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4화 〉 아카데미 탐정놀이(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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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력탈취와 마력팽창을 계속 반복하니 남자는 알아서 정보를 술술 불기 시작했다.
제나는 마른 나뭇가지처럼 비쩍 말라붙은 남성을 바라보았다.
"흐음…. 그렇구나. 같은 소속이었단 말이지?"
어쩐지 아리아나랑 사령술 쓰는 방식이 비슷하더니 그 남자는 아리아나가 가르쳐준 직계 제자 중 한 명이었다는 진실이었다.
"왜…. 이런 괴물들이 아카데미에…."
"헤…. 사람을 괴물이라 말하다니…. 기분 나쁘네…. 그래도 유다를 얻기 위해서는 뭐든 될 수 있지만~"
가면을 쓴 사람을 피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가면을 쓴 사람이 아무 말도 없자 제나는 쓰러져있는 괴한을 발로 툭툭 건드렸다.
"이봐요? 혹시 죽었나요~?"
제나가 그렇게 건드리기를 몇 초 가만히 있던 남자가 불쑥 일어나더니 제나를 향해 몸을 날렸다.
"같이 죽자!"
남자의 몸은 기이하게 부풀어 올랐고 피부가 붉게 변했다.
남자가 제나를 덮쳤지만 날아오는 상태에서 허공에 그물이 걸린 것처럼 멈춰 서게 되었다.
"스트링이라는 기초마법이지만…. 몇 겹 두르고 마력 효율성을 최대로 발휘한 뒤 꼬아서 만들면 고위 방어 마법 못지않은 내구성을 자랑하지."
제나의 그물망에 걸린 그는 소리 질렀다.
"이미 마법을 취소시키기는 늦었다. 전무 폐허로 만들어주지!"
"아…. 그래? 한번 해봐 재미겠네."
남자의 행동에 제나가 아무런 대처도 없이 아공간에서 의자를 꺼내 앉고 남자를 지켜보자 더욱 당황한 것은 남자였다.
"뭐…. 뭐냐! 무슨 수작을…."
"애초에 마법을 시도할 거면 마력 연결부터 끊고 하지?"
제나가 손을 튕기자 자폭 마법에 공급되던 마력이 확 중단되었다. 이는 시속 200km가 넘는 차를 급브레이크를 한 것과도 같은 이치였다.
"끄아아아아악!“
몸은 터지지 않고 끓어오르기만 하는 채로 남자에게 엄청난 고통을 주었다.
"한심하긴…. 마력 연결을 끊지 않으면 나에게 모든 마력을 통제당한다고.?"
"끄르르륵…. 끊어지지 않는다. 도대체 얼마나 괴물인 거냐…."
"그래도 마지막은 조금이나마 마력을 움직이게 해줬잖아?"
남자는 제나와의 마력 연결을 끊으려고 수도 없이 노력해왔지만 마치 자신이 여태까지 쌓아온 마력이 제나의 충실한 수족처럼 그의 의지로 움직이는 것을 거부했다.
마지막 순간에는 마력을 움직일 수 있기에 과감한 시도를 했지만, 제나의 자비에 불과했고 전부 무로 돌아갔다.
게다가 자폭 마법을 급히 멈춘 부작용으로 작은 폭발이 몸 안에서 일어난 상태나 마찬가지였다.
"쿨럭…. 괴물…. 도대체 어떻게 해야 마력 연결을 끊을 수 있는 거냐…."
남자는 피를 흘리면서 물어보았고 제나는 흥미로워 무심코 대답했다.
"글쎄? 제국 7성 정도 돼야 마력 연결을 풀 수 있지 않을까? 실제로도 마력 주도권 실력은 아리아나랑 비슷하던데."
제나의 말을 듣고 온몸이 망가진 남자는 처절히 몸부림쳤다.
"아리아나 사도님을 죽인게 너냐!"
