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정육점이냐, 나만 빼고 A등급이게-105화 (105/112)

〈 105화 〉 018. 그 사람에 관해서 (2)

* * *

“하, 도저히 못 하겠네.”

장우산 내던졌다. 아무런 저항 없이 갈대밭에 안기는 검은색의 가짜 검.

그 포옹이 너무 편안해 보여서, 나도 갈대밭에 몸을 떨어뜨렸다.

정말이다. 정말로 푹신해. 이렇게 푹신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등 뒤로 갈대가 켜켜이 쌓여서 안락하게 전신을 받아낸다.

부러지지 못한 갈대가 시야를 가득 채웠다가 바람결을 따라 흩날린다.

그 위로 밤하늘이 펼쳐져 있다.

오늘따라 하늘에 별이 많네.

“별이 엄청 적네요.”

“저게요?”

나는 이만큼 보는 것도 오래간만인데.

“저희 수련장에서는 구름이 잔뜩 낀 날에도 이것보다 별이 많아요. 하지 무렵에는 말도 못 하죠. 방정맞은 스승님이 꼬마들을 전부 끌고 나와서 별구경을 다닐 정도였으니.”

“……그쪽도 끌려가고 그랬어요?”

“꼬마들이요, 꼬마들.”

“아니, 본인을 꼬마로 표현한 건가 싶어서.”

“미쳤어요? 제가 이 나이 먹고 꼬마를 자칭하게?”

그건 그렇지.

화란은 김 샌 한숨을 푹 쉬었다가 다시 밤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예에전에는 끌려갔죠. 그게 아마 수련장 생기고 바로 그 해 여름 무렵이었나.”

“뭐야, 끌려가긴 했네.”

“7년 전이었어요.”

“그땐 꼬마였어요?”

“16살이면 꼬마죠! 그쪽 데리고 다니는 꼬마도 나무위키 켜니까 그 정도 되는 나이라더만.”

여기서 밝혀지는 화란의 나이는 23세, 역시 나보다 한 살 많았다.

그렇지. 저런 가슴으로 나보다 연하라고 하면 그건 반칙이지.

근데 그건 그렇다 치고 16살을 꼬마라고 해도 되나.

거기서 떡국 한 그릇 덜 먹은 랑이야 발육부진에 응석받이로 커서 꼬맹이라고 생각하게 되는데, 객관적으로 보면 중학교 2학년이면 알 거 다 아는 나이이다.

스승님 손에 순순히 이끌려 별구경을 다녔을 것 같지는 않은데.

“반쯤 조교였죠.”

“뭐하는 단체래요, 풍월검도.”

“……고아원?”

단순히 놀려먹는 질문에 화란은 선뜻 진지한 대답을 내놓았다.

“파계종한테 부모를 잃은 아이들을 스승님이 전부 거두고 다니셨어요. 뭐, 알고 계실 거 아녜요? 뉴스에 맨날 나오니까.”

“예에, 뭐.”

뉴스에서 봤다고 해야 할까.

그보다는 접점이 더 많았다. 여자친구가 파계종한테 죽으면서 이런저런 사후지원을 펼쳐준 시민단체 사이에 청풍명월이 끼어 있었으니까.

나하고는 평생 관련 없겠다 싶었던 지정능력자 단체의 존재를 처음 알게 된 것은 그 무렵이었다.

나는 잠깐 그런 사실을 밝힐까 했다가, 그냥 접어두었다.

이 마당에 그따위 접점은 아무 상관도 없고, 괜히 화란을 우울하게 만들 것 같았으니까.

그리고 비슷한 이유에서 청풍명월에 대해 깊게 이야기하는 것을 막고자 했다.

고아였던 화란을 거두어준 스승님의 관한 이야기는 그녀의 내면을 야금야금 좀먹어가고 있을 터였다.

그렇지만 내가 말리지 않아도 화란은 하늘을 올려다 보며 마음을 정돈하고, 싫은 이야기들을 털어냈다.

“으아앗! 기분 좋네요!”

“그러게요.”

“당신은 땀까지 흘렸으니 더 좋아야죠.”

“예에, 예에.”

“대답이 왜 그렇대?”

“누구 때문에 땀 흘렸나 싶어서.”

내가 말해놓고 조금 이상한 쪽으로 상상이 흘러가는 멘트였다.

덮고 싶어졌다.

“조만간 지리산 갈지도 모르는데 밤하늘 꼭 봐야겠어요.”

“하늘은 기대하고 보면 실망해요. 저는 별이 없는 하늘은 어떤가 늘 기대하고 살았는데, 지금 실제로 보니 별로거든요.”

맞아. 진짜 별로지. 그래서 시간 내서 올려다 보는 사람이 없는 거고.

