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제가 흑막이라고요-53화 (53/79)

〈 53화 〉 전면전?(4)

* * *

새상에 없는 것이 없다던 암시장. 사람의 욕망이 가장 잘 들어나는 장소이자 원천적인 욕구가 지배하는 곳.

아델라는 윈프레드의 손을 이끌고 경매장으로 향하고 있었다.

'암시장에는 기본적으로 판단을 흐리게 하고 욕망을 부추기게 하는 성분을 뿌려놓지.'

암시장 주변에 나타나는 약간의 안개는 암시장측에서 의도한 바였다.

'아무리 판단력이 흐려졌다고 한들. 멍청하긴.'

아델라는 윈프레드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그를 향해 조소를 날렸다.

'역시 음지에 대해서는 하나도 모르는게 틀림없어.'

오늘 얼마나 그를 벗겨먹을지 생각하면 군침이 싹 돌았다.

"여기랍니다."

아델라는 윈프레드의 몸에 착 달라붙어 경매장으로 안내했다.

"크흠흠.."

불쌍한 윈프레드는 그게 좋다고 은근슬쩍 아델라의 몸을 만지고 있었다.

'이런자가 그분의 적이라니.. 정말 한심하네. 적어도 자신의 욕구는 제어해야 할텐데.'

그가 만약 냉철했다면 함정에 빠지지도 않았겠지만 그러지 못했기에 함정에 빠진 것이었다.

윈프레드는 아델라의 몸의 감촉을 느끼며 집사에게 명령했다.

"루델. 물건들을 암시장측에 인도해주고 오도록."

미리 준비해두었던 물건을 경매장에게 보냈다. 이 물품은 바로 경매장측에 출품될 것이다.

아델라는 윈프레드가 처한 상황을 알고 있었지만 뻔하게 물어보았다.

"어머.. 당장 돈이 급하신가봐요?"

아델라의 말투는 묘하게 사람의 신경을 긁는 무언가가 있었다. 아델라가 마치 '너 돈없어?' 하는 말에 윈프레드는 발끈했다.

"흥. 대귀족 가문이지만 검소하게 쓸모없는 물건을 파는 것이니 오해하지 말도록."

"역시. 귀족님이셔~"

'쯧 한심한 자존심 세우기는.'

이미 윈프레드 바타치스의 사정을 알고 있는 아델라였기에 속으로 그를 비웃었다.

그렇게 아델라와 윈프레드는 경매장 안쪽으로 입장했다.

.

.

.

"목표가 입장했습니다."

오늘의 경매장은 매우 특별했다. 그야 그럴것이 그는 만들어진 경매장에 입장했기 때문이었다.

원래 경매장은 다른쪽에 위치해 있었고 윈프레드가 입장한 곳은 만들어진 세트장이었다.

그 사실을 모르는 윈프레드는 VIP석에 앉았고 윈프레드와 그의 하수인 2명을 제외한 76명의 배우가 경매장안에 위치했다.

원래 경매장은 정상적으로 운영중이었다. 참고로 정상적인 경매장에 나오는 물품은 바타치스가의 비밀금고에서 얻은 물품을 주제로한 경매였다.

그 모습을 보고 이번에 새로 들어온 음지 부서장이 툴툴거렸다.

"이번 작전을 위한 손해만 도대체 얼만지..."

그런 툴툴거리는 말에 대답한것은 아자젤이었다.

"모든 것을 보답받게 될 거고. 투자한 돈보다 바타치스의 이권을 뜯어먹는 것이 더 이로울 것이지요."

바타치스가 몰락하면 제국의 그림자인 시크릿 클랜에 의해 바타치스가문은 잠식될 예정이었다.

"자 그럼 경매를 시작하죠."

윈프레드가 앉아있는 VIP석은 만들어진 세트장에 불과했지만 그래도 그가 의심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 철저히 원래 경매장의 진행 방식을 따랐다.

