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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육점이냐, 나만 빼고 A등급이게-72화 (72/112)

〈 72화 〉 012. 두 번째 토끼 (2)

* * *

“어…… 그래.”

한월은 다소 붉어진 얼굴로 중얼댔다. 어떻게 반응해주면 좋을지 알기 어려운 사람이었다.

아니, 어쩌면 사람조차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눈앞의 존재에게서 명백한 파계종의 위압이 느껴졌다.

한월은 경계하며 일어섰다. 지금 그에게는 대검이 없다.

물론 무기가 없다고 해도 어지간한 파계종은 가뿐하게 제압할 수 있지.

하지만 상대방은 인간의 형상을 취한 채 인간의 말을 사용하고 있지 않은가.

경험적으로 이런 파계종은 모두 고등급이었다.

“아핫핫. 뭡니까아, 엄청 경계 받고 있군요☆ 안심하시길, 안심하시길, 분명히 말하는데 결코 위험한 사람이 아닙니다!”

“무슨 근거로 그렇게 말하지?”

한월이 그렇게 되묻자 오히려 바니걸 쪽에서 눈을 동그랗게 떴다.들려온 대답을 믿기 어렵다는 눈치였다.

그러나 그렇게까지 이상한 물음인가? 근거를 요구하는 것은 당연하다.

한월은 바니걸의 반응을 이해할 수 없어서 잠시 가만히 섰다.

그러자 약간의 시간이 흐르고 바니걸은 손뼉을 짝 치며 이렇게 중얼댔다.

“호오오, 과연 그렇군요! 정신지배는 먹히지 않는다…… 라니! 단순한 A등급 지정능력자가 아니다, 이런 겁니까? 으으음, 인정하겠습니다! 제가 당신을 너무 얕봤군요!”

“무슨 말이지?”

“그러면 다시, 이번에는 암시를 하겠습니다. 보십시오, 쇄도. 저는 제법 안전한 사람 같지 않습니까?”

그렇게 말하며 바니걸은 갑자기 트렌치 코트를 벗어버렸다.

한월은 당연히 깜짝 놀랐다. 그 안에는 하나의 거짓도 보태지지 않은 바니걸 의상의 여자가 있었고, 그 야릇한 몸이 만천하에 드러나게 된 것이다.

점원부터 시작해 몇몇 사람이 돌아다니는 편의점에서 도대체 어떻게 무슨 자신감으로 저런 복장을 할 수 있는 것일까?

그러나 의외로 사람들의 반응은 태연했다.

어지간한 남자들의 마음을 금세 사로잡을 것 같은 아름다운 몸매를 누구도 쳐다보지 않았다.

아예 바니걸 자체가 이곳에 없다는 것처럼 눈길조차 주지 않고 스쳐지나갔다는 것이다.

그 광경에 한월은 갑작스레 ‘이 여자는 위험하지 않을지도 모른다.’라는 점에 수긍…… 했다.

한월이 다시 자리에 앉았다.

“일단은 네가 파계종이 아니라는 건 알겠어.”

“그렇지요? 그런 겁니다.”

“하지만 뭐야, 어떻게 토끼…… 하젠야크트에 대해 알고 있는 거지?”

“일단은 지정능력자라고 해두겠습니다!”

한월은 미간을 좁혔다.

위압을 두른 파계종이 아닌 존재라면 지정능력자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지정능력자라고 보는 게 타당하겠지.

위압의 수준을 보건대 충분히 고등급이라고 생각할 수 있었다.

관리국과 연관이 있다면 하젠야크트 사안에 대해 아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그렇습니다! 그런 겁니다!”

“알았어, 알았어. 그래서 좋은 소식이라는 게 뭐야?”

“아, 그렇지요. 제일 중요한 걸 잊고 있었군요! 뭐, 간단합니다!”

바니걸은 흐뭇하게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갈룸이 있는 곳, 저는 알고 있습니다만☆”

***

“잠시만, 한월아.”

한참 이야기를 이어나가고 있는 와중에 재인이 제지했다.

몇 걸음 정도 앞서 나가고 있던 한월은 뒤를 돌아보았다.

재인은 깁스를 하지 않은 왼쪽 손을 턱에 갖다댄 채 마치 추리소설 속 탐정처럼 재인은 이렇게 묻는 것이었다.