그 하늘 사이로 지푸라기를 내려놓는 화란. 바람결을 따라 마구 흔들리다가 수풀 어딘가에 파묻혀버린다.

갈대밭의 지푸라기라면 아무리 뒤져도 그것과 같은 지푸라기는 영영 다시 찾지 못하겠지.

뜬금없이 그런 생각이 들었다. 분명 몸이 지친 탓이다.

시계를 안 봐서 정확히는 모르겠는데 체감 서너 시간 멈추지 않고 장우산을 휘둘러댔다. 아무 기술 없이.

몸도 지치는데 하나도 명중을 못 시키니 성취감이 떨어졌고. 지정능력이라는 거 진짜 재능충의 영역이라니까.

아니면 여기 있는 지리산 무협지 여인처럼 기연이라도 얻든지.

그렇게 생각할수록 가뜩이나 흐리던 별이 더더욱 흐릿해진다.

흐릿해지는데…….

시야에 달이 떠오른다.

하얀 얼굴. 부드러운 턱선과 옅은 분홍색의 입술.

푸른 바람과 밝은 달.

지각이 무뎌져, 몇 박자가 지나고서야 깨닫는다.

화란이다.

“뭐하세요.”

“보면 몰라요?”

“죄송한데 안 보이거든요.”

그쪽 가슴이 지금 내 시야의 7할을 다 먹었어요.

“약 가져 왔어요.”

“뭐야, 신경 쓰고 있었어요?”

“그냥 스승님이 하던 대로 해보는 거죠. 말했는지 모르겠는데, 누굴 가르치는 게 처음이라서.”

괜히 툴툴거리는 화란. 그러면서도 지극히 조심스러운 태도로 검지 끝자락을 움직인다. 자기 팔목에 묻혀놓은 연고 같은 것을 떠냈다.

이어서 그것을 상처로 번진 뺨에 갖다 붙인다.

가볍게. 꼭, 깃털 하나를 뜯어내는 것처럼.

“아악 씨! 뭐예요?”

“좀 가만히 있어요.”

“더럽게 따갑다고요.”

연고에 위압 두른 거 아니에요?!

“약이 따가워야 효과가 있죠.”

“그 무슨 비과학적인 발언이에요. 뭘 바르는 건데요?”

“송진.”

“소나무 점액이라는 뜻이잖아요. 누가 들으면 무슨 비약인 줄 알겠다. 빨간약 발라요, 그냥.”

“소나무가 여기 있는데 뭐하러 그딴 걸 찾아요?”

그러면서 방금 체취한 송진을 치덕치덕 발라버리는 화란.

형연할 수 없는 고통이 뒤따른다. 알아서 나을 상처들인데 모진 고문까지 당하며 약을 바를 필요가 있을까?

그냥, 약에 의의를 두지 말고 화란의 간호에 의의를 두자.

다 바르자 양쪽 뺨을 잡아채는 화란.

“일어나셔요. 계속 붙어야지.”

처음에는 일어서려고 했다.

그러나 상처에 닿은 화란의 손바닥을 촉감하자, 나는 누운 자세에서 미동조차 할 수 없었다.

거칠고 까슬거렸다. 희고 부드럽게 보였던 화란의 손이 상처투성이였던 것이다. 시선이 상처를 타고 위로 흘러갔다.

옷소매 안으로 들어가는 양팔과 옆트임 사이로 드러난 허리, 허벅지, 종아리.

나는 화란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 목선에도 무수히 많은 상처가 뒤덮여 있었다.

나는 나의 뺨에 새겨진 상처의 개수를 헤아려 보았다. 모두 지푸라기에 베인 것들이었는데, 다섯 번 베여서 다섯 개의 상처가 남았다.

나는 다시 화란의 몸에 새겨진 상처의 개수를 헤아려 보았다. 즉시 포기했다.

그것보다는 도시에서 보이는 별의 개수를 헤아리는 편이 쉬울 터였다.

그렇구나.

이게 이 사람의 뜻이구나.

“계속 붙어서 뭐하나.”

“입은 게으른 주제에 몸은 정직하네요.”

그런 핀잔을 들으며 일어섰다. 그리고 정자세를 잡았다. 다시 장우산을 쥔 것이다.

무릎꿇고 기다리고 있던 화란도 나를 바라보며 다시 지푸라기를 손끝에 붙들었다.

이번에도 온다. 아까와 정확히 같은 공격이다. 나는 정체불명의 무엇인가로 강화된 지푸라기를 막아내기 위해 동작을 취할 것이고, 화란은 그 빈틈을 노려 지푸라기를 내 뺨에 꽂겠지.

그러면 계속 그랬던 것처럼 살이 베일 것이다.

나는 그 결과를 바꿔야 한다.

그렇다면 바꾸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생각하는 사이, 화란이 다가온다. 지푸라기는 지금까지 내 뺨을 베어냈다.

