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제가 흑막이라고요-8화 (8/79)

〈 8화 〉 제가 블랙리스트라고요?(4)

* * *

어떻게든 시간을 끌어야 했다.

'아씨…. 괜히 허세를 부려가지고….'

여우 가면과 복면을 쓴 무리는 모두 무기를 뽑아 든 채 흉흉한 기세를 뿜고 있었다.

유다는 아주 여유로운 척 말을 꺼냈다.

어떻게든 시간을 끌어야 했다.

'아씨…. 괜히 허세를 부려가지고….'

여우 가면과 복면을 쓴 무리는 모두 무기를 뽑아 든 채 흉흉한 기세를 뿜고 있었다.

유다는 아주 여유로운 척 말을 꺼냈다.

"당장의 전투도 좋지만, 일단은 대화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유다의 말이 끝난 후 잠시간의 침묵이 장내를 감돌았다.

'먹히나…?'

잠깐의 침묵 후 여우 가면의 여인이 유다에게 말을 건넸다.

"대화라…. 방금까지 강자는 입으로 말하지 않는다고 말씀하신 분께서는 어디 가신 거죠?"

'큼…. 사실 허세 한번 부려봤는데….'

[ 도착까지 4분 21초]

그래도 여우 가면의 여인이 무작정 공격을 지시하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그렇다면 유다에게 가능성은 있었다.

어떻게든 여유로움을 가장한 강자를 연기해야만 한다.!

"강자는 입으로 말하지 않지만, 오늘은 더이상 피를 보고 싶지는 않거든."

장내가 또다시 유다의 말에 싸늘해진다. 여우 가면은 그런 유다의 말에 감정이 복받친 듯 말했다.

"그렇다면! 피를 보기 싫다면! 당신이 죽인 100명은 도대체 왜! 전부 제압할 실력이 있잖아요!"

오케이. 일단 강자로 오해시키는 데는 성공했다. 좀만 입을 더 털어봐야지.

"남을 죽이기로 했으면 자신도 죽음을 각오해야 하는 법이지, 그들이 나에게 달려들었기에 나는 그 대가를 치르게 해주었을 뿐."

여우 가면의 어깨가 부르르 떨린다. 감정이 복받친 것인가 아니면 눈물을 흘리고 있는 것일까? 어느 쪽이든 상관없었다. 이제 쐐기를 박을 차례였다.

"이 세상은 힘이 곧 법인 세상이다. 내가 약자에게 자비를 베풀 때 돌아가도록."

여우 가면이 들고 있는 무기가 미친 듯이 떨렸다.

'잠깐, 너무 도발했나?'

갑자기 유다에게 막심한 후회가 들었다.

'좀만 유하게 말해줄 걸 그랬나?'

"으아아악!"

여우 가면이 화가 난 듯 검을 바닥에다가 집어 던졌다.

"너! 너! 죽여버릴 거야!"

'좆됐나?'

그런 여우 가면이 미친 듯이 발광을 하자 여우 가면의 옆에 있던 복면인들이 여우 가면을 붙잡았다.

"참으세요! 당주님!"

"여기서 당주님마저 없으면 안 됩니다!"

"지금은 물러날 때입니다."

그러기를 잠시. 여우 가면의 몸의 떨림이 멈춰졌다. 다시 말하는 여우 가면의 목소리는 슬픔에 잠겨있었다.

"모든 목적을 달성했으니…. 후퇴한다."

그리고 그런 여우 가면을 따르는 복면인들도 축 처진 분위기였다.

여우 가면 무리가 떠나는 도중에 여우 가면이 유다에게 소리쳤다.

"내 이름은 홍련이다! 나는 너를 언젠가는 죽이고 말 사람이다!"

씨불…. 이제는 살인 예고까지 받네. 미래에 나야 힘내줘….

'음…. 어차피…. 얼굴도 공개된 마당에….'

유다의 얼굴은 실눈에 항상 웃고 있는 표정이었다. 이런 특이점의 얼굴은 금방 알아낼 수 있을 것이다.

'딱히 이름의 의미는 없겠지.'

그래서 유다는 저들에게 자신의 모습이 강력하게 남게 하고자 했다.

유다의 [몰려드는심연의공포]가 공포 1단계를 달성해 유다의 등에 스멀거리는 효과가 더 강성해졌다.

유다는 여태까지 앉아있다가 일어서서 최대한 위압감이 들게 말했다.

"내 이름은 유다 벨라레. 할 수 있으면 해 보거라."

.

.

.

홍련 그녀는 지도자의 어울리는 사람이 아니라는 숙부님의 말이 그녀의 머릿속을 훑고 지나갔다.

