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제가 흑막이라고요-7화 (7/79)

〈 7화 〉 제가 블랙리스트라고요?(3)

* * *

아르티아가 유다의 발밑에 입을 맞춰온다. 유다는 그런 아르티아의 모습이 꽤 당황스러웠다.

'진짜로 할 줄은 몰랐는데….'

가뜩이나 이세계의 엘프는 육식을 하며 자존심은 엄청나게 강한 꼰머 종족이 아니었던가. 게다가 발등에 입까지 맞춘다.?

"망가진 저라도 괜찮으시다면 거두어 주시기를."

유다의 입에서 ‘꿇어‘라는 말이 잘못 나온 이후에 유다는 순간적으로 자신의 입을 탓했다. 그래서 유다의 말에 거부감을 느끼는 아르티아에게 계약서를 좀 유리하게 조정해주려고 했지만….

'뭔 일이래….'

'원래 아르티아의 자존심은 강한데….'

'내가 한 행동이 나비효과가 일어난 건가.'

자신이 알고 있는 미래랑 달라지는 것은 큰 스트레스로 다가왔고 머리가 많이 아파졌다. 일종의 업무 스트레스랄까. 그래서 나중 일은 나중에 생각하기로 결심했다.

"누나. 일단 관리는 누나가 도와줘."

누나는 일단 자신이 만들 시크릿 클랜에 언더로드 직을 맞게 될 예정이니 괜찮았다.

일단 아르티아를 누나에게 수습하라고 한 유다는 주머니 안에 있던 두통약을 입에 쑤셔 넣었다.

"휴…. 드디어 좀 살겠어."

유다는 아자젤에게 물어보았다.

"누나 일은 잘 처리했어?"

"네, 계약서대로 잘 처리했고, 스타더스트를 지급했습니다."

참고로 스타더스트는 유다가 어렸을 때 정원에 산책하다가 별똥별이 떨어졌는데 그걸 주워서 얻게 되었다. 그 일을 계기로 전생의 자신의 제일 낮은 능력치 중 하나가 상승하였다는 사실을 기억해낼 수 있었다.

누나에게 맡긴 일이 잘 해결되었다는 내용은 유다를 편안하게 만들어주었다.

'역시 믿을 건 가족밖에 없어. 앞으로도 누나랑 잘 상의를 해봐야겠어.'

유다는 예정대로 경매장에 참석하기로 했다. 사실은 당장에라도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이었지만 계획대로 진행해야 한다는 생각에 꾹 참았다.

뚜벅뚜벅.

아자젤과 유다는 금빛으로 반짝거리는 경매장에 들어왔다. 제국에서는 노예제도가 불법이 아니기에 양지에 경매장이 있었다.

하지만 마녀 섬 출신 노예라는 점에서 일반 사람들이 몰려들어 앞으로 지나가기 힘들었다.

"하아…. 피곤하네."

그런 유다의 모습에 누나는 주먹을 쥐며 검을 꺼낼 준비를 했다.

"저것들이…."

어이쿠 누나가 꽤 화가 난 모양이었다.

"진정해 누나."

누나의 손을 부드럽게 만져주면서 작게 웃었다. 그랬더니 누나는 언제 화를 냈다는 마냥 순한 강아지처럼 얌전해졌다.

유다와 아자젤은 변경백의 대리라는 것을 증명해서 북적이는 인파를 헤치고 경매장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경매장 안쪽은 밖이랑 다르게 고요했다. 당연히 마녀 섬 출신 노예를 판매하는데 경매장 측에서 손님의 질을 관리한 까닭인 탓이다.

경매에 앉고 상품의 카탈로그와 여러 가지 음료가 제공되었다. 물론 유다는 카탈로그만 살필 분 음료에는 손조차 대지 않았다.

"아, 여기 있다. 제일 마지막에 마녀 섬 노예가 있네."

아마 제일 나중에 최고의 하이라이트 때에 써먹을 심성이겠지.

'후…. 그러면 끝까지 여기에 있어야 한다는 건가….'

