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화 〉 제가 악덕상인이라고요?(1)
* * *
씨바. 너무 일거리가 많다.
아버지는 맨날 나에게 업무를 미뤄 놓고는 엄마랑 데이트하러 가는 주제에….
'이게 가족의 정이냐고….'
하필이면 베아티 경매장 때 헐값으로 뜯어낸 매물처리와 제국에서 감찰이 와서 업무는 더욱더 증폭되었다.
"내 업보이기는 한데…."
"도련님! 괜찮아?"
유다는 소리가 난 쪽으로 얼굴을 돌린 다음에 마음속에서 한숨을 쉬었다.
이 녀석이 마녀 섬 출신 노예 캐시다.
분명…. 최후반 부에서는 성숙한 모습으로 나온 것으로 기억하는데….
'아무리 시간차가 있다 하지만 너무 차이가 큰 거 아니야?'
성장기인 유다의 키가 160cm 정도 되는데 캐시의 키는 유다보다 머리통 하나가 작았다.
유다는 슬그머니 원작 악당을 이용하기로 한 계획들 포기했다. 그리고 유다는 손을 캐시의 머리 위에 올리고 쓰담쓰담을 해주었다.
"도련님 쓰담쓰담 좋아!"
"그래…. 그래…."
그래도 이 아이가 나중에 엄청나게 강해질 수 있으니까….
'캐시 코인 존버한다.'
"혹시라도 무슨 이상한 능력 같은 게 생겼다 하면 나한테 알려주렴."
"응!"
캐시는 대답만큼은 해맑아서 좋았다.
한참을 쓰다듬고 있자 유다는 자신의 남은 업무를 떠올렸다.
"하아…. 오늘도 다 못 끝내겠네…."
원체 계획했던 시크릿 클랜 계획에 손도 못 대보고 있었다.
그럴 때는 역시 누나를 불러야겠지.
"누나."
"부르셨습니까?"
아자젤은 갑자기 유다의 뒤에 나타났다.
"누나가 만들어질 시크릿 클랜을 임시로 운영해봐."
유다는 자신의 이런 결정이 미래에 얼마나 스노우볼로 굴러갈지 모르고 던진 말이었다.
"넵!"
"아. 그리고 헤이스트 상단에 출정 업무도 해야 하니까 조금 도와주고."
"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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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이 두근거렸다. 드디어 유다 님에게 신임을 받아서 업무를 받게 되었다.
'나의 신을 위하여….'
차갑고 냉철한 판단의 화신인 유다. 자신의 동생과 만난 것은 아자젤이 4살 때. 그리고 유다가 2살 때의 일이었다.
세상만사가 귀찮아 보이는 유다는 아자젤이 고개를 드리밀 때마다 인상을 찌푸렸다.
하지만 그때의 아자젤은 우매하여 유다의 뜻을 알 수 없었다. 시간의 흘러 유다가 5살 아자젤이 7살이 되었을 때 유다가 아자젤에게 같이 놀자고 했을 때 그녀는 크나큰 기쁨을 느꼈다.
실제로도 아자젤 자신이 평가하기를 그날은 자신이 다시 태어난 날이나 마찬가지였다.
큰 방문이 닫히고 모든 빛이 사라졌을 때 유다는 아자젤과 같이 방 안에 있으면서 이렇게 말했다.
"앞으로 3시간 30분. 부모님이 돌아올 때까지에 시간이야."
"유다…?"
"멍청하네. 최소 3시간은 여기에 갇혀 있어야 한다고. 사용인들? 미안하지만 저택에 사용인들은 대부분 휴가를 갔고 남은 사용인들은 이 두꺼운 방에 소리를 듣지 못할 거야."
유다는 그렇게 말하며 아자젤에게 멀리 떨어졌다.
"공포를 느껴봐 아자젤."
유다의 목소리는 공허한 방에 울려 퍼졌다. 그리고 아자젤은 두려움에 몸서리쳤다.
중간중간에 역정을 내는 유다의 소리가 그나마 그녀에게 안심이 되었다.
"젠장…. 아직도 1단계야?"
