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지렁이로 환생했다-22화 (22/45)

〈 22화 〉 변화(3)

* * *

"여기가 아포미네 제국의 생존자 세이린 폰 아포미네 황녀가 살고 있는 곳이 맞습니까?"

"누구십니까?"

유셀은 다짜고짜 과거의 잔유물을 건드리는 유저를 경계하며 말을 했다. 현재 아포미네 제국이라는 단어 자체가 `없는`현재 이렇게 말한다는 것은 이상하니 말이다.

유저들은 유셀의 반응에 여기가 확실하다는 생각을 가졌는지 단도직입적으로 말을 꺼냈다.

"저희는 여러분들이 말하는 유저라고 하는 이방인 입니다."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과 방금전의 말은 연관관계가 없습니다."

"물론 그렇습니다만 저희는 단지 확답을 듣고 싶어서 온 것입니다. 혹시 8년 전 아포미네 제국이 몰락했을 당시 어디에 있었습니까?"

"벨로르 던전에 있었습니다."

유저들중 한 명이 뭔가를 뒤적거리며 찾기 시작하더니 이내 `찾았다`라며 말하는 게 아닌가?

유셀은 저들이 무엇을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적대적인 상황이 아니라는 걸 본능적으로 알고는 집 안에 숨어있던 세이린을 불렀다.

"도대체 무슨 일이야?"

"제국의 생존자를 찾고 있는 것 같은데…. 그 이상은 나도 모르겠는걸?"

유셀과 세이린의 입장에서는 유저들의 행동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밑도 끝도 없이 찾아와서는 생존자니 뭐니 말하는데…. 이건 퀘스트에 대한 내용도 아니었고 그저 `대화`에 지나지 않았다.

"현재까지 특정 행동을 취하는 NPC들은 모두 8년 전 벨로르 던전에 있었다는 결론이 나와"

"아직 확답하기 이르지 않을까? 여기가 실제인지 아닌지는 이걸로 판별하기는 힘들잖아."

자기들끼리 말하는 유저들을 보다 못한 세이린이 그들을 불렀다.

"저기요"

"네 말씀하세요"

"도대체 무슨 일로 찾아오셨나요?"

"아…. 그게…."

아까와는 달리 머뭇거리는 그들을 보자니 답답한 마음이 들었다.

차라리 뒤에서 흘려듣는 게 훨씬 더 빠르고 간단했지 않을까 생각하던 중 종이 뭉치를 들고 있던 유저가 세이린을 향해 말을 이었다.

"혹시 8년 전 격변의 날의 상황을 아시나요?"

"격변의 날요? 당연히 알죠. 그때가 제국이 무너진 날이며 저희가 죽을 뻔 했던 날인데."

세이린은 그대 당시를 떠올리며 온몸을 떨었다.

비록 처음부터 보지는 못했지만 머릿속으로 흘러들어오는 퀘스트라는 이상한 지식과 과거와는 전혀 다른 이질적인 역사까지도 생생하게 느꼈기 때문이었다.

"정말 어이가 없었죠. 저희가 알던 역사와 지식이 한순간에 뒤바뀐다는 게"

"모든 사람이?"

"그렇죠! 제일 어이가 없었던 게 그거라니까요? 몇백 년간 유지해왔던 아포미네 제국이었는데 모든 사람이 그 사실을 모르고 있다는 게 이상했죠, 유셀과 전 분명 머릿속으로 들어오는 이상한 지식을 받아들였지만 그게 가짜라는 걸 알았는데 다른 사람들은 그게 아니라 그 지식이 정말인 양 행동을 했다는 거죠. 순간적으로 저희가 미쳤나 싶었다니까요?"

"역시 이거도 똑같네…."

"혹시 격변의 날에 대해 더 알고 싶은 게 있다면 비만…. 아니 파르파에게 물어봐요."

"파르파가 누구죠?"

"음…. 한마디로 말하자면 비만 변태 지렁이?"

``

``

``

``

에취!

킁..

`누가 내 욕하나?`

`누가 주인님 욕을! 당장 목을 물어….`

`에이 진정하고 넌 몸이나 관리해`

뭐랄까…. 임산부에 대한 배려심…. 이랄까? 나름 새끼 지룡들을 품고 있으니 임산부는 맞다.

고로 수컷인 내가 모든 귀찮음을 감당하고 있다는 말!

`똥은 안 싸서 다행이네….`

먹는 족족 어디로 가는지는 몰라도 똥 한번 안 싸는 청랑이다. 물론 나도 살면서 한 번도 안 싸봤다.

뀨!뀨!

