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4화 〉 009. 그래서는 안 되는데 (5)
* * *
검은빛. 노련한 도래까마귀를 연상시켰다.
공중 위에서부터 떨어져 그대로 사내를 내리꽂았다.
그 과정에서 발생한 충격은 연약한 사람의 신체가 견딜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사내의 신체가 일종의 폭발물로 변한 것처럼 그대로 짓눌리며 테라스에 커다란 크레이터를 형성했다.
한 순간에 제압이 끝났다. 도래까마귀는, 흉물은 깔고 뭉갠 사내의 몸으로부터 내려왔다.
가뿐하게 착지한 검은 슈트의 안면부가 두 갈래로 갈라졌다.
그리고 그 안에 감추어져 있었던 깔끔한 얼굴을 드러냈다.
“[좋은 밤이에요.]”
멜라니는 랑에게 목례했다.그리고 윌리엄에게도.
멜라니는 인사를 끝마치며 윌리엄의 양팔을 붙잡아두는 건틀릿을 파괴했다.
그러자 윌리엄은 언제나 짓는 인자한 미소로 화답했다.
그러나 다시 날카롭게 변해서 멜라니에게 지시했다. [코트 안을.]하고 그는 짧고 무겁게 목소리를 내었다.
시키는 그대로 멜라니는 쓰러진 남자의 코트 주머니에서 무엇인가를 꺼냈다.
그것은 액상 안에 담긴 바롱의 눈알이었다.
랑으로서는 그 상황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녀도 바롱의 눈을 직접 보았기 때문에 멜라니가 탈취한 물건이 바롱의 눈알이라는 것쯤은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게 왜 자신의 수행인 수중에 있었는지, 또 윌리엄과 멜라니는 그 눈알의 소유자를 어떻게 알았는지, 모든 것들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나 이 사태의 진상을 파악하는 행위보다도─
“너, 너……!”
랑은 한국어로 중얼거렸다.
그러나 랑이 누구를 지칭하는 것인지 정확히 알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그녀는 쓰러진 나진을 향해 절망적으로 말을 거는 것 같기도 했고, 또 그 너머에서 착잡한 얼굴을 한 윌리엄을 향해 일갈하는 것 같기도 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윌리엄은 관심이 없었다.
윌리엄은 누구보다 인간적이고 선하다고 자부할 수 있었다. 그래서 언제나 스스로가 잘못을 저지르고 있는 것인지 고뇌하고 후회하는 성격이었고.
그러나 이미 저지른 일에 대해 후회하는 티를 내는 사람이 아니었다.
윌리엄은 멜라니에게 통역을 부탁하곤 말했다.
“[이러니 자네들이 어리다는 것이네.]”
윌리엄은 면장갑을 벗었다. 그리고 오른손을 뽑아냈다.
비유 따위가 아니었다. 그는 부착돼 있던 의수를 떨어뜨린 것이다.
그리고 꼭 쓰레기를 대하는 것처럼 의수를 바닥에 내팽개치고, 다시 말했다.
“[다 말해주지 않았는가. 흉물을 부리고 있다고, 내 오른손은 파계종에게 뜯어 먹혔다고.
보게, 정말로 파계종에게 오른손을 빼앗겼네. 그리고 또 뭐였지? 어떻게 저 친구의 지정능력을 알았냐고? 그대가 말했던 것처럼 나는 그날 밤 멜라니를 만날 여유밖에 없었어.
그리고 멜라니는 여기에 있지.]”
통역으로 그 말을 전해들은 랑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나진과 윌리엄은 영어로 떠들었다. 하지만 그 탓에 지금 윌리엄이 하는 말의맥락을 짚어내지 못하는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랑은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지 분명하게 납득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사실이 랑의 입을 다물게 만들었다.
“[젊은 친구들, 자네들이 나의 진실성을 알아주지 않았는데 도대체 어떻게 나를 막을 수 있었겠나?
똑똑히 알아두게. 사람을 믿지 못하고 손을 맞잡은 상대가 감추고 있을 것을 생각했기 때문에 자네들은 나를 당해내지 못한 것일세. 인간이 더 나아질 수 있다고 확신하지 못하고, 신의 뜻조차 알지 못해 방황하니 이 무저갱에 떨어진 것이야.]”
윌리엄은 자신의 발치에 놓여 있던 의수를 걷어찼다.
“[자, 지금부터 내가 자네들보다 현명한 사람들 중 하나로서 자네들에게 큰 가르침을 하나 주지.]”
그 말은 통역됐고, 그러기도 전에 윌리엄은 말을 이었다.
“[이제부터 내가 하려는 일에 끼어들지 말게.]”
“뭘, 뭘 어떻게 하려고…….”
멜라니가 영어로 전하자 윌리엄은 가만히 생각에 잠겼다.
