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제가 흑막이라고요-31화 (31/79)

〈 31화 〉 나를 증오해주세요(2)

* * *

1번째 게임: 행운

게임이 시작된다. 사실 게임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자신을 유다가 편하기 죽이기 위한 빌드업이자 모든 것은 대본이었다.

하지만 대본이 처음부터 어긋나기 시작했다.

룰렛이 돌아간다. 유다의 코인은 늘어가고 제나의 코인은 줄어들었다.

'분명... 확률이 조작되었을 텐데?'

유다가 이길 확률이 없는 것도 아니지만, 조작된 확률 속에서 말도 안 되는 승률을 보여주고 있었다.

'룰렛은 마력을 사용하면 조작할 수 있기는 하지.'

하지만 제국 7성을 뛰어넘는 마력을 가진 자신에게서 들키지도 않고 룰렛에 확률 조작을 가한다?

제나는 그제서야 웃을 수 있었다. 자신이 죽어도 저렇게 뛰어나다면 걱정이 들지 않을 것 같았다.

자신보다 뛰어나다는 사실에 기쁘면서 돌봐주지 못 한다는 게 안타까웠다.

도르르륵….

룰렛이 돌아간다.

'유다. 마력으로 조작한다는 사실을 너무 당당하게 말해는 것 아니야?'

"유다…. 무슨 수를 쓴 것 아니야?"

제나는 말도 안 되는 점수 차를 보고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제나도 룰렛에 손을 썼기 때문에 별말을 할 수는 없었다.

"행운 종목의 승자는 나인 것 같은데?"

유다가 이긴 채 우쭐하는 모습도 사랑스러웠다.

"으으…. 좋아…. 네가 이겼어."

제나는 패배를 인정하고 다른 게임으로 넘어갔다.

'대본이 달라졌기에 다른 곳에서 승점을 따내야 해.'

제나가 설정한 시나리오의 승점 포인트는 승승패패승패패였다.

최종적으로 유다가 승리하게 될 예정인 시나리오.

'다음 게임을 시작하자.'

2번째 게임: 지식

수백 가지의 문제가 아티펙트의 효과로 무작위로 흩뿌려진다. 유다는 아주 능숙한 솜씨로 풀어나가기 시작했다.

제나도 아주 빠른 속도로 풀어갔다.

'아무리 유다라 해도 나를 이길 수 없­'

주륵….

코에서 출혈이 발생했다.

투둑…. 투둑….

핏방울이 매달려 종이를 적셨고 제나는 급하게 마력을 이용해 출혈을 막을 수밖에 없었다.

마력으로 출혈을 막으면서 제나는 생각할 수 있었다.

'졌다.'

"다 풀었어."

유다는 어느새 문제를 다 풀었고 제나는 다음 게임을 위하여 자신의 몸 상태를 정비했다.

'예상보다 빠르게 나빠지고 있어.'

슬며시 흐르고 있는 핏줄기. 차가워지는 피부.

아마 망자에 가까워지고 있을 것이다.

반쯤 망자의 몸이기 때문에 신성력도 통하지 않았다.

'정신 차려. 제나. 아직 늦지 않았어.'

.

.

.

첫 번째 게임은 유다의 행운으로 인해 쉽게 풀렸다. 두 번째 게임도 유다가 워낙 책을 읽는 것을 좋아하기에 승리로 끝났다.

하나 걸리는 점은 제나한테 약간의 혈향이 느껴졌다는 점.

'제나는 나한테 뭔가 숨기는 게 있어.'

편지에 나왔던 대로 부모님을 죽인 사람이 누구인지 않다는 그런 내용이 아니라 좀 더 숨겨진 내용이 있었다.

유다는 제나를 믿었다. 그녀는 가족만큼이나 소중한 존재이니 믿을 수밖에 없었다.

3번째 게임: 마력

"여기야 유다. 마력을 이용해. 표적을 맞히는 거지."

