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화 〉 변화(4)
* * *
어….
[띠링! GM의 게임 능력을…. 회….….회….회….회….ㅎ….ㅎ…. 신의 규칙으로 인해 게임 능력을 사용하실 수 없습니다.]
쳇.
혹시나 했는데 안되는 건가?
GM의 능력이라고 해봤자 게임 능력 뿐이 없다. 다른 능력이라고 해봐야 별 볼 일 없는 거지만 게임 능력 자체만으로도 나에게 충분했는데 그놈의 규칙이 뭐라고 한사코 방해질이다.
[신의 규칙을 깨트리려면 보다 강력한 수단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면?
[사용자의 존재 자체입니다.]
음.
그래서…?
나보고 어떻게 하라고?
[신의 규칙에 따라 모한다르 행성 자체가 가상 게임으로 변했다면 사용자는 게임이라는 틀을 부수면 가능합니다.]
나보고 모한다르 행성을 부수라고?
아니지?
잠시만 게임이라는 것만 처리하면 된다는 거잖아?
간단하네
세상 인간들이 이곳을 게임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자체적으로 모한다르를 부순다면 게임 틀 자체가 어긋나서 원래 대로 돌아가겠지만, 행성이 없어진다는 것 자체가 죽는다는 것이기에 불가능하다.
하지만
예를 들어 모든 인간이 게임이 실제 존재하는 세상이라는 걸 깨닫는다면?
그럼 게임이되 게임이 아니게 되는 것이다.
어….
그런데 내가 왜 이 녀석들이랑 싸우고 있더라?
[너님이 병ㅅ…. 아니 오지랖 넓어서요]
음.
병 뒤에 들려온 `ㅅ` 발음이 상당히 껄적지근한데 일단 내가 오지랖이 넓어서 그렇긴 하네?
`시크릿` 녀석들을 도와주는 이유?
그냥이랄까? 가끔 살다 보면 변덕스러울 때가 있지 않은가? 거기다 나 같은 경우에는 삶 자체가 스펙터클한것에 한술 떠서 가상과 현실을 넘나드는 총체적 난관까지 들이닥치니 정신이 오락가락 안 하는 게 다행이다.
에라이.
이 녀석들이나 마저 먹고 보자.
덥석!
총 7명의 GM 중 3명을 먹을 수 있었다. 나머지 4명의 GM은 다들 순간 가속 능력이 있는지 내가 다가가기만 해도 순식간에 사라지는 통해 먹을 수가 없었는데 녀석들은 꽤나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인외자의 능력이 예상보다 높다."
"우리들의 임무는 시크릿을 잡는 것"
"인외자에게 시간을 빼앗길 일은 없다."
이것들은 로봇이냐 뭐냐? 하나같이 말투가 왜 저래?
마치 기계가 말을 하는 것처럼 딱딱한 어조로 말을 하는데 뭐랄까? 살아있는 인간이 아니라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생명체라는 느낌이 팍팍 들었다.
시스 그 녀석들의 행방은?
[예상했던 거리보다 약간 못 미치는 거리입니다. 방금전 GM의 속도로 볼 때 2분이면 따라잡힙니다.]
에이씨….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데리고 있는 건데….
그냥 확 불어버릴까?
애초에 GM이라면 말이 통할 것 같긴 한데…. 뭐랄까? 이 녀석들한테는 말하기 싫다고 해야 하나? 아무튼 그런 꺼림직한 기분이 들어서 연신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
게다가….
휙!휙!
[4명 중 2명이 도주를 시도합니다. 방향은 4시 7시 방향]
4명의 GM 중 2명이 내 앞을 가로막고 나머지 2명은 시크릿을 쫓아가기 시작했다.
뭐…. 이렇게까지 해줬는데 2명 정도는 알아서 막겠지?
********
"헉…. 헉…. 젠장! 어떤 놈인지는 몰라도 두고 봐"
"진태야 이제 어떻게 하지?"
"일단 근처에 숨을 만한 곳을 찾아야 할 것 같아"
"숨어도 소용없을 텐데? GM이라면 당연히 추적 기술을 가지고 있을 거 아니야!"