"사도? 아 맞다. 너희 같은 교단이었지. 그리고 대답에 대한 답은 내가 죽이지는 않았어. 그이가 죽였지."
제나는 순순히 답해주었다.
"너무 순순히 답해주는군."
"그런가? 어차피 상관없지만."
남자는 제나의 말에 자신의 최후를 직감했다.
"죽기 전에 마지막 부탁이지만…. 인간으로서 영혼을 건드는 행위는 자제해주지 않겠나?"
"사령술사의 영혼은 리치 제작에도 좋고 영혼을 갈아서 마력으로도 사용할 수 있는데? 굳이 그래야 할까?"
제나는 진심으로 모르겠다는 듯이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하…. 너는 미쳤군."
"그래? 그럼 이거 볼래? 내 컬렉션인데."
제나는 그에게 보라색 등불을 하나 꺼냈다.
"안에 들어있는 것은 영혼이군…."
"맞아. 아리아나의 영혼이지."
"...."
"너는 정말로…. 악마나 다름없다. 쿨럭…."
"왜? 그냥 자원을 아끼지 않고 쓰는 것뿐인데? 그리고 이건 멋진 아크리치로 만들 거야!"
"악마 같은 년. 금발 머리 년도 그렇고…. 왜 우리를 괴롭히는 거냐…. 아무리 그래도 내 의지와 교의 의지는 꺾이지 않는다. 이미 시간은 많이 끌었다. 모든 것은 교의 뜻"
푸욱….
남자의 머리를 공중에서 낙하한 대검이 관통해 지나갔다.
황금빛으로 점칠 된 대검이었다.
아자젤이 공중에서 낙하한 후 시체를 살폈다.
"이런…. 이미 죽을 놈이었으면 더럽히지는 않았을 텐데."
"언니!"
"그 사태 이후 처음인가 제나.”
진리구제회의 불운이 있다면 오늘은 오랜만에 아자젤이 등교한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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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스 총 교단 대신전
흰색 대리석과 밝은 빛이 비치는 스테인드글라스가 아름다운 곳이었다.
"아자젤 사도, 최근에 즉결심판을 너무 많이 사용했습니다. 자제를 부탁드리겠습니다."
최근에 아자젤은 과도하게 활동했다.
그것은 아자젤 자신도 인지하고 있는 사실이었다.
유다를 위해서 시크릿 클랜을 키우고 정적들을 제거했으며 온갖 더러운 일에도 손을 대었다. 그것을 위해서 합법적으로도 불법적으로도 활동했다.
적을 이단으로 몰아서 심판하기도 했으며 암살도 주저치 않았다.
솔직히 아자젤은 유다의 새로운 세계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었다. 단지 유다를 믿고 그가 원하는 것을 행하게 해줄 뿐.
'그것을 위해 대를 위한 소의 희생은 어쩔 수 없는 것입니다.'
대를 위한 소의 희생. 소수의 의견도 존중해야 하지만…. 그것이 유다를 위협한다면…. 설령 대가 유다를 위협한다면 언제나 아자젤이 나설 것이다.
"아자젤 사도? 아자젤 사도?"
"네. 선배님."
아자젤이 너무 많은 권한 남용으로 경고를 받을 때 아자젤의 앞에 선 것은 그녀의 선배인 2사도였다.
아자젤이 제7사도고 선배가 제2사도지만 실제 직책의 이름만 그럴 뿐. 실제로 사도의 숫자는 아자젤 포함 3명밖에 없었다.
그런 그녀인 만큼 그녀의 권한은 엄청났고 아자젤이 경고를 받을 정도면 꽤 사태가 컸다.
사실 경고를 받게 될 때까지 열심히 움직이게 된 이유는 정작 중요한 시간 때에 자신에 대한 무력감이 컸다.
유다와 제나는 흉성을 잡을 때 자신은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았다는 죄책감에 무리해서 움직이게 되었다.
어느새 아자젤의 징계 회의는 끝을 향해 달려갔다.
