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화 〉 나를 증오해주세요(1)
* * *
"쿨럭…."
"흐에에…."
참아보려고 해도 몸 안에서 일어나는 출혈은 막지 못했다. 강대한 마력으로 억눌러도 지연시킬 뿐.
사기 계약으로 인해 아리아나의 명령을 들어야 했던 제나. 벨라레 가문 습격 사건에 거들지는 않았지만 침묵했어야 했다.
'고통스러운 침묵이야.'
알릴 수 있음에도 알릴 수 없었던 것은 계약서 때문이 아니었다. 계약서로 인해 모든 것을 잃은 제나를 과연 유다가 받아줄까라는 걱정과 사실을 안 유다를 그들이 해칠까 봐 하는 걱정.
갈팡질팡하던 제나는 결국 결정하지 못했다. 그리고 보게 된 장면은 유다가 장례식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는 모습이었다.
제나는 그때 유다를 몰래 보고 마음이 찢어지는 줄 알았다.
'유다의 모습 전부라면 좋을 줄 알았는데.'
유다의 화내는 모습 슬픈 모습 기쁜 모습. 전부 좋을 줄 알았다.
하지만 유다의 우는 모습에 마음이 찢어질 것 같았다. 뱀파이어의 시체를 부모님에게 보내는 선명한 증오.
'차라리. 내가 미움받더라도 내가 몰락하더라도…. 알렸어야 하는 건데….'
유다의 우는 모습을 보니 서글펐다.
언젠가 유다에게 사실을 말하려고 했을 때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제나의 머릿속에서는 천사와 악마가 싸웠다.
'유다가 진실을 아는 게 좋지 않을까? 진실을 말하고 용서를 구해보자.'
'이미 물은 엎질러졌어. 아무도 네가 침묵했다는 사실을 몰라. 언제나와 같이 유다에게 미움받을 일도 없고 살아가면 되는 거야. 게다가 진실을 알면 유다까지 위험해질 수 있다고?'
제나는 천사의 편을 들어주었다. 하지만
'내일 말하는 거야. 그전에 유다의 품을 즐기고….'
다음날.
'진짜로 내일 말하는 거야. 이게 마지막일 수도 있잖아.
다음날도.
'말할 거야…. 말할 거라고…. 하지만 유다가 위험해질 수도….'
제나가 의지를 다져도 유다의 품이 너무 따뜻한 나머지 유다와의 관계가 어떻게 바뀔지에 대한 걱정이 그녀의 행동을 막아 세웠다.
'하지만 결국 최후가 시한부라니.'
생명의 밧줄이 타들어 간다. 짧은 시간 강대한 힘을 쌓은 대가는 잔혹했다.
제나는 결국 세상 속에서 사라질 것이다. 테낙스가문은 몰락한 채로 말이다.
아마 마지막 명령이 유다를 죽이라는 명령만 아니었어도 아리아나의 명령을 순순히 수행하고 제나는 유다에게 테낙스 가문의 모든 것을 주고 사라졌을 것이다.
유다 벨라레를 죽여라. 그를 죽이면 완벽한 치료제도 지급하지.
유다를 죽이라고?
'절대 안 해.'
그가 없는 세계에서 어떻게 살아가란 말인가. 차라리 자신이 죽는 운명이 나았다.
언젠가 죄책감으로 인해 자신의 목을 밧줄에 걸어보았을 때 든 생각이 있었다.
죽더라도 유다가 죽여주었으면 좋겠다.
그렇게라도 유다의 기억에 남고 싶었다.
"살날도 며칠 안 남았는데. 이 정도 일탈이면 괜찮을 거야."
'그리고 흉성이란 년한테 엿 좀 먹이고.'
.
.
.
유다는 고풍스러운 테낙스가의 성안으로 들어갔다.
성 내부 안은 매우 어두웠다.
"제나…?"
유다가 제나의 이름을 외쳤지만 공허한 울림만 남을 뿐이었다.
그극….
'무슨 소리지…?'
철컥…. 철컥….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제나…?"
유다가 소리가 난 곳으로 고개를 돌려 본 것은 갑주를 입은 기사였다.
