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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흑막이라고요-27화 (27/79)

〈 27화 〉 사랑은 근묵자흑(1)

* * *

아카데미가 휴교가 끝났다.

그리고 다시 아카데미에서 무언가를 배울 시간이 다가왔다.

물론 그전에 아침부터 먹고.

휴교 때에는 매일같이 정성스러운 아침을 만들어준 메이드 캐시는 유다에게 가족 같은 사람이었다.

"주인님 아침 식사는 어떻게 하실 생각이세요?"

유다는 캐시가 힘들지 않도록 그녀를 배려하고 싶었다.

"흠…. 학생식당에서 먹을까?"

유다의 말에 바로 고개를 숙이는 캐시.

"저는 주인님의 의견을 따르겠습니다.

캐시는 너무나도 순종적이어서 항상 걱정이 많이 되는 유다였다.

'저래가지고 나 없으면 어떻게 살아나가려나 몰라.'

어딘가에서 사기라도 당할까 걱정이다.

쿵쿵쿵­!

멀리서 자신의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유다! 같이 밥 먹자!"

자신의 방문을 두드리는 이는 자신의 오랜 소꿉친구 제나였다.

유다는 문을 두드리는 제나에게 방문을 열어주어 제나를 환영했다.

"제나. 우리 오늘 여는 학생식당에 가서 같이 아침 먹을까?"

"오늘은 여기서 안 먹나 보네! 난 유다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상관없어!"

유다와 제나 그리고 그들 뒤를 따르는 캐시와 제나의 호위기사가 움직이려는 순간.

탁탁탁.

멀리서 뛰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바로 클레아 황녀였다.

"헉…. 헉…. 유다 변경백…. 혹시 식사하러 가시나요? 아니면 저랑 같이 식사를­"

"유다는 나랑 먹을 거야!"

제나가 클레아 황녀의 말을 잘라먹었다. 제나가 클레아 황녀의 말을 잘라버렸기에 클레아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감히 황족의 말을 잘라먹은 건가요?"

"그래서 어쩌라고? 세력도 없는 황족이 황족이라고 칭할 수는 있을까?"

제나는 영악했다. 예전 같은 황녀였다면 명분을 잡히지 않을 최소한의 예의는 지켰겠지만 지금 제나 자신이 황녀보다 우위에 서 있다는 판단을 한 지금은 거칠 것 없었다.

"이…. 이…!"

"그렇게 노려보기만 해서 어쩔건데? 어차피 끈 떨어진 신세에 불과하잖아. 지금 너는 얌전히 시집가기를 기다리지 그래?"

클레아는 팩트폭력이 너무 아팠는지 눈물이 맺힌 눈으로 유다를 바라보았다.

"당신….“

하지만 유다는 그런 클레아의 모습을 외면했다. 클레아가 유다를 바라본게 마음에 들지 않은 제나는 소리쳤다.

"지금 세력이 일천하니까. 내 유다에게 몸이라도 팔려고 그래? 황족이라는 사람이 천박하기 짝이 없네?"

앗. 방금은 제나가 선을 넘었다. 아무리 몰락해가는 황족이라도 할 말과 안 할 말이 정해져 있기 마련인데 제나는 선을 쉽게 넘었다.

그런 제나를 보고 클레아도 마찬가지로 똑같은 생각을 했는지 유다에게 말했다.

"유다 변경백님. 제나 테낙스 영애가 먼저 선을 넘었어요."

클레아의 그런 태도에 제나는 적반하장으로 나왔다.

"내가 언제?"

클레아는 그렇게 말하는 제나를 쳐다보고 다시 한번 유다를 쳐다보았다. 필시 원하는게 있어서겠지.

그나저나 제나. 우리밖에 없다고 해도 선을 넘는 말은 자제하기를 바랐는데.

'그럴 거면 뒤에서 몰래 하든가.'

유다는 당연히 적당히 이용하다 버릴 황녀보다는 제나를 선택할 것이다.

