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지렁이로 환생했다-2화 (2/45)

〈 2화 〉 지렁이라고 느린건 아니다

* * *

끝도 없이 올라오는 시스템 알람에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뭐가 이렇게 많이 올라오는 거야?

대충 보기에도 10개가 넘는 시스템 알림이었는데 일일이 확인하기 귀찮아서 그냥 치워버리려다가 마지막에 보인 진화에 대한 문구를 읽고는 멈췄다.

이거 아무거나 고르다간 또 이상한 쪽으로 가겠지?

알림창을 선택하고 제대로 읽어 보았다.

[레벨 10이 되셨습니다. 1차 진화에 대한 락이 풀려 새로운 종족으로 진화할 수 있습니다.]

1. [벨로르 버그]

2. [벨로르 아라크네]

3. [작은 지렁이]

....

굳이 벌레 따위로 진화를 해야겠냐만은…. 아무래도 지렁이보다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우선 1번을 선택해서 자세한 설명을 읽어 보았다.

[벨로르 버그]

던전 벨로르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벌래형 몬스터로서 성장시키기엔 수월하지만 그만큼 약하다. 최종트리는 벨로르 버그퀸

그러니까 키우기 편한 만큼 약하다는 말이지? 하긴 날아다니면서 야금야금 공격하면 지렁이 같은 건 쉽게 죽이겠지.

곧바로 2번을 선택해서 자세한 설명을 읽었다.

[벨로르 아라크네]

던전 벨로르에서 종종 찾아볼 수 있는 절지형 몬스터로서 전략과 계략에 뛰어난 자가 선택한다면 그 누구보다 강력한 몬스터로 거듭나게 된다. 최종트리는 아라크네 퀸

오호? 이 녀석은 벨로르 라는 말이 없네

벨로르 버그와 같이 최종트리에 `벨로르`라는 국한된 소속이 없다. 그 말은 어떻게 키우느냐에 따라서 동굴…. 그러니까 던전 밖에서도 둥지를 틀 수 있을 만큼 강력해진다는 소리였다.

으…. 굳이 보기 싫지만, 이왕지사 전부 읽어 보는 게 좋겠지?

딱 봐도 현 상태에서 길이만 길어지는 것 같은 전직 이름이다.

[작은 지렁이]

작은 지렁이다.

...?

에?

이게 끝이야?

설마?

진짜?

아니 뭐라도 설명을 해주면 좋겠는데?

이러면 누가 좋다고 저걸 찍냔 말이야? 지금 현재 모습만 봐도 당장 바꾸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은데 진화마저 저런 식으로 알려주면….

어차피 지렁이에서 탈피하려고 했으니 상관없으려나?

난 망설임 없이 2번을 찍었다.

오오! 갈라지는 느낌 지리고.

온몸의 피부가 가각 거리는 소리와 함께 갈라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시 뒤 갈라진 틈 사이로 백금색의 휘광이 뿜어져 나와서 내 몸을 감싸 안았다.

`

`

`

으음…? 언제 정신을 잃었나?

분명 진화 과정에서 백금색의 휘광이 몸을 감싸는 것을 보고는 기억이 끊어졌다.

정신을 차렸다는 소리는 진화가 끝났다는 소리인데 아직은 알 같은 공간속에 있었기에 한 치 앞도 볼 수가 없었다.

쩌저적!

드디어 탈피를! 지렁이에서 벗어 나는 거야!

쨍!

오예~ 이제 지렁이가 아니라 아라크네라….

나는 깨진 공간 속에서 튀어나와 춤을 추며 기뻐하던 중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음…. 왜 아직 기어 다니고 있는 느낌이 들까?

아직 새끼라서 그런가?

아닌데…. 새끼라도 다리는 달려있을 거 아니야?

천천히 시선을 돌려 내 몸을 살펴보았다.

일단 빨갛다.

그리고 몸에 마디가 촘촘히 달려있는데 딱 보기에도 말랑해 보인다.