'테낙스 가문의 흑기사인가.'
테낙스 가문의 무력단체로는 흑기사 단이 유명했다. 아마 저 기사도 흑기사일 것이다.
유다는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흠흠…. 혹시 제나 테낙스 공작에게 별다른 지시사항이 없었습니까?"
유다의 물음에도 기사는 이음새 소리만 나며 묵묵부답이었다.
"무시하는 건가?"
하지만 무시하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무언가 이상함을 느낀 유다는 기사의 몸에 손을 댄 다음 투구를 벗겼다.
"바짝 마른 시체…."
흑기사라고 생각했던 사람은 죽은 망령이었다.
'설마 아카데미에서 보았던 제나의 호위도…?'
아무리 호위라 처도 지나치게 말이 없다고 생각했지만….
유다가 투구를 벗긴 흑기사를 살피고 있는 순간 무수한 발걸음의 소리가 정제된 소리가 들렸다.
착 착 착 착
갑자기 성 내부의 불이 켜졌다.
수많은 흑기사가 열과 행을 맞추어 걷는 모습은 가히 장관이었다.
흑기사들의 뭉쳐있던 진형에서 일렬로 정렬했고 그 끝에는 흰색 예복을 입은 제나가 서 있었다.
"유다 환영해. 그리고 오랜만이야."
고작 3일밖에 안 지났지만, 제나의 어조에는 이뤄 말 할 수 없는 반가움이 담겨있었다.
"제나…."
"오늘은 유다 너를 완벽히 소유하는 날일 거야."
제나는 평소보다 더 환히 웃고 있었다.
"제나. 편지에 적힌 내용은 뭔데. 뭘 알아낸 거야…."
"유다. 정답을 알고 싶으면 나랑 게임 할래?"
"게임…? 이런 상황에서 게임?"
"아무리 생각해도 유다 너는 너무 잘났어. 아무리 흠집을 주고 싶어도 생체가 하나조차 나지 않지. 하나의 사람을 가지기 위해서는 그 사람보다 우월해야 해. 그러니까 우리 게임을 하자. 내가 너보다 뛰어나다는 증명을. 내가 너를 가질 수 있다는 증거를 나는 원해."
"..."
"만약 게임에서 이긴다면 뭐든 가져도 좋아. 유다 너를 가지기 위해서는 판돈에 나를 올려야겠지. 게임에서 이긴다면 네가 모르는 정보도 알 수 있을 거야."
제나의 말에 유다는 잠시 생각했다.
"제나 우리 평화롭게"
제나는 유다의 말을 끊었다.
"그래서 할 거야 말 거야?"
흑기사들이 칼을 꺼내 들었다. 유다가 거절한다면 최후의 항전이라도 치를 듯이 날이 서 있었다. 유다에게는 별다른 수가 없었다.
제나의 표정이 왠지 모르게 서글퍼 보이는 것은 착각일까?
'일단은 제나의 장단에 맞춰주자.'
몇 초의 침묵 후 유다가 입을 열었다.
"게임은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는데."
"여러 가지 능력 7가지에 대해 게임을 진행해서 더 많이 이긴 사람이 승자인 규칙이야."
행운 지식 마력 전략 인맥 상재 무력.
유다는 제나의 설명을 듣고 충분히 자신이 있다 생각했다. 행운은 말로 할 필요도 없고 지식 전략 상재에 자신이 있었다.
4승을 따낼 자신이 있었다.
"내가 이긴다면 모든 걸 알려줘. 제나."
제니를 10년간 본 친구로서 말한다. 제나에게 무언가 숨겨져 있다고.
"유다. 이긴 사람이 모든 것을 가지는 거야. 네가 이기면 나를 죽여도 좋고 엉망진창으로 만들어도 좋아."
제나는 자신의 옷을 배꼽 부근까지 올렸다가 말았다.
제나의 매끈한 복부가 잠시동안 노출되었다.
보라색의 긴 생머리. 몸은 적당히 들어가고 나왔고. 창백한 피부에 매우 피곤해 보이는 다크서클과 병약한 얼굴이 인상적이었다.