"유다…. 나…. 무서워…."
어두운 방 안에 그녀에게 남은 것은 이제 유다밖에 없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도 모르겠다.
"유다…. 나…. 화장실이 가고 싶어…."
"아직 부족해. 공포 수치가 부족하다고."
"유다 제발…."
"미안하지만 나도 못 나간다니까?"
결국, 아자젤은 쪼그려서 볼일을 볼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어린 나이였어도 크나큰 수치임은 확실했다.
그런 아자젤을 본 유다는 아자젤을 힘껏 비꼬았다.
"귀족이나 평민이나. 모두가 인간임은 같은데. 정말 역겨운 것 같아. 안 그래? 그 좋아하던 예법을 지키지 못한 아자젤?"
그런 유다의 말이 아자젤을 꿰뚫었고 아자젤의 눈에는 그렁그렁 눈물이 떨어졌다.
"흐윽…. 흐윽…."
아자젤은 기묘한 감정에 휩쓸렸다. 방안에 의지해야 할 대상은 유다밖에 없었지만, 역설적이게도 유다는 아자젤의 마음을 뭉개고 있었다.
아자젤은 그런 어둠 속에서 벌떡 일어났다.
"유다아……."
"왜 그래? 날 공격이라도 하게? 그렇다고 탈출은 못 하겠지만."
"아무리 그래도…. 내가 유다를 미워할 리 없잖아…."
아자젤의 말에 유다는 잠시 말문이 막혔다. 그리고 유다는 진심으로 의문이라는 듯이 아자젤에게 말했다.
"왜? 내가 혈육이라서? 무슨 이유때문에?"
아자젤은 아무런 대답조차 하지 않은 채 움직였다. 아자젤이 성큼성큼 다가가자 유다는 조금씩 물러갔다. 유다는 결국 구석에 몰리게 되었다.
그리고 그런 구석에 몰린 유다를 아자젤이 앉아주었다.
"대체 왜…? 나를…?"
"훌쩍…. 훌쩍…."
아자젤은 그런 유다를 안고 울기 시작했다.
"젠장…. 젠장…. 이놈에게 가족…. 그렇게 그게 중요한 거야…?"
"훌쩍…."
"알았어…. 누나 내가 잘못했어. 그러니 정신 차려봐."
유다는 아자젤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고 등을 토닥여주었다.
아자젤이 울음에 지쳐 잠이 들 때 아자젤은 유다의 말을 스쳐 가듯 들을 수 있었다.
"내가 잘못된 거라고? 이제는 믿을 수 있을까?"
아자젤이 눈을 떴을 때 자신의 방에서 눈을 뜰 수 있었다
"일어났어?"
옆에는 유다가 있었다. 그리고 그런 유다는 피를 흘리고 있었다.
"유다…. 너…. 피…. 피가…."
"아. 별거 아니야. 가문에 배신자가 있어서 처분했거든."
그렇게 말하는 유다의 표정은 담담해 보였다.
"앞으로 내가 여기를 지킬 거야."
유다의 눈에는 강한 신념이 깃들어 있었다.
"하필 사용인들이 휴가를 갔을 때를 노렸네. 안심인 점은 이사벨은 부모님이 데리고 가서 안심이야."
유다 측을 지키고 있는 기사는 단 1명 침입자는 정체불명.
"기사단 측에 이 사실을 알려야 할 텐데…. 그랬다가는 방비가 뚫릴 테고."
유다 측은 방을 중심으로 수성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금방 문이 뚫려버렸고 침입자들은 방에 침입했다.
"맥경…! 아…. 죽었네…."
벨라레 남매를 지키던 기사는 당하고 말았다. 하지만 절체절명의 순간에서도 유다는 여유가 있었다.
침입자들도 그러한 유다의 태도에 경계하던 무렵에 유다가 말했다.
"시간이 충분히 끌렸네. 어린아이라고 무시해서 해체마법을 가져오지 않은 너희들의 패배야."
귀족의 저택에는 침입자들을 막는 대단위 보호 마법이 설치되어 있었다. 하지만 침입자들은 그 마법을 유다가 발동시킬 줄 모르고 있었다.