저것에 내가 모르는 비밀이 없을 거라고는 믿을 수 없다. 그것은 논리적인 결론이다.

이대로 멈추면 지푸라기의 휘둘림은 치명적인 일격으로 변해 나를 상처입힐 것이다.

그런데도 나는.

움직이지 않았다.

“아.”

화란은 내가 막아낼 거라고 생각했다. 막기 위해 움직일 거라고 생각했다.

누구나가 그래왔고, 실제로 나 또한 그랬기 때문에. 그러나 이번 휘두름을 나는 피하려고도 막아내려고도 하지 않았다.

그래서 지푸라기는 일직선으로 내 뺨을 찔렀고.

툭, 구부러졌다.

지푸라기는 지푸라기일뿐이다.

화란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와 지푸라기를 번갈아 살펴보다가, 고개를 기울이며 살풋 웃었다.

“이해했어요?”

“어느 정도는요.”

지정능력 없이 기 따위를 두르는 것은 불가능하다. 지푸라기는 지푸라기일 뿐이다.

그러니 지금까지 지푸라기가 나의 뺨을 베었던 원리는, 간단하다.

“상대방이 다가오는 힘을 이용했던 거죠. 종이로 살을 베는 것처럼.”

“맞아요.”

끝없는 반복의 결과.

그게 말은 쉽지.

“이거 하나 하려고 엄청나게 노력했겠네요.”

“어느 정도는?”

내 말을 따라하는 화란. 그러는 동안에도 덧난 상처가 달빛을 받아 반짝거린다.

상처는 화란의 전신을 뒤덮고 있어서, 그녀는 꼭 스스로 빛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 모습에 나는 잠시 경도된다.

뭘 그렇게 평온하게 있는 거야.조금은 자랑하는 편이 인간적이다. 당신은 지푸라기로 사람을 벤다는 헛소리를 많이 연습하는 걸로 이루어냈잖아.

“거저 주어지는 건 원래 없어요. 무엇인가가 주어졌다면 그건 지금까지 실패한 결과의 총합이겠죠. 이것이, 풍월검도가 말하는 뜻이에요.”

“즉, 연습량 늘려라?”

“그렇게 말하면 좀 재수없고.”

그러면서 자세를 바꾸는 화란. 의아한 내가 몇 발자국 다가가자 화란은 갑자기 내 뒤로 돌아서더니, 그대로 내 등에 달라붙었다.

그냥 달라붙은 정도가 아니라 아주 밀착. 여름날 매미처럼 찰싹 달라붙은 것이다.

질투심 강한 랑이 보면 바로 싸대기다.

……물론 나한테.

“뭐하는 거예요?”

“깨달았으니까 다음 단계죠.”

“우리 아직 이럴 사이가 아닌데요.”

“동감이에요. 보통 여기까지 오는 데 일주일은 걸리는데, 당신은 지나치게 일찍 깨달았어요. 근데 뭐 어때요? 피차 시간이 모자라고.”

“……그래서 이번 단계라는 건 뭔데요?”

“배울 준비가 끝났으니 첫 시연만이 남았죠.”

그러면서 화란은 내 손 위에 자신의 손을 얹었다. 그래서 우리는 장우산을 함께 붙잡은 모양새가 되었다.

그러자 장우산에 희미한 위압이 피어났다. 그것은 그저 위압으로 그치지 않고 일정한 형태로 변해갔다. 날카롭고 잘 벼려진, 푸른빛의 검.

그게 무구지정이라는 사실을 모를 리 없었다. 화란은 지정력이 바닥나고 지정능력 자체를 쓰지 못하게 된 상태에서 내 도움을 빌려 억지로 무구지정을 벌인 것이다.

그리고 그 터무니없는 행동 때문에 화란은 저절로 지치기 시작했다. 청색의 검이 눈에 보이기 시작한 시점부터 화란의 호흡이 거칠어졌다.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어요?”

“있어요.”

단언이 되돌아온다.

“이제부터 진짜로 지정능력을 가르칠 거예요. 그런데 지정되지 않은 가검은 충분한 그릇이 될 수 없어요. 위압을 두른 진검이 필요하지요. 누군가를 베고, 누군가의 살을 갈라 그 목숨을 양단할지 모른다는 자각이 당신을 강하게 해요.”

화란이 다시 내 손목을 움켜잡는다.

“검의 무게를 온전히 느끼세요. 하나의 검일지라도 만인의 핏물이 적셔져 있고, 그것이 휘두르는 일획으로 누군가의 삶이 잘려나갑니다. 적수를 향한 예도를 갖추세요.”

그러자 화란의 것이 아닌 무엇인가가 청색검 끝에 맺혔다.