"첫번째로 소개드릴 상품은.. 아유티아 왕국에 미인 후작부인이 사용했다는 루비 목걸이 입니다!"

당연히 윈프레드는 지켜만 볼 뿐 경매에 참여하지 않았다. 돈을 얻기 위해 참여한 것이지 사기 위해 도착한 곳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아델라가 옆에서 윈프레드에게 찡얼거리지만 그는 완고했다. 그는 결코 그런 감정으로 자신의 일을 망치는 이가 아니었다. 지금은 많이 어려워도 공작가의 지배자는 지배자였다.

"165골드!"

"170!"

"175골드!"

시크릿 클랜에 연기자들은 열과 성을 다해서 연기를 하고 있었다.

'애들이 참 일을 잘해.'

그 모습을 보고 그들 중 자신의 클랜원이 섞여 있다는 것을 아는 아델라는 뿌듯함을 느꼈다.

"자.. 이제 에피타이져를 맛보았으니.. 본 경매를 시작해야지요."

사회자의 말에 화려하게 장신된 상자 하나가 열렸다.

"다이즈 군도산 장신구들!"

.

.

.

아유티아 왕국의 목걸이가 나왔다.

윈프레드는 철저히 그 장신구를 매의 눈으로 탐색했다.

'장신구로서의 가치는 괜찮군.'

물론 구매하지는 않을 것이다. 지금은 허리띠를 졸라맬때. 사치는 모든 것이 정상화되었을때 해도 늦지 않았다.

후작부인의 목걸이가 팔리고 난 뒤 사회자는 바로 바타치스 공작가의 목걸이를 경매로 내보넀다.

'훗.. 방금 팔렸던 목걸이보다.. 저기 벨트의 가치가 훨씬 높지.'

다이즈 군도는 해적들로 유명한 곳이었다. 그리고 그곳은 장신구로도 유명한 곳이었다. 세계 어떤 나라든 약탈한 전설의 해적 바르바는 무수한 재화를 쌓아왔고 보석 기술자들을 납치했다.

그리고 그렇게 수십년동안 다이즈 군도의 세공실력은 세계최고가 되었고 다이즈 군도의 장신구는 없어서 못 살 지경에 이르렀다.

게다가 지금도 다이즈 군도는 해적 소굴이기에 더 구하는 것도 여의치 않았다.

사회자의 말이 끝나고 다이즈 군도라는 이야기를 듣자 관객들의 분위기가 후끈하고 달아올랐다.

'성공적이군.'

원래 목표는 헤이스트 상단에 빚을 변제받을 만큼만 버는 것이었지만, 인간은 탐욕의 동물. 이걸 가지면 저것도 가지고 싶었다.

'오늘 경매에셔 빚을 갚고도 남을 돈을 벌어들이면 좋겠군.'

자신의 비밀 금고를 여는데 드는 시간이 많이 걸리기에 그 시간 안에 가문에 여유 자금은 매우 중요했다.

"그럼 여기 사파이어 귀고리는 150골드부터 시작하더록 하겠습니다."

사회자의 말이 끝나고 가격이 쭉쭉 올라갔다.

"1200골드."

마침내 경매장의 큰 손이 나왔고 쐐기를 찍나 싶었지만­

"1250골드!"

더 높은 금액이 나왔고 윈프레드는 웃고 있었다.

이는 윈프레드가 준비해둔 선동꾼들 때문이었다. 바로 은근슬쩍 가격을 올리는 이들이었다.

'암.. 너무 가격이 낮을때 만약의 방법도 있어야지.'

"1300골드."

윈프레드는 여기에서 만족하기로 했다. 수신호를 보내 가격을 올리는 것을 멈추게 했다.

'기분좋군.'

기분 좋음을 느끼며 옆에 앉은 여인의 몸을 만질려고 했지만.

탁­!

붉은 머리의 여인의 그의 손을 거부했다.

'어디서.. 천한게.. 감히...'

윈프레드가 여인에게 역정을 내려 할때.

"어머.. 그 이상은 나중에 해주세요."