팔? 아니 다리? 그런 건 없다. 매끈한 몸뚱이가 잘빠진 아가씨 다리처럼 쭉 늘어져 있는데 어째 많이 보던 형태다?

[띠링! 전직 과정 중 오류로 인해 강제 전직이 되었습니다. 사유 : 칭호]

[축하합니다! 1차 직업으로 작은 지렁이가 되었습니다.]

[전직 보너스 능력치 +3 능력치 +20 HP/MP +50]

[능력치]

레벨 : 10

경험치 1700/51200 칭호 :[똑똑한 지렁이]

종족 : 작은 지렁이

HP : 240

MP : 230

체력 : 10 > 19

민첩 : 9 > 18

지능 : 15 > 18

보너스 능력치 : 70

특이사항: 윤회의 끝자락에 다다른 존재로서 마지막 환생을 겪고 있다.

특권 : 전생 기억, 게임 능력

스킬 : 기어가기 LV5, 섭취 MAX, ME끼 MAX, 자기투척 MAX,지렁이 헤드 어택 MAX, 지렁이 꼬리치기 MAX

[세상이 놀란 기적의 업적을 완료하셨습니다. 신이 정한 규칙을 완벽하게 박살을 낸 유일한 존재입니다. 칭호 <브레이커>를 획득하셨습니다.

<브레이커/>

올 능력치 +10 신앙심 ­100

[능력치]

레벨 : 10

경험치 1700/51200 칭호 :[똑똑한 지렁이],[브레이커]

종족 : 작은 지렁이

HP : 340

MP : 330

체력 : 19 > 29

민첩 : 18 > 28

지능 : 18 > 28

신앙심 : ­100

[주의! 신앙심이 ­100을 달성했습니다. 사소한 불행이 크나큰 화를 불러올 수 있으니 주의하세요]

이게 뭔가 싶다.

이럴 거면 선택지를 왜 주는 건가? 그냥 알아서 해 처먹지….

희망 고문을 하고 있네.

아…. 이대로 막장 트리로 가버릴까

어차피 인생 뭐 있나. 지렁인데

********

퍽!

퍽!

우헤헤! 죽어라. 죽어!

휘우웅!!

눈으로 보이지도 않을 만큼 빠른 속도로 이동 중인 난 던전에 있는 모든 몬스터를 싹쓸이하고 있었다.

그래! 역시 민첩이 정답이었어!

레벨이 암만 높으면 뭐하나? 스킬이 아무리 좋아도 뭐하나? 공격하지를 못하면 그저 들고 다니는 화려한 쓰레기에 불과한데 말이지!

보너스 능력치 70을 모두 민첩에다가 꼴아 박아버리니 민첩이 98에 도달해버렸다. 그리고 민첩이 50이 넘었을 당시 이동 스킬을 하나 배웠는데

[제로 마찰 LV8]

기어갈 때 생기는 마찰력을 최소화 시켜줌으로써 이동속도를 극대화 시킨다. LV당 10% 증가

이게 생각보다 괜찮단 말이지

현재까지 제일 빠른 몬스터가 벨로르 울프였는데 이 녀석의 민첩이 30이었다. 하지만 난 녀석보다 3배가 빠르고 제로 마찰로 인해 80% 추가 이동속도를 가질 수 있었다.

아마 던전에서 내가 제일 빠르겠지?

물론 현재까지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벨로르 던전의 구조상 지하로 내려갈수록 더욱 강한 몬스터들이 나타났는데 현재 지하 3층에 머물며 열심히 광렙을 하고 있었다.

[포인트 상점]

남은 포인트 : 4820 PS

장착 : 고급시계

소비 버프 : 야릇하고도 미끌미끌한 젤, 불끈불끈 영약, 조루의 영약, 현자의 시간

누가 만들었는지는 몰라도 작명 센스가 너~무 변태스럽다. 특히 야릇하고도 미끌미끌한 젤이랑 불끈불끈 영약을 동시에 걸어버리니 말 그대로….

으아아!! 욕정이 솟아 오른다 아아~

퍽!

퍽!

퍽!

깨개애애애애앵!

