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지렁이로 환생했다-18화 (18/45)

〈 18화 〉 가상현실게임(3)

* * *

"여기 보상입니다."

번쩍!

유셀의 보상을 받은 유저들이 황금빛으로 물들더니 살짝 사라졌다가 다시금 나타났다.

"오예! 레벨업이다."

"고작 소식 하나 알아봐 주는 거로 이만한 경험치를 주다니!"

"대단한데?"

서로 레벨업을 했다면서 좋아하는 유저를 보며 유셀은 잠시 시간을 주었다.

2분쯤 지나고 나서 어느 정도 진정이 되었다 싶어 유셀이 다시금 퀘스트를 내려주기 시작했다.

"죄송하지만 다시 한번 부탁드릴 것이 있습니다."

"네! 말씀하세요."

"연계 퀘스트?"

"그런 것 같은데?"

다시금 시끄러워지려고 했지만 유셀은 그런 것을 다시 볼 생각이 없기에 기다려 주지 않고 말을 이어나갔다.

"아캄 중립국에 있다는 `지렁이`의 행방을 알아봐 주시고 저한테 다시 와주시길 바랍니다."

"이건 거저 주는 거랑 같은 건데?"

쉽다는 소리와 함께 분주한 목소리가 다분히 들려온다. 하지만 유셀의 말은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제한 시간 2시간입니다."

"네?"

"자…. 잠시만! 여기서 아캄 중립국 까지 가는 데만 1시간이라고!"

"이러고 있으실 시간 있습니까? 시간은 지금도 흘러갑니다."

"시발! 어째 쉽다고 했어!"

미친 듯이 뛰어가는 유저들을 보며 웃고 있는 세이린이였다.

"원래는 4시간 아니었어?"

"그랬지, 하지만 뭔가 짜증이 나서 얼떨결에 2시간으로 줄여버렸네?"

"흐응~ 뭐. 알아서 되겠지"

세이린은 집 밖으로 나가서 마당에 누워있는 청랑을 보며 품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하아…. 역시 복슬복슬하니 부드러워"

`허구한 날 품속으로 들어오는 것이냐`

"왜긴? 여기가 따뜻하고 좋으니까 들어오는 거지"

8년전 벨로르 던전에서 유셀과 자신을 구해준 뒤 모종의 사건으로 인해 운명이 엮여 버렸다.

아마 격변의 날 때문인 듯 한데 자세한 상황은 모르고 그저 같이 다녀야 한다는 `의지`로 인해 벨로르 던전 밖으로 나와서 밖에서 지내는 것이었다.

`내 품속은 그분 것인데….`

"흥! 그런 변태 따위에게 이런 좋은 품속을 내줄 줄 알고?"

세이린은 청랑이 말하는 그분이 자신이 그토록 찾고 있는 지렁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가끔씩 드는 의문이지만 자신은 왜 그렇게 지렁이를 찾고 있는지 의문이 들 때가 많다. 고작 엉덩이 깨물린 거 말고는 아무런 연고도 없는 인간과 몬스터일 뿐인데….

`인간! 다시 한번 말하지만, 그분은 내 것이다. 네년 따위에게 조금도 양보하지 못한다.`

"말은 제대로 하지? 인간이랑 몬스터가 엮이겠냐?"

세이린은 그렇게 말은 했지만, 세상이 미쳐가는 상황에서 어찌 될지 모른다는 게 또 다른 심정이었다.

"아 몰라! 될 대로 되라지!"

푹!

세이린은 청랑의 품속으로 더욱 파고들어 가서 그대로 잠을 청했다.

그런 세이린을 보는 청랑은 괜한 한숨을 쉬며 좀 더 편안하게 잘 수 있도록 몸을 움직여주었다. 아무리 몬스터라고 한들 지성을 가지고 있었으며 8년 동안 부대끼고 살았더니 정이라는 게 생겼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

부르르르르...

어…. 방금 섬뜩한 느낌이 들었어.

마치 한 마리의 맹수가 내 몸을 노리는 듯한 느낌!?

두리번거리며 주위를 살펴보지만 특별히 의심이 가는 구석은 없었다.

[사용자가 점점 피해망상에….]

아냐!

정말 누군가가 내 몸을…. 어휴! 그래 말을 하지 말자.