'어쩌면 이것조차 제나가 노렸을지도 모르지.'

항상 천진만난하게 보이는 제나였지만 제나는 오히려 다른 사람보다 영악하고 똑똑했다.

"클레아 황녀님."

유다가 클레아에게 말을 걸자 클레아의 얼굴을 밝아졌다. 반면에 제나의 얼굴은 나빠졌다.

"네."

"저는 아무것도 듣지 못했습니다."

유다의 말이 끝나는 순간 제나와 클레아의 얼굴색은 반전되었다.

"네?"

"혹시 제 친우인 제나가 황녀님에게 무슨 무례한 언행을 저질렀나요?"

클레아는 유다의 말의 의도를 파악했는지 풀이 죽어있었다.

"아…. 아니요…."

제나가 한 말은 매우 무례한 언행으로 황실 모독죄에 적용될 수 있었다. 하지만 황실 모독죄의 적용은 황제가 아니고 황족이라면 누가 누구한테 했는지 증거나 증인이 필요했다.

여기에는 유다와 제나 그리고 클레아가 있었다. 유다가 클레아의 손을 들어주었다면 클레아는 정당하게 제나에게 책임의 소재를 물을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유다는 당연히도 제나의 손을 들어주었다. 여기에서는 아무런 일도 없었던게 되었다.

'황족의 위엄이 갈 데까지 갔군.'

제나는 승리의 표정으로 유다의 옆구리에 팔짱을 꼈다. 그리고 가소로운 눈빛으로 클레아를 비웃듯이 쳐다보았다.

굉장히 유치한 행동이었다.

유다는 그런 제나의 행동에 저 멀찍이서 호위하고 있는 흑기사를 안타까운 눈으로 쳐다보았다.

'네가 고생이 많다.'

이런 주인을 모시기는 꽤 힘들었을 것이다. 물론 흑기사의 한번조차 목소리를 들어보지는 못했지만 말이다.

제나는 승자의 표정으로 유다의 옆에 착 달라붙어 학생식당으로 갔고 클레아는 패자의 표정으로 유다의 뒤를 따라 학생식당으로 이동했다.

"어! 안녕? 유­"

레이시가 손을 흔드는 채로 유다에게 다가오려고 했지만, 유다 옆에 있는 제나를 바라보고 발걸음을 180도 회전한 채 뒤로 돌아갔다.

그리고 레이시는 빠른 속도로 유다와 최대한 멀리 구석에 처박혔다.

"제나. 너 레이시한테 뭔 짓 했어?"

제나는 그런 유다의 말에 웃으면서 답했다.

"그냥 약간의 경고만 했을 뿐이야. 아무것도 안 건드렸어."

이대로면 곤란했다. 솔직히 다른 사람이면 몰라도 빙의자나 주인공과의 관계는 자신이 직접 만들어가야 했다.

거기에서의 제나의 개입은 곤란했다.

"제나. 부탁하는데 레이시는 제발 건드리지 말아줘."

유다가 제나에게 강하게 말하자 제나는 그런 유다의 말을 듣고는 얼굴을 붉히더니 얼버무렸다.

"제나. 똑바로 대답해. 절대. 레이시를. 건드리지. 말아줘."

유다의 말에 이제 제나는 숫제 눈물이 눈에 그렁그렁 맺히기 시작했다.

"유다…. 내가 싫어진 거야? 저 레이시란 년이 좋아진 거야?"

"그게 아니야. 내 최우선은 당연히 제나지. 하지만 일이라는 게 있어서 말이야."

"그게 나를 버리겠다는 뜻 아니야?"

제나의 눈물 줄기는 결국 얼굴을 타고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그런 제나의 모습에 유다는 오랜만에 당황스럽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그런 제나에게 부드럽게 말했다.

"제나. 너무 울지 마. 이 이야기에 대해서는 나중에 다시 얘기하자."

유다의 말에 제나는 몰래 뒤쪽에서 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클레아 황녀는 그런 제나의 미소를 목격하고 말았다.