시크릿…. 아니 현실에선 그저 같은 학교 동기생으로 지내고 있는 그들이었다.
리더 역을 맡은 박진태 정보 담당을 맡은 김성규, 그리고 모든 현금질의 담당인 최현과 정민태는 23살의 대학생일 뿐이었다.
그들이 처음 모한다르 게임을 접촉한 지 8년이 지났다. 처음엔 그저 최초의 가상현실 게임이라는 것에 신기한 마음으로 플레이했지만 시간이 가면 갈수록 괴리감을 느꼈다.
그것은 한사람 뿐만이 아니라 플레이하는 모든 유저들에게 공통으로 느낀 점이었지만 그것을 인지한 사람은 소수에 불과했다.
괴리감을 느낀 소수의 사람은 킹덤사에 문의를 하였지만 묵묵부답. 그리고 가장 의심이 가는 것은 문의를 한 사람들이 하나하나 사라진다는 것이었다.
행적도 시체도 찾지 못하는 그런 상황 속에서 무려 20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사라진 시점으로 한통의 문자를 받았다.
예상은 했지만 정말 킹덤 측에서 사람들을 제거했다는 확답을 받은 뒤 사람들은 쥐 죽은 듯 얌전히 지냈지만 젊은 패기라는 무기를 지니고 있던 박진태, 김성규, 최현, 정민태 만은 끝까지 조사에 임했다.
비록 재벌 집 아들인 최현과 정민태의 힘으로 보디가드를 대동한 채 조사를 했지만 아무런 단서를 찾을 수 없었는데 결국 모든 해답을 지닌 모한다르 게임 속에서 찾기로 했다.
"일단 정리해보자. 우선 8년 전 가상현실 게임이 발표된 뒤 실제로 이곳에서도 격변의 날이라는 게 일어났지?"
"맞아, 그리고 킹덤사에서 공지한 스토리 내용과는 다르게 이곳만의 역사가 따로 존재한다는 것 또한 사실이고"
"그뿐만 아니라 소수의…. 그러니까 벨로르 던전에 있던 소수의 사람 역시 우리와 똑같은 괴리감을 느꼈고 이상한 기억을 주입받았다는 거지"
대체적으로 종합해보자면 8년 전에도 이곳만의 문화가 있었다는 뜻이었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다.
왜?
정확한 증거도 없이 떠벌리고 다녀봤자 킹덤사에서 `처음부터 각본 된 시나리오입니다.`라고 하면 끝이기 때문이었다.
고작 대학생이 말하는 소리와 세계적인 대기업에서 하는 소리 중 누구의 말을 믿을지는 안 봐도 뻔했다.
"하지만 마지막에 파르파라는 인외자…. 여타 몬스터들이랑 달랐지 않았어?"
"달랐지, 특히 우리보고 `가짜`라고 했던 거…. 처음에 가짜라고 말할 때 난 소름 돋았다니까?"
"게다가 마지막에 진짜 이름이라고 말하는 것을 보면 확실히 뭔가 달라"
확실한 정황을 더 알아봐야 했지만, GM의 난입으로 인해 무산되었다. 만약 지금 GM의 손에 잡힌다면 분명 캐릭터 삭제라는 형벌이 내려질 것이 분명했기에 어떻게든 빠져나가야만 했다.
"왔다."
휘이익!
날카롭게 뻗어져 오는 단검을 피하는 그들이었다.
비록 레벨은 낮지만, 최현과 정민태의 현질러쉬로 인해 더욱 높은 스팩을 가지고 있는 그들이었다.
"우선 성규 넌 도망가"
"뭐? 왜!"
"임마 네가 정보 담당이잖아. 모든 정보를 네가 들고 있는데 네가 죽으면 우린 뭐가 되냐?"
엄청난 속도로 공격해오는 GM을 막고는 있지만 기본 스팩에서 부터 모자라는지라 조금씩 밀리기 시작했다.