"대단위 홀드 마법이야 어때?"
침입자들의 움직임이 딱하고 멈춰버렸다.
그리고 멈춰있는 침입자 중 한 명이 유다를 보고 이죽거렸다.
"꼬맹이. 멈춰서는 무엇을 하려고? 어차피 죽이지도 못할 텐데."
"내가 너희들을 못 죽인다고.?"
"젖비린내나는 꼬맹이가 사람을 죽일 수나 있을까? 이거 풀린 뒤에 보자고."
갑자기 유다의 기세가 변했다.
우웅….
강렬한 기세가 유다에게 느껴졌다.
"이래도?"
침입자들이 침묵에 휩싸였다.
유다는 어디에서 난 건지 모를 단검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 푹!
침입자 중 한 명의 목을 찌르고 단검은 빠져나왔다.
어린 아자젤에 비췬 유다의 모습은 정당한 신의 심판자이자 그들의 잘못을 읽어주고 처형하는 처형인이었다.
그리고 침입자들은 겁에 질린 듯 유다에게 자비를 구걸했다. 그리고 그들은 듣기 싫게 호들갑도 떨었다. 갑작스러운 침입자들의 변화에 아자젤은 당황스러웠다.
"잘못했어요... 잘못했어요.."
"사.. 살려주세요.."
"제발.. 자비를…."
"끼에에엑! 괴물이! 괴물이!"
"죽기 싫어! 엄마! 엄마!"
"잘 들었어. 그럼 이제 잘 죽길 바래."
하지만 유다는 가치 없이 그들의 목숨을 수확했다.
'정당한 심판이야!'
그런 유다를 아자젤은 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 그리고 그런 아자젤의 강한 부름이 통했을까. 아자젤의 손에는 황금빛의 기운이 깃들었다.
'책에서 본 적 있어! 게다가 사제 아저씨도 쓰는 힘!'
이것은 그녀의 믿음의 흔적이었다. 당연히 그녀는 신에 대해 알지 못하므로 그녀의 믿음은 유다에게서 나온 것이었다.
'그렇구나….'
아자젤의 주위에 황금빛 물결이 퍼져나갔다. 유다의 상처가 모두 회복되었다.
'나는 유다를 믿고 있는 것이구나.'
그녀의 유다에 대한 믿음은 곧바로 신앙이 되었고 신앙은 광신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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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자젤은 기분이 좋았다. 유다의 믿음을 얻었기 때문이었다.
"좋아…. 유다 님을 위해서…."
유다는 믿음을 쉽게 주지 않았다. 그리고 믿음을 주더라도 이렇게 직접 일을 주는 일은 아자젤이 최초라고 할 수 있었다.
아자젤은 생각했다. 유다가 시크릿 클랜을 관리하라고 했다.
"유다님의 목적은…."
아마도 자신이 뒷세계를 통제하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어떻게 시크릿 클랜을 키우지?"
비록 정보를 제공하는 아르티아가 합류했지만 아직은 붕 떠 있었다.
그리고 아자젤은 방금 유다와의 대화를 곰곰이 떠올려 보았다.
"흐음.. 분명 유다님이.. 시크릿 클랜을 말하고 헤이스트 상단을 뒤에 바로 언급하셨어.."
그것은 힌트가 아니었을까?
바로 시크릿 클랜에 자금을 원활하게 사용하기 위하여 헤이스트 상단을 포함시키는거지!
"그렇다면 헤이스트 상단을 인수할 방법을 찾아봐야겠어."
물론 시크릿 클랜을 이용한다는 뜻이니까…. 당연히 불법적인 일로 찾아봐야겠지.
"설마 이때를 노리고 정보 클랜을 포섭한 건가?"
아자젤은 역시 유다 님이라고 생각을 하며 부푼 가슴을 안고 아르티아에게 연락했다.
물론 유다가 아자젤의 말을 들었으면 그거 아니야 라고 오열할 장면이었지만. 언제나 인생은 계획한 대로 흘러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