'그 말이 맞을지도 몰라.'

홍련은 숙부님과 같은 냉철한 판단을 할 수 없었다. 부하들이 죽으면 슬퍼하고 기쁜 일이 있으면 기뻐하고, 부하들은 부속품 같은 존재가 아니라 같은 가족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런 그녀에게 비극이 일어났다. 홍련은 따지듯이 말했다.

"당신 같은 실력자가 저희 쪽 애들을 다 죽일 필요까지 있으셨나요?"

그는 대답하지 않고 침묵을 유지했다. 그래서 다시 한번 홍련이 따지듯이 그에게 물었다. 만약 그에게 사과의 말을 들으면 자존심이 짓밟히지는 않았으리라.

"왜 저희 쪽 애들을 죽였죠?"

"강자는 입으로 말하지 않는다."

"그걸 원하신다면야. 얘들아?"

이미 브레이크가 없는 달리는 기차에 탑승했다. 남자는 자신들의 죽음에 전혀 신경 쓰는 눈치가 아니었다.

'적어도 팔 하나쯤은….'

냉철한 판단은 아니었다. 부하들의 죽음에 이끌려 모두를 죽게 만드는 무리의 대장이라….

하지만 물러설 수는 없었다. 이미 깊게 파인 자존심 때문일지도 몰랐다. 그들의 허망한 죽음에 분노했기 때문일 수도 있었다. 마지막으로 그들의 죽음이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말하는 남자가 싫었다.

부하들에게 수신호를 보냈다.

'모두 전투 준비.'

'미안하구나….'

'괜찮습니다.'

모두가 죽음을 각오한 느낌이었다.

자신들의 기세와 남자의 공허한 기세가 부딪힐 때 엄청난 전율과 긴장감이 맴돌았다. 그리고 홍련은 자신의 최후가 이 자리임을 직감했다.

하지만 그 남자가 그런 분위기 속 말을 꺼냈다.

"당장의 전투도 좋지만, 일단은 대화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남자의 말이 끝난 후 잠시간의 침묵이 장내를 감돌았다.

'무슨 속셈이지?'

설마 자신들을 속이기 위해 저런 위장이 섞인 말은 할 필요가 없을 테고….

일단은 그의 속셈을 알아내기 위해 대화를 시도했다. 잠깐의 침묵 후 홍련이 남자에게 말을 건넸다.

"대화라…. 방금까지 강자는 입으로 말하지 않는다고 말씀하신 분께서는 어디 가신 거죠?"

"강자는 입으로 말하지 않지만, 오늘은 더이상 피를 보고 싶지는 않거든."

장내가 또다시 남자의 말에 싸늘해진다….

피? 피를 보고 싶지 않다고?

그렇게 피를 보고 싶지 않은 사람이 100명을 학살해? 너는 그들을 꼭 죽이지 않을 수 있었잖아!

"그렇다면! 피를 보기 싫다면! 당신이 죽인 100명은 도대체 왜! 전부 제압할 실력이 있잖아요!"

그게 아니더라도 전부를 죽일 필요는 없었잖아….

남자가 너무나 원망스러웠다. 하지만 남자와 자신의 실력 차이에 절망해야 했다.

"남을 죽이기로 했으면 자신도 죽음을 각오해야 하는 법이지, 그들이 나에게 달려들었기에 나는 그 대가를 치르게 해주었을 뿐."

나의 지시가 잘못된 것일까?

'내가…. 내가…. 오늘의 작전을 수렵하지만 않았더라도….'

크나큰 죄책감이 그녀의 몸을 훑고 지나갔다. 홍련의 어깨가 부르르 떨린다. 분노와 슬픔 죄책감 등의 여러 감정이 섞이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그런 홍련에게 남자는 쐐기를 박았다.

"이 세상은 힘이 곧 법인 세상이다. 내가 약자에게 자비를 베풀 때 돌아가도록."

남자는 자신의 자비를 소중히 하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 말을 부정할 수 없는 자신이 밉고 싫었다.

'왜…. 나는 약한 걸까….'

사실 홍련은 절대로 약한 편이 아니었다. 오히려 세계에서 상위권에들 실력을 갖췄다.

분노…. 오로지 분노….

홍련이 들고 있는 무기가 미친 듯이 떨렸다.

오로지 분노의 감정을 배출하고 싶었다.

"으아아악!"

홍련은 분노에 가득 차 검을 바닥에다가 집어 던졌다.

"너! 너! 죽여버릴 거야!"

그런 홍련의 말에도 남자는 여전히 웃고 있었다. 가당치도 않다는 듯 행동했다.