`왜 또?`

이 녀석은 8살이나 먹은 녀석이 말도 못한다. 아니 말을 배우지 않았으니까 못한다는 게 정확하려나?

덩치도 작고 살도 삐쩍 마른 게 보기 안쓰러워서 근처 오크나 오우거를 사냥해서 몇 번 가져다줬더니 졸졸 따라다닌다.

에잉.

괜히 도와줬어.

귀찮은 게 한두가지가 아니야.

"야! 파르파!"

뜬금없는 세이린의 목소리에 잠자고 있던 청랑은 물론 귀찮게 하던 뀨 역시 멈칫하고는 목소리의 방향으로 고개를 돌린다.

이 녀석들…. 평소에 어떻게 지냈던 거야?

"당장 튀어나와!"

`어휴…. 기차 화통을 삶아 먹었나 왜 이렇게 시끄러워?`

대충 만들었다지만 나만의 집이라는 생각에 나름의 프라이버시를 위해서 문을 달아놨다. 물론 내 키에 맞게 3m 수준으로 했는데 그것으로 인해 유셀이나 세이린이 함부로 열지 못한다.

`뭐야? 왜이렇….`

문을 열면서 말을 하는데 왠걸?

세이린 말고도 유저로 보이는 존재가 다수 있는 게 아닌가?

내심 당황해서 계속 보고 있는데 이 녀석들도 날 보고 당황했는지 표정이 아주 가관이다.

`이건 웬 가짜들이냐?`

평소 유저들을 가짜라고 칭하기에 그렇게 불렀는데 이 녀석들의 표정이 싹 변한다.

뭐야?

공포영화 보는 줄 알았네

너무 순식간에 변하는 표정인지라 벨로르 던전 9층에 자리를 잡고 있는 도플갱어인 줄 알았다.

그나저나 이 녀석들이 내 말을 알아듣는 걸 보면 세이린이 몬스터 통역기를 업그레이드 시켜준 것 같았다.

`뭐야? 통역기 업그레이드 안 한다며?`

"내 마음이야! 거기다 이 사람들이 너한테 중요한 할 말이 있다고 하니까 들어봐"

툴툴거리는 세이린을 한번 째려보고는 다시금 가짜들을 보는데 그중 한 명이 종이뭉치…. 아니 공책이라고 해야 하나? 아무튼, 그걸 뒤지며 뭔가를 열심히 적는다.

`가짜들 뭐 때문에 날 찾아온 거야?`

"설마하니 가 여기 있을 줄 몰랐네"

`뭐? 그래서 떫어? 너희 소멸시켜줄까?`

소멸이라는 말에 잠시 움찔 꺼리는 것 같더니 이내 눈빛이 다시금 변하였고 아까와는 다른 진중한 말투로 변했다.

"인외자는 자신이 먹는 것이 소멸 된다는 것을 알고있나?"

`당연하지, 난 가짜를 진짜로 만드는 능력을 갖추고 있으니까`

솔직히 말해서 가짜를 먹음으로써 내 몸을 `진짜`로 만드는 중이니 맞는 말이다. 그건 시스가 보증해준 일이니 말 다했지?

"가짜를 진짜로 만드는 능력이라? 구체적으로 어떡해?"

공책…. 아니 다시 자세히 보니 수첩이다. 내 눈이 옹이 눈깔이라서 잘못 본 게 아니다? 그저 너무 작아서 보이질 않아서….

[변명이 초라합니다.]

아씨…. 너 갑자기 나타나지 마라니까?

[급전입니다. 다수의 GM이 이곳으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엥?

이것들은 편하게 있으려고 하니까 꼭 방해한다니까?

그래서 얼마나 남았는데?

[1분…. 아니 50초 남았습니다.]

미치겠네! 진짜….

`이것들아, 당장 도망가`

딱 봐도 이 녀석들 잡으러 오는 게 확실하다. 행색을 보아하니 이 녀석들이 모한다르의 비밀을 캐내고 다닌다는 `시크릿`인것 같았는데 당연히 저쪽 세계의 누군가는 이런 녀석들이 걸림돌이겠지

내 말에 다소 당황한 표정을 하다가 다시금 말하는 내 말에 부리나케 현장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너희 잡으려고 GM 떴다.`

"시발! 잘 피하나 싶었는데"

"정보 상인 중 누군가가 찔렀나 본데?"

풀어놨던 짐을 후다닥 챙기고는 황급히 도망가는 녀석들이지만 그룹의 리더로 보이는 녀석에게 한마디 했다.