제나는 웃는 건지. 찡그린 것인지 모를 표정으로 유다를 바라보았다.
.
.
.
유다가 테낙스 성에 도착했다.
"드디어 와줬구나."
오늘이 아마 유다와의 마지막 날.
기묘한 감각이었다. 오늘이 지나고 나면 유다를 볼 수는 없지만, 마음은 침착했다.
유다는 자신의 목을 베고 명예를 얻을 것이다.
테낙스 가문의 재산과 벨라레 가문이 합쳐져 새로운 공작가가 탄생하겠지.
물론 공작이 되는 유다를 보지 못해 안타깝겠지만. 그래도 이게 어딘가. 유다의 기억 속에 남을 것이다.
"그럼 잊지 못할 추억을."
제나가 유다를 맞이하러 가자 제나 뒤로 무수한 흑기사들이 그녀의 뒤를 따랐다.
제나는 이미 죽은 자들의 군주라 불러도 할 말이 없었다.
병에 약화하여서 얼마 살지 못하지만, 그의 반등만큼 실력이 일취월장해졌다.
흉성의 아리아나조차 그녀를 이곳에서 이기지는 못할 것이다.
정렬되어 있는 흑기사를 쳐다보고 있는 유다에게 말을 건넸다.
"유다 환영해. 그리고 오랜만이야."
유다를 못 만난 지 3일이었기에 반가웠다.
'유다에게 잊힐 수 없는 기억을.'
"제나…."
"오늘은 유다 너를 완벽히 소유하는 날일 거야."
유다는 제나의 말에 혼란스러울 뿐이다.
"제나. 편지에 적힌 내용은 뭔데. 뭘 알아낸 거야…."
유다는 비논리적인 말에 약했다. 특히 제나 자신이 우기면 마지못해 들어주곤 했다. 오늘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유다. 정답을 알고 싶으면 나랑 게임 할래?"
"게임…? 이런 상황에서 게임?"
"아무리 생각해도 유다 너는 너무 잘났어. 아무리 흠집을 주고 싶어도 생체가 하나조차 나지 않지. 하나의 사람을 가지기 위해서는 그 사람보다 우월해야 해. 그러니까 우리 게임을 하자. 내가 너보다 뛰어나다는 증명을. 내가 너를 가질 수 있다는 증거를 나는 원해."
"..."
"만약 게임에서 이긴다면 뭐든 가져도 좋아. 유다 너를 가지기 위해서는 판돈에 나를 올려야겠지. 게임에서 이긴다면 네가 모르는 정보도 알 수 있을 거야."
"제나 우리 평화롭게"
"그래서 할 거야 말 거야?"
유다가 거절하면 어쩔 수 없다. 그가 나를 바로 죽이게 만드는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다행이게도 유다는 제나의 말을 수락했다.
"게임은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는데."
"여러 가지 능력 7가지에 대해 게임을 진행해서 더 많이 이긴 사람이 승자인 규칙이야."
"내가 이긴다면 모든 걸 알려줘. 제나."
어차피 유다가 이기게 되어있다. 이건 유다를 위한 파티나 다름없었다.
"유다. 이긴 사람이 모든 것을 가지는 거야. 네가 이기면 나를 죽여도 좋고 엉망진창으로 만들어도 좋아."
'생각해보니. 유다에게 내 처음조차 못 주고 가네.'
아쉬웠다. 이럴 줄 알았으면 어렸을 때 덮치는 건데.
그런 마음에 여파로 제나는 자신의 옷을 배꼽 부근까지 올렸다가 말았다.
유다의 눈이 제나의 복부에 닿았다.
'만족스럽네.'
'자 그럼 시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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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해. 그러니 나를 죽여줘.
나의 마지막 초대에 어울려줘. 너의 기억에 내가 기억되기를 바래.
단지 그뿐이야. 다만 끝나고 나면 볼 수 없다는 사실이 슬퍼.
내 죽음에 너무 슬퍼하지마. 그러니 나를 증오해줘. 나의 죽음에 기뻐해 줘. 너의 우는 모습은 다시는 보기 싫어.
그러니 나의 최후에 웃어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