제일 앞에 있던 정민태의 턱에서 퍽! 하는 소리와 함께 벌어진 입이 강제로 다물어지며 이빨이 산산조각이 나버린다. 아찔한 고통과 함께 아득히 멀어지는 정신을 가까스로 부여잡은 정민태는 눈앞에 다가오는 단검을 보며 최대한 허릴 숙였고 목표인 머리 대신 왼쪽 어깨에 단검이 틀어박혔다.
"으아악!!!"
"민태야!"
"시발! 이 새끼들 우리 싱크로율을 임의적으로 바꿨나 봐!"
모한다르 게임에서 기본 싱크로율은 10%다. 이 정도만 해도 절단과 같은 상처를 입는다면 큰 고통을 느끼는데 현재 그들의 싱크로율은 150% 말 그대로 정민태가 느끼는 고통은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었다.
"조심해! 지금 죽으면 현실에서도 죽는 거나 다름없어!"
150%나 되는 싱크로율이라면 충분히 쇼크사로 죽을 수 있는 수치였기에 각별한 주의를 요망한다. 하지만 죽을 수 있는 싱크로율이지만 그만큼 부가 가치가 있기 마련인데 그것은 바로 능력치 상승이다.
기존 스팩 * 싱크로율 10%의 추가 상승분을 가져다주기 때문에 현재 그들이 가지고 있는 스팩은 80레벨의 고레벨 스팩과 동일했다.
이것은 GM의 스팩보다도 높은 수치였지만 사기적인 스킬을 가지고 있는 GM에는 어쩔 도리가 없었다.
비명을 지르며 쓰러진 민태를 두고선 GM이 다시 공격하기 시작했다.
불안하기는 했지만 달리 어떻게 할 도리가 없었고 스팩을 생각한다면 GM2명쯤은 어찌저찌 이길 수 있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현실은 냉혹했다.
까가가강!
단검과 바스타 소드가 부딪히며 불꽃을 튀긴다. 육중한 무게의 바스타 소드를 단검으로 막는다는 게 신기할 따름이지만 최현은 그런 것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푸슉!
"으아악!!"
양손으로 드는 바스타 소드와 다르게 한손으로 드는 단검이었고 상대방은 두개의 단검을 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비명과 함께 눈살을 찌푸리면서도 굳건히 자리를 지키는 최현이였지만 이미 의식은 흐려지고 있었다.
"개새끼들…. 너희는 살인마야!"
"애초에 비밀을 파고들지만 않았다면 이런 일도 없었다."
"시발…."
"죽어라"
침을 뚝뚝 흘리며 어떻게든 버텨 봤지만 느려진 공간 사이로 빠르게 단검을 뻗어오는 녀석을 보며 천천히 눈을 감았다.
까강!
하지만 기다리던 죽음 대신 금속성이 대신 퍼져 나왔는데….
"기다리던 히어로 등장?"
"뭐.."
최현은 방금전 까지만 해도 지독히도 아프던 몸이 이제는 아프지 않다는 것을 느꼈다.
"힐링포션?"
"땡! 힐링포션 보다 더 뛰어난 성수!"
"성수…? GM!?"
"딩동댕! 정답! 정답을 맞춘 기념으로 너희들을 살려줄게"
갑작스럽게 나타난 GM…. 그리고 서로가 서로를 적대시하는 상황 속에서 어리둥절해 있던 박진태는 쓰러져있는 정민태를 조심스럽게 옮겼다.
누가 보더라도 2:1의 상황은 불리하다. 거기다 정체도 모르는 존재에다가 같은 GM이라는 사실이 더욱 꺼림직하게 느껴졌기에 서둘러 자리를 벗어나려 했지만, 성규가 고개를 저으며 안된다고 말을 한다.
"아까전 GM의 속도로 볼 때 우리가 도망간다고 해도 다시 붙잡히는 데 얼마 걸리지도 않아"
"멍하니 죽는 것 보다는 도망이라도 치는 게 좋지 않아?"
"도망치다 죽을 바엔 저 녀석이랑 싸우다 죽는 게 좋을 거 같은데?"
성규는 대치하고 있는 GM들 중 호의를 베풀고 있는 GM을 보며 말을 했다.
"될 때로 되라지…. 닥치고 공격이나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