경매장의 물품은 다양하게 나왔지만, 사람을 판매하는 것을 보기에는 미묘했다. 그게 몸부림치는 노예라면 더욱더. 그리고 죽은 눈을 하고 있는 노예를 보면 역한 기분이 들었다. 마치 전생의 자신을 보는 것 같기에….

'좀만 자둘까.'

당연히 유다가 참석한 경매장은 손님당 하나의 방을 제공하기 때문에 잠을 자도 상관없었다.

"누나. 마지막 경매가 되면 깨워줘."

유다는 그렇게 말하며 눈을 감았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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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다님! 주군!"

누군가가 유다를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유다는 그 소리에 감았던 눈을 떴다.

"하아암…."

탱­! 탱­!

유다가 잠에서 일어나니 밖에서는 병장기 소리가 울려 퍼졌다.

유다는 그런 의문을 가져 방을 열고 나섰다. 나선 직후 경매장 안은 난장판이었다. 복면을 쓴 괴한의 무리와 누나가 대치하고 있었다.

누나의 주위에는 시체의 작은 동산이 쌓여있었다.

"누나…?"

아자젤의 검이 한번 휘두를 때마다 복면인들의 목이 하나 달아났다. 하지만 누나의 그런 뛰어난 실력과는 별개로 누나는 매우 지쳐 보였다.

'경매장 측 관리인들은 도대체 뭘 하는 거지?'

도대체 잠이 든 사이에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알 수를 없으니까 의문만 남았다.

"누나 일단 다 처리해봐!“

누나의 든든한 등 뒤에서 이야기하는 유다였다.

황금빛 신성력이 가미된 반달을 그리는 참격.

어느새 복면인의 숫자가 1명밖에 남지 않았다.

"죽어라­!"

날카로운 암기를 던지지만, 누나의 고갯짓 한 번에 누나는 단검을 손쉽게 피하지만­

어라? 누나 뒤에는 내가 있는데?

다행히도 단검은 유다의 볼을 스쳐 지나갔다.

주르륵….

피가 흘러내리지만,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닌 상처였다.

"주군!"

누나의 엄청나게 당혹스러운 표정은 처음 본다. 꽤 신선했다.

"감히 네 녀석! 사지 한 점 남기지 않고 찢어 죽여주마!"

누나의 분노는 딱 한 명만 남은 복면인이 감당해야 할 일이었다.

"히이익­!"

복면인은 겁에 먹어 재빠르게 달려나가지만 누나도 그런 복면인을 엄청난 살기와 기세로 쫓아갔다. 하지만 누나는 현재 지친 상태. 제대로 된 속도가 나올 리 없었다. 그랬기에 복면인과 누나의 쫓고 쫓기는 추격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유다의 시선에 빠르게 쫓고 쫓기는 아자젤과 복면인은 사라졌다.

"하아…. 도대체 무슨 일이야…."

꽤나 머리가 아파져 왔기에 신선한 공기를 마시고자 신기해 보이는 작은 시체 동산의 가장 위쪽에 걸터앉았다.

"누나가 오려면 꽤 시간이 걸리려나…. 그나저나 사기로 했던 그 아이는 어떻게 되었을지…."

"그나저나 과거에 이런 사태가 있었나? 또 나비효과?"

정말 생각만 해도 머리가 아파지는 결과였다. 실제로 유다의 추측대로 헤이스트 상단에서 이종족에 대한 처지를 도와서 학살당하는 이종족이 줄게 되었고 이종족을 구출하는 레지스탕스가 생겨나고 말았다.

유다는 골이 아파져 오는 머리에 주머니 속 약을 먹으려고 했지만….

또각또각­

어디선가 구두 소리가 들려왔다.

"어머나? 아직도 손님이 남아계셨군요?"

갑작스레 나타난 여우 가면을 쓴 여인과 새로운 복면인 무리들이 작은 동산 위에 걸터앉은 유다를 지긋이 노려보았다.

"저희 쪽 애들이 다 죽었네요?"