“그렇지만 그 사람이 정말로 파계종이 아닌지, 그리고 관리국에 소속된 지정능력자인지 어떻게 알아?”

한월은 그 질문이 튀어나올 줄 알고 있었다.

물론 한월은 그 바니걸이 파계종이 아니며 이 사안과 관련이 있는 지정능력자라는 사실에 강한 확신을 갖고 있었다. 따라서 굳이 되짚을 필요도 없이 처음부터 두루뭉술하게 이야기했다.

하지만 예리한 재인은 허점을 캐치해내 의심하고 있었다.

한월은 간단하게 답했다.

“정확히 뭐라고 말하기는 힘든데, 아무튼 확실했어. 전화번호도 받았는데 지금 전화해볼까?”

“전화번호까지?”

거기서 재인의 관심이 딴 곳으로 돌아갔다.

재인은 한숨을 섞으며 이렇게 말했다.

“아냐. 전화까지 걸 필요 없어. 그리고 한월아, 전화번호 좀 함부로 주고 다니지 않으면 안 되겠니?”

“어, 그게…… 그쪽에서 먼저 달라고 한 게 아니라 내가 연락할 일 있으면 전화하겠다고 받아버린 건데.”

“그래, 으휴.”

재인은 답답하다는 것처럼 숨결을 토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둔감한 한월은 무엇이 문제인지 정확히 알지 못했다.그 체질에 오랫동안 당해 벌써 질렸던 재인은 더 따지고 들지 않았다.

아무튼 한월으로부터 신원을 확인받은 것이니 믿어야지.

재인은 그만큼이나 한월을 믿고 있었다.

“그래서…… 갈룸이 있는 곳은 알게 된 거야?”

“아니, 말을 안 해줬어. 내가 거절했어.”

“응? 무슨 말이니?”

“그 녀석도 똑같은 소리를 했어.”

재인이 고개를 갸우뚱 기울였다.한월이 그냥 실없는 소리를 하는 것이라고 재인은 잠시나마 착각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한월은 어느새 아랫입술을 질끈 깨문 채로, 울고 있는 소녀 앞에 설 때 특유의 비릿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재인은 그 표정을 매우 좋아했다.

자기도 모르게 뺨이 달아오르는 것을 느끼면서도 티내지 않으려 노력하고 재인은 물었다.

“똑같은…… 소리라니?”

“갈룸을 만나면, 갈룸을 죽여달래.”

한월은 차갑게 내뱉었다.

죽여 달라고, 그 말을.한월은 분명 그런 방향성의 결말은 생각조차 하고 싶지 않아하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물음을 받았기에 떠올려 대답했다.

재인이 한월에게 다가왔다. 그리고 다시 한월의 손을 꼭 붙잡았다.

떼어놓지 않으며 한월은 말해나갔다.

“이 녀석이고 저 녀석이고 진짜, 무슨 일인지 몰라도 열 받아. 왜 죄다 그 아이를 죽여야 한다고 몰아가는 거야.”

“한월아, 어쩌면…….”

“그 아이가 우는 걸 직접 봤어.”

한월은 말했다.

“혼자 자는 걸 못해서, 강한 척하고 있었지만 결국 그런 녀석이라서 데리고 있는 동안 밤에는 껴안고 같이 자줬어.

그러고 며칠을 지내다가 알았어. 그 녀석, 밤마다 울고 있다는 거. 꿈을 꾸면서 울고 있다는 거. 특히 자길 죽여 달라고 한 그날에는…… 정말 많이 울어서.”

한월은 멋쩍게 웃었다.

“미안, 껴안고 잤다는 얘기를 하면 네가 잔소리할까봐 얘기를 안 했어. 그렇지만 뭐랄까, 지금은 얘기하는 게 맞는 것 같아서.”

“아냐, 괜찮아.”

“그렇지? 아하하……….”

한월은 뒷머리를 벅벅 긁어대다가, 이렇게 끝마무리를 하는 것이었다.

“이건 나를 위해서도 다른 누굴 위해서도 아니야. 그 아이를 위해서야.”

너를 위해서일 것이다.

한월은 그 기도를 몇 번이고 이루어왔다.

