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0화 〉 멸망?
* * *
멸망?
우와!
미치겠다.
도대체 어디를 어떻게 가야 한다는 건지...?
주변 구경?
웃기지 마라 시속 160만 킬로로 이동하면 건물은커녕 뭐가 있는지도 안 보인다.
보이는 거라곤 바다 땅 산…. 가끔 하늘을 보기는 한데 그때마다 [고개를 돌리면 망해요]라는
시스의 말에 청개구리처럼 이리저리 고갤 돌렸다. 그때마다 `파아앙!` 거리며 공기가 터지는 소리가 들려오는데 왜 들려오냐고? 당연히 내 몸이 공기와 부딪히니까 나는 소리지!
처음 낙하산 효과를 이용해서 멈춰보려고도 했는데 딱 한 번 시도하고선 패스했다.
속도도 어느 정도 야지 지금처럼 가늠할 수도 없는 속도에서 몸을 넓게 펼쳤더니 이건 뭐 흡사 분사기 마냥 뒤로 퍼져나가는 충격파와 소리로 인해 어딘지 모를 곳이 통째로 날아가 버렸다.
[ 확산 충격파로 인해 <아피아>국가가 멸망했습니다. 사망자 한 명당 악명도 10씩 증가합니다.]
[악명도 + 218462210 상승합니다.]
[낙하산 효과로 인해 시속 150만 킬로미터로 감소하였습니다.]
아하?
그러니까 10만 킬로미터 줄이려고 국가 하나 폭망시켰다는 거네?
보자…. 그럼 앞으로 15번만 더하면 되겠네!
[사용자의 개념에 찬사를 드립니다.]
[보상으로 욕을 얻습니다.]
시끄러!
이게 18년 만에 얼굴…. 아니 말을 하더니 유머가 늘어났어?
콰르르르르릉!
[감사한 말이긴 하지만 고개를 옆으로 돌리지 않는 걸 추천합니다.]
응.
나도 알고 있는데 자꾸 깜빡깜빡하네?
힐끔 보다가 옆에 있는 산이 통째로 사라져버렸는데
일단 내 입속으로 들어오는 미스테리한(사실 땅이나 건물 인간이다)이거부터 어떻게 해야 하는데 함부로 방향을 틀기도 무섭다.
[임의로 방향을 틀 경우 지구 밖으로 날아갈 확률 100%입니다.]
99%는 안 되냐?
[네 예외 없습니다만?]
헤헤.
그럼 우주에서 내가 살 가능성은?
[지렁이는 죽지 않아요. 단지 대가를 치를 뿐]
**************
[모로코를 멸망시켰습니다.]
[시리아를 멸망시켰습니다.]
[목적지인 라스베이거스에 도착했지만 파괴되어 다른 목적지를 탐색합니다.]
[악명이 10억을 넘었습니다.]
[칭호 <디스트로이>를 획득하셨습니다.]
<디스트로이/>
세상을 멸망시킬 존재에게 전해진다는 파멸자에게 선사해주는 칭호로서 칭호를 받는다는 것은 그만한 악명과 파괴행위를 했다는 뜻이다.
칭호도 받고 맛있는 것도 많이 먹고 깜깜한 곳에서 받았던 스트레스를 한 번에 풀어서 좋긴 한데…. 아니 그것도 그렇지만 지구를 몇 바퀴 돌았는지는 몰라도 이것 하나는 확실하게 알고 있다.
나 망했어.
지금 무진장 배부른데 어떻게 하지?
처음부터 파괴와 먹방을 한 번에 잡기 위해 낮은 각도로 펼쳤더니 육지에 도착하면 땅이고 뭐고 뜯어먹고 바다에 도착하면 짜디짠 바닷물을 오만상 마시고 있는 상황이었다.
입과 항문을 일직선으로 만들었기에 들어오는 건 전부 똥구멍으로 빠져나가긴 하는데 그래도 소량으로 흡수 되는 게 있다.
밀 그대로 지구 몇 바퀴를 돌면서 먹은 것을 생각한다면 내 몸이 이렇게 버티고 있는 게 신기하다.
시스
[말씀하십시오 사용자]
나 배불러
[네]
배부르다니까?
[그래서요?]
장난 그만하고 나 멈추는 방법 좀 알려주지 않을래? 나 배 터져 죽을 것 같은데?
