 적을 쓰러트려야 할 수 있다는 걸요."
레디나는 눈웃음을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