그는 앞으로 벌어질 일에 관해 얘기를 해줌으로써 잃는 것과 얻는 것을 저울 위에 올려놓고 계산하는 듯했다.
결론은 알려주는 것이었다. 이야기하는 편이 소녀에게 훨씬 더 강한 압박을 남길 테니까.
“[이제부터 세상 모든 이들이 런던 안의 일에 관심을 갖도록 할 걸세.]”
윌리엄은 말했다.
“[불쌍하고 가엾은 학생 수백이 물에 빠져 죽으면, 비로소 대책을 강구하는 법이지. 인간이란 그래. 많이 죽어야, 아주 많이 죽어야 비로소 반성하게 된다네.]”
전해졌다.
랑은 입술을 길게 내뺐다가, 다시 떼고.
“그 말은.”
“[더 많은 재앙이 필요하네.]”
윌리엄은 아직 통역을 듣지도 않고 단언했다.
“[어중간한 악으로는 사람들은 단결하지 않아. 참혹한 재앙과 끔찍한 결과만이 사람을 반성하고, 또 발전할 수 있게 만들지. 이제부터 내가, 이 몸 그대로 지옥 밑바닥에 떨어지는 일이 있다 해도, 사람들을 위한 절대악이 되고자 하네.]”
윌리엄은 온전한 왼손으로 스스로의 얼굴을 거머쥐었다.
그것은 눈물을 감추기 위한 행동이었다.
죄악감에 젖고 격앙된 그의 안면은 새빨갛게 달아오른 상태였다. 곁에서 이야기만을 전달하던 멜라니가 윌리엄에게 다가왔다.
그러나 윌리엄은 떨쳐내듯 경고를 끝마치려 했다.
“[내 말을 이해했다면 다시는 우리 일에 관여하지 말게. 일이 무사히 끝나면 나는 내 발로 형무소에 들어갈 거야. 그런데도 우리를 계속해서 방해하겠다면 그때는 정말로───]”
그러나 그 경고는 제대로 끝을 맺지 못했다. 멜라니가 윌리엄을 밀쳐버린 것이다.
슈트와 파계종의 양팔이 만들어내는 힘에 조금도 저항할 수 없었던 윌리엄은 지면을 한 바퀴 굴렀다.
흙먼지가 일렁거렸다.
간신히 정신을 차린 윌리엄은 멜라니를 돌아보았다.
그때, 멜라니는 절대로 윌리엄을 공격하려 하지 않았다고 하나님께 대고 맹세할 수 있었다.
그보다도 오히려 멜라니는 윌리엄을 보호하기 위해 그를 밀쳐낸 것이었다.
왜냐하면, 파계종의 힘을 사용하는 그녀는 분명하게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아직 무엇인가가 남았다고.
그래, 이것으로 전부가 아니다
분명 그녀는 위협이 될 만한 적을 제거하고 대화를 개시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생각했다.
틀림없이 쓰러졌던 상대가.
결코 쓰러지지 않았다고.
“분위기 상 영어는 생략할게.”
우악스러운 소리와 함께 흉물의 다리가 붙잡혔다.
슈트의 힘으로 간신히 떼어내자 이윽고 날카로운 것이 휙 허공을 갈랐다. 클로였다.
나진은 어느새 한쪽 손에 그것을 차고 있었고, 다시 일섬이 휘둘러졌다.
흉물의 한쪽 팔이 그대로 긁혀나가며 금속성의 굉음을 자아냈다.
어떻게든 당혹감에서 벗어난 흉물이 황색의 오른손을 휘둘렀다.
짐승의 발톱이 박힌 오른 주먹이막힘없이 나진의 복부를 강타했다. 사람이라면 그 충격에 견뎌낼 리가 없었다.
그리고 그 사실이 흉물을 더욱 당황하게 만들었다.
[자기지정: 불굴]
나진은 우뚝 선 그대로, 그 강타를 담담히 얻어맞고 버텼다. 그는 멀쩡하게 서 있었다.
그저 어린아이랑 놀다가 잘못 한 대 얻어맞았다는 것 같은 표정이었다. 그는 산산이 조각나고도 모자랐을 배를 살살 쓰다듬고 있었다.
흉물이 주먹을 재차 거둬들이고 연격을 날리려는 순간, 나진은 지칠 대로 지친 어조로 중얼거렸다.
“혼자 놔두고 쓰러질 생각 없다.”
***
‘어떻게 해야 하겠는가.’
‘죽여야 해요.’
‘하지만 이들은 아무 잘못도 하지 않았네.’
‘지금은 망설일 때가 아니에요.’
‘그래도 우리는 옳은 일을 하려는 것 아닌가. 옳은 인간으로 남아야만 해.’
‘의지를 가져요.’
‘아무리 그래도 그럴 수는 없어.’
