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6화 〉 수상한 그대(3)
* * *
"언니! 언니는 좋은 통치자가 될 거야!“
클레아의 아주 어린 동생이 풀밭을 뛰어다녔다. 그리고 장면은 금세 전환되었다.
불타는 황궁 제국을 전복하려는 침입자들에 의해 동생의 미소가 짓밟혔다.
고작 7살 정도의 어린아이에게 반란군의 잔당은 끔찍한 일을 저질렀다.
카일로스 대공은 결국 실패했고 참수당했다.
그 처형을 바라보는 나. 그리고 무표정한 눈으로 보는 황제.
"내 사랑하는 아우야. 어리석기 짝이 없는 선택을 했구나."
"너는 괴물일 뿐이다. 인두겁의 탈을 쓴 악마다!"
그렇게 클레아는 오래전의 악몽에서 깨어났다.
"헉…. 헉…."
악몽 속에서 깨어난 쓰라림의 기운.
그 후의 내용은 별로 좋지 않았다.
카일로스 대공은 처형장으로 끌려가는 동안 황제에게 무수한 욕설을 퍼부었고 결국 처형당했다. 어릴 적 자신의 눈에는 그게 악인의 최후인 줄 알았다.
하지만 카일로스는 범인이 아니었다. 희생양일 뿐.
하지만 황궁을 습격한 범인은 바로 황제. 그 자체였다. 크고 나서야 그 사실을 깨달았다. 제국의 커져가는 공작가들을 견제하고자 그렇게 자신만의 권력을 두툼히 쌓다니, 그는 괴물이었다.
자신의 혈육마저 무참히 내치는 악인중에 악인.
그가 병에 걸려 자신은 환호했다. 그가 없는 틈을 타 썩어빠진 제국을 바꾸고 싶었다. 제국의 밖으로는 여러 나라들이 득세하고 나라의 안쪽에는 충신이라 위장한 간신들이 나라를 좀먹으니 제국을 바꿀 수 있는 자는 자신뿐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도 그런데도….'
황제 그는 비정한 인물이다. 클레아가 당당히 황제의 앞에 서고 받은 눈초리는 상품을 탐색하는 눈빛이었다.
"어떻게 자신의 혈육을 내칠 수 있지?"
황제가 하는 일은 제국에 이득도 뭣도 아니었다. 그저 제 살을 깎아 먹어 자신의 황권을 강화하는 행위였다.
'이미 사건은 벌어졌어. 내가 죽느냐 황제가 죽느냐 둘 중 하나겠지.'
아직 늦지 않았어.
클레아는 의욕을 불태웠다.
"황녀님. 새로운 사실입니다."
황녀는 말끔히 차려입고 이반이 준 블러드투스 클랜에 관한 자료를 건네받았다.
"만들어진지 3년째라…. 뒷세계에서는 붉은이리라고 불린다고?"
순간적으로 클레아의 등 뒷줄기에는 소름이 돋았다.
유다가 말해준 이리라는 사실. 유다 그는 역시 자신의 예상대로 알고 있었던 것인가?
그리고 알고 있었다면 자신이 블러드투스 클랜을 조사하는 것도 알고 있었단 말인가?
여러 의문이 들었지만 확실한 것은 없었다.
보고서에는 블러드투스 클랜이 뱀파이어로 이루어져 있다는 보고서가 들어있었다.
"그리고 유다의 가문은 뱀파이어를 박해했지."
그러므로 유다와 블러드투스 클랜과의 관계는 적대라는 뜻이 된다.
실상 블러드투스 클랜은 뱀파이어를 유인해서 죽이는 덫이었지만 그것까지는 모르기에 생각해낸 추측이었다.
'그렇기에 적대 관계이기에 블러드투스 클랜을 잘 아는 게 틀림없어.'
그렇다면 유다의 협력을 받을 수 있다는 생각이 황녀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제일 좋은 방법은 역시 정면돌파지."