.

.

.

제나는 테낙스 가문의 외동딸로 태어났다.

테낙스 공작과 제나의 어머님인 쟈벳의 딸로. 어렸을 때부터 부모의 관심을 받고 살지 못했다. 물론 제나의 잘못이 아니라 테낙스 공작의 잘못이었다.

테낙스 공작은 아내를 너무나 사랑한 나머지 아내를 절대 밖으로 보내주지 않은 채 자신이 직접 아내를 보듬었다. 그리고 밖에는 요새를 건설했다. 그것이 테낙스 공작의 성인 새장이었다.

테낙스 공작은 아내를 너무나 사랑했기에 아내의 관심을 가져가는 제나를 좋아하지는 않았다. 딸이기에 최소한의 것들은 챙겨주었지만 그 외에는 찬밥신세였다.

다행히 제나의 어머니는 제나를 좋아하고 의지했지만, 그 사실을 알아차린 테낙스 공작이 제나와 쟈벳이 만나는 시간을 한 달의 몇 시간으로 제한했다.

당연히 어린 제나에게는 사랑이 고팠고 테낙스 공작은 쟈벳을 만나고 싶어 하는 제나를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리기 위하여 제나의 또래 친구들을 만들어주었다.

제나는 어린 나이부터 영특했기 때문에 다른 또래들과는 어울리지 않았지만 단 한 명 유다와는 이야기가 통했다.

그것이 남에게 공감하기 힘든 유다와 사랑이 고픈 제나의 첫 만남이었다.

그 둘은 계속해서 지속해서 만남을 가지게 되었고 둘의 관계는 서로가 서로의 선생이자 제자였다.

유다는 제나에게 냉철한 이성을 가르쳐주었고 제나는 자신만이 아는 세계의 감정을 가르쳐주었다.

처음 발단의 시작은 이것이었다.

"제나. 사랑이 뭘까?"

8살도 안 된 소녀가 이 질문을 감당하기는 어려웠다. 결국, 대답할 수 없었던 제나는 고민 끝에 자신의 생물학적인 아버지에게 질문하기로 했다.

이에텔 테낙스. 테낙스 가문의 가주이자 제국 7성 중 투성의 자리를 맡고 있는 자에게 어린 제나는 큰맘 먹고 질문을 던졌다.

"아빠…. 사랑이 뭐에요?"

제나의 물음에 이에텔은 광소를 터트렸다.

"흐하하하하하하. 하하하하하하하하."

"사랑은 구속하는 것이란다. 누구에게 빼앗기지 않도록 철저히 나만을 바라볼 수 있도록 자유의지를 빼앗는 거다."

"이게 나의 사랑이다."

제나가 그에게 질문한 이후에 그에게 제나가 마음에 들었는지 제나는 후계자 교육을 받기 시작했다.

"사랑은 내가 뭐든지 주는 대가로 뭐든지 받아가는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면 철저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라."

그리고 제나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리에르트 남작 가문의 차녀였던 제나의 엄마를 얻기 위해서 리에르트 가문을 붕괴시켰고. 그녀가 자신만을 바라보기 위해서 그녀의 주변 인물들을 죽였다.

"그랬더니 어떻게 되었는지 아니? 철저히 나만 바라보더구나."

"오로지 나에게만 나에게로 나만의 쟈벳."

상상하는 그는 행복해 보였다.

"사랑은 존중이 아니야. 빼앗는 거지. 존중적인 사랑을 했다가는 빼앗길 수도 있는 거야.“

그는 그 말을 하면서 후회의 어조가 서려 있었다,

”빼앗기기 전에 가져야지.“

그의 말은 제나에게 많은 영향을 미쳤고 도움을 주었다.

.

.

.

"이제 시작이야. 유다."

아카데미 수업 진행 도중. 테낙스 공작 부부의 자살 소식이 아카데미 측에 전해졌다.

제나는 웃고 있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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