[재미있으셨습니까?]
응?
어어, 뭐 재미있었다면 재미있었지, 그래도 이제 배도 부르고 귀찮아서 쉬고 싶은 생각이 잔뜩 들어서 멈추고 싶어
실상 퀘스트에 표기된 시간은 5분이었다. 그러나 5분이 지났지만 퀘스트 완료에 대한 말이 없었는데 아무래도 내가 계속해서 싸돌아다니고 있어서 그런듯 했다.
거참…. 크기라도 줄일까?
솔직히 크기를 줄여 본 적이 있다. 그러나 다시금 크기를 크게 늘릴 수 밖에 없었는데….
말 그대로 관통…. 이랄까?
전생에 미국에서 레일건을 만든 적이 있었는데 그게 1미터짜리 쇳조각으로 모든 것을 파괴하는 모습이었다.
속도는 마하 6 이였는데 마하 1이 초속 340m라고 친다면 시속으로 1200킬로였고 마하 6이면 7,200킬로라는 소리였다.
그런 느린(?) 속도로 날아가는데도 앞에 있는 모든 것을 파괴하는데 3미터짜리에 시속 160만…. 이라기보다는 지금은 110만 킬로미터로 날아가는데 그 파괴력이 얼마큼 크겠는가?
물론 지금 5킬로 크기로 날아다니는 것보다는 피해가 적지만 그 대신 몸집이 큰 만큼 매우 빠른 속도로 느려지고 있었다.
인간들이 피해를 받든 말든 내 알빤가? 나만 좋으면 되지!
관통력이 강하고 느린 감소력을 선택하느냐 파괴력이 강하고 빠른 감소력을 선택하느냐?
중 난 파괴력이 강하고 빠른 감소력을 선택했다.
[사용자의 요청으로 빠른 속도로 몸을 멈출 방법을 알려드립니다.]
[띠링! 퀘스트 갱신! <몸을 2="" 멈춰라="">]
[현실인지 꿈인지 구별도 못 하던 미친놈이 멍청히 있다가 멈출 타이밍을 놓쳤다. 빠르게 몸을 멈추려는 그의 요청에 마음 착한 시스가 아주 간단하게 알려주는 팁!]
[지금부터 5분 뒤 머리를 45도 각도로 들어 올린 후 지룡보를 달을 향해 방향을 틀어라.]
[달과의 충돌 5분전]
[달이 파괴될 확률 69%입니다. ]
[달과의 충돌로 인해 지구에 이변이 일어날 확률 88%입니다.]
[사용자의 몸이 달을 관통할 확률은 11%입니다. (작은 상태)]
[달과의 충돌 시 사용자가 사망할 확률 0%입니다.]
[지렁이는 죽지 않습니다. 단지 대가를 치를 뿐]
헿헤헿헿헿...
이런 미친놈을 봤나.
말 그대로 나보고 우주로 날아가서 달에 처박으라는 소리잖아?
그래서 확실하게 멈추면서 내가 살 수 있다고?
[퀘스트에 적힌 것 처럼 사용자가 다칠 확률은 0%입니다]
왜?
아무리 괴물 같은 지렁이라도 우주에 나가는 건 차원이 다른 상황인데 내가 안전할 수 있다고?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하는데?
[현재 `지구`에는 게임 시스템이 적용되고 있습니다. 그 말은 사용자에 대한 위협적인 요소는 오로지 같은 게임요소의 작용뿐이 없다는 뜻입니다. ]
시스의 말을 차근차근 풀어서 해석해보았는데 오로지 지구에만 게임 요소가 적용되고 있기 때문에 우주에 돗자리 깔고 잔다고 해도 몸에 전혀 이상이 없다고 한다. 한술 더 떠서 태양에 직접 닿는다고 해도 아무런 이상이 없을 거라고 하는데 내가 밑도 끝도 없이 `정말? 한 번 가볼까?`라고 하니 닥치란다.
이건 뭐 어디 무서워서 말이라도 꺼내겠는가?
아무튼 달에 부딪혀도 전혀 이상이 없다는 말에 안심할 수 있었는데….
근데 달에 부딪히고 난 다음 지구로 어떻게 돌아와?
[아…?]
아?
지금 '아?'라고 했냐??
시스의 반응에 난 깨달았다. 저 녀석도 생각 없긴 마찬가지구나…. 라고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