***

“……라고, 재인 언니를 돌려보내기 위해 거짓말을 쳤다는 거죠? 그 소피라는 바니걸의 제안을 거절했다고?”

“응.”

한월은 호로록 커피를 들이마셨다. 유는 질렸다는 얼굴을 했다.

“으아, 진짜 심하다. 이거 언니가 알면 난리 날 텐데요.”

“팔에 깁스까지 했어. 그런 녀석을 말려들게 할 수는 없지.”

“아무튼 전 몰라요. 오빠가 혼자 덮어쓸 때마다 언니가 얼마나 화냈는데. 나까지 합세해서 속이고 있다는 걸 들켰다간, 어휴.”

“아하하…… 어쩔 수 없다고 변명해둘게.”

유는 눈을 가늘게 뜨고 한월을 노려보았다.다소 장난스러운 질책이었지만 한월은 눈빛을 피했다.

유는 이번에도 질리고 말았다. 재인뿐만 아니라 유도 마찬가지로 한월이 모든 걸 뒤집어쓰는 게 좋게 보이지는 않았다.

뭐, 결국 유에게 이렇게 사실을 털어놨다는 건 재인만 이 상황에서 배제시키는 것으로 보이기도 하네.어쨌거나 남의 몫(재인)을 덜어 자신에게 얹은 것이니까.

이런 남자라는 것을 알고 있어도 안쓰럽기는 마찬가지다.

유도 커피를 홀짝거렸다.

“그래서 어떻게 할 거예요.”

“응?”

“죽여요, 그 꼬마?”

“아니, 설마…….”

“그죠. 오빠가 그렇게 말하는 건 당연한 수순이었고…….”

유는 한숨을 쉬었다.

“결국 그 변태 바니걸을 속여서 일단 갈룸을 만나고, 그때 가서는 또 바니걸한테 ‘미안하지만 얘는 못 죽이겠다!’한다는 거죠?”

“어어, 그렇게 되겠지?”

“일단 여러 부분에서 다중적으로 태클을 걸고 싶은데요.”

유는 손가락을 폈다. 우선, 검지 하나를.

“첫째, 그 사람이 바보도 아니고 오빠가 말을 돌릴 가능성을 생각조차 해두지 않았겠어요?”

“의심하고 시작하는 건 좋지 않아.”

“둘째.”

무시하고, 유는 손가락을 하나 더 폈다.

“재인 언니는 오빠가 뭐라고 하면 바로 헤실헤실 좋다고 납득하지만, 저는 그렇지 못해요. 그 사람의 신분이라든가 정체를 비롯해서 이래저래 납득할 수가 없는 게 너무 많다구요.”

“그건 너도 직접 보면 이해를 할 텐데.”

“뭐, 곧 그 변태 바니걸이 직접 오신다고 했으니까요. 그럼, 셋째, 마지막이에요.”

유는 세 개의 손가락을 폈다가 곧이어 꽉 주먹을 쥐었다.

“살리는 게 옳은 일일까요?”

“제갈유.”

“진지하게 묻고 있어요.”

유는 아까보다 훨씬 가라앉고 차분한 어조로 말을 이어나갔다.

“그 아이는 파계종이에요. 심지어는, 다른 개체로 갈라졌다고 해도 어쨌든 오빠와 재인 언니를 다치게 만든 하젠야크트라구요.

그런데 그 하젠야크트가 사람들이 어떤 행동을 취할 것을 요구하고 있어요. 구체적으로요.”

“그래, 네 말은 이해하고 있어. 하지만 유,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죽여야 해요.”

유는 한월의 말을 끊어냈다.

“단, 본인이 원하지 않는 타이밍에.”

“승도 아저씨가 하고 계신 것처럼? 사정을 모르기로서니 무턱대고 죽이는 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하지만 우린 지금껏 계속 무턱대고 죽여 왔어요.”

유는 피곤하다는 것처럼 양손을 들어 눈 주변을 비비적거렸다.

그녀는 살짝 붉어진 눈가를 하고 한월에게 말했다.

“저도 의사소통도 되고 사람이랑 똑같이 생긴, 그리고 사람에게 호의를 보이는 녀석을 죽이고 싶지 않아요. 그 아이가 다른 파계종이랑 다르다는 것도 알고 있구요.

