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화 〉 변화
* * *
변화
미안
세이린과의 대화 속 시스와 밀담을 주고받는 사이에 저 멀리서 `컹컹`거리며 뛰어오는 엄청나게 큰 늑대를 보게 되었다.
어..
저 녀석 상당히 커졌네?
[저번엔 23m였지만 지금은 27m로 약 4m가량 커졌습니다.]
거기다 레벨도 상당히 올랐는지 상당한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주인님!`
"으어억! 청랑! 그렇게 뛰…. 으엑!"
쿠당!
울프퀸이 나에게 달려오는 동시에 등에서 인간이 떨어져 내렸다. 누군진 모르겠지만 퀸 등에 타고 있는 걸 보니 상당히 친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것인데….
`이 녀석 그만 핥아 나 닳아 없어지겠다.`
`하악하악!`
[주인이 변태니 수하도 변태군요]
숨소리가 상당히 야릇하다.
거참….
늑대 주제 밝히기는….
거의 10년 넘도록 보지 못했고 많은 변화를 거친 내 모습을 단번에 알아본 퀸이 상당히 대견스럽긴 하다.
조심스럽게 퀸의 콧등을 쓰다듬어 주자 입에서 침이 뚝뚝 떨어지는데 눈빛을 보아하니 당장에라도 잡아먹을 것만 같은 분위기라서 재빨리 떨어졌다…. 고 생각했지만 계속 털을 쓰다듬고 있다.
예상외로 너무 복슬복슬하고 기분 좋은 털이 아닌가!?
`나중에 덩치 크게 해서 끌어안으면 기분 좋겠네!`
`하악!하악! 원합니다!`
[....]
"어째 변태 같아"
`뭐야!? 내가 왜 변태야?`
`주인님은 변태가 아니다!`
세이린의 말에 나랑 퀸이 덤벼들듯 사납게 말을 한다.
"뭐야? 왜 그렇게 무섭게 달려드는 거야? 정말 변·태.처럼"
`시끄럽다! 아무리 8년간 쌓아온 정이 있다지만 주인님의 험담을 듣고 있을 순 없다! 잘 들어라! 주인님은 모은 암컷을 후려 먹으실 분이며 온 세상을 주인님의 자식들로 가득 채울 아주 위대하신 몸이다.`
뭐야.
무서워.
어째서 저런 말을 꺼내는 거야, 이래선 내가 그냥 변태가 아니라 킹변태 또는 초월 변태인 것 처럼 보이잖아?
저것 봐.
세이린의 표정이 마치 저런 쓰레기 음란변태를 봤느냐는 눈빛이잖아
퀸의 쓸 때 없는 말에 세이린의 표정이 싸늘하게 식어버렸다.
"뭐야? 설마 그래서 내 엉덩이를 깨물었던 거야?"
`어…?`
"왜 말을 하질 못해?"
`아니. 그….`
"설마 했는데…. 어쩜…."
말할 기회를 주지 않을래?
**********
관찰일기.
인외자를 관찰하기 시작했다.
별다른 일은 없다. 그저 아캄 중립국을 돌아다니며 노점상에서 먹을 것을 받아먹는데 신기한 건 먹을 것을 얻어 먹을 때 마다 자그마한 금속을 준다는 것이다.
보통의 금속 같았으면 당연히 노발대발해야 할 주인들이었지만 오히려 금속을 얻을 때 마다 입이 귀에 걸릴 정도로 웃는다.
너무 멀어서 자세히는 몰랐지만, GM의 스킬 을 통해서 확인해본 결과 마계에서만 생산된다는 아다만티움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모한다르가 출시 된 지 8년이 지나났지만 아직까지 50레벨을 넘긴 유저가 없었기에 절대로 구할 수 없는 물품 중 하나가 아다만티움이였다.
최소 레벨 90은 되야 벨로르던전 8층에 도달할 수 있으니 말 다 했다는 표현이 정확했다.
`어째서 인외자가 저걸 뿌리고 다닐까?`
수소문 끝에 알게 된 사실은 한 달.. 아니 처음 아캄 중립국에 나타난 이후부터 음식과 아다만티움 소량을 바꾸면서 다닌다는 것을 알게 됐다.
마치 몬스터가 아닌 유저들 처럼 물물 거래라는 것을 하고 자유의사에 따라 행동을 하는 것이 마치 `사람`같지 않은가?