`너 진짜 이름이 뭐야?`

말 그대로 게임 케릭터의 이름이 아니라 현실의 진짜 이름을 묻고 있었다.

녀석은 잠시 뭔 소린가 싶다가 이내 깨달았는지 작게 말을 했다.

"박진태…. 그게 내 진짜 이름이다."

그리곤 재빠르게 도망가는 그들을 보았다.

`진태라? 거참 똘똘한 이름이네! 나중에 진짜로 만날 수 있으면 찾아와'

[20초 남았습니다.]

자~ 그럼 배도 채울 겸 냠냠 챱챱 시간 좀 가져볼까?

­­­­­­­­­­

[5초…. 4초….]

야야

말 안 해도 보이거든?

[칫! 암컷에 대한 배려심이 전혀 없습니다.]

네가 암컷이냐?

[네]

오쉣….

그건 몰랐네?

쉬시시식!!

`헤이 걸…. 이 아니라 거기 아재! 좋은 거 구경 시켜줄 테니 100만 원만….`

쿠르르르!

[변태는 공격도 변태스럽습니다.]

역시 보통의 공격으로는 GM을 못 잡나?

나름 기습이랍시고 공격을 했는데 전혀 피해를 주지 못했다.

"인외자?"

오히려 GM들에게 내 정체를 알려주는 꼴이 되었는데 내 신세도 참 처량하다.

[오지랖은 패망의 지름길이라죠?]

음.

그거 어디 영화 대사 같은데 착각이겠지?

[네 착각 아니에요]

....

너무 당당해서 말할 타이밍을 놓쳤네?

"인외자의 패턴 덩치가 작을 땐 `먹기`를 사용한다."

"산개하여 공격"

칫…. 저 녀석들 별의 별 지랄을 다 하네.

일찍이 패턴이라는 자체가 내가 만들어낸 인위적인 행동이었다. 그걸 곧이곧대로 믿고 있는 녀석들이 내심 바보 같지만….

막상 산개해서 공격하니 답이 없다.

"쏟아지는 벼락"

쿠르르릉!!!

특히 빌어먹게도 짧은 캐스팅 속도와 GM만의 특수한 스킬들이 나에게 영양가 없는 음식을 제공하고 있다.

쑤우우욱...

내리쳐 오는 벼락을 자연체를 이용해서 흡수했다. 자연체 자체가 사기적인 스킬이라는 것을 알려주듯 몸 전체가 벼락으로 둘러싸였는데 말 그대로 일렉트로닉이였다.

[이럴 땐 전기 지렁이가 딱 맞네요]

이왕이면 영어로 멋들어지게 번역 좀 해줘.

[일렉트로 어스웜?]

딱 좋네

얼마나 듣기 좋은 어감이야?

빠지지직!!

,,,

강하게 수축하는 근육들을 느낄 수 있었다. 오우거의 압축된 근육을 흡수한 뒤여서 그런지 더욱더 강한 압력을 느낄 수 있었다. 거기다 벼락이 돌기화된 가시 끝 부분으로 찌릿찌릿하게 올라오고 있으며 스크류의 맹렬한 회전력에 의해 사방으로 벼락이 튀고 있는 실정이었다.

아!

참고로 지플링에 지룡보를 섞으면 엄청난 속도가 나온다?

[그거 누구한테 하는 말이죠?]

응.

혼잣말이니까 신경 쓰지 마.

콰앙!

단번에 들려오는 엄청난 소리와 함께 주변으로 퍼지는 엄청난 충격파가 보였고 이내 세상이 조용해졌다.

아니 세상이 조용해졌다고 말은 하지만 실제론 세상이 아주 느릿하게 움직인다고 보면 된다.

음속의 벽을 넘어 마하의 공간 속으로 돌입을 하게 된다면 자체적으로 공간인지 능력이 향상되며 세상이 느려지게 되는 것이다.

다만 몇몇의 GM은 나와 같은 능력을 지녔는지 꽤 빠른 속도로 피하는데 그들을 잡는 것 보다는 지금 눈앞에 있는 GM처럼 멍하니 굳어있는 녀석을 먹는 게 좋을듯했다.

잘 먹겠습니다 앙~

덥석!

한입에 털어먹으려고 했는데 주변에서 방해 공작을 하는지라 나눠서 냠냠 하고 있었는데 대충 이런 방해를 할 것 같아서 돌기화와 스크류를 사용한 것이었다. 맹렬한 속도로 회전하는 돌기화 때문에 가까이 다가오지 못하는 GM을 보며 느긋하게 한 명을 먹어버리고는 흡수를 시도했다.

브루룩…. 브룩…!

*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