황녀는 당당한 걸음으로 유다의 방으로 향했다. 물론 같은 다이아몬드 관을 사용하기에 매우 가까운 거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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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주일간 아카데미를 쉬는 것은 상당히 지루한 일이었다.
원래라면 아카데미에 다니기 위해 최우선 중요 업무만 보내라고 연락하겠지만, 시간이 많이 남아서 남은 업무라도 보내라고 연락했다.
후릅.
'커피가 씁쓸하다.'
아무래도 유다 자신이 생각해도 자신은 워커홀릭인것 같았다.
레이시는 날이 가면 갈수록 쑥쑥 강해지고 있었다. 그 일일퀘스트인가 뭐시기 가지고 말이다.
안드레아는 자신만의 수련에 빠진 중이었다.
제나는 자신의 무릎 위에 누워서 자고 있는 상태였다.
유다는 커피를 마시고 있는 중이었다.
'빨리 새로운 업무가 왔으면.'
참으로 덧없는 날이었다.
똑똑똑
그런데 이변이 일어났다. 그리고 그 사실을 캐시가 가장 먼저 알려왔다.
"유다님 황녀님이 찾아오셨습니다."
참으로 덧없는 날이될뻔했다. 갑자기 찾아온 황녀를 제외하면 말이다. 빨리 제나를 침실로 옮겨놓고 황녀를 맞이하러 갔다.
문이 열리고 클레아 황녀가 모습을 보인다.
"황녀님? 무슨 일이십니까?"
"유다 변경백님. 염치 불고하고 말하겠습니다. 저를 도와주세요."
진지한 황녀의 말에 유다의 분위기도 진지해졌다.
"좋습니다. 일단 들어가서 이야기하시지요. 캐시!“
유다는 얼른 황녀를 좋은 자리로 안내하고 캐시를 불러 차를 타라고 시켰다.
"흑차입니다."
"향이 꽤 좋네요. 변경백님."
"헤이스트 상단의 최고급품을 사용했으니까요."
"아. 역시 헤이스트 상단이네요."
처음에는 이런 잡다한 대화들을 나누었다. 그리고 유다와 황녀는 본론에 진입하기 시작했다.
"도와달라니요? 무슨 의미입니까?"
"말 그대로의 의미에요. 유다 변경백님. 제 말을 들어주게요."
황녀의 설명이 시작되었다.
아카데미의 습격이 일어나고 의도적으로 황녀의 세력이 깎였다. 그렇기 때문에 황녀는 그 사실을 의심했고 조사하기 시작했다.
"물론 유다님도 아는 내용이실 거에요."
아닌데 나는 처음 듣는데?
물론 귀족인 이상 그런 얼빠진 표정을 얼굴에 짓지 않고 엄숙한 표정만을 지을 뿐이었다.
유다는 적당히 황녀의 말에 맞장구쳐주었다.
황녀의 말은 조사 도중에 블러드투스라는 클랜을 발견했는데 아카데미를 습격한 판데믹이라는 클랜의 상위 클랜으로 보인다는 내용이었다.
"상위 클랜입니까…?"
물론 유다는 상황을 이해하기 적당히 추임새를 넣어주고 있었다.
"네 상위 클랜이요. 이 정도면 유다님도 아는 사실일 텐데요?"
그 말에 유다는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하…. 물론입니다."
게다가 블러드투스 클랜은 뱀파이어로 이루어진 클랜이라고 했다.
"뱀파이어…."
유다는 은연중에 그 말을 듣자마자 자신의 능력을 잠깐 제어하지 못했다.
"으윽…."
황녀가 갑자기 바뀐 유다의 분위기에 눌려 고통스러운 신음을 내뱉자 그제서야 알아챈 유다는 자신의 능력을 제어했다.
"죄송합니다. 황녀님."
"헉…. 헉…. 역시 대단하네요."
다행히 황녀는 웃음으로 넘어가 주었다.
'그보다 블러드투스 클랜이라니….'