‘그러면 어떻게 할 수 있나요.’
‘내 말은.’
‘우리는 이미 저질렀고 돌이킬 수 없어요. 당신이 말했잖아요, 극단적이고 저열하고 악마적이라고.’
‘정말로 우리가 악마라 해도 심판자는 아니야.’
‘흉물은 심판자예요. 악을 심판하는 심판자.’
‘그럼 다시 말하지. 누가 이들을 악인이라고 할 수 있겠어.’
‘이제 와서 그런 건 중요하지 않다니까요.’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는가?’
‘네, 어차피 이들을 놓아줘봤자 모든 게 무로 돌아갈 뿐이에요. 우리는 여기서 끝장을 봐야 해요.’
‘좋아, 그러면 이렇게 하지, 저 아이만 붙잡아.’
‘저 아이만요?’
‘그래, 저 아이만. 그리고 협박을 해. 이 아이의 목숨을 담보로 삼겠다고. 하지만 죽이지는 마. 죽여선 안 돼. 우리에게는 그럴 자격이 없어. 물러가라고 경고하러 온 거잖아.’
‘빌, 이제 와서 늦은 얘기지만 우린 어차피 오늘밤 사람을 죽이러 갈 거예요.’
‘짐승을 도살하러 가는 거야.’
‘무슨 말인지 알아요. 어쨌거나 지금 이런 얘기를 할 때가 아니죠. 그러니까 다시, 저 아이만 잡아서 인질로 삼으란 거죠?’
‘그래, 그렇게 해. 그것밖에 없어. 그게 우리가 인간성을 지킬 수 있는 유일한 길이야.’
‘저는 지키지 않아도 좋아요.’
‘이보게, 바렐라.’
눈빛이 오갔다.
그리고 목소리도.
“언제까지고 후회하지 않을 수 있을까?”
***
흉물이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황색의 오른손이 바닥을 쿵 내리치며 비행에 가까운 도약을 성립시켰다.
그러나 그녀에게는 날개가 없었다. 이어지는 것은 추락뿐이었다.
나진은 상대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는 랑을 보호해야만 했다.
나진이 날려나가자 윌리엄은 바닥에 떨어져 있던 건틀릿의 잔해를 집어 들었다. 그가 나진을 가로막았다.
쿵! 이번에야말로 완전히 박살 난 건틀릿이 흉포한 소리와 함께 나진의 두부를 강타했다.
하지만 윌리엄은 그것이 특별한 타격을 입힐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는 지정능력자가 아니다. 나진의 상태가 어떤지 감각적으로 느낄 수는 없었다.
하나의 인간으로서 인간적으로 감지할 수는 있지.
이 남자는 쓰러지지 않았고, 앞으로도 쓰러지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지식적으로 아는 것이 중요하다.
쓰러지지 않는 원리가 무엇인가.
나진의 몸은 밀려나지 않았다.
그러나 순간적인 습격에 앞으로 나서지도 못했다.
윌리엄은 눈을 부릅뜬 채로 랑을 양팔로 감싸 안았다.
그리고 저 멀리로, 노약한 몸의 한계를 시험하듯 뛰어버렸다.
그러는 동안 시야에 나진의 모습이 잡혔다.
타격은── 있었다.
나진의 이마에 작은 상처가 생겨 그곳으로부터 주르륵 핏방울이 떨어졌다.
윌리엄은 그 버티기의 원리가 방어막 따위인지 잠시 생각하려 했다. 하지만 모자란다. 먼저생각할 시간을 벌어야 했다.
윌리엄은 품 안의 단도를 꺼내 랑의 목에 겨누었다.
“[이 이상 다가오면──]”
“어떻게 할 건데.”
[행동지정: 인근와해]
기이한 소리가, 마치 이명처럼 귓가를 찔렀다.
소리에 넋이 나간 순간 바람이 빠지는 펌프처럼 공간이 쪼그라들었다.그리고 곧바로 탄성을 발휘하며 원래 모양대로 돌아왔다.
거기까지 자각했을 때 윌리엄은 이미 랑을 놓친 뒤였다.
단도가 허공으로 휙 떨어지며 소녀의 머리카락을 몇 가닥 긁어낼 뿐이었다.
[망할!]하고 노신사가 비명을 질렀다.
그러나 그것은 어울리지 않는 말로 이어졌다.
[그 정도로 멍청하다니!] 지축이 뒤흔들렸다.
랑과 나진 사이에 강림하듯 흉물이 떨어졌다.
붉은 왼손이 칼날처럼 길게 뻗어 랑을 겨누었다.
노란 오른손이 내리치는 망치처럼 나진을 가로막았다.
무시하고 나진은 달려들었다.
망치가 나진을 강타했다.
쓰러지지 않았다.
망치가 나진을 강타했다.