제나는 평소의 말투로 세 번째 게임에 관해 설명했다.

게임에 대한 설명을 듣고 난 뒤로 게임이 시작했다.

이곳은 유다가 기대하지도 않았던 게임이었다. 유다의 마력은 형편없었다. 그래서 당연히 뒤처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이상하네…. 유다 아직도 힘을 숨기고 있는 거야?"

제나가 머리를 기웃거리며 유다의 무력에 대해 의문을 품지만 실제로 그 실력인 걸 어떻게 진짜 실력을 드러내란 말인가.

3번째는 유다의 패배로 끝났다.

2승 1패

'어차피 마력 종목은 기대하지도 않았어.'

자신에게 승리를 따낼 수 있는 종목은 전략 그리고 상재일 것이다. 유다는 제나를 바라보았지만, 제나는 아직도 의문을 느끼는 중이었다.

4번째 게임: 전략

"따라와 유다!"

제나는 유다의 손을 잡고 지하로 내려왔다. 그리고 그 지하바닥은 유리로 되어있고 밑에는 작은 산맥의 축소판이 있었다.

"자. 여기 진흙 골렘 조종석. 어때 여기서 서로의 전략을 평가하는 거지."

유다의 손이 컨트롤러를 쥐었을 떄 작은 전장에서 움직이는 진흙 골렘이 느껴졌다.

유다는 할만하다고 느꼈다.

마법사 진흙 골렘 5기

기사 진흙 골렘 10기

기마병 진흙 골렘 20기

창병 진흙 골렘 30기

궁병 진흙 골렘 50기

병사 진흙 골렘 100기

총 215기의 진흙 골렘으로 산맥 진형에서 승리하면 되는 게임이었다.

'마법사가 있으면 굳이 지형을 이용할 필요는 없지.'

유다는 적의 예상을 뒤엎을 방법을 사용했다.

숲에 불을 질러버리기.

작은 모형 숲은 금세 화마에 먹혔다. 유다의 일행은 불이 미치지 않는 산의 꼭대기에 평범한 진형을 만들며 대기했다.

숲이 없으면 높은 진형이 유리하다. 그리고 전장은 제한되어있다. 오로지 산맥밖에 없는 것이었다. 산맥을 나갈 수도 없었다. 없으니 적은 도망갈 수 없다. 그렇기에 불을 지르면 그대로 피해를 받을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유다가 불을 지른 것은 산맥의 끝자락으로 유다는 불이 옮겨붙는 것을 바라보면서 산맥의 제일 높은 곳으로 올라갔다.

적들은 아마 제 발로 이곳으로 오게 될 것이다.

본래라면 이런 작전은 적이 무시하면 그만이지만, 전장이 산맥밖에 없는 만큼 받아드릴 수밖에 없었다.

숲에 불을 지르고 그 중심부에 들어간다? 자살 행위다. 현실에는 불가능하지만, 우리 아군은 골렘. 사기 따위 신경 쓸 필요도 없었다.

'숲에 끝자락에 불을 질렀으니 중심까지 시간이 걸리겠지.'

제나의 군대가 올 때까지 대기하면 됐다.

당연하게도 유다의 예상이 적중했고 처참한 피해를 본 제나의 군대가 유다의 군대가 맞붙었다.

높은 곳에 있고 아군의 수가 더 많아서이길 줄 알았던 유다는.

갑자기 진영에서 폭발하는 제나의 진흙 골렘에 패배하게 되었다.

"진흙 골렘을 폭탄으로 이용한다니…."

제나는 진정으로 진흙 골렘을 사람으로 보지 않고 이용했다. 진흙 골렘의 마력 회로를 과부하 시켜 터트렸다.

그렇기 때문에 유다는 패배했다.

너무나 간단한 사실을 간과해버렸다. 현실에서는 불가능하다는 것은 위로가 되지는 않았다.

"이런 건 전략이­"

말하려다가 말했다. 인정해야 했다.