극도의 리얼리티를 추구한다는 가상현실 게임 모한다르였지만 설마하니 이런 것 까지 구현해 낼 줄 몰랐다.
하긴….
처음 모한다르가 오픈했을때 NPC들을 보며 정말 살아있는 사람인 걸로 착각했으니….
거기다 이곳에서는 다른 게임과 다르게 NPC가 죽으면 살아나지 않는다. 즉! 한번 죽으면 그와 관련된 퀘스트는 물론 모든 것이 변한다는 소리였다.
유저들이 죄를 지어서 감옥에 갔을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1년 형을 받았으면 말 그대로 정말 1년 동안 감옥에서 지내야 했다. 로그 아웃을 해도 마찬가지였는데 다행이라면 현실과 모한다르의 시간 비율이 1:10이라는 것이라서 1년이라면 현실 시간으로 한 달 조금 넘는 시간만 참으면 풀려난다.
그 덕분에 N PC에게나 마을에서는 말썽을 부리지 않는데 그로 인해서 아캄 중립국이 태어난 것이었다.
"앗! 어디 갔어?"
잠시 딴생각을 하는 사이에 인외자가 사라졌다.
GM스킬 을 이용해서 인외자를 찾았는데 유저 3명의 뒤를 몰래 뒤따르는 게 아닌가? 혹시나 또다시 `먹기`를 할까 봐 노심초사했는데 다행히 그런 것은 아닌지 계속해서 따라다니기만 한다.
그러다 유저들이 말을 타고 어디론가 갔는데 인외자는 약간 당황한 행동을 취하더니 이내 그 자리에서 느긋하게 양손에 쥐어진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가만히 관찰한 지 10분…. 20분…. 그리고 1시간이 지났을 무렵
양손에 있던 음식을 다 먹고 지렁이라는 특성답게 흙을 퍼먹던 인외자가 어디론가 향하기 시작했다.
"여긴 어디지?"
GM의 인터페이스에는 이곳이 존재하지 않는 곳이라고 나와 있었기에 한성태는 당황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존재하지 않는 인터페이스의 또 다른 존재 2명과 1마리의 늑대, 1마리의 인외자를 볼 수 있었다.
"안녕? 네가 세이린이 말한 지렁이구나?"
`누구?`
얼떨결에 내민 손을 잡았는데 누군지 모르겠다.
"아! 난 세이린의 남편 유셀이라고 해"
`유셀? 아! 아까 세이린이 말한 유셀 좆마ㄴ…. 웁…!`
"호호! 어쩜 생긴 대로 노니 너는"
내 입을 콱 틀어막고는 말하지 말라는 무언의 압박을 선사하는 세이린이였다.
물론 연약한 손으로 입을 막을 리는 없지만, 분위기상 이렇게 하지 않으면 몰매 맞을 것 같다랄까?
의외라면 건장하고 근육질의 유셀이 밤일에 약하다는 것?
아니…. 그것보다는 세이린이 너무 음란하다는 것에 중점을 주면 좋겠다만 그런 것 보다는 유셀이 소드마스터라는것에 약간 놀랐다.
거기다 제국의 검이라는 녀석이 황녀와 결혼까지 해서 신혼집까지 차렸으니 오죽하려나?
아포미네 제국이 무너지고 황제인 폴랜이 사망했다는 소식을 듣고 세이린이 많이 울었다고 한다. 아니 그것보다는 아포미네 제국 자체가 `처음부터 없었다.`라는 소식을 전해 받았다고 해야 하나? 그런 세이린을 유셀이 옆에서 지켜줬으니 사랑 안 하고 배기겠는가?
`그나저나 왼손 아작 났다면서 멀쩡하네?`
분명 세이린을 구하기 위해서 왼손을 희생했다고 했는데 지금 보니 멀쩡히 자리 잡고 있는 왼손이었는데 유셀이 말하길 벨로르 던전을 빠져나온 뒤 아캄 중립국에 도착할 수 있었는데 그곳에 있는 치유소라는 곳에서 치료를 받았다고 한다.
[유저들의 말을 종합적으로 알아본 결과 신체 일부분이 절단되었을 경우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복구할 수 없으며 오로지 치유소에서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합니다.]