"그런고로…. 아자젤 사도, 잠시 사도직을 내려놓고 1주일간의 휴식을 취하는 것이 어떻겠는가."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선배 사도가 제안했고 아자젤을 그 제안을 받아들였다.
물론 휴가 동안 시크릿 클랜의 업무를 처리할 예정이었지만 그래도 시간이 많이 남았다.
'유다나 보러 갈까….'
그렇게 오랜만에 아자젤은 아카데미에 등교하기로 했다. 참고로 아자젤이 아카데미를 등교한 횟수는 이번을 합쳐서 6번이었다.
아자젤이 등교하자 아카데미는 혼란 속에 빠져있었다. 아자젤이 유다를 만날 생각에 좋아진 기분이 팍 식어버렸다.
스르릉….
바꾼 무기인 대검을 꺼내 들었다.
마력으로 속도를 가속하고 점프한다. 그리고 가장 악의가 많이 느껴지는 곳으로 돌파한다.
'일점섬멸'
서걱!
아자젤은 학장실에 침입한 괴한들을 베어 넘겼다.
"미안하지만…. 아카데미 금고실에는 아무것도 없어."
아카데미 금고실의 물품은 이미 시크릿 클랜의 아지트로 이동한지 오래였다.
일부로 저 물건들의 완전매몰을 위해 아카데미를 완전히 무너트리는 작전도 세워놓은 이유 중 하나였다.
정체불명의 괴한들을 베어 넘긴 아자젤은 다음으로 느껴지는 좋지 않은 기운 쪽으로 점프했다.
하늘 위에서 적의 인영이 보였다.
대검을 치켜들고 투척했다.
푸욱….
대검은 아주 쉽게 머리통을 관통했고 아자젤은 무사히 지상으로 착지했다.
착지하고 나서 본 것은 바로 제나였다. 아자젤이 보기 껄끄러운 사람 중 한 명인 제나였다.
그녀가 보기 껄끄러운 이유는 예전에 유다의 옆을 지키던 이는 지신이었는데 이제는 제나가 유다의 옆을 차지하고 있었다.
게다가 무력도 강력했다. 물론 마력을 전부 잃었기에 지금의 아자젤에게 발끝만큼도 미치지 못하지만 한번 제국 7성과 겨루어보았던 실력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언젠가 마력을 모두 되찾았을 때 만약 유다가 자신이 아닌 제나를 선택하게 된다면….
'이건 추악한 질투심일 뿐이야.'
'어떤 경우라도 유다가 나를 선택할 수 있게 강해지는 되는 법.'
마음을 다잡고 그제서야 아자젤은 제나를 환영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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쾅쾅!
클레아와 레이시가 밖으로 나와보니 밖에 큰 소란이 일어나고 있었다.
상황을 어느 정도 이해한 레이시는 그나마 괜찮았지만, 클레아는 큰 혼란을 느끼고 있었다.
"도대체 무슨 일인가요?"
아무래도 저번 습격에 큰 피해를 본 클레아였기에 아카데미의 혼란이 트라우마로 남은 모양이었다.
공황상태에 빠진 클레아의 손을 붙잡고 레이시는 일단 안전해 보이는 곳으로 뛰었다.
딸그락…. 딸그락….
해골 병사가 다가왔고 레이시는 구입한 몽둥이를 휘둘렀다.
뻐억!
"타격감 좋고!"
레이시는 황녀의 상태를 다시 살펴봤지만, 아직도 공황상태에 빠져있었다.
"1인분은 기대하기도 힘들고…."
'답은 런 밖에 없다.'
레이시의 손을 꽉 잡고 곳곳에서 다가오는 해골들의 골통을 몽둥이로 부쉈다.
"됐어! 곧 생활관이야!"
레이시와 클레아는 계단을 타고 올라가 가장 안전한 곳인 유다가 있는 다이아몬드 생활관 쪽으로 뛰었다.
"문 열어! 유다!"
끼이익….
이윽고 문이 열렸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