그저 제나가 잘했고. 자신이 못했을 뿐이다.

2승 2패

5번째 게임: 인맥

'승리를 가져가야 하는 게임에서 패배했어.'

그러니 이 게임에서 반드시 승리해야 했다. 5번째와 6번째에서 이기면 된다.

7번째는 게임 종목은 무력. 고려해 볼 가치도 없었다.

반드시 이번 게임에서 승리해야 했다.

"제나, 이번에는 무슨 게임이야?"

유다는 제나의 안내에 따라 거대한 지상 공동으로 안내되었다. 공동의 벽과 천장은 유리로 치장되어 있었다.

"바닥을 봐. 유다."

바닥은 검은색과 하얀색의 체크 무늬가 있었다.

그리고 그걸 보고 떠올린 생각은….

"체스…?"

"맞아. 체스지."

제나가 손짓하자 저 멀리에서 칸에 맞게 흑기사들이 자리에 나타났다.

"여기는 유일하게 밖에서 안으로 올 수 있고. 수정구 통신을 차단하지 않은 곳이야. 그러니까 유다 너를 위해 목숨을 바칠 사람을 모집해봐."

'나를 위해 목숨 바칠 16명?'

가족을 제외하고 그런 사람은 자신에게 없었다. 그리고 가족을 부를 수는 없었다.

이래서 인맥이라 부르는 것인가?

"없어…."

"유다. 부를 사람이 없으면 혼자 참가도 가능해. 게다가 이 체스는 일반 체스랑 달라."

제나는 체스에 대해 규칙을 설명해주었다.

일반적인 규칙은 체스와 같지만 체스 말들의 무력이 매우 중요하다. 공격하더라도 역으로 죽임을 당할 수도 있었다.

"그러면 체스와 관련 없는 그냥 무력을 평가하는 게임인데?"

"대신 먼저 공격하는 대상은 이 아티펙트 체스판의 효과에 의해 여러 가지 버프를 얻고 상대방은 약화하는 효과를 얻어. 어때? 이 정도면 충분히 할 만해 보이지 않아?“

'공격하는 쪽이 유리한 버프를 얻는 건가….

하지만 압도적 강자가 한 명이라도 있으면 딱히 의미 없을지도 몰랐다.

"마지막 규칙은 이 게임은 나의 킹을 잡든가 나의 기물 10개를 잡으면 유다의 승리야."

'킹 또는 기물 10개라….'

만약 유다가 압도적 강자였다면 충분히 할 만 했을 것이다.

사실 유다의 패배가 확실시되었지만, 이 게임을 포기할 수 없었다.

유다는 충전해놓은 에스투스를 호출했다.

[ 도착까지 1분]

제나가 자신의 시체를 체스 말로 사용한다면 나도 에스투스를 체스 말로 사용할 것이다.

'에스투스의 가동시간은 10분 정도….'

아직은 부족했다.

쨍그랑­!

"유다!”

오래전 호출한 유다의 보험인 아자젤이 도착했다.

유다의 안색이 밝아졌다.

이 체스 할 만할지도 모른다.

'비숍과 퀸을 이용해서 빠르게 끝내면.'

[ 도착까지 1초]

쨍그랑­!

유리로 만들어진 공동의 천장을 뚫고 에스투스가 도착했다.

그 등장이 범상치 않았을 것인가? 제나의 표정은 어두워져 있었다.

"유다 겨우 2기로 되겠어?"

"충분해 제나."

유다는 아자젤을 퀸으로 삼고 10분 작동하는 에스투스를 비숍으로 삼았다.

'최대한 빠르게.'

아무리 아자젤과 에스투스가 강하다고 한들 오래 끌면 힘들다.

상대는 흑시기사들 한명 한명이 이쪽에 비해 약할지라도 체스판에 의해 강화 버프를 받고 아자젤이나 에스투스가 약화 버프를 받고 싸우면 힘든 싸움이 될 수도 있었다.

아마 이 게임이 승부처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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