한마디로 잘리지 말라는 소리네
보통의 게임 같은 경우엔 신체가 절단대는 대신 그만큼 HP가 소모되는 경우가 많은데 리얼리티를 추구하는 모한다르에서는 신체의 절단과 동시에 HP 소모가 일어난다고 한다. 그리고 아무리 HP가 많이 남아있다고 한들 목이 잘리거나 심장이 꿰뚫린다면 그대로 즉사 판정으로 이어져 사망한다고 하는데 상당히 잘 만들었다고 생각된다.
[잘 만들었기 보다는 잘 가져다 붙였다는 게 정답 아닐까요?]
하긴.
원래 있던 것에서 게임 시스템만 붙여 놓았으니 모방이나 마찬가진가?
[후방 600m 뒤에서 인간으로 추정되는 존재가 사용자를 감시하고 있습니다.]
어?
또 감시자가 붙었어?
[아까의 감시자와 다른 파장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일반적인 유저가 아니라고 판단이 됩니다.]
일반적인 가짜가 아니라고?
GM인가?
확실히 내가 사건·사고를 많이 일으키긴 했네.
그래도 이렇게까지 직접적으로 감시할 필요는 없을 텐데?
GM의 특성상 멀리에 있는 존재라도 스킬을 이용해서 확인할 수 있다.
이런 걸 모니터링이라고 하던가?
[참고로 사용자는 유저가 아니기에 모니터링을 할 수 없습니다.]
하긴.
내 존재 자체가 모한다르 행성에서 이질적이니까….
존재하면서도 존재하지 않는 존재.
가짜를 진짜로 만들어버리는 존재.
세상에 이런 존재가 어디 있겠는가?
그냥 놔둘까?
[사소한 건덕지는 있을 수 있겠지만, 사용자의 언어를 알아듣지 못하는 실정인 데다 저 역시 보지 못하는 실정이라서 굳이 벌집을 건들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세상에 내 말을 알아들을 수 있는 존재는 눈앞에 있는 세이린이 가지고 있는 몬스터 통역기 하나밖에 없다.
거기다 세이린 역시 이걸 마탑에 의뢰해서 몬스터 통신기의 업데이트를 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하니 더욱더 말이다.
시스 GM을 감시해
[알겠습니다.]
사소한 일 같은 경우엔 알아서 판단하고 중요한 일은 나한테 보고해줘
GM이 왜 날 감시하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두고 볼 일만은 아니기에 역으로 시스를 붙여서 감시하기로 했다.
하아….
가만 보자.
이제 무엇을 하면 좋을까?
막상 생존에 대한 불안감이 사라지고 나니 할 게 없다.
아니 처음부터 목적 없이 살았다는 게 정답일 것이다. 그저 먹고 자고를 반복하다 보니 이제는 일상이 되었고 게임처럼 변해버린 세상이었지만 여전히 먹고 자고를 반복하고 있다.
몬스터로서 사냥? 어림없다.
실수라도 먹어버리면 그 뒷감당을 어떻게 하겠나?
이럴 땐 몬스터 통역기를 마탑에 뿌려버려서 모험가로서 대륙을 한번 모험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가짜들과 함께 떠나는 대륙 모험기! 참 보기만 좋지 막상 먹으려니 목이 막히네….
그냥 여기서 눌러살아 버릴까?
벨로르 던전 8층까지 오려면 몇 년은 더 있어야 하니까 상관 없을 텐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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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눌러 앉아버렸다.
세이린과 유셀, 그리고 울프 퀸에서 청랑이 되어버린 늑대랑 내 새끼…. 라고 하면 어감이 좋지 않으니 아들 뀨와 나, 이렇게 오손도손 살고 있었다.
단지 규격에 맞지 않는 집구석 때문에 집을 새로 지어야 했다는 것이 흠이라면 흠이다.
"파르파 여기 목제 좀 날라줘"
망치로 못을 박고 있는 유셀이 나한테 목제를 날라 달라고 부탁한다.
콰직!!
드드드득...쾅!
꼬리치기 한방에 수십 년 묵은 나무가 맥없이 동강이 나서 쓰러졌고 그것을 양손으로 잡아서 질질 끌고 간다.
"야! 땅에 흠나잖아! 들고 다녀!"
`우씨! 네가 들어! 나 힘들단 말이야!`
"뻥치지마! 정 힘들면 덩치 크게 하면 되잖아!"
물론 싸우는건 덤이다.
"전부 닥치고 집이나 만들어!"
"넵!"
'알았다고!'
혼나는것도 덤이고....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