뱀파이어로 이루어진 클랜. 자신의 보고에는 못 들어봤는데 말이지.
'불법이군.'
게다가 최근에는 자신의 원수인 바타치스 공작가를 무너트리는 작업이 너무나 순조로웠다. 마치 누군가가 도와주는 느낌이었다.
그런 자체가 유다에게 마치 바타치스 공작가만 먹고 떨어지라는 꼬리 자르기처럼 보였다.
'흐음…. 황녀와 손을 잡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하지만 지금의 황녀는 끈 떨어진 신세로 효용 가치가 많이 떨어졌다.
'적당히 먹을 것만 먹고 버리는 것도 방법일 테지.'
유다는 그렇게 생각하며 황녀의 협력하자는 말에 환하게 웃으면서 화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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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똑
황녀가 정면 돌파하기로 각오한 이상 바로 유다의 방문을 두드렸다.
다행히 유다의 시종이 황녀의 방문을 알아차리고 방문을 열어주었다.
그리고 열린 문에서 나오는 여유로움이 가득한 유다.
'역시 잘생기기는 하는데….'
저놈의 실눈이 마음에 걸린다.
"황녀님? 무슨 일이십니까?"
유다의 말에 상념에서 깨어나 말을 이어간다.
"유다 변경백님. 염치 불고하고 말하겠습니다. 저를 도와주세요."
클레아의 진심 어린 말에 유다도 여유로운 태도가 진지한 태도로 변했다.
"좋습니다. 일단 들어가서 이야기하시지요. 캐시!"
유다는 클레아를 안쪽으로 안내했다.
"흑차입니다."
"향이 꽤 좋네요. 변경백님."
"헤이스트 상단의 최고급품을 사용했으니까요."
"아. 역시 헤이스트 상단이네요."
원래 귀족의 예의 중 이런 아무런 뜻도 없는 대화가 있었지만 유다랑 하니까 왠지 모르게 느낌이 괜찮았다. 클레아의 그런 기분과는 별개로 유다는 바로 본론으로 진입했다.
"도와달라니요? 무슨 의미입니까?"
"말 그대로의 의미에요. 유다 변경백님. 제 말을 들어주게요."
클레아는 성심성의껏 유다에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물론 유다님도 아는 내용이실 거에요."
자신이 이야기한 내용에 유다의 얼굴은 일말의 변함조차 없었다. 마치 모든 것을 예상했다는 듯이 듣고만 있을 뿐이었다.
클레아의 설명이 계속 이어졌다.
"제가 조사한 내용은 판데믹 클랜의 상위 클랜이 존재한다는 것이에요."
"상위 클랜입니까…?"
물론 유다는 상황을 이해하기 적당히 추임새를 넣어주고 있었다.
"네 상위 클랜이요. 이 정도면 유다님도 아는 사실일 텐데요?"
유다는 클레아의 말에 마치 시험했다는 태도를 보였다.
"하하…. 물론입니다."
'역시 쉽지 않아. 그의 협력을 받으려면 그의 시험을 통과해야겠지.'
마지막으로 클레아는 그의 시험 내용의 마지막을 쐐기를 꽂기로 했다.
클레아의 말을 듣자마자 유다는 생각이 많았는지 여태 가만히 있던 손기락으로 탁상을 두들겼다.
"뱀파이어…."
그리고 유다의 마지막 시험이 시작되었다.
태산 같은 기세. 그 자체로 자신을 욱여넣을 것 같은 기세가 방출되었다.
'그래도…. 검성 할아버지의 기세보다는 조금 나아.'
"으윽…."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신음을 내뱉지 않을 수는 없었다.
"죄송합니다. 황녀님."
'그의 시험에 통과한 건가?“
"헉…. 헉…. 역시 대단하네요."
다행이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그리고 자신이 시험에 합격하였다는 듯이 유다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저희 한번 협력해서 같이 알아가 보도록 하죠."
그리고 황녀는 유다의 내민 손을 잡았다.
"물론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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