하지만 본질적으로 다른지 어떤지는 잘 모르겠어요.”

“결국 잘 모르는 건 서로 마찬가지야. 그럴 거라면…… 나는 지키는 쪽을 택하겠어.”

“그래요. 저도 딱히 그분, 무뢰한의 입장에 서겠다는 게 아니에요. 그 사람은…… 죽이지 못해서 죽임 당하는 꼴을 너무 자주 봤어요. 우리와는 다를 수밖에 없죠. 하지만 오빠.”

유는 말했다.

“오빠는 해낼 수 없을 것 같은 일만 보면 오히려 해내려고 달려드는 것 같아요. 저는 그게 제일 걱정이에요.”

“그, 그건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어.”

“사과하지 마세요. 미안할 일은 아녜요. 뭐, 그렇게 달려든 것치고 특별히 실패한 게 아직까지 없으니까 말이죠……. 체엣, 거하게 말아먹은 거라도 있었으면 그걸 물고 늘어졌으면 됐을 텐데.”

유는 고개를 들어 테라스 너머의 저녁 하늘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좋아요, 그럼 이렇게 해요.”

“어떻게?”

“일단은 오빠 말대로 해요. 갈룸을 만나구요, 만나서…… 그 변태 바니걸한테 정확히 물어봐요. 그쪽은 무슨 목적으로 갈룸을 죽이길 바라냐고. 그걸 명확하게 한 뒤에 그때 다시 방침을 정하자구요.”

한월은 잠시 경도된 것처럼 유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유는 괜히 민망해져 얼굴을 붉힌 채 고개를 훽 돌렸다.

한월은 밝게 대답했다.

“응, 그러자.”

“잘도 대답하셨죠? 이래놓고 나중에 가서 깽판 치면 저 진짜 화내요?”

“아하하……. 알았어, 알았어.”

한월은 멋쩍게 뒷머리를 벅벅 긁어댔다. 이럴 때 보면 한 살 연상인 한월이 오히려 동생 같다고 유는 생각했다.

다행히 착하고 순한 방식으로 어린애 같아서 망정이지, 하는 생각이 이어지던 찰나였다.

유는 이런 물음을 떠올렸다.

“그 바니걸, 예뻐요?”

“응?”

“아니, 그냥, 또 예쁜 여자 하나 데리고 오겠구나, 해서요.”

“글……쎄?”

한월은 슬그머니 웃음을 머금고 말했다.

“직접 보면 되지 않겠습니까☆”

이어진 문장은 한월의 목소리로 들리지 않았다.

근거를 대라고 한다면, 아마 말끝에 별표가 붙을 것만 같은 경쾌한 울림이라서?

뒤를 돌아보자, 문자 그대로 변태 바니걸 같은 여자가 히죽거리며 서 있었다.

***

“믿을 만한 사람이기는 하네요.”

“그렇지?”

유는 분명 그렇게 확신했다. 이 사람은 믿을 만하다.

적어도 한월이 처음 헛짚었던 대로 파계종은 절대 아니고, 적법한 절차에 의해 선출된 관리국 소속의 지정능력자이다

왜 그렇게 판단하냐고 묻는다면, 틀림없이 그렇기 때문이다.

그래, 틀림없다. 유는 그녀의 신분을 직접 보증하는 것조차 할 수 있었다.그래야만 한다는 오기까지 생길 정도였다.

“그래서…… 소피라고 했죠? 얘기해줄 수 있어요?”

“앗, 일단은 큐티! 러블리! 프리티를 넣어줘야 합니다만, 넘어가겠습니다!”

“그래요.”

바니걸이 다소 농담적인 어조로 말했지만, 유는 무심하게 대답했다.

오히려 여느 때보다도 냉랭하고 진지했다. 바니걸이 다소 경박한 사람이라는 건 비주얼만 봐도 알 수 있는 사실이었다.

그러나 유는 그런 컨셉에 호응해줄 마음이 없는 것 같았다.

바니걸은 드물게 당황스럽게 웃었다.

“뭐! 좋습니다! 일단은, 이거에 대해서, 저는 기본적으로 정보를 조작하는 형태의 지정능력자입니다만은.”

“정보 조작? 국내에 그런 사람이 있었던가요?”