[수컷인 오우거를 보며 변태적 상상을 하더니 이내 피해망상까지…. 불쌍합니다.]

```

```

```

이런 쓉….

누가 그딴거에 신경 쓴대!?

버둥버둥!

양손을 머리에 대고 마구 버둥 거리고 있는데 다시금 커다란 그림자가 드리운다.

어라?

개불….

[...다시 말하지만 오우거 거시기입니다.]

아니아니아니아니...

그것보다 이 녀석 아까 지나가지 않았나?

왜 갑자기 나타나서….

쿠직!

....

....

....

이거 선빵인가?

내 머리를 지르밟고 있는 거대한 발의 촉감을 느끼며 말을 하는데 은근 기분이 나쁘다.

거기다 뭐가 그렇게 좋은지 연신 웃고 있는 녀석의 소리가 들리는데….

음.

이걸 어떻게 할까?

시스 주변 인간들의 반응은?

[현재 오우거 유저를 제외하고 일정 범위 밖으로 물러난 상태입니다.]

한마디로 피해 줄 껀덕지는 없단 말이지?

[네 마음껏 날뛰셔도 됩니다.]

흐흐흐….

너 뒤졌어.

푹!푹!푹!

"크아아악!!"

오우거가 갑자기 비명을 지르며 밟고 있던 발을 뗀다.

발바닥에서 5개의 구멍이 뚫려있었는데 그곳에서 수도꼭지를 덜 잠근 것처럼 피가 줄줄 흘러내리고 있었다.

날 밟았으니 각오는 되어있겠지?

아~

못 알아들었으면 말고?

돌기화 스킬을 시전한 상태라 말 그대로 작은 상태에서는 가시오가피를 연상 시키는 상태였다.

거기다 한술 더 떠 스크류 스킬을 쓰니 돌기화 된 몸이 맹렬한 속도로 올리며 회전하는데 귓가로 들려오는 `위이이잉!`소리가 소름 돋게 만들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유저들 상대로 흡수를 시전하면 어떻게 될까?

[추측 불가능합니다.]

그래?

그럼 한번 해보지 뭐

<돌기화>,<지플링>,<지철봉>,<스크류>스킬을 연달아 사용하여 그대로 오우거의 복부에 몸을 틀어박았다.

오호~

역시 오우거라서 그런지 가죽이 질기네

벨로르 던전 7층 플로그 녀석들도 연계 스킬에 복부가 관통당하는데 눈앞에 있는 오우거 유저는 정확히 절반 정도 틀어 박힌 후 멈췄다.

뭐.

고통 받는 거엔 이만한 게 없지만?

콰득! 콰득!

"살려줘!!"

응.

싫어

차라리 한번에 관통되었다면 좋았는데 괜히 절반만 틀어박혀서 <돌기화>스킬과 <스크류>스킬에 온몸이 갈기갈기 찢어지고 있었다.

주변에서는 처참하게 찢어지는 녀석을 보며 눈을 돌리는데 그들의 표정은 당혹감과 놀람이 깃들어 있었다.

하긴.

게임인데 이렇게 리얼리티 한 것은 처음이겠지?

모한다르 행성이 가상게임 세계로 변했지만 유독 변하지 않은 것이 있다.

그건 바로 `나` 자신이다.

기본적인 게임 틀에선 벗어나지 못했지만 내가 공격하고 죽이는 모든 것들은 게임의 영향에서 벗어나 `실제`가 된다.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내가 죽이면 정말로 죽는다는 것이다.

게임? 그딴 게 뭔 소용인가 죽으면 끝인데.

처음에 먹었던 22명의 유저 역시 정말 죽었다는 게 느꼈었다. 그건 시스가 알려줬기에 알았지만 그건 실수로 먹었던 것이었고 지금은 내 자의적으로 먹는 것이다.

그것도 고통을 가미한 고문과도 같은 포식!

일정 수준의 고통이 생기면 자체적으로 커트라인이 되어버리지만 그래도 가짜로 찢기는 거와 진짜로 찢기는 것은 차이가 있기 마련이기에 오우거 유저는 말 그대로 작은 상태에서는 게임상에서 실신을 해버렸다.

[오우거 유저가 실신했기에 5초 뒤 케릭터가 자동 로그아웃됩니다.]

그래?

그럼 후딱 먹어야지~

순식간에 커진 몸체를 이용해서 반으로 찢어진 오우거의 육신을 그대로 꿀꺽 먹어버렸다.

역시나 마찬가지로 소화가 되는 게 아니라 `데이터`가 흡수되는 느낌이 들었는 데 이것을 느끼며 속으로 `흡수`라고 말을 하니….

불룩!

어..

불룩! 불룩!

어어…. 이거 왜 이래?

온몸이 불룩거리며 경련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거대한 몸체가 징그럽게 꿈틀거리자 구경하고 있던 유저들이 기겁을 하며 도망가기 시작했고 그와 동시에 내 몸에선 폭발적인 에너지가 뿜어져 나왔다.

■■■■■■■■■■!!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소리가 튀어나오며 점점 몸이 변화해가는데 거대한 몸체가 점점 수축하며 작아진 몸을 유지시키고 있었는데 말 그대로 작은 상태에서는 평소 300m에 달하는 몸이 압축되어 3m에 수준에 이르는 것이다.

[오우거의 힘을 흡수하여 압축된 근육을 얻으신 듯 합니다.]

어….

이러면 안되는데?

[뭐가 문제입니까?]

이렇게 작아지면 나중에 큰 먹잇감을 어떻게 먹으라고?

[오우거의 근육은 단단하면서도 유연하기에 10m 까지는 문제 없을 겁니다.]

거참.