그런 사실이 억울해서 당장이라도 그에게 뛰쳐나가려고 했지만, 홍련의 부하들이 그녀를 막아섰다.

"참으세요! 당주님!"

"여기서 당주님마저 없으면 안됩니다!"

"지금은 물러날 때 입니다."

그렇게 부하들에게 붙잡히니 눈에서 눈물이 조금 맺혔다. 그리고 잠긴 목소리로 부하들에게 지시했다. 이번 작전에서 얻은 것은 참혹함이었다.

"모든 목적을 달성했으니... 후퇴한다."

모두가 패배자의 분위기를 내면서 후퇴한다….

그래서 그녀는 자신에게 말하는 외침이자 이길 수 없는 적에게 선전포고했다.

"내 이름은 홍련이다! 나는 너를 언젠가는 죽이고 말 사람이다!"

그런데도 남자의 표정은 변하지 않았다. 여전히 웃는 얼굴이었다. 대신에 남자의 그림자가 꿈틀거렸는데. 마치 그림자도 그녀를 비웃는 느낌이었다.

그래도 그녀의 맹세가 그에게 전달되었는지 그는 자신의 맹세를 받아주었다.

"내 이름은 유다 벨라레. 할 수 있으면 해 보거라."

그리고 그날 홍련은 분함에 울면서 후퇴했다.

'다시 만날 때는 꼭….'

.

.

.

"휴…. 드디어 모든 일이 끝났네."

유다가 모든 일이 끝나고 안심하고 있을 무렵에 유다가 까먹고 있는 사실이 있었다.

[ 도착까지 1초]

유다의 눈앞에 흰색의 인간형 물체가 떨어졌다.

크기는 2m 정도 되는 크기로 보통의 사람보다 큰 형태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전생에서나 보았던 건x을 닮았다.

[심판자 에스투스 락온 대상이 없습니다. 따라서 지형 파괴 모드를 실행합니다.]

"어? 어라? 멈춰! 멈추라고!"

위이이잉­!

쿠콰콰콰쾅!

에스투스의 앞을 중심으로 원뿔형으로 주변이 초토화되었다. 당연히 경매장 건물은 부서졌고 경매장을 넘어서 정체를 모르는 건물까지 모조리 파괴해버렸다.

"씨발."

[파괴 모드를 실시했기 때문에 에너지가 17% 남았습니다. 귀환이 불가능하다고 판단. 절전모드로 대기합니다.]

흰색 거체의 기계는 털썩하고 바닥에 쓰러졌다. 졸지에 애물단지가 생기고 말았다.

"씨발……."

[심판자 에스투스]는 최대 충전 시 20분 동안 활동할 수 있었는데. 활동시간 20분 중에 오는 시간 하고 귀환하는 시간까지 포함한 시간이었다.

한마디로 오는 데 10분 걸리면 사용하지도 못한다는 소리. 게다가 방금 파괴 모드인가 뭐시기인가를 사용해 주변을 초토화시키니 에너지가 귀환할 만큼 남지 않아서 알아서 방전되었다.

'일단은 이 애물단지를 어디에선가 보관해야 할 텐데….'

유다 자신이 들기에는 지나치게 무거웠다.

"누나…. 도와줘…."

.

.

.

다행히도 누나가 얼마 되지 않는 시간에 도망갔던 놈 목을 덜렁덜렁 들고 오면서 해결이 되었다. 그렇게 누나를 이용해서 심판자 에스투스를 적재 창고에 넣어버리고….

유다가 경매장과 그 주위를 초토화시킨 사실은 그냥 넘어갔다. 물론 유다에게 눈으로 욕하고 있는 사람은 엄청 많았지만 그래도 침입자를 격퇴한 대가로 그냥 어떻게든 넘어갔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경매가 어영부영 끝나면서 붕 떠버린 매물이 많았지만 유다 일행이 그것을 떨이로 싹 구매해버렸다. 경매장도 부서졌겠다. 당장 자금이 필요한 경매를 주관한 상인 연합은 울며 겨자 먹기로 받아드릴 수밖에 없었다. 물론 눈으로는 욕을 엄청나게 했지만 말이다.

아버지가 불러서 가주의 집무실에 도착했다.

"유다, 베아티 경매장에서 연락이 왔다.

"무슨 연락이요?"

"블랙리스트 처리를 당했다는구나."

"제가 블랙리스트라고요?"

"무슨 짓을 한 거니."

"...."

하긴 도시를 그따위로 씹창을 내놓고 물건을 약탈하듯 떨이로 사 갔는데….

*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