크아아앙!

끄응..깽♥

마지막 벨로르 울프의 울음소리는 무시하자 알아봤자 영양가도 없다.

쓸데없는 부작용만 아니라면 정말 좋은 버프들이라 매번 적용 하고 있지만 지렁이의 몸으로 이런 짓을 하기엔 참 거시기 했다.

언제까지 3층에만 있을 순 없고…. 좀 더 내려가야 하나?

3층에 자리를 잡고 있는 벨로르 울프들은 이제 간단하게 처리할 수 있게 됐다.

거참…. 지렁이 주제 늑대를 잡아먹다니 대단하지 않은가?

퍽!

깽!

[레벨업을 합니다.]

[보너스 능력치 5개를 획득하셨습니다.]

오올…. 레벨업이다.

이게 얼마만의 레벨업이냐?

[능력치]

레벨 : 11

경험치 121/102400 칭호 :[똑똑한 지렁이],[브레이커]

종족 : 작은 지렁이

HP : 350

MP : 340

체력 : 29 > 30

민첩 : 98 > 99

지능 : 28 > 29

신앙심 : ­100

보너스 능력치 : 5

특이사항: 윤회의 끝자락에 다다른 존재로서 마지막 환생을 겪고 있다.

특권 : 전생 기억, 게임 능력

스킬 : 기어가기 LV39 지렁이 헤드 어택 MAX, 지렁이 꼬리치기 MAX, 섭취 MAX, ME끼 MAX, 자기투척 MAX, 제로 마찰 LV8

아무래도 퀘스트를 안 깨다 보니 레벨업이 너무 느리다.

벌써 일주일 동안 사냥을 하고 다녔는데도 겨우 1 업을 했다.

우와! 만약에 민첩에 투자 안 했으면 얼마나 걸렸다는 거야?

아마 1년은 족히 걸리지 않았을까…. 라고 조심스럽게 추측해본다.

4층으로 내려가는 곳은 3층 맨 끝에 있기에 바람처럼 기어갔다. 물론 가는 중간중간 벨로르 울프들을 보면 주체할 수 없는 욕정을 마구 풀면서 갔기에 경험치와 PS 포인트도 차곡차곡 쌓여갔다.

음…. 민첩을 100 찍어버릴까

50에도 스킬이 생겼으니 100에도 스킬이 생길 거라 생각된다. 하지만 레벨을 올리는데 엄청 힘들다는 가정을 보고 있자니 1개의 능력치도 낭비하기 싫어진다.

어차피 계속 이동하다 보면 민첩과 체력이 오를…. 아니구나! 최근들어서 안 올랐구나

이러면 찍어야 한다는 소린데….

찍을까?

말까….

찍을까?

에라 모르겠다.

능력치 하나를 민첩에다가 찍었다.

[띠링! 민첩력이 100에 달하였습니다. <제로 마찰="" LV8="">이 <그리스 LV1="">로 변합니다.]

[<기어가기 39="" LV="">가 <그리스 LV1="">와 융합됩니다. <지룡보 LV1="">을 습득하였습니다.]

[지룡보 LV1]

고대 지룡이 이동하기 위해서 사용했다는 궁극의 이동술

민첩 * 5 + LV당 10%

이야 죽인다. 이제는 지렁이가 날아다니는 세상이 됐네?

기본 이동이 지룡보로 변해 버렸는데 아예 하늘을 날아다닌다.

날아다니는 게 아니라 오래 활공할 수 있게 떠 있는 건가?

분명 처음 힘주어 이동을 할 땐 수직으로 뜨는가 싶었는데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점 아래로 떨어지는 게 느껴졌다. 말 그대로 중력을 최소화 시킴으로써 활공하여 빠르게 앞으로 나가는 것이었다.

활공…?

방향조절도 되고 좋네

안되면 어떻게 하나 고민했는데.

잘됐다.

이 상태로 한 번에 가볼까?

지룡보의 레벨도 올릴 겸 최대 높이로 뜬 상태 그대로 4층을 향해 나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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