“보시다시피 해외 출신이지요.”

그러면서 바니걸은 기다란 금발을 한번 툭 흐트러뜨려 보였다.

과연, 하고 유와 한월 모두는 납득했다.

“한국어가 가능한 것도 이 능력 덕분! 이라는 쓸모없는 설정은 넘어가기로 합시다☆ 그보다 중요한 사실은 제가 평소처럼 이런저런 정보를 수집하던 도중…… 이런 노래 가사를 찾았다는 겁니다!”

“노래 가사요?”

“네에, 노래 가사입니다. 정확히는 지정능력 관리국 서울지부에서 빼돌린 자료입니다.”

“네? 서울지부에서 빼돌렸다니……. 앗!”

유는 바로 알아차렸다.

그래. 그녀의 동생과 나진이 영국에 있는 동안 각지 관리국에서 정보가 대량으로 유출되었다

그리고 유출된 정보가 있었던 곳에는 정체불명의 토끼 그림만이 남겨져 있었다.

유를 비롯한 다수의 사람들은 하젠야크트가 벌인 짓이겠거니, 하고 짐작을 하고 있었는데 사실은 눈앞의 바니걸이 벌인 짓이었던 것이다.

거기까지 깨닫자 유는 새로운 사실을 떠올렸다.

그러고 보면 바니걸이라는 것도 일단은 토끼를 상징하는 것.

어쩌면 눈앞의 바니걸은 갈룸과 함께 나누어졌다는 하젠야크트의 한 형태가 아닐까?

그 물음이 목소리로 튀어나오기 직전에 바니걸은 말했다.

“제가 빼돌렸습니다! 만! 이 이야기는 없었던 걸로 합시다! 당신은 이 부분에 대해 그냥 납득한 겁니다! 그렇지 않으면 이야기가 딴 길로 새어버릴 테니까요!”

“그게 무슨…….”

유가 그렇게 말하는 순간 바니걸이 유의 눈동자를 응시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몇 초 지나지 않아, 유는 무엇인가 깨달았다는 것처럼 아! 하고 소리쳤다.

“그렇군요. 알았어요.”

그녀는 수긍했다.

그러나 곁에 있던 한월은 순간적으로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알 수 없었고…….

다시 바니걸이 한월의 눈동자를 노려보았다.

“다소 혼란스럽겠지만 이렇게 납득하는 걸로 합시다. 좋은 게 좋은 겁니다! 아, 이거 암시입니다☆”

“음, 알았……어.”

한월은 그렇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것으로 그간 관리국의 정보를 빼낸 자가 누구였냐에 대한 화제는 이 대화에서 배제되는 것으로 결정되었다.

바니걸은 흐뭇하게 웃으며 말을 이어나갔다.

“그래서 아무튼! 말씀드렸다시피 노래가사입니다만, 관리국에서 극비 데이터로 처리해 보관하고 있었다는 게 이상하지 않습니까?

그래서 저는 그게 뭔가, 아주 중요한 무엇인가와 연관이 있었다고 가정을 했고…… 그러다가 이 노래가사에 ‘토끼’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한다는 사실을 깨달았지요!”

“토끼라면…….”

“하젠야크트, 말입니다.”

바니걸은 어깨를 으쓱했다.

“하젠야크트의 네 번째 형태가 곧 다시 나타날지 모른다는 정보는 뭐, 이제는 기밀도 아니죠.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 노래가사가 마치 네 번째 형태의 부활조건에 대해 다루고 있는 것 같다는 사실입니다!”

“정말, 인가요?”

유가 그렇게 묻자 바니걸은 고개를 끄덕였다.

과연, 하고 이번에도 유는 납득했다. 근거가 충분하다.

유는 이제 바니걸의 주장은 모조리 사실이라고 전제를 깔아두기로 했다.

한월도 어느 정도 그런 마음을 먹고 있었다.

그렇기에 둘은 거의 동시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이렇게 물은 것이었다.

“그래서 그 가사라는 게?”

“아, 그렇군요! 그것부터 말씀드리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첫소절부터 말씀드리자면 이렇습니다.”

그러자 바니걸은 목청을 가다듬더니, 이윽고 환한 미소를 머금으며 다음과 같이 노래하기 시작했다.

“누군가가 조용히 노래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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