쓰러질 수 없었다.
망치가 나진을 강타했다.
쓰러지지 않아야 했다.
그러나 버티고 선다는 것이 얼마나 무의미한 행동인지 흉물은 지난 세월을 통해 알고 있었다.
누군가를 지키려면 그곳에 서서 도와주겠다고 손을 뻗는 것으로는 모자라다.그보다 더한 짓을 저질러야 한다.
가령, 애초부터 상대가 나를 쓰러뜨리고 누군가를 빼앗아가겠다고 선언하지 못할 정도로 지독한 괴물이 되면 된다.
양팔이 파계종의 것이 되어도 좋다고 생각하게 되면, 그때는 정말로 누군가를 지킬 수 있다.
흉물은 그 사실만큼은 저 사내에게 알려주고 싶었다.
흉물은 한 순간에 튕기듯 랑의 뒤로 가, 그 목을 칼로 감쌌다.
“[멈춰요.]”
나진은 이제 달려들지도 않았다. 그래서 흉물은 기뻤다. 나진이 자신을 이해해 준 것만 같았다.
달려드는 것에도 의미는 없다고.
흉물은 낮은 목소리를 내었다.
“[일이 끝나면 아가씨는 돌려드릴게요. 죄송해요. 우리도 이런 걸 바라는 게 아니에요. 당신들이 납득해주기를 바랐어요. 적어도 당신들이, 당신이 윌리엄의 처지를 이해해주길 바랐어요. 하지만 그럴 수는 없었죠.]”
흉물의 양팔이 액체처럼 녹아내렸다. 윌리엄은 액체가 된 흉물의 양팔에 스스로의 팔을 집어 넣었다. 고정시키는 동작이었다. 흉물이 비행하는 동안, 떨어지지 않도록.
일련의 동작은 지극히 기계적이었다.윌리엄은 아까부터 아무것도 쳐다보지 않는 텅 빈 눈을 하고 있었다.
윌리엄은 떨리는 목소리로 누군가에게 물었다.
“[괜찮겠는가.]”
“[걱정할 필요는 없어요.]”
왼팔로 랑을 붙잡아들고, 흉물은 바닥을 내리쳤다. 밤하늘 어딘가로 도약하며 흉물은 나지막이 속삭였다.
“[흉물은 이곳에 있어요.]”
***
나는 힘이 빠져서 클로를 떨어뜨렸다. 남아있는 것들을 헤아려보았다.
건틀릿은 완전히 망가졌고 바롱의 눈알을 빼앗겼다.
쓰러지지 않는 몸이 있지만 그것으로는 아무 의미가 없다.
왜냐하면 등 뒤에 감춰뒀어야 할 녀석을 잃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렇게 고민할 일은 없었다. 나는 승강기까지 내 발로 걸어갈 수 있었고, 또 1층까지 내려올 수도 있었다.
사람들로 북적이고 어젯밤의 소동으로 떠들어대는 도시는 내 곁에 남아 있다.
게다가 흉물도 약속하지 않았던가. 랑을 돌려주겠다고.
그러니 나만 모르는 척하면 된다.
이것은 필사적으로 도와달라고 외치는 소녀를 모르는 척하는 일이라든지, 아무튼 뭐 그런 거창하고 운명적인 것이 아니다.
윌리엄은 어차피 저지르려 했던 일을 저지를 뿐이고 나와는 아무 관계도 없다.
내가 걱정하는 것은 내 주변의 사람과 평온 정도뿐이지, 세계의 평화가 아니다.
언젠가 죄를 지었을지도 모르는, 그러나 오늘밤 죽게 생긴 어떤 사람들을 구하지 못해 마음 아파 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
게다가 내게는 힘이 없다. 지금 싸움에서도 깨달았지만 나는 버티고 방어하는 데에만 기형적으로 능력이 있지 어딘가를 공략하는 데에는 C등급 그 자체다.
하물며 상대방은 수많은 파계종을 상대해온 흉물이고, 그래서 혼자서 찾아간다고 해서 뭔가 뾰족한 수가 나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랑을 죽여 버릴 테니 거기서 구경만 하라고 놀려댄 것도 아니잖아.
나는 여기에서 이러고 있는 것이 합당하다.
도시 중심의, 수많은 차들이 오가는 사거리로 떨어져 나는 서성였다.
랑이 괜찮다면 나도 괜찮다. 지켜내야 하는 것은 이미 내 손에 있다.
섣부르고 충동적인 정의보다는 내가 걸어야 할 길을 생각하자.
그렇게 해서 랑을 지킬 수 있었으니까.
그러니 이번에도 당연히, 아무런 걱정을 하지 않아도, 랑은 웃으며 돌아올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할게.
네가 말하는 머즐드독스.
“[택시!]”
그 약속을 괜히 시켜 갖고.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