3m 크기로 10미터짜리 몬스터를 먹으면 어떤 모양이 될지 상상도 못 하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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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오우거 유저를 잔인하게 죽여 먹어버린 몬스터 파르파에게 시선이 쏠린 존재가 있었으니 그는 가상현실게임의 GM을 맡은 한성태였다.

자신이 알고 있는 몬스터들 중 저런 존재는 카테고리 안에서 찾아볼 수 없었는데 인공지능 컴퓨터 세리에게 물어보았지만 아무런 이상이 없다고 한다.

"어째서? 게임 내 도움말이나 카테고리엔 저런 몬스터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존재하지 않지만 아무런 이상도 없는 몬스터입니다.]

"그게 말이 돼? 게다가 오우거 유저에 대한 데이터 삭제라니? 임의적으로 삭제하지 않는 한 삭제 불가 아닌가?"

[그것 또한 아무런 연고 없는 이상입니다.]

버그인듯 한데 전체적인 총괄을 맡은 세리는 전혀 이상이 없다고만 말을 한다. 그 덕에 GM인 성태는 다른 GM을 불러 상의를 해보았지만 역시 다른 GM들 역시 버그 현상이라고 한입 모아 말을 한다.

"혹시 세리가 해킹 당한 건?"

"말이 되냐? 세리는 자체적인 네트워크를 지니고 있어서 해킹할 수가 없는 존재야 그리고 설령 해킹을 당한다고 해도 겨우 이딴일에 세리를 쓰겠냐?"

미국 최고의 두뇌가 모였다는 펜타곤에서도 어떻게 하지 못한 세리였기에 해킹당했다는 의견은 뒷전으로 밀려났다.

할 수 없이 가상현실 게임을 만들어낸 킹덤 본사에 직접적인 문의를 한 성태는 킹덤 본사에서 받은 답변을 보며 어이가 없었다.

<전혀 이상이="" 없습니다.="" 아니="" 오히려="" 정상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정상이라고요?"

<네 여러분들이="" 보신="" 몬스터="" 파르파는="" 저희="" 킹덤사에서="" 명명된="" 이름="" <인외자="">입니다. 같은 몬스터는 물론 인간 유사인종을 먹음으로써 데이터를 소실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갖췄으며 그것이 GM이라고 한들 먹히면 데이터 손실시켜 강제 삭제가 되는 이른바 트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럼 사전 경고라도 해야…."

<저희 킹덤사에서는="" 어떠한="" 경우라도="" 참여하지="" 않습니다.="" 그런="" 일을="" 대신="" 하기="" 위해서="" GM을="" 뽑은="" 게="" 아니겠습니까?=""/>

킹덤사에서 내려온 연락문을 받은 성태는 할 말을 잃었다.

하긴 맞는 말이다.

킹덤사에서 미연에 공지를 했었다.

극도의 리얼리티를 추구하는 가상현실 모한다르는 어떠한 상황이 오더라도 킹덤사에선 책임지지 않는다고…. 설령 그것이 죽음에 이른다고 할지라도 말이다.

다소 무책임한 말이라고 할 수 있었지만, 사람들은 그런 킹덤사를 욕하지 않았다.

말 그대로 작은 상태에서는 또 하나의 삶을 살 수 있다는 생각에 죽으면 죽는 거지 라는 생각을 가졌기 때문이였는데 가만 생각해보니 몇 달 전 22명의 사람이 자신이 키우던 케릭터가 삭제되었다면서 문의가 온 것이 떠올랐다.

그때 당시에는 불법적인 행동을 취해 세리가 삭제한 건 줄만 알았는데 방금전 오우거 유저의 데이터 삭제를 보고는 그들 역시 <인외자>에게 당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무작위로 먹는 것이 아니라 작아진 상태에서 일정 수준의 데미지가 들어가는 순간 공격적인 모션을 취한다는 것이었다.

물론 덩치가 큰 상황에서는 먹는 것이 아니라 깔고 뭉개며 죽이는 터라 데이터 삭제는 없다는 것이다.

성태는 모한다르 홈페이지에 GM의 권의로 글을 올린 동시에 게임 내 모든 곳에 공지글을 올렸다.

[게임을 플레이하시는 모든 유저분들께 알려드립니다. 현재 몇몇 분들이 데이터 소실로 인해 항의 글을 올리시는데 일찍이 공지한 것과 같이 극도의 리얼리티를 추구하는 모한다르에서는 어떠한 상황에 이르러도 책임지지 않습니다. 단지 데이터 소실에 대한 문의는 GM인 제가 알려드립니다.

현재 아캄 중립국에 나타난다는 지렁이 몬스터 <인외자>를 보신 분이 많을 것 같은데요 <인외자>에게 먹히면 그에 해당하는 캐릭터는 영구 소멸이 됩니다. 즉 <인외자>가 흡수를 한다는 말이지요. 깔려 죽거나 맞아 죽는 건 별 상관이 없지만 먹이는 것만 주의하시면 데이터 손실은 없을 겁니다.

※일반적인 패턴입니다. 덩치가 클 때는 흡수가 아닌 물리적인 타격으로 공격하고 작아진 상태일 때는 물리적인 타격 & 먹기를 사용하오니 될 수 있으면 작은 상태일 땐 공격하지 말아 주시길 바랍니다.

※추신: <인외자>는 벨로르 던전의 8층 보스입니다.]

서버에 퍼지는 공지에 모든 유저들의 시선이 쏠렸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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