훅 들어오는 달콤한 향기에 이성이 흐려졌다.

"뭐.. 그러토록 하지."

윈프레드는 옷매무새를 정돈했다.

'끄응.. 내가 여자에 많이 굶주리긴 했나 보군.'

최근에 너무 바빴던게 문제였다.

'뭐.. 일이 끝나고 대충 장신구 하나 사주면 다리를 벌리겠지.'

윈프레드가 생각하는 붉은머리 여인의 가치는 딱 그정도였다. 그리고 윈프레드 자신은 점점 집중력이 떨어지지 않는 것을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시간이 어느 정도 흐르고..

윈프레드는 신호를 보냈다.

"1870골드!"

반지의 가격이 그 가격에서 멈추고 말았다.

'어라..? 예상보다 가격이 많이 싼데?'

무려 다이즈 군도산 다이아몬드 반지였다. 그런데 윈프레드의 예상보다 사람들의 관심이 덜했다. 그랬기에 손을 써 억지로 가격을 올렸지만.. 아무도 참여해주는 사람이 없었다.

결국 자기 자신의 물건을 자신이 매꾸게 된 셈이었다.

'이상해.. 내가 생각했던 가격보다.. 모든 물건이 제값을 못해주고 있어..'

계속 수렁에 빠지는 느낌이 들었다. 자잘한 것들은 정상적으로 예상한 가격에 안착하는 방면에 비싼 물품은 헐값에 구매되고 있었다.

억지로 가격을 올려도 아무도 참여를 해주지 않는다.

이상한 것을 눈치챘을때는... 모든게 끝나있었다.

"어?"

"손님. 모든 경매가 끝난지 오래입니다."

"이.. 이건 사기야! 무슨 수를 쓴게 분명해!"

"손님. 경매장은 신뢰가 원칙입니다. 그리고 경매장에서 저희는 무슨 수를 사용하지 않습니다.."

안내인은 경매장에서만 수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하는 말은 굳이 얘기해주지 않았다.

"이상해.. 이상하단 말이야.."

윈프레드는 자신이 사기를 당했음을 확신했다.

"루벨!"

"부르셨습니까 주인님."

윈프레드는 집사를 호출한 후 해독 아티펙트를 가져오게 했다.

아티펙트를 사용한 후 아티펙트가 작동하고 깔끔한 정신을 되찾자 윈프레드는 한숨을 쉬었다.

"하... 내가 이런 수에 당하다니."

그리고 경매장 관리자를 향해 말했다.

"경매장의 신뢰가 뭘 어쩌고 저째?"

"흠.. 들켰나요."

윈프레드의 말에 관리자는 침착했다.

"바타치스가는 이 사건을 정식으로 항의할 것이고 마땅한 보상을 청구할 것이다."

"과연 그렇게 될까요? 바타치스가는 몰락할텐데요."

관리자가 씨익 미소짓자 윈프레드의 낯빛이 어두워졌다. 그리고 그는 모든 일의 전망을 파악했다.

"어디까지 알고 있는 거지? 아니.. 애초에 한패였군.... 하.. 유다 벨라레의 짓인가? 대 바타치스가 내 대에서 몰락하다니..."

몇초의 침묵후 윈프레드가 말했다.

"모든 것을 지켜보고 있을 이에게 말해주게. 항복하겠다고."

.

.

.

"좋아.. 일단 전면전을 벌이면 소모전이 되겠지만.. 안전하게.."

"유다님."

유다가 바쁘게 서류를 정리하고 있을 동안 그의 메이드인 캐시가 유다를 향해 다가왔다.

"무슨 일인데?"

"바타치스가가 파산했습니다."

"?"

유다는 전면전을 아주 열심히 준비해 오고 있었다. 하지만 캐시의 말은 기쁘면서도 당황스러웠다.

'이게 전면전? 아직 시작도 안했는데?'

어쨌든 벨라레 가문과 바타치스 가문의 싸움은 종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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