“저의 스승님은, 무협지를 좋아하셨어요. 그래서 당신의 검술을 무협지 속 여러 문파의 무공에 빗대곤 하셨죠. 무협지 읽어 봤어요?”

“조금?”

“이야기가 쉽겠네요. 저는 하나도 안 읽어 봤어서 진짜 고생했거든요.”

배시시 웃으며 한탄하는 화란.

“저희 검술은 무공과 같아요. 일단 하나를 배우면 그 하나를 돌이키기 어렵죠. 따라서 지금의 첫 예도가 앞으로 있을 당신의 길을 고정할 거예요.

지금 이 일획이, 단 한 번의 베어 넘김이, 당신의 적수뿐만이 아니라 당신 자신조차 관통해요.”

“어, 저는 화란 씨가 좋아하는 검술부터 배우는 줄 알았는데.”

“……이 상황에 아부를 해요?”

“아부 아니고 진짜로.”

궁서체로 말씀드립니다.

“앞으로 화란한테 계속 배울 거잖아요. 화란이 좋아하는 걸 골라야 가르치기도 쉽죠.”

“제가 제일 좋아하는 검술은 제가 제일 못 쓰는 검술이에요.”

“그럴 수도 있죠.”

“후회할지도 몰라요.”

“일단 한번 해봐요.”

그러자 한숨을 푹 쉬는 화란. 탄식하는 건 좋은데 자세가 자세인지라 따뜻한 숨결이 곧바로 귀에 닿는다.

이 포지션 랑한테 들키면 진짜 오늘밤은 밑층에서 자야 되겠구나.

그런 생각에 잠겨 있는데, 화란이 손바닥으로 내 허벅지를 찰싹 내려쳤다. 잡념 지우세요! 라면서.

“알았어요. 제가 제일 좋아하는 검술부터 가르쳐 드릴게요. 풍월검도의 절기, 즉 필살기 같은 거죠.”

조금 더 현대적으로 표현하자면 궁극기겠네.

근데 궁부터 익히는 게 가능한가.

“풍월검도의 절기 월룡비칠식은 7가지 단계로 나뉘어 있어요. 그중 3번째 단계까지는 연습만 하면 누구나 익힐 수 있고, 첫 번째는 어린아이도 하루아침에 배워요. 끝까지 가는 게 어려울 따름.”

“그러면…….”

“월룡비칠식의 첫 초식, 맨 앞의 한걸음, 그걸 익히는 거예요. 비룡승천이라고 부르죠.”

“어린애도 배우는 건데 이름이 거창하네요.”

“어린애가 배우는 거니까 이름이 거창해야죠.”

화란이 밀착의 강도를 더한다. 이제 서로 달라붙지 않은 단면이 없을 정도이다.

가슴 크기 때문에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화란의 윗배 정도를 제외한다면 말이다.

“월룡비칠식의 첫 초식은 경신술에 지나지 않아요. 즉, 몸을 날려서 민첩하게 움직이는 간단한 행동지정이죠. 제가 신호를 주면 한꺼번에 발을 들어 앞으로 나아가면서 공중에 뜬 채로 검을 갈라요. 지정능력 쓸 때의 감각 잊지 말고요.”

“되겠죠?”

“돼요. 그러니 되게 만드는 것에 집중하지 말고, 된다는 걸 자각하는 데에 집중해요. 우선, 호흡을 후우, 하고 길게 들이쉬세요. 그 다음에는 다시 하, 하고 길게 내뱉고요.”

열없는 숨결이 귓가를 적신다.

“후우, 하.”

“다시요.”

“후우, 하.”

“다시.”

“후우, 하.”

“다시.”

과호흡 오겠다.

“잡념은 거두고 호흡을 계속해요. 계속하면서 집중하세요. 지푸라기를 맞아내기 직전 당신이 생각했던 것들. 상처입을 것을 확신하면서도 시험해보고자 했던 일념을.”

일념이라고까지 말할 것은 없었다.

그 순간 반격을 시도하지 않은 것은 당신의 상처를 봤기 때문이다.

저렇게 상처입은 사람이 허황된 것을 두르고 있다고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나도 그랬으니까.

그날,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를 지키기 위해 물러나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그때까지 도망쳐댔던 걸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비로소 눈앞에 베어야 할 것의 형상이 보인다.

그것은 차츰 백지에 떨어뜨린 먹물처럼 번지다가.

“이제.”

단 하나의 상에 합쳐진다.

“날아올라요.”

[행동지정: 월룡비칠식­비룡승천]

날 끝의 맺힘이 풀려나간다.

그것이 느껴졌을 때 나는 이미 허공을 날았다가, 아무렇지 않게 바닥으로 떨어졌다.

어안이 벙벙한 나를 화란이 뒤에서 부둥켜 안았다.

“참 잘했어요!”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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