가뜩이나 아픈 머리에 여우 가면의 여인이 유다에게 기분 나쁜 눈길을 보내자 유다는 짜증이 났다.

유다는 그런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아 위협할 정도로 자신의 능력을 발동시켰다.

[위압감]의 효과로 주변이 무거워진다. [허장성세]의 효과로 검은색 오라를 뿜어내준다. [몰려드는심연의공포] 효과로 불쾌한 느낌을 준다.

"하아…. 짜증 나네."

유다의 한마디에 장내가 정적에 휩싸였다.

.

.

.

홍련은 경매장의 습격을 계획했다.

"대장님.. 하지만 그 날은 더욱더 방비가 심해지는 날인데요…."

"오히려 경매장의 방비가 심해지기에 연락망은 느슨해지는 편이지. 게다가 지키는 병사들의 심리적 안정감에 자만하게 될 것이고."

그렇게 경매장과 노예 보관소의 습격을 계획하게 되었다.

작전은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평소보다 많은 수호병력은 ’설마 오늘 무슨 일이 터지겠어?'란 안일한 생각을 가지고 있어 제대로 된 인원 체크가 일어나지 않았다.

그 틈을 타 통신 타워를 제압하고 보관소의 노예들을 해방했다. 경매장이 습격 되었다는 말을 듣자 부자 놈들은 슬쩍 자신의 한 몸만 빼내었다.

이대로 계획은 쉽게 풀리나 싶었지만….

그 남자를 만났다. 아직 성인과 소년의 중간쯤 되는 남성은 해방군의 수많은 시체 위에 걸터앉아 있었다.

그 남자의 실력은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아서 불길함이 느껴졌다.

'최소한 나보다 윗줄의 실력….'

승패를 점쳐 보이기에는 매우 힘들어 보였다. 100명의 해방군이 남자에게 덤벼든 결과는 아마도 전멸.

남자의 외관적 모습을 보았을 때 지친 기색은 없음. 상처는 볼에 작은 흔적 하나.

100명과 볼에 상처 하나라니. 교환비가 엉망이다..

홍련은 그런 유다의 모습에 유다에게 질문했다.

"저희 쪽 애들이 다 죽었네요?"

태연함을 가장했지만, 사실은 엄청나게 떨고 있었다. 그리고 홍련의 말에 유다의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하아…. 짜증 나네."

홍련은 큰일이 났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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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 가면을 쓴 여인이 물끄러미 웃으며 말했다.

"당신 같은 실력자가 저희 쪽 애들을 다 죽일 필요까지 있으셨나요?"

여인의 말에 두통에 제대로 된 판단을 하지 못했던 유다의 정신이 갑자기 들었다.

'잠깐…. 이거 나 위험한 거 아니야?'

경매장 습격자들과 만남. 누나도 없음. 내 실력은 일반인보다 나은 수준. 좆됨.

순식간에 식은땀이 흐르는듯한 느낌이 들었다.

유다는 그래도 숨겨놓은 비장의 한 수를 꺼내기로 했다. 우선 한쪽 시야로 락온을 하고….

[를 발동시키겠습니까?]

유다는 발동시킬 준비를 끝내놓았다.

'분명 하늘의 심판인지 뭔가 하는 레이저보다는 약할지 몰라도, 그거의 반의반만 된다면야….'

그걸로 위협하면 누나가 올 때까지 시간을 벌 수 있었다.

유다는 그런 생각에 우쭐해졌다. 그리고 그런 당당함에 약간의 중2병 조미료가 첨가되었다.

"다시 한번 물을게요, 왜 저희 쪽 애들을 죽였죠?"

"강자는 입으로 말하지 않는다."

"그걸 원하신다면야. 애들아?"

가면을 쓴 여인이 손짓했다. 복면인들은 병장기들을 전부 꺼냈다.

'발동!'

[가 도착까지 5분 36초가 남았습니다. 심판자 에스투스 에너지 방전까지 19분59초]

?

'좆됨'

순식간에 유다의 사고가 가속되